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風葬) / 황동규 / 해설
송화은율
풍장(風葬) ―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을 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 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 통통배에 옮겨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소리 지나 배가 육지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 시계 부서질 때 / 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