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나비 / 윤곤강 /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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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윤곤강

비바람 험살궂게 거쳐 간 추녀 밑 

날개 찢어진 늙은 노랑 나비가

맨드라미 대가리를 물고 가슴을 앓는다.

 

찢긴 나래의 맥이 풀려

그리운 꽃밭을 찾아갈 수 없는 슬픔에

물고 있는 맨드라미조차 소태 맛이다.

 

자랑스러울손 화려한 춤 재주도

한 옛날의 꿈조각처럼 흐리어

늙은 무녀(舞女)처럼 나비는 한숨진다.

동물 시집(1939)


<감상> 늙고 병든 나비의 형상을 통하여 생의 애상(哀傷), 일제 치하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린 우리 민족의 암담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식민지 지식인의 무력감과 상실감이 투영된 작품이다.

 

 주제 ; 지난 날에 대한 회고와 현실의 반성

인생 무상

 

 나비로 형상화된 화자의 심적 상태는 무엇인가. 그것은 청춘의 활기찬 삶을 지나온 한 노인의 悔悟에 찬 반성과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상황에 대한 간접적 제시(나비의 의인화)를 위해 사용되는 시적 장치가 알레고리(풍유)이다. 이를 통해서 화자의 감정적 상태는 객관화될 수 있는 바, 현실에 굴복하는 화자의 존재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암시함으로써 오히려 그 현실의 폭압성이 노출될 수 있는 시적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나비의 슬픈 모습이 격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은 곧 그 존재의 무력함을 야기하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 궂은 비바람에 지쳐 맨드라미 꽃 위에 내려 앉은 나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

 가슴을 앓는다; 비탄에 젖어 있다.

 

2: 가련한 나비의 심정 심화. 인생의 허무와 불안을 풍자적으로 보여줌.

 

 

3: 화려한 지난날과 비참한 현실의 나비가 동시에 클로즈업되어 나비의 참담한 비극성이 분명해짐.

 가슴을 앓는다; 비탄에 젖어 있다.


윤곤강(19111950) ; 본명은 明源. 충남 서산 출생. <카프>에 가담하였고, 카프 해산 후 동인지

시학(1939) 주재함. 해방 직후 <조선 문학가 동맹>에 잠시 가담하였다가 이념에 회의를 느껴 순수 서정시로 돌아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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