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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86 - 사랑의 불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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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

산천초록에 붙는 불은 수인씨가 내셨습니다.

청춘의 음악에 무도하는 나의 가슴을 태우는 불은 가는 님이 내셨습니다.

촉석루를 안고 돌며 푸른 물결의 그윽한 품에 논개의 청춘을 잠재우는 남강(南江)의 흐르는 물아.

모란봉의 키스를 받고 계월향의 무정<無情)을 저주하면서 능라도(綾羅島)를 감돌아 흐르는 실연자(失戀者)인 대동강아,

그대들의 권위로도 애태우는 불은 끄지 못할 줄을 번연히 알지마는 입버릇으로 불러 보았다.

만일 그대네가 쓰리고 아픈 슬픔으로 졸이다가 폭발되는 가슴 가운데의 불을 끌 수가 있다면 그대들이 님 그리운 사람을 위하여 노래를 부를 때에 이따금 이따금 목이 메어 소리를 이루지 못함은 무슨 까닭인가.

남들이 볼 수 없는 그대네의 가슴 속에도 애태우는 불꽃이 거꾸로 타들어가는 것을 나는 본다,

오오 님의 정열의 눈물과 나의 첫 감격의 눈물이 마주 닿아서 합 류(合流)가 되는 때에 그 눈물의 첫 방울로 나의 가슴의 불을 끄고 그 다음 방울을 그대네의 가슴에 뿌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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