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수 / 김영랑
송화은율
春 水[춘수] / 김영랑 ─南方春信[남방춘신] · 2 이 강물의 나이는 열 여섯을 잡을까. 더구나 오늘이 초여드레, 조금 물이 많을 리 없다. 바다는 바로 밑이다. 갖다 뵈면 쭐 ── 따뤄 질 성싶다. 큰 배가 들어올라치면 오늘 이 강물은 그 배가 다 마셔 버려도 마셔 버릴 듯 줄기 가늘다. 눈 녹은 뒤 초봄이 이 강물에서 얼른 보인다. 며칠 전까지 강가에 얼어붙 었던 얼음장이 녹기에 이틀이 다 못 갔다. 오리 갈매기가 저 밑 바닷가로 몰리는 듯하더니만 우 ── 하니 되돌아온다. 기고 날고 톰방거리고 강물이 너무 순해 보여서 그런 성싶다. 너무 허리가 늘어서 그런 성싶다. 그놈들이 아침 날빛을 좋아하는 것이 사람의 그런 정도가 아니다. 우리가 햇빛을 좋 아한다는 것은 실상 그리 천연(天然)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