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시집90 - 칠석
송화은율
칠석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하늘 직녀성은 되지 않겠어요. 녜녜」 나는 언제인지 님의 눈을 쳐다보 며 조금 아양스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은 견우(牽牛)의 님을 그리는 직녀(織女)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칠석을 어찌 기다리나 하는 동정의 저주였습니다. 이 말에는 나는 모란꽃에 취한 나비처럼 일생을 님의 키스에 바쁘게 지내겠다는 교만한 맹세가 숨어 있습니다. 아아, 알 수 없는 것은 운명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은 맹세입니다. 나의 머리가 당신의 팔 위에 도라질을 한 지가 칠석을 열 번이나 지나고 또 몇 번을 지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용서하고 불쌍히 여길 뿐이요, 무슨 복수적(復讐的) 저주(詛呪)는 아니하였습니다. 그들은 밤마다 밤마다 은하수를 새에두고 마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