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 / 김영랑
송화은율
春 雪[춘 설] / 김영랑 ── 南方春信[남방춘신] · 1 때마침 구정 초(舊正初) 보름 전이라 예년 같으면 지금 한창 설놀이에 날 가는 줄 모를 판이다. 안방에서는 윷판이 벌어지고 사랑방에서는 여러 가지 내기판이며 풍류 시조까지 떠들썩할 것이요, 마당에 모인 붉은 댕기들은 널 판을 서넛은 갖다 놓고 어머어마 높이 뛰고, 고삿길에서 돈치던 놈들은 담 넘어 보려다 넘어지고 요새 밤 같이 초생달이 차츰 커가노라면 남방(南方) 에서는 가장 큰 설놀이라 할 줄다리기도 시작될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지 금년부터는 시골서들도 양력과세를 안할 수 없게 된 관계로 실상은 음 · 양력간에 설 쇠는 것이 흐지부지가 되고 만 셈이다. 세 말 정초(歲末正初)가 눈에 뛸 만큼 번거롭지도 않았고 거리의 세배꾼이며 선산에 성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