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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89 - 산골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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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물


산골 물아

어데서 나서 어데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도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 댕담이 칡덩쿨 속으로

작은 달이 넘어가고

큰 달은 돌아가면서

쫄쫄쫄쫄 쇠소리가

양안 청산(兩眼淸山)에 반향(反響)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로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단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인 나는

이렇게 설법(說法)을 듣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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