목숨을 걸고 / 이광웅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1) 음악성 : 시어가 잘 다듬어진 형태 속에서 음악적 자질을 최대한 발현할 때 시의 아름다움이 실현된다. 앞에서 제시한 ‘청산별곡’이나 노래 속에 나타난 율격, 속담은 대부분 대구, 일상 생활에서도 표어나 구호는 율격적 표현의 좋은 예) 내 가슴 속에 가늘한 내음 / 애끈히 떠도는 내음 / 저녁해 고요히 지는데 / 산 허리에 슬리는 보랏빛(내음, 마음 의 ‘ㅁ’의 반복적 효과는 부드럽고 연한 음질, 은은한 아름다움) (2) 함축성 : 비유, 상징, 역설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일상적, 과학적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 가치가 표현될 때, 시의 아름다움이 실현된다. 말에 가정 또는 암시되거나 숨겨진 의미라 한다.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말은 꽃이 지네를 전제 또는 암시하거나 가정한다. 시는 이러한 함..
봄 / 황석우 가을가고 결박풀어져 봄이 오다. 나무, 나무에 바람은 연한 피리부다 실강지에 날 감고 밤 감아 밧에 매여 한바람 한바람씩 당기다. // 가을가고 결박풀어져 봄이오다. 너와 나 단두 사이에 밤의 그늘에 현음(絃音), 감는 소리, 타는 소리 야, 봉오리야, 세우(細雨)야, 달아 // * 감상 : 이광수, 최남선 등의 신체시와 비교해 보면, 이 시는 관념성, 교술성이 사라지고, 개 인의 내밀한 정감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김억의 와 같이 개인 정서 표출로 발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주제 : 봄의 서정 * 출전 : [태서문예신보] 제16호
소년(少年)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 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 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 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소낙비 / 윤동주 번개, 뇌성, 왁자지근 뚜다려 먼-ㄴ 도회지에 낙뢰가 있어만 싶다. 벼루짱 엎어논 하늘로 살같은 비가 살처럼 쏟아진다. 손바닥만한 나의 정원이 마음같이 흐린 호수되기 일쑤다. 바람이 팽이처럼 돈다. 나무가 머리를 이루 잡지 못한다. 내 경건敬虔한 마음을 모셔드려 노아 때 하늘을 한모금 마시다.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사랑의 전당(殿堂) / 윤동주 순(順)아 너는 내 전(殿)에 언제 들어갔던 것이냐? 내사 언제 네 전(殿)에 들어갔던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殿堂)은 고풍(古風)한 풍습(風習)이 어린 사랑의 전당(殿堂) 순(順)아 암사슴처럼 수정(水晶)눈을 나려감어라. 난 사자처럼 엉크린 머리를 고루련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성(聖)스런 촛대에 열(熱)한 불이 꺼지기 전(前) 순(順)아 너는 앞문으로 내달려라. 어둠과 바람이 우리창(窓)에 부닥치기 전(前) 나는 영원(永遠)한 사랑을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삼림(森林)속의 아늑한 호수(湖水)가 있고 내게는 험준한 산맥(山脈)이 있다.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비 오는 밤 / 윤동주 솨! 철석! 파도소리 문살에 부서져 잠 살포시 꿈이 흩어진다. 잠은 한낱 검은 고래떼처럼 살래어, 달랠 아무런 재주도 없다. 불을 밝혀 잠옷을 정성스리 여미는 삼경三更. 염원 동경의 땅 강남에 또 홍수질 것만 싶어, 바다의 향수보다 더 호젓해진다.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별똥 떨어진 데 / 윤동주 밤이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농회색으로 캄캄하나 별들만은 또렷또렷 빛난다. 침침한 어둠뿐만 아니라 오삭오삭 춥다. 이 육중한 기류 가운데 자조하는 한 젊은이가 있다. 그를 나라고 불러두자. 나는 이 어둠에서 배태되고 이어둠에서 생장하여서 아직도 이 어둠 속에 그대로 생존하나 보다. 이제 내가 갈 곳이 어딘지 몰라 허위적거리는 것이다. 하기는 나는 세기의 초점인 듯 초췌하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내 바닥을 반듯이 받들어 주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 머리를 갑자기 내 려 누르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마는 내막은 그렇지도 않다. 나는 도무지 자유스럽지 못하다. 다만 나는 없는 듯 있는 하루살이처럼 경쾌하다면 마침 다행할 것인데 그렇지를 못하구나! 이 점의 대칭 위치에 또 하나 다른 밝음..
바람이 불어 /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을까, 단 한 여자(女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時代)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