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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이인로 지리산은 두류산이라고도 한다. 북쪽 백두산으로부터 일어나서 꽃봉오리처럼 그 봉우리와 골짜기가 이어져 대방군(帶方郡)에 이르러서야 수천 리를 서리고 얽혀서 그 테두리는 무려 십여 고을에 뻗치었기에 달포를 돌아다녀야 대강 살필 수 있다. 옛 노인들의 전하는 바로는 “그 속에 청학동이 있는데 길이 매우 협착하여 겨우 사람이 다닐 수 있고, 몸을 구부리고 수십 리를 가서야 허광한 경지가 전개된다. 거기엔 모두 양전(良田) 옥토(沃土)가 널려 있어 곡식을 심기에 알맞으나, 거기엔 청학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고, 대개 여기엔 옛날 세상을 피해 사는 사람들이 살았기에 무너진 담과 구덩이가 가시덤불에 싸여 남아 있다.”고 한다. 연전에 나는 당형(堂兄) 최상국과 같이 옷깃을 떨치고 이..
완당이 제주 대정에서 본가에 보낸 편 / 김정희 지난달 17, 18일 사이에 공마리(貢馬吏) 김종주 편에 편지를 부쳤다. 마편(馬便)은 다른 편과 비교해서 매우 더딘데 어느 때 받아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김기천의 선편(船便)과 정원종 편으로 서울과 시골에서 보낸 편지는 일일이 잘 받았다. 또 이번 달 7일 한동(韓童)이가 돌아왔을 때 둘째 아우와 셋째 아우 편지를 차례로 받아보았다. 보름 남짓, 20일도 되기 전에 여러 통의 편지를 받은 것은 제주도로 들어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간절히 기대하기 때문에 편지 한 통으로 기운이 일어나기도 사그러들기도 하는 듯하다. 온 편지를 통해서 근래 집안이 모두 편안함을 알았다. 둘째 아우는 구도(疚悼)하여 바쁜 가운데도 큰 손상은 없다고 ..
원수이면서도 서로 필요한 까닭 / 이광정 옛날 무서운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쥐들은 모두 고양이를 두려워하여 함부로 나다니지 못했다. 하루는 굶주린 쥐들이 고양이 없앨 방도를 논의하고 있었지만,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한 쥐가 나서서 말했다. "고양이를 없애는 일은 어려우니, 목에 방울을 매답시다. 방울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미리 피하면 되지 않겠소?" 그 말을 듣고 있던 늙은 쥐가 탄식하며 말했다. "우리가 비록 사람에게서 방울을 훔쳐온다 한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은 누구도 할 수 없지. 게다가 사람은 날쌘 도둑도 막아내는데, 한낱 쥐들이 방울 훔쳐 가는 것을 막지 못하겠느냐? 방울 다는 일을 하려다가는 제대로 시도조차 못한 채 굶어 죽고 말 거야. 차..
계축일기(癸丑日記) : 일명 [서궁록(西宮錄), 서궁일기] : 인목대비 혹은 광해군 때 어느 나인(內人)(?) * 감상 : 광해군이 선조의 계비인 인목왕후의 생부 김제남이 왕후의 8세된 아들 영창대군을 추대 하여 모반한다는 무고(誣告)를 듣고 김제남 부자를 죽이고, 대비를 폐모하여 서궁에 가두고 영 창대군을 살해한 비극으로부터 인조가 반정(反正, 광해군 15년)을 일으킬 때까지의 궁중사건을 기록한 글이다. * 갈래 : 일기체 수필, 궁중 수필 * 문체 : 단아한 궁중의 말 사용 * 주제 : 궁중 내의 권력 투쟁과 그 비극 * 판본 : 2권 1책, 필사본 * 출전 : 낙선재 문고 필사본 역사적 기록 선조의 아들 13명은 모두 후궁의 소생이었다. 마지막으로 난 영창대군만이 정궁 소생이었다. 선조는 세자로 책..
차마설(借馬說) / 이규보 내가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으므로 혹 빌려서 타는데, 여위고 둔하여 걸음이 느린 말이면 비록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조심조심하여 곧 넘어질 것같이 여기다가,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내려서 걸어가므로 후회하는 일이 적었다. 발이 높고 귀가 날카로운 준마로서 잘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하여 고삐를 놓으면 언덕과 골짜기가 평지처럼 보이니 심히 장쾌하였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위태로워서 떨어지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아! 사람의 마음이 옮겨지고 바뀌는 것이 이와 같을까? 남의 물건을 빌려서 하루 아침 소용에 대비하는 것도 이와 같거든, 하물며 참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랴.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승목설 / 강희맹 갑과 을, 두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이 중 을이라는 나무꾼은 매우 민첩해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탔으며, 나무를 베는 솜씨 또한 훌륭해 그의 나뭇짐은 늘 많았다. 그러나 갑이라는 나무꾼은 겁이 많아 나무에 잘 오르지 못해 겨우 건초만 조금 베어 와서 그의 나뭇짐은 늘 부실했다. 그러자 을이 갑에게 충고를 했다. “자네는 땔나무를 하는 방법을 모르는가? 좋은 땔나무는 평지에서 구할 수 없다네. 나도 처음에는 평지에서 땔나무를 구하기 위해 하루 종일 노력했지만 한 아름도 구하질 못했네. 힘만 많이 들고 결과는 시원찮았지. 그래서 나무에 오르는 기술을 익히기로 했어. 처음 나무에 올랐을 때는 몸이 떨리고, 발에서는 땀이 났으며, 나무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 무엇이 밑에서 나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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