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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 雪[춘 설] / 김영랑 ── 南方春信[남방춘신] · 1 때마침 구정 초(舊正初) 보름 전이라 예년 같으면 지금 한창 설놀이에 날 가는 줄 모를 판이다. 안방에서는 윷판이 벌어지고 사랑방에서는 여러 가지 내기판이며 풍류 시조까지 떠들썩할 것이요, 마당에 모인 붉은 댕기들은 널 판을 서넛은 갖다 놓고 어머어마 높이 뛰고, 고삿길에서 돈치던 놈들은 담 넘어 보려다 넘어지고 요새 밤 같이 초생달이 차츰 커가노라면 남방(南方) 에서는 가장 큰 설놀이라 할 줄다리기도 시작될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지 금년부터는 시골서들도 양력과세를 안할 수 없게 된 관계로 실상은 음 · 양력간에 설 쇠는 것이 흐지부지가 되고 만 셈이다. 세 말 정초(歲末正初)가 눈에 뛸 만큼 번거롭지도 않았고 거리의 세배꾼이며 선산에 성묘..
청 명 / 김영랑 호르 호르르 호르르르 가을 아침 취어진 청명을 마시며 거닐면 수풀이 호르르 벌레가 호르르르 청명은 내 머리 속 가슴 속을 젖어들어 발끝 손끝으로 새여 나가나니 온 살결 터럭끝은 모두 눈이요 입이라 나는 수풀의 정을 알 수 있고 벌레의 예지를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나도 이 아침 청명의 가장 곱지 못한 노래꾼이 된다 수풀과 벌레는 자고 깨인 어린애 밤 새여 빨고도 이슬은 남았다 남았거든 나를 주라 나는 이 청명에도 주리나니 방에 문을 달고 벽을 향해 숨쉬지 않았느뇨 햇발이 처음 쏟아지면 청명은 갑자기 으리으리한 관을 쓰고 그때에 토록하고 동백 한 알은 빠지나니 오! 그 빛남 그 고요함 간밤에 하늘을 쫓긴 별살의 흐름이 저리했다 왼 소리의 앞소리요 왼 빛깔의 비롯이라 이 청명에 포근 취어진 ..
천리를 올라온다 / 김영랑 천리를 올라온다 또 천리를 올라들 온다 나귀 얼렁소리 닿는 말굽소리 청운의 큰 뜻은 모여들다 모여들다. 남산 북악 갈래갈래 뻗은 골짜기 엷은 안개 그 밑에 묵은 이끼와 푸른 송백 낭랑히 울려나는 청의동자(靑衣童子)의 글 외는 소리 나라가 덩그러니 이룩해지다. 인경종이 울어 팔문(八門)이 굳이 닫히어도 난신외구(亂臣外寇)더러 성(城)을 넘고 불을 놓다. 퇴락한 금석전각(金石殿閣) 이젠 차라리 겨레의 향그런 재화(才華)로다. 찬란한 파고다여, 우리 그대 앞에 진정 고개 숙인다. 철마가 터지던 날 노들 무쇠다리 신기한 먼 나라를 사뿐 옮겨다 놓았다. 서울! 이 나라의 화사한 아침 저자러라 겨레의 새 봄바람에 어리둥절 실행(失行)한 숫처년들 없었을 거냐. 남산에 올라 북한관악(北漢冠岳..
집 / 김영랑 내집 아니라 늬집 이라 나르다 얼는 도라오라 처마 欄干[난간]이 늬들 가여운 소색임을 知音[지음]터라 내집 아니라 늬집 이라 아배 간뒤 머난날 아들 손자 잠도 깨우리 문틈사이 늬는 몇代[대]채 서뤄 우느뇨 내집 아니라 늬집 이라 은행닢이 나른갑드니 좁은 마루구석에 품인듯 안겨들다 太古[태고]로 맑은바람이 거기 사럿니라 오! 내집이라 열해요 스무해를 안젓다 누엇달뿐 문밖에 밧분 손이 길 잘못드러 날 차저오고 손때 살내음도 저뤗슬 欄干[난간]이 흔히 나를 않고 먼산 판다 한두쪽 힌구름이 사러지는듸 한두엇 저즈른 넷일이 파아란 하날 만히 아슬하다
池畔追億[지반추억] / 김영랑 깊은 겨울 해빛이 다사한 날 큰 못가의 하마 잊었든 두던길을 삿분 거니러다가 무심코 주저앉다 구을다 남어 한곳에 쏘복히 쌓인落葉[낙엽] 그 위에 주저앉다 살르 빠시식 어찌면 내가 이리 짖구진고 내몸푸를 내가 느끼거늘 아무렇지도 않은듯 앉어지다? 못물은 치위에도 달는다 얼지도않는 날세 落葉[낙엽]이 수없이 묻힌 검은 뻘 흙이랑 더러 드러나는 물부피도 많이 줄었다 흐르질 않드라도 가는물결이 금 지거늘 이못물 웨 이럴고 이게 바로 그 죽엄을물일가 그져 고요하다 뻘흙속엔 지렁이 하나도 굼틀거리지않어? 뽀글 하지도 안어 그져 고요하다 그물위에 떠러지는 마론잎하나도 없어? 해볓이 다사롭기야 나는 서어하나마 人生[인생]을 느끼는듸 연아문해? 그때는 봄날이러라 바로 이못가이러라 그이와 단..
좁은 길가에 무덤 / 김영랑 좁은 길가에 무덤이 하나 이슬에 젖이우며 밤을 새인다 나는 사라져 저 별이 되오리 뫼 아래 누워서 희미한 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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