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 이성부 / 해설
by 송화은율벼 ― 이성부 |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 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감상> 벼를 제재로 하여 서민들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벼의 외면과 내면을 함께 제시하면서 벼에 대해 예찬하고 있다. 즉, 겸손, 협동의 힘, 자연 질서에의 순응, 분노의 자제력, 자기 희생을 통한 큰 사랑의 실천을 노래한 작품이다. 주제는 ‘벼에 대한 예찬’이다.
온갖 고난을 이겨 내는 민중의 넉넉한 모습을 형상화하면서, 개인이 개인으로 그치지 않고 공동체가 될 때 그 힘과 저력이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주제 ; 벼(민중)의 덕성 예찬
☞1연: 벼의 외면적 모습
⊙ 1~2행 ; 공동체 의식. → 벼 = 민중.
⊙ 3~5행 ; 겸손함. 연대 의식.
☞2연: 벼의 내면적 덕성
⊙ 1~2행 ; 공동체 의식을 통한 민중들의 힘.
⊙ 죄가 없으면서도 죄인처럼 살아온 백성들의 불 타는 마음(삶의 고통, 저항 의식)
⊙ 5행 ;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태도
☞3연: 벼의 내면적 특성
⊙ 인내력. 자제력. 관용.
⊙ 가슴 속엔 뜨거운 피가 끓고 있음. → 열정
☞4연: 벼에 대한 예찬
⊙ 1~2행 ; 이타적 사랑. 헌신적 사랑.
⊙ 3~4행 ; 강인한(끈질긴) 생명력으로 새로운 세계 (건강한 민주 사회)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 넉넉한 정신.
⊙ 벼 ; 공동체 의식에 바탕을 둔 민중‧민족 의식, 생명 의지. 민중적 삶(의 근원). 고난, 사랑, 그리움, 넉넉함.
※이성부(1942~ )의 시 세계
그의 시에는 분노와 사랑의 감정이 함께 담겨 있다. 그는 내면 세계나 자연과 같은 서정보다는 사회 현실, 곧 삶을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만든 역사적 현실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흔히 참여시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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