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이야기
송화은율
은행나무 이야기정 창 희(서울대 지질학과) 은행나무는 자랑스러운 것들을 많이 가졌다. 곧고 튼튼하고 깨끗한 줄기, 굵고 싱싱한 가지들, 부드럽게 살랑이는 부채꼴의 잎들, 그리고 은빛의 은행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열매인 은행이다. 그 속씨가 포도알처럼 둥글게 생겼다면, 그것에 매력을 느낄 이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둥글납작하면서도 예리한 칼날이 한 바퀴 휘이 둘러져 있는 그 꼴은 깜찍해 보이기까지 한다. 곧, 입술을 나불거리면서 무엇인가 지저귈 것만 같다. 사람들은 은행을 본떠서 마고자 단추를 만든다. 은행이 영글어갈 무렵에는 사람들이 그의 나래 밑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숫제 아주 멀찍이 떨어져서 활모양을 그리며 숨가쁘게 달리기도 한다. 은행나무가 은행들에 최후의 정열을 부어넣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