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부랄꽃은 요강꽃으로 고치고 - 우리나라의 식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던 무렵
송화은율
개부랄꽃은 요강꽃으로 고치고 우리나라의 식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던 무렵 / 박만규(고려대 식물 분류학) 1946년의 긴 겨울 밤을 나는 독일제 고물 타자기와 씨름을 하며 보냈다. 낮에는 군정청 학무국에 나가 앉아 장학관이랍시고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밤이면 다시 그 짓을 계속해야 했다. 스무 살에 시작한 선생 노릇을 해방되던 그 해에 겨우 치우고 나왔으니 거진 스무 해를 가르치는 일만 했었고, 그러다가 어찌어찌 관청이라고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타자 치는 일 같은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처음 남대문 시장 모퉁이에서 이 고물을 사 안고 들어와서는 어찌해야 좋을지를 몰라 쩔쩔 맸었다. 식구들은 또 무슨 뚱딴지같은 물건을 집안에 들이나 보자는 듯이 지켜보고 섰는데, 열 손가락을 척하니 그 기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