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 / 루쉰(魯迅)
송화은율
고향(故鄕) / 루쉰(魯迅) 나는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이천여 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떠나온 지 20여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그 때도 어느새 엄동이 되었다. 고향에 가까이 올수록 날씨는 점점 음산하고 우중충하며, 찬바람이 쌩쌩 몰아쳐 선실(船室) 안까지 스며들었다. 선창(船窓)으로 밖을 내다보니 희끄무레한 하늘 밑에 초라한 마을이 여기저기 흩어져 전혀 활기가 없어 보였다. 나의 마음 속에서는 슬픔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아!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그처럼 그리던 고향이란 말인가? "어머나, 이렇게 변했구려. 수염도 많이 자라고……." 갑자기 날카롭고 괴팍한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광대뼈가 불쑥 나오고 입술이 얄팍한 50 전후의 여인이 내 앞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