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by 송화은율노인과 바다 /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전략)
그는 멕시코 만류(灣流)에 조각배를 띄우고 혼자 고기잡이하는 노인이었다. 고기 한 마리 못 잡은 날이 84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처음 40일은 한 소년이 같이 있었다. 그러나 한 마리도 못 잡은 날이 40일이나 계속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은 이제 살라오를 만났다고 했다. 살라오란 스페인어로 최악의 불운을 뜻하는 말이다. 소년은 부모의 명령으로 다른 배로 옮겨 탔고, 그 배는 고기잡이를 나간 첫 주에 큼직한 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노인이 날마다 빈 배로 돌아오는 것이 소년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슴이 아팠다. 그는 늘 노인을 마중나가 둘둘 사려 둔 낚싯줄이랑 갈퀴랑 작살, 돛대, 돛 등을 챙기는 것을 도와 주었다. 돛은 밀가루 부대로 여기저기 기운 것이어서 그것을 말아올리면
영원한 패배를 상징하는 깃발처럼 보였다.
노인은 야위고 초췌했으며, 목덜미에는 깊은 주름살이 잡혀 있었다. 열대의 바다가 반사하는 태양열 때문에 노인의 볼에는 피부암을 연상케 하는 갈색 기미가 생기고, 그것이 얼굴 양쪽 훨씬 아래까지 번져 있었다. 양손에는 군데군데 깊은 상처자리가 보였다. 밧줄을 다루어 큰 고기를 잡을 때에 생긴 것이지만, 어느 것도 요즈음 생긴 상처는 아니었다. 물고기가 살지 않는 사막의 부식 지대처럼 낡고 오래 된 거친 상처들이었다.
그의 모든 것은 다 늙었으나, 다만 바다와 같은 빛깔인 두 눈만은 명랑하고 패배를 몰랐다.
"샌디에고 할아버지!"
소년은 조각배를 매놓은 둑에 함께 올라가면서 말했다.
"이젠 할아버지와 함께 갈 수 있어요. 돈도 좀 벌었으니."
지금까지 노인이 소년에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왔기 때문에 소년은 노인을 따랐다.
"안 된다." 노인이 말했다. "네가 타고 있는 배는 운이 트인 배니 그냥 그 배에 있거라."
"하지만 87일 동안 한 마리도 못 잡았다가 3주일 동안 매일 큰 놈을 잡았던 걸 기억하시죠?"
"기억하구말구." 노인이 말했다. "난 네가 내 솜씨를 의심해서 떠난 것이 아니란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할아버지 곁을 떠나게 했어요. 전 어리니까 아버지 말을 따라야 했구요."
"알아." 노인은 말했다. "당연한 거지."
"아버진 신념이 없어요."
"그래, 그렇지만 우리에겐 신념이 있지, 그렇지 않니?"
"맞아요." 소년이 말했다. "테라스에서 맥주를 사드리고 싶어요. 선구(船具)는 나중에 나르기로 해요."
"좋아." 노인이 말했다. "어부끼리 사양할 건 없지."
테라스에 자리를 잡자 어부들이 노인을 놀렸지만 노인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 중 나이든 어부들은 그를 보고 서글퍼했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고, 조류(潮流)가 어떻고 어느 정도의 깊이에 낚싯줄을 내렸으며 좋은 날씨가 한동안 계속 될 것 같다는 등 경험한 여러 가지 일들만 점잖게 이야기했다. 많은 어획고를 올린 어부들은 벌써 들어와 마알린의 배를 갈라 두 장의 판자 위에 늘어 놓고는 판자 양쪽에 두 사람씩 붙어 비틀거리며 어류 저장고로 운반해 갔다. 여기서 아바나의 어시장으로 실어갈 냉동 화물차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상어를 잡은 어부들은 그 상어들을 맞은편 해안에 있는 상어 공장으로 날랐다. 그 곳에서 상어를 도르래와 밧줄로 달아올려서 간을 빼내고, 지느러미를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살을 소금에 절이기 위해 토막을 내었다.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오면 상어 공장으로부터 항구 건너로 냄새가 풍겨왔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이 북풍으로 바뀌더니 곧 그치고 말아 냄새가 날듯 말듯 희미하게 풍겨왔다. 테라스는 햇살이 밝게 비쳐 아늑했다.
"샌디에고 할아버지." 소년이 불렀다.
"응." 노인이 대답했다. 그는 맥주잔을 손에 든 채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내일 쓰실 정어리를 좀 구해다 드릴까요?"
"괜찮아. 가서 야구나 해. 나는 아직 노를 저을 수 있고, 로헬리오가 어망을 던져주니까."
"그래도 가고 싶어요. 같이 고기잡일 못하니까 무엇이든 도와드리고 싶어요."
"이미 맥주를 사주지 않았니. 너도 이젠 어른이 다 되었구나."
"맨 처음 저를 배에 태워주신 게 몇 살 때였죠?"
"다섯 살 때였지. 고기를 잡아올렸을 때 그 놈이 어찌나 퍼덕거렸는지 하마터면 배가 박살날 뻔했지. 그 때 너도 죽을 뻔했어. 기억나니?"
"네, 기억나요. 그 놈의 꼬리가 어찌나 무섭게 날뛰던지 배의 가름나무가 다 부러졌었지요. 할아버지는 나를 젖은 낚싯줄이 있는 이 물쪽에 던졌어요. 배가 마구 흔들리고, 마치 나무를 팰 때처럼 고기를 몽둥이로 후려패니 들큼한 피 냄새가 물씬 풍겼어요."
"정말로 기억하고 있는 거냐, 아니면 내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는 거냐?"
"우리가 처음 나갔을 때의 일은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노인은 햇볕에 그을은 자신만만하고 사랑스러운 눈매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네가 내 자식이라면 데리고 나가서 모험을 해보겠다만."
하고 노인은 말했다. "하지만 너는 네 아버지의 아들이고, 네 어머니의 아들이며 지금은 운이 좋은 배를 타고 있잖니."
"정어리를 구해 올까요? 그리구 미끼도 네 개쯤 구해 올 수 있어요."
"오늘 쓰다남은 미끼가 있다. 소금에 절여서 궤짝에 넣어 두었지."
"싱싱한 걸로 네 개쯤 구해 드릴께요."
"정 그렇다면 하나만 구해다 주렴."
노인은 말했다. 그에게는 아직 희망과 자신감이 남아 있었으며, 그것이 지금 미풍이 불자 새롭게 일고 있었다.
"그러면 두 개만 갖다드리겠어요." 소년은 말했다.
"좋아." 노인이 동의했다. "그런데 훔친 건 아니겠지?"
"훔칠 수도 있었지만," 소년이 말했다. "산 거예요."
"고맙다." 노인은 말했다. 그는 단순한 성격이라 일단 한번 결정하고 나면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기가 양보했다는 걸 깨달았고,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참된 자부심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조류가 이 상태라면 내일은 날씨가 좋겠는 걸."
"어디로 가실 거예요?"
"멀리 나갔다가 바람이 바뀌면 돌아올 생각이다. 동이 트기 전에 나갈 작정이야."
"저도 주인 아저씨에게 멀리 나가자고 해보겠어요." 소년이 말했다. "그래야 할아버지가 큼직한 놈을 잡았을 때 모두들 거들어드릴 수 있죠."
"그 사람은 멀리까지 나가려 하지 않아."
"그래요." 소년이 말했다. "그렇지만 전 새가 고기를 찾고 있는 장면 같은 거나, 또 주인이 보지 못한 것을 봤다고 우겨서 돌고래를 쫓아 멀리 나가게 할 거예요."
"그 사람 시력이 그렇게 나쁘냐?"
"장님이나 똑같아요."
"그것 참 이상하군, 그 사람은 거북잡이는 한 일이 없는데. 거북잡이를 하면 눈을 망치지."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모스키토 해안에서 몇 년씩이나 거북잡이를 하셨어요. 눈이 좋잖아요."
"나야 이상한 늙은이니까."
"하지만, 엄청나게 큰 고기가 걸리면 이겨낼 수 있겠어요?"
"이겨낼 수 있지, 게다가 여러 가지 기술이 있거든."
"자, 이제 선구를 집으로 나르기로 해요." 소년이 말했다.
"그래야 투망으로 정어리를 잡으러 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들은 배에서 선구를 집어 들었다. 노인은 돛대를 어깨에 메고, 소년은 단단히 꼰 낚싯줄을 감아 넣은 나무궤짝과, 갈퀴와 창이 꽂힌 작살을 날랐다. 미끼통은 큰 고기를 배 위로 끌어오렸을 때 고기의 힘을 빼는 데 쓰는 몽둥이와 함께 배 뒤편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중략) 장왕록 옮김(출처 : 권영민 저 지학문학교과서)
아무도 이 노인의 것을 훔치는 자는 없다. 그러나 돛이나 무거운 그물이 밤이슬을 맞으면 좋지 않으므로 집에 갖다 두는 것이 상책이다. 노인도 이 곳 사람들이 설마 자기 것을 훔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작살이나 못을 배에 둠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노인의 오두막집으로 걸어가서 열려진 문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노인은 돛을 감은 마스트를 벽에 세워 놓았다. 소년은 나무 상자나 다른 선구들을 그 위에 놓았다. 마스트는 방 하나밖에 없는 오두막집의 거의 끝까지 닿을 만큼 길었다. 오두막집은 이 지방에서 구아노라고 부르는 종려나무의 싹의 딱딱한 껍질로 지어져 있었다. 그 안에는 침대와 테이블, 의자 그리고 불을 피워서 음식을 끓이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튼튼한 섬유인 구아노 잎을 여러 장 겹쳐서 만든 갈색 벽에는 그림이 두 장 붙어 있었다. 하나는 색칠한 예수의 성심(聖心)상이고, 또 하나는 코브레의 성처녀였다. 그 어느 것이나 죽은 아내의 유품이었다. 전에는 그 벽에 고인 색이 바랜 사진이 걸려 있었으나 노인은 그것을 떼어 버렸다. 그것을 보고 쓸쓸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 싫어서였다. 지금 그것은 한쪽 구석 선반 위에 세탁해 둔 셔츠 밑에 놓여 있었다.
"무얼 드시겠어요?"
소년이 물었다.
"생선 밥이 있어. 너도 먹고 갈래?"
"아뇨, 나는 집에서 먹겠어요. 불을 지펴 드릴까요?"
"괜찮아, 조금 있다 내가 하지. 찬밥을 그대로 먹어도 돼."
"그럼 투망을 가져올까요?"
"그래라."
투망 같은 것은 없었다. 그것을 팔아버린 것을 소년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과 소년은 이 허구(날이나 세월 따위가 실속없이 '매우 오래임'을 나타낸 말)의 일을 매일같이 되풀이하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는 생선 섞인 밥도 없었다. 이런 것을 소년은 잘 알고 있었다.
"여든 다섯이란 좋은 수야."
하고 노인은 입을 열었다.
"어때, 내가 천 파운드 이상 가는 놈을 낚아오는 것을 보고 싶지?"
"투망을 치고 오겠어요. 정어리를 듬뿍 잡아올 테니 할아버지는 햇빛이나 쬐면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러지, 어제 신문이 있으니 야구 기사나 읽을까."
어제 신문이란 것도 꾸민 말인지 어떤지 소년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노인은 신문을 침대 밑에서 끄집어냈다.
'보데가에서 페리코가 졌어."
하고 노인이 설명했다.
"정어리를 잡으면 돌아오겠어요. 할아버지것이나 내것이나 다 얼음에 채워 두었다가 아침에 나누기로 하지요. 돌아오거든 야구 이야기나 들려 주세요."
"양키즈가 이기게 마련이지."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인디언즈가 있으니 마음 놓을 수 없어."
"양키즈를 믿으렴. 대(大)디마지오가 있지 않아."
"디트로이트의 타이거와 클리블랜드의 인디언즈가 걱정되는데요."
"정신 차려. 그러다간 신시내티와 레즈나 시카고의 화이트 삭스까지 염려가 될 판이구나."
"잘 연구해 놓았다가 제가 돌아오거든 이야기해 주세요."
"그건 그렇고, 끝이 85가 되는 복권을 사 두는 것이 좋지 않겠어? 내일은 여든 닷새만이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하고 소년이 대답했다.
"그러나 여든 이레라는 놀랄 만한 기록이 있지 않아요. 87이 좋지 않아요?"
"그런 건 두 번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니야. 넌 어디서 85의 복권을 살 수 있겠니?"
"살 수 있지요."
"한 장 부탁해. 2달러 반이야. 그런데 누구한테 꾼담?"
"문제 없어요. 2달러 반쯤은 언제든지 꿀 수 있어요."
"나도 꿀 수 있지. 그렇지만 난 꾸기는 싫어. 처음부터 꾸기 시작하면 다음에도 또 꾸게 되니까."
"할아버지, 몸을 따뜻이 해야 해요. 9월이니까"
"큰 고기가 걸리는 달이야. 9월이라면 누구든지 어부 행세를 할 수 있지."
"그러면 정어리를 잡으러 가겠어요."
소년이 돌아와 보니 노인은 의자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해는 이미 서산을 넘어 갔다. 소년은 헌 군용 담요를 가져다가는 의자 뒤에서 싸듯이 노인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이상한 어깨였다. 늙기는 했으나 아직도 힘이 있었다. 목덜미의 선도 여전히 팽팽해서 이렇게 잠들어 머리를 숙이고 있어도 주름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입은 셔츠는 온통 기워서 마치 돛과 같았다. 그것도 햇빛에 바래서 여러 가지 색으로 퇴색해 있었다. 머리는 역시 늙었고 눈을 감은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다. 무릎 위의 신문이 해거름의 미풍에 펄럭이고 있었으나 팔의 무게가 겨우 그것을 누르고 있었다. 맨발이었다.
번역 주장환 옮김(출처 : 윤병로 외 3인저 노벨문학교과서)
(중략)
바로 그 때, 낚싯줄을 지켜 보고 있노라니까 물 위에 나와 있던 초록색 막대기가 갑자기 쑥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옳지."
하고 그는 반색을 했다.
"됐어."
그리고는 배에 꽝하고 닿지 않도록 노를 살며시 노받이에 올려 놓았다. 팔을 뻗어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 사이에 살며시 줄을 잡았다. 켕기는 맛도 묵직한 맛도 없었다. 가볍게 줄을 잡고 있었다. 그러자 또 왔다. 이번에는 완전히 또는 묵직하게 당기지 않고 그저 한번 떠보는 듯한 정도였다. 노인은 그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백 길 물 속에서 마알린이 낚시끝과 곧은 부분에 덮여 있는 정어리를 먹고 있는 것이고, 손으로 벼리어서 만든 갈고리가 조그만 다랑어 머리에서 쑥 튀어나와 있는 것이었다.
노인은 왼손으로 낚싯줄을 가볍게 가만히 잡고는 막대기에서 벗기었다. 이제는 고기에게 아무런 힘을 느끼지 않게 하고서 손가락 사이로 낚싯줄을 풀어 내 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멀리 나왔고, 또 이런 계절이니만큼 반드시 굉장히 큰 고기임에 틀림 없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먹어라, 고기야, 먹어. 제발 좀 먹어라. 그 어두운 600피트나 되는 차디찬 물 속에서 너나 그 미끼나 얼마 싱싱하겠느냐? 어둠 속에서 어서 한 바퀴 다시 돌고 와서 먹어 보려무나.
그는 가볍고 미묘한 당기는 힘을 느꼈고, 다음 순간 낚시에서 아마도 정어리의 대가리를 뜯기가 힘든지 아까보다 좀더 힘있게 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 후에는 영 아무런 기별이 없었다.
"어서, 자."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 한 바퀴 더 돌라구, 어서. 냄새만 맡아 봐. 구수하지 않아? 자, 잘 먹어 보라구. 또 다랑어가 있잖은가? 단단하고 차고 맛있다니까. 부끄러워할 건 없다. 고기야. 어서 먹어 봐."
그는 낚싯줄을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 사이에 잡고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가 위로 헤엄쳐 올라올는지 내려갈는지 몰라서 동시에 다른 낚싯줄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다시 아까와 같이 가볍게 건드렸다.
"필경 물고야 말 테지."
노인은 또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하나님, 제발 좀 물게 해 주시오."
그러나 고기는 물어 주지 않았다. 어디론가 가 버리고 말았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가 버렸을 리가 없는데."
하고 노인은 중얼댔다.
"절대로 가 버렸을 리가 만무해. 필경 한 바퀴 돌고 있는 거야, 아마도 전에도 한번 걸린 일이 있어, 그 때 생각이 좀 나는 모양이지."
(중략)
고기는 꾸준히 움직이고, 그들은 잔잔한 바다 위를 천천히 나가고 있었다. 다른 미끼들은 아직도 그대로 물 속에 있었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 애만 있었으면 참 좋을 텐데."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이거 참 고기놈한테 끌려가고 있는 셈이로구나. 말뚝이 된 셈인가. 내가? 줄을 꼭 매 놓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고기놈이 끊어 버릴지도 모른다. 전력을 다해서 붙들고 있어야 한다. 그랬다가 줄을 당기면 풀어 주어야 한다. 저놈이 자꾸 옆으로만 달아나고 아래로 들어가지 않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저 놈이 밑으로 내려가려고 결심을 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나는 모르겠다. 갑자기 깊이 물 속으로 잠기어 죽게 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무슨 방도가 있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는 줄을 등에다 매고는 물 속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각도와 꾸준히 서북쪽으로 끌려가는 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러다가 죽고 말 테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언제까지나 이대로 배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네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고기는 여전히 배를 끌고 꾸준히 바다로 나가고 있었고, 노인은 아직도 줄을 등에 멘 채 버티고 있었다.
"저놈이 낚시에 걸린 게 오정 때였지. 그런데 지금까지 그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했으니."
김병철 번역 (출처 : 김용직 박민수 공저 대일도서 문학교과서)
(중략)
물을 마시고 난 다음부터는 기분이 퍽 좋아져서 다시는 기절할 것 같지 않았고, 머리도 맑게 개었다. 고기는 보기에도 천오백 파운드는 넘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혹시 더 될는지도 몰랐다. 내장 같은 것을 다 손질해 버리고 3분의 2만 팔게 된다 하고 파운드당 30센트를 받으면 전부 얼마나 될까?
"계산을 하려면 연필이 있어야겠는데."
하고 중얼댔다.
"아직 머리가 암산을 할 만큼 깨끗하지는 못하다. 그렇지만 조디마지오 선수도 오늘은 나를 훌륭하다고 생각할 게다. 나는 발목은 아프지 않다. 그렇지만 손과 등은 단단히 상했거든. "
도대체 발 뒤꿈치가 아프다는 병이 어떤 것일까 생각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병이 있는지도 모르지."
그는 고기를 뱃머리와 배의 뒤쪽과 배 가운데 가로 잡아 매었다. 원체 커서 훨씬 더 큰 배를 또 하나의 옆에 붙여 놓은 것 같았다. 그는 줄을 자르고 아무 지장도 없이 배를 달릴 수 있도록 입이 열리지 않게 아래턱을 부리에 잡아 매었다. 그리고 나서 돛대를 세우고 갈퀴대로 쓰려고 가지고 온 막대기와 돛 아래 장대를 써서 더덕더덕 기운 돛을 달고 배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는 배의 뒤쪽에 반쯤 드러누운 후 남서쪽으로 배를 달렸다.
그에게 남서쪽을 가리켜 주는 나침반이 필요 없었다. 무역풍의 방향과 돛이 풍기는 것만 보면 그만이었다. 짤막한 줄에 유침(誘針)을 달아 놓고 먹을 것을 무엇이든 잡아서 목을 축여야지. 그러나 유침은 보이지 않고 정어리도 다 상해 버렸다. 그래서 그는 지나가며 배 옆에 떠도는 해초를 갈퀴로 떠올려서 흔들었더니 그 안에 들어 있던 작은 새우들이 배 갑판에 떨어졌다. 십여 마리나 되어서 모래 벼룩 같이 팔딱팔딱 뛰었다. 노인은 엄지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으로 목을 비틀어 따고 껍질과 꼬리를 잘 씹어 모두 먹어 버렸다. 몸집은 극히 적지만 영양가 높고 맛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병에는 아직도 물이 두어 모금 남아 있었다. 노인은 새우를 먹고 나서 반 모금쯤 마셨다. 배는 옆구리에 그런 큰 고기를 달고 있는 데 비해서는 꽤 잘 달렸다. 그는 키의 손잡이를 팔 밑에 끼고 배를 몰았다. 고기는 똑똑히 잘 보였다. 이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꿈이 아니다. 이것을 알려면 손을 보고 뱃머리에 기대고 있는 등의 상처가 아픈 것을 보기만 하면 되었다. 한번은 고기를 잡기 좀전, 몹시 기분이 좋지 못할 때 이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다 고기가 물로 뛰어나와 떨어지기 전 공중에 움직이지 않고 걸려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이것은 분명히 기적이라고 생각되고 믿어지지를 않았었다. 그 때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눈도 전과 같이 잘 보였다.
이제는 고기가 있는 것이 분명했고 손과 등의 상처도 꿈이 아니었다. 손의 상처는 빨리 낫는다고 생각했다. 피는 나올대로 나와서 말라 붙었으니까. 짠물 때문에 곧 나올 것이다. 상처에는 깊은 바닷물이 최고의 약이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머리를 맑게 가지는 것 뿐이다. 손은 자기 할 일을 다했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잘 달리고 있다. 그 때 머리가 좀 아찔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저 놈이 지금 나를 끌고 들어가고 있는 것인가 또는 내가 저 놈을 끌고 가고 있는 것인가? 내가 저 놈을 뒤에 끌고 가고 있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고기와 배는 나란히 묶여서 달리고 있었다. 노인은 생각했다. 저 놈이 나를 끌고 가야만 기분이 좋다면 내가 끌려가 주지. 암만 그래도 내가 저 놈보다 술책이 위라는 점만으로도 내가 낫지 않느냐? 더욱이 저 놈이 내게 대해서 아무런 적의도 품고 있지 않으니.
그들은 아무일 없이 순조롭게 달렸다. 노인은 손을 짠 물에 적시고 머리를 맑게 하려고 애를 썼다. 하늘에는 높은 송이 구름들이 떠 있고 그 위에 덩굴 구름들도 많이 떠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밤새도록 바람이 불어 줄 것임이 틀림없었다. 노인은 수시로 고기를 바라보았다. 꿈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최초로 상어가 덤벼든 것은 그 뒤 한 시간쯤 후였다.
조신권 옮김(출처 : 남미영 외 4인저 동아서적 문학교과서)
(중략)
상어가 나타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 검은 구름 같은 피가 가라앉으며 1마일 깊이의 바닷속으로 흩어져 버렸을 때, 이미 깊은 바다 속에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워낙 급속도로 오라 온데다 전혀 정신 없이 올라왔지 때문에 단숨에 푸른 해면을 뚫고 햇빛 속으로 솟아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냄새를 주워 맡고 배와 고기가 간 길을 따라왔던 것이다.
간혹 냄새를 놓치곤 했다. 그러나 다시 냄새를 찾아내든지 그 흔적이라도 찾아내어 전속력으로 달려오곤 했다. 굉장히 큰 주둥이가 뾰족한 마코상어로 바다에서는 제일 빨리 달릴 수 있는 몸집을 하고 있었다. 주둥이를 제외하고는 몸 전체가 퍽 아름다웠다. 등은 황새치 등처럼 푸르고, 배는 은빛이고, 껍질이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빨리 헤엄쳐 나갈 때면 턱을 꽉 다무는 거대한 주둥이 이외에는 일반 황새치와 생김새다 같았다. 해면 바로 밑 물속을 높은 등지느러미를 조금도 흔들지 않은 채 칼처럼 물을 베고 나간다. 꽉 닫힌 2중 입술을 한 턱 안에는 이가 여덟 줄, 안쪽으로 비스듬히 나 있었다. 이 종류는 보통 상어의 이빨처럼 피라밋의 보통 이빨이 아니다. 새 발톱처럼, 사람 손가락을 오그렸을 때의 모양과 흡사했다. 거의 노인의 손가락 길이만하고 양쪽이 면도칼처럼 날카로웠다. 바다에 있는 어떠한 고기든 모두 잡아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놈이고 속력이 빠르고 힘이 세고 무기가 우수하기 때문에 적이 없었다. 그놈이 지금보다 신선한 냄새를 맡으면서 그 푸른 등지느러미로 물을 가르며 있는 속력을 다해서 쫓아오고 있었다.
노인은 그놈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겁이라곤 모르고, 자기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상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작살을 준비하고 상어가 다가 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작살에다 밧줄을 단단히 비끄러맸다. 줄은 고기를 배에 매느라고, 끊어서 썼기 때문에 좀 짧았다.
노인의 머리는 이제 맑게 개고, 그는 전신에 굳은 결의가 넘쳐 있었지만 희망은 별로 없었다. 좋은 일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상어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큰 고기를 한 번 힐끔 바라보았다. 차라리 꿈이라면 좋았을 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상어가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놈을 잡을 수는 있을지 모른다. 덴투소란 놈이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 망할 놈의 자식 같으니.
상어는 날쌔게 고물로 다가와서 고기를 공격했는데, 노인은 그 때 그 커다랗게 벌린 입과 그의 괴상한 두 눈을 보았고, 고기의 꼬리 바로 위의 살을 짤깍 소리를 내면서 그놈의 이빨이 물어 뜯는 것을 보았다. 그는 피 묻은 손으로 작살을 들고서 있는 힘을 다하여 골통을 내리 찔렀다. 희망은 없으나 단호한 결의와 철저한 악의로 노인은 상어를 찔렀던 것이다.
상어는 몸을 한 번 뒤쳤고, 노인은 그 눈에 생기가 없는 것을 알았으나 그래도 상어는 한 번 더 뒤치면서 줄로 제 몸을 두 번이나 휘감았다. 노인은 죽은 것을 알았으나, 상어는 그것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러자 상어는 뒤로 뒤집힌 채 꼬리를 물로 후려지고 주둥이를 짤깍거리면서 마치 스피드 보드처럼 물결을 헤치며 달려 나갔다. 꼬리를 치는 수면은 하얗게 물방울이 튀었고 몸뚱이의 4분의 3이 완전히 물 밖으로 드러나 보일 그 때, 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부르르 떨더니 그만 줄이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상어는 잠시 수면에 조용히 떠 있었고, 노인은 그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런 다음 천천히 가라앉고 말았다. |
"약 40파운드는 떼어갔는데."
하고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내 작살이랑 줄도 몽땅 가져갔지,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고기에서는 피가 흐르니 그 냄새를 맡고 다른 놈들이 몰려 오겠지.
그는 고기가 이미 병신이 된 이상 더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기가 물어 뜯길 때 그는 마치 자기 살이 뜯기는 것처럼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고기를 공격한 상어를 죽였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보던 중 가장 큰 덴투소놈이었다. 내가 큰 놈을 많이 보아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너무 좋은 일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기를 낚는 일도 없고, 침대 위에 신문지를 깔고 홀로 누워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하고 그는 중얼댔다.
"인간은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조신권 옮김 (출처 : 남미영 외 4인저 동아서적 문학교과서)
(중략)
그래도 고기를 죽였으니 참 미안하게 되었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자, 이제부터 시련이 닥쳐 오는데, 작살마저 없어졌으니, 덴투소란 놈은 잔인하고 유능하고 힘이 세고 영리한 놈이야. 그렇지만 머리야 나한테 못 당하지. 아마 안 그럴지도 몰라,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아마 내가 저놈보다 무장이 잘 되어 있었다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생각은 그만둬, 늙은이."
하고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이대로의 방향으로 나가다가 상어놈이 오면 맞서 봐."
그러나 생각해야 한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내게 남은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으니. 그 생각과 야구 생각뿐이다. 그 위대한 디마지오가 내가 상어 골통을 후려갈긴 솜씨를 봤으면 통쾌하게 생각했을까? 별로 대단한 솜씨는 아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거야. 그러나 내 손이 발뒤꿈치 신경통 정도의 불리한 조건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헤엄치다가 색가오리란 놈을 발로 밟아서 그놈한테 내 발뒤꿈치를 찔려, 다리가 마비되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을 때 이외엔 발뒤꿈치에 고장이 난 적은 없다.
"뭐 좀 신나는 일을 생각해 봐야 하찮은가, 늙은이야."
하고 그는 중얼댔다.
"이제 시시각각으로 집이 가까워 온다. 40파운드나 짐을 덜었으니 그만큼 가볍게 달릴 수 있지 않은가?"
그는 배가 조류 안쪽에 도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공식처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냐, 있지."
하고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내 칼을 노의 손잡이에다 비끄러매면 되지."
그래서 그는 겨드랑이에 키 손잡이를 끼고 돛자락을 바로 밟고 그 일을 했다.
"자, 나는 여전히 늙은이지만 무방비 상태는 아니다."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이제 미풍이 다시 불어서 배는 잘 달렸다. 그는 고기의 앞쪽만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고 희망이 다소 되솟아 오는 것 같았다.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짓이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죄라고 나는 생각한다. 죄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라. 지금은 죄 아니고도 얼마든지 문제거리가 있다. 또 나는 죄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나는 죄가 무엇인지는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내가 죄라는 것을 믿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아마 고기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될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또 여러 사람을 먹이기 위해서 한 일이지만 역시 죄는 죄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죄 아닌 것이 없다. 죄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고, 또 돈을 받고 그런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은 그 사람들보고 하라면 된다. 고기가 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너는 어부가 되려고 태어난 거야. (양병택 옮김)
성베드로도 어부였다. 대 디마지오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노인은 자기가 관계될 일에 대해선 이것 저것 생각을 하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읽을 거리도 없고 라디오도 없었으나 생각하는 것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는 죄에 대해서 아직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네가 물고기를 죽은 것은 단지 살기 위해서도 아니다. 식량으로 팔기 위해서도 아니다. 너는 긍지를 갖고 물고기를 죽은 거다. 어부이기 때문에 죽인 것이다. 너는 고기가 살았을 때, 아니 죽어서까지도 그것을 사랑하고 있다. 만일 네가 사랑하고 있다면 죽었다고 해도 죄는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더욱 죄가 무거울까. 그건?'
"좋아, 영감. 자넨 너무 생각을 하단 말이야."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너는 덴투소를 죽일 때 아주 좋아 했었지.' 노인은 또 생각을 계속했다. '그놈은 너와 마찬가지로 산 물고기를 먹고 살아가는 거다. 썩은 고기를 뒤져서 먹고 다니는 비렁뱅이가 아니야. 또 어떤 종류의 상어처럼 탐욕스런 식욕에 환장한 놈도 아니야. 그 놈은 아름답고 당당했으며 무서운 것을 모르는 강자였다.'
"하지만 나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놈을 죽였다."
하고 노인은 큰 소리로 되받아 넘겼다.
"잘했어."
'게다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세상 만물 모두가 뭔가 다른 것을 죽이며 살고 있지 않은가.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나를 살리는 일이지만, 동시에 나를 죽이기도 한다. 아니다, 그 애가 내 생계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야.' 하고 노인은 생각을 고쳐 먹었다. 너무 자신을 속여서는 안된다.
노인은 뱃전에서 고기 쪽으로 손을 뻗쳐 아까 상어가 물어뜯은 나머지를 잡아 뜯었다. 씹어 보고야 비로소 가치를 알았다. 아주 맛이 좋았다. 살이 쫄깃쫄깃하고 게다가 물이 많았다. 쇠고기 맛 같았다. 그러나 벌겋지는 않았다. 심줄이 또한 전혀 없었다. 시장에 내다 팔면 최고 값으로 팔릴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물 속에 번진 냄새를 없애는 방법이 없다. 최악의 사태가 다가오고 있음을 노인은 알고 있었다.
바람은 꾸준히 불고 있었다. 조금 북동쪽으로 기울었다. 이대로라면 바람은 멀지 않는다는 것을 노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앞쪽을 바라봤다. 배 모습 하나, 돛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기선의 연기조차 보이질 않았다. 이틀께를 날아다니는 날치와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해초의 누런 무더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섬의 그림자조차 안 보였다.
김종운 옮김(출처 : 구인환, 김흥규 공저 한샘 문학교과서)
(후략)
요점 정리
작자 :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갈래 : 중편 소설
구성 : 단일 구성
성격 : 의지적, 상징적, 도전적, 사실주의적, 실존적
배경 : 멕시코 만류가 흐르는 바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 간결하고 힘차며 상징적이고, 사실적인 문체
경향 : 경험 중심적
제재 : 늙은 어부의 고기잡이
주제 : 운명의 험난함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 삶은 덧없으며, 이 세상살이에 괴로움이 반복됨을 드러내고 있다. 절대 고독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 현실의 고난에 맞서 싸우는 불요불굴의 정신
의의 : 바다 한 가운데에서의 외로움과 절대 고독에 맞서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노인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고래와 상어와의 싸움의 과정에서 노인이 보여 주는 의지적인 모습이 감동을 준다. 황폐하고 불모지 같은 현실에서 올바른 삶의 방향에 대해 탐구하였고, 패배를 모르는 한 노인의 삶을 독백체로 표현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에서 인간은 상어로 상징되는 죽음에 의하여 패배하지만, 용기와 자기극복(自己克服)으로 과감하게 죽음과 대결하는 데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헤밍웨이 나름의 실존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그의 간결하고 힘찬 문체는 이 작품에서 극치를 이루고 있다. 1958년 영화화되었다.
줄거리 :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늙은 어부 샌디에고는 계속해서 84일 간이나 고기를 잡지 못한다. 처음 40일에는 한 소년이 같이 있었다. 그러나 40일 동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자, 소년은 부모의 명령으로 다른 배를 타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어부로서 그의 운이 다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소년은 노인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노인은 소년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85일째 되던 날 18척이나 되는 큰 고기를 만나 사흘 간의 싸움 끝에 고기를 잡으나 항구로 돌아오는 도중 상어 떼를 만나 물고기는 그만 뼈만 남게 된다. 고기를 잡고 항구로 돌아오는 바다에서의 며칠 생활은 이 소설의 압권이다. 고기는 뼈만 남아 있었지만 노인은 자기의 패배에 대해 만족해한다. 소년과 다른 사람들은 그 고기 뼈만 보고, 그 크기에 모두가 놀란다. 집에 돌아온 노인은 잠 속에서 사자 꿈을 꾼다.
줄거리1 :
샌디에고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단신으로 고기잡이 하는 노인. 84일 동안을 고기 한 마리 못 잡고 허송했다. 처음 40일에는 한 소년이 같이 있었다. 그러나 40일 동안 고기 한 마리 못 잡자, 소년은 부모의 명령으로 다른 배를 타게 되었다.
어느 날, 노인은 홀로 바다 한 가운데 나가 커다란 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고기가 워낙 커서 하룻밤과 하루낮을 노인의 배는 고기한테 끌려 다녔다. 죽을 힘을 다해 싸워 두 번째 밤이 밝을 무렵 겨우 그 고기를 끌어 올려 배에 붙들어 메었다. 노인은 천천히 귀로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어 때의 습격을 받게 되었다. 노인은 노 끝에 칼을 잡아매어 상어와 싸웠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구에 돌아와 보니 그 고기는 뼈만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노인은 자기의 패배에 대하여 만족하였다.
그는 돛대를 내리고 돛을 감아서 묶었다. 그리고는 돛대를 어깨에 메고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꼭대기까지 와서는 넘어져서 돛대를 어깨에 멘채 한동안 누워 있었다. 판잣집 안에 들어오자 그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잤다. 소년과 다른 사람들은 그 고기를 보고, 그 크기에 모두가 놀랐다.
한참 뒤, 노인은 잠에서 깨어 소년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또다시 얼굴을 침대에 대고 잠이 들어 버렸다. 소년이 곁에 앉아서 노인을 지켜 보고 있었다. 다시 잠든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줄거리2 :
노인은 멕시코 만류에 조각배를 띄우고 혼자 고기를 잡으며 사는 노인이다. 고기 마리도 못 잡은 날이 84일 동안이나 계속됐다. 처음 40일은 한 소년이 같이 있었다. 그러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날이 40일이나 계속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은 이제 완전히 '살라오'(최악의 사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소년은 부모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서 다른 배로 옮겨 탔고, 그 배는 고기잡이를 나가 첫 주에 큼직한 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그러나 노인은 여전히 빈 배로 돌아왔다. 그것이 소년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소년은 늘 노인을 마중 나가서 노인이 사린 낚시줄이랑 갈퀴랑 작살이랑 돛 등을 챙기는 일을 도와주었다. 돛은 밀가루 부대로 여기저기 기워서 만든 것이다. 소년은 다시 노인과 같이 고기를 잡으려고 하지만 노인은 소년이 탄 배에 운이 틔여 있다며 그 배에 계속 있게 한다. 소년은 노인에게 테라스에서 맥주를 산다. 다른 어부들은 노인이 84일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 하자 그걸로 노인을 놀려댔다. 그러나 노인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점잖게 고기를 잡으며 경험한 여러 가지 일을 이야기했다. 소년은 노인과 같이 고기를 잡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 하며 노인을 위해 정어리를 구해 온다고 한다. 처음엔 네 마리를 구해 온다고 하지만 결국 두 마리만 구해 온다. 노인과 소년은 선구를 집어서 자신의 판자집으로 옮겼다. 아무도 노인의 것을 훔치려 하진 않지만 밤이슬과 만약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지고 올라가는 것이다.
방 안에는 아내의 유품인 예수의 상과 코브레의 성모 마리아 상을 채색한 그림이 걸려 있다. 전에는 아내의 빛 바랜 사진이 걸려 있었으나, 그것을 볼 때마다 너무 울적해져서 노인은 구석 선반 위, 빨아 놓은 내의 밑에 두었다. 둘은 야구를 좋아했다. 둘은 야구 애기를 했다. 노인과 소년은 양키즈의 디마조를 좋아했다. 소년은 타이거즈팀과 인지언즈 팀을 겁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팀이 양키즈를 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과 노인은 애기를 나누다가 소년이 정어리를 잡으러 나갔다. 소년이 다시 돌아 왔을 때는 노인은 의자에 잠들어 있었고 해는 이미 진 후였다. 한참을 그대로 지켜 본 소년은 노인을 깨웠다. 소년은 주인인 마틴이 준 컴정콩밥과 바나나 프라이, 스튜를 노인과 나눠 먹기 위해 가지고 왔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야구이야기를 했다. 그리곤 내일 고기잡이를 위해서 잠을 잤다.
잠에서 노인은 꿈을 꿨다. 아프리카의 해변과 사자들 꿈...노인은 잠에 깨어 소년을 깨우기 위해 소년의 집으로 갔다. 어부들을 위해 일찍 문을 여는 음식점으로 가 그들은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소년이 가져오는 정어리를 받아서 노인은 바닷가로 나갔다. 노인은 새의 움직임을 보고 가서 십 파운드나 되는 다랑어를 잡았다. 정말 엄청나게 큰 고기가 물렸다. 그 고기는 미끼를 입에 물고 날이 밝도록 계속 북을 향해 4시간 이상을 달려갔다. 끌려가는 도중에 노인은 물을 마시고 용변을 보고 갑자기 소년이 생각이 났다. 그리곤 소년이 옆에 있어주면 좋았을 텐데..하며 소년을 생각한다.
노인은 새와 이야기를 한다. 마치, 사람과 이야기를 하듯이 그렇게 새와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고기가 잡아 끄는 바람에 노인은 손을 다쳤다. 그리고 노인의 유일한 벗인 새는 날아 가 버렸다. 한참을 가던 고기의 속력이 조금 준 것을 노인은 느꼈다. 미풍이 불어 고기의 몸을 그 때 노인은 처음 보게 되었다. 자신의 배보다 더 큰 고기였다. 이틀이 지나면서 노인은 지쳤다. 하지만 고기는 도저히 멈출 기세가 아니 였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는 노인도 아니 였다. 그리곤 끝내 고기를 잡았다.
배와 나란히 묶고 항진을 하였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에 노인은 상어의 습격을 받았다. 상어는, 고기를 뜯어 먹었다. 그러나 노인은 "사람은 죽음을 당하지만 지지는 않는다"라고 하며 2마리의 상어와 싸워 이긴다. 그러나 고기는 반 이상 뜯겨 버렸다. 그는 다시 항구로 돌아와 캄캄한 밤에 혼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아침, 소년이 올 때까지 노인은 잠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항구로 가서 노인이 잡아 온 고기의 뼈를 구경하고 있었다. 다들 고기의 크기에 감탄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윽고 노인이 일어나자 소년은 노인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소년은 이제 자신과 함께 바다에 나가자고 한다. 그리고 노인을 위해 손에 바를 약과 음식과 신문, 깨끗한 셔츠를 가지로 내려가며 소년은 하염없이 울었다. 노인은 다시 잠이 들었고 소년이 옆에서 그를 지켜 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줄거리3 : 샌디에고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하는 노인이다. 84일 동안을 고기 한 마리도 못 잡고 허송한다. 처음 40일 동안은 한 소년이 같이 있었으나 80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못 잡자 소년은 부모의 명령으로 다른 배를 타게 된다. 어느 날, 노인은 홀로 바다 한 가운데 나가 커다란 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고기가 워낙 커서 하룻밤과 하루 낮을 노인과 배는 고기한테 끌려 다녔다. 죽을 힘을 다해 싸워 두 번째 밤이 밝을 무렵 마침내 고기를 끌어 올려 배에 붙들어 맸다. 노인은 귀로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어 떼의 습격을 받게 된다. 노인은 노 끝에 칼을 매어 상어와 싸운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구에 돌아와 보니 고기는 뼈만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노인은 자기의 패배에 대하여 만족한다. 판잣집에 들어온 노인은 잠을 청한다. 소년과 마을 사람들은 고기를 보고 그 크기에 모두가 놀란다. 한참 뒤 잠에서 깨어난 노인은 소년과 대화를 나누고는 다시 잠이 든다. 소년이 곁에 앉아서 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든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내용 연구
<전략>
상어가 나타난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니었다. 그 검은 구름 같은 피가 가라앉으며 1마일 깊이의 바다속으로 흩어져 버렸을 때, 이미 깊은 바다 속에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워낙 급속도로 올라 온데다 전혀 정신 없이 올라왔기 때문에 단숨에 푸른 해면을 뚫고 햇빛 속으로 솟아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냄새를 주워 맡고 배와 고기가 간 길을 따라왔던 것이다.[바다와 상어의 상직적 의미 : '바다'는 삶의 현실에서 겪는 시련이 고통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노인은 어부로서 바다 위에서 고기를 잡는다. 이러한 행위는 노인에게는 인생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 고기는 노인의 것이 되지 못한다. 상어의 공격으로 고기를 거의 대부분 빼앗기고 말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시련이요 고통이다. 그러나 노인은 삶의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시련에 맞서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치열한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간혹 냄새를 놓치곤 했다. 그러나 다시 냄새를 찾아내든지 그 흔적이라도 찾아내어 전속력으로 달려오곤 했다. 굉장히 큰 주둥이가 뾰족한 마코상어로 바다에서는 제일 빨리 달릴 수 있는 몸집을 하고 있었다. 주둥이를 제외하고는 몸 전체가 퍽 아름다웠다. 등은 황새치 등처럼 푸르고, 배는 은빛이고, 껍질이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빨리 헤엄쳐 나갈 때면 턱을 꽉 다무는 거대한 주둥이 이외에는 일반 황새치와 생김새가 같았다. 해면 바로 밑 물속을 높은 등지느러미를 조금도 흔들지 않은 채 칼처럼 물을 베고 나간다. 꽉 닫힌 이중 입술을 한 턱 안에는 이가 여덟 줄, 안쪽으로 비스듬히 나 있었다. 이 종류는 보통 상어의 이빨처럼 피라밋의 보통 이빨이 아니다. 새 발톱처럼, 사람 손가락을 오그렸을 때의 모양과 흡사했다. 거의 노인의 손가락 길이만하고 양쪽이 면도칼처럼 날카로웠다. 바다에 있는 어떠한 고기든 모두 잡아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놈이고 속력이 빠르고 힘이 세고 무기가 우수하기 때문에 적이 없었다. 그놈이 지금보다 신선한 냄새를 맡으면서 그 푸른 등지느러미로 물을 가르며 있는 속력을 다해서 쫓아오고 있었다.
노인은 그놈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겁이라곤 모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상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작살을 준비하고 상어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작살에다 밧줄을 단단히 비끄러맸다[붙잡아 맸다.]. 줄은 고기를 배에 매느라고 끊어서 썼기 때문에 좀 짧았다.
노인의 머리는 이제 맑게 개고, 그는 전신에 굳은 결의가 넘쳐 있었지만 희망은 별로 없었다.[전신에 굳은 결의가 ~ 희망은 별로 없었다. / 상어를 잡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다졌지만, 고기를 지킬 희망은 별로 없었다.] 좋은 일은 오래 가지 않는 법[호사다마(好事多魔) : 좋은 일에는 흔히 방해되는 일이 많음. 또는 그런 일이 많이 생김]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상어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큰 고기를 한 번 힐끔 바라보았다. 차라리 꿈이라면 좋았을 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상어가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놈을 잡을 수는 있을지 모른다. 덴투소란 놈이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 망할 놈의 자식 같으니.
상어는 날쌔게 고물로 다가와서 고기를 공격했는데, 노인은 그때 그 커다랗게 벌린 입과 그의 괴상한 두 눈을 보았고, 고기의 꼬리 바로 위의 살을 짤깍 소리를 내면서 그놈의 이빨이 물어 뜯는 것을 보았다. 상어는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았고, 등도 내밀고 있었으며, 큰 고기의 가죽과 살이 물어 뜯기는 소리가 들려 왔을 때, 노인은 상어의 머리와 두 눈 사이에 있는 선과 코 바로 뒤에서 똑바로 올라간 선이 교차하는 점을 향해서 작살을 내려 꽂았다. 사실은 상어 머리에 그런 선 같은 것들이 보일 리 없었다. 그저 육중하고도 날카로운 푸른 머리와 커다란 두 눈과 짤깍거리면서 무엇이든지 잡아 삼키는 불쑥 나온 주둥이가 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거기가 상어의 골이 있는 위치였으며, 노인은 바로 그곳을 내리찔렀던 것이다. 그는 피 묻은 손으로 작살을 들고서 있는 힘을 다하여 골통을 내리찔렀다. 희망은 없으나 단호한 결의와 철저한 악의로 노인은 상어를 찔렀던 것이다.
상어는 몸을 한 번 휙 뒤쳤고, 노인은 그 눈에 생기가 없는 것을 알았으나, 그래도 상어는 한 번 더 뒤치면서 줄로 제 몸을 두 번이나 휘감았다. 노인은 죽은 것을 알았으나, 상어는 그것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았다[상어는 ~ 들지 않았다. / 작살을 맞아 죽음을 목전에 둔 상어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표현한 구절이다.]. 그러자 상어는 뒤로 뒤집힌 채 꼬리로 물을 후려치고 주둥이를 짤깍거리면서 마치 스피드 보트처럼 물결을 헤치며 달려 나갔다. 꼬리를 치는 수면은 하얗게 물방울이 튀었고 몸뚱이의 4분의 3이 완전히 물 밖으로 드러나 보일 그 때, 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부르르 떨더니 그만 줄이 끊어져버리고 말았다. 상어는 잠시 수면에 조용히 떠 있었고, 노인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다음 천천히 가라앉고 말았다.
“약 40파운드[영국의 무게의 단위. 1파운드는 453.6 그람]는 떼어갔는데.”
하고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내 작살이랑 줄도 몽땅 가져갔지,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고기에서는 피가 흐르니 그 냄새를 맡고 다른 놈들이 몰려 오겠지.
그는 고기가 이미 병신이 된 이상 더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기가 물어 뜯길 때 그는 마치 자기 살이 뜯기는 것처럼 느꼈던 것이다[그는 마치 ~ 느꼈던 것이다. /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잡은 고기를 상어에게 뜯기자 노인은 스스로의 의지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나는 내 고기를 공격한 상어를 죽였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상어에게 자신이 잡은 고기를 뜯어 먹히자 스스로를 위로하는 노인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내가 보던 중 가장 큰 덴투소놈이었다. 내가 큰 놈을 많이 보아 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너무 좋은 일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기를 낚은 일도 없고, 침대 위에 신문지를 깔고 홀로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강한 확신의 표현이다.]
하고 그는 중얼댔다.
“인간은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불굴의 의지를 강조하는 말]
그래도 고기를 죽였으니 참 미안하게 되었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자, 이제부터 시련이 닥쳐오는데, 작살마저 없어졌으니, 덴투소란 놈은 잔인하고 유능하고 힘이 세고 영리한 놈이야. 그렇지만 머리야 나한테 못 당하지. 아마 안 그럴지도 몰라,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아마 내가 저놈보다 무장이 잘 되어 있었다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생각은 그만둬, 늙은이.”
하고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이대로의 방향으로 나가다가 상어놈이 오면 맞서 봐.”
그러나 생각해야 한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내게 남은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으니. 그 생각과 야구 생각뿐이야. 그 위대한 디마지오가 내가 상어 골통을 후려갈긴 솜씨를 봤으면 통쾌하게 생각했을까? 별로 대단한 솜씨는 아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그 위대한 디마지오가 ~ 그는 생각했다. / 미국의 야구 영웅 조 디마지오와 대비하며 자신의 작살 솜씨를 가늠하는 대목이다.]. 그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거야. 그러나 내 손이 발뒤꿈치 신경통 정도의 불리한 조건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헤엄치다가 색가오리란 놈을 발로 밟아서 그놈한테 내 발뒤꿈치를 찔려, 다리가 마비되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을 때 이외엔 발뒤꿈치에 고장이 난 적은 없다.
“뭐 좀 신나는 일을 생각해 봐야 하잖은가, 늙은이야.”
하고 그는 중얼댔다.
“이제 시시 각각으로 집이 가까워 온다. 40파운드나 짐을 덜었으니 그만큼 가볍게 달릴 수 있지 않은가?”
그는 배가 조류 안쪽에 도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공식처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찌할 도리가 없단다.
“아냐, 있지.”
하고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내 칼을 노의 손잡이에다 비끄러매면 되지.”
그래서 그는 겨드랑이에 키 손잡이를 끼고 돛자락을 발로 밟고 그 일을 했다.
“자, 나는 여전히 늙은이지만 무방비 상태는 아니다.”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이제 미풍[(微風) : 솔솔 부는 바람]이 다시 불어서 배는 잘 달렸다. 그는 고기의 앞쪽만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고 희망이 다소 되솟아 오는 것 같았다.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짓이야[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여주는 말로 ' 인간은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는 두 마디의 말은 노인의 바다 위에서 벌인 사투와 그 과정에서 보여 준 노인의 태도를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동시에 독자들의 가슴에 감명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말이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죄라고 나는 생각한다.[그건 죄라고 나는 생각한다. /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죄라고 생각한다.] 죄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라. 지금은 죄 아니고도 얼마든지 문젯거리가 있다. 또 나는 죄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나는 죄가 무엇인지는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내가 죄라는 것을 믿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아마 고기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될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또 여러 사람을 먹이기 위해서 한 일이지만 역시 죄는 죄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죄 아닌 것이 없다. 죄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고, 또 돈을 받고 그런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은 그 사람들보고 하라면 된다. 고기가 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너는 어부가 되려고 태어난 거야.[고기가 고기로 ~ 너는 어부가 되려고 태어난 거야. / 상어와 맞서 싸우는 가운데 존재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진 표현이다.]
<하략> 양병택 옮김(블랙박스 문학교과서)
지금 노인의 머리는 아주 맑았다. 온몸에 굳은 결의가 넘쳤다. 그러나 희망은 별로 없었다. (암담한 현실의 분위기를 표현한 문장)'원래 좋은 일이란 오래 계속되는 것이 아니거든' 하고 그는 생각했다. 상어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비끄러맨 고기 쪽을 흘끗 쳐다봤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걸. 저놈이 단념하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어쨌든 해치워 보자. 이 덴투소 이 망할 놈 같으니라고!'
상어는 어느새 고물에 다가왔다. 그 상어를 찔렀을 때 노인의 눈에는 딱 벌린 그놈의 입이 보였다. 눈앞에 소름이 끼치게 번쩍거렸다. 대어의 꼬리께의 살을 물었을 때 그 이빨이 철꺽 하는 소리를 내었다. 상어는 물 위로 대가리를 내밀고 다시 등가지 드러내고 습격해 왔다. 노인이 그 대갈통을 향해 두 눈을 잇는 선과, 코에서 등으로 벋친 선이 교차되는 한 지점에 작살 끝을 찔렀을 때, 상어의 살가죽과 살이 찢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은 상어 머리에 그러한 선이 있을 턱이 없다. 단지 야무진 푸른 대가리와 큰 눈알 그리고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불쑥 나온 주둥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밑에 골통이 있다. 노인은 실수 없이 그곳을 지른 것이다. 피묻은 손에 작살을 잡고 온 힘을 다해서 내리 찔렀다. 희망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있는 것은 오직 결의와 그리고 순전한 적의뿐이었다[상어를 잡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다졌지만, 고기를 지킬 희망은 별로 없었다.]. - 상어의 출현과 노인의 공격
상어는 부르르 전신을 떨었다. 그 눈이 벌써 산 것이 아님을 노인은 곧 알 수 있었다. 상어가 다시 한번 몸을 뒤채는 바람에 줄로 두 번이나 제 몸뚱이를 휘감았다. '곤란하구나'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상어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작살을 맞아 죽음을 목전에 둔 상어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표현한 구절]. 벌렁 배를 내 보이고는 꼬리로 물을 차며 찔꺽찔꺽 턱소리를 내면서 쾌속정처럼 파도를 차고 수면을 미끄러져 나갔다. 그 뒤로 흰 빛의 물방울이 튀었다. 전신의 4분의 3은 물 위로 나왔고 줄이 상어에 끌려서 흔들렸다. 엇 하는 순간에 노인은 줄을 빼앗겨 버렸다. 상어는 잠시 해면에 떠 있었다. 노인은 상어를 지그시 바라봤다.
이윽고 상어는 흔들흔들 가라앉아 버렸다. - 상어의 죽음
"그놈, 40 파운드쯤은 훔쳐 갔구나."
노인(노인에 대한 설명은 불안하지만 패배하지 않는 인물, 자신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물, 강인한 의지를 소유한 인물, 늙었지만 무기력하지 않은 인물)은 큰 소리로 말했다. 게다가 작살과 밧줄을 통째로 뺏아가 버렸다.
내 고기에서 또 피가 흘렀다. 그것이 또 다른 상어를 부를 것이다.(일인칭 시점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작가와 주인공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게 느껴진다)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한 암시가 있는 부분 - 또 다른 상어의 출현을 예감하며 불안해하는 노인
덴투소 : 상어의 일종으로 이빨이 고르지 않음.
고물 : 배의 뒤쪽이 되는 부분
골통 : 머리
결의 : 뜻을 정하여 굳게 먹음.
적의 : 적대시하는 마음
쾌속정 : 속도가 썩 빠른 배
해면 : 바닷물의 겉쪽
작살 : 물고기를 찔러 잡는 기구
<이 지문은 고기를 잡고 돌아가던 노인이 피 냄새를 맡고 뒤쫓아온 상어 떼와 벌이는 처절한 싸움의 시작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사건의 긴박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글은 바다의 정온한 분위기와 대조되는 상어의 상징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상어와 맞서 싸우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는 이상적 인간상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희망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라는 말에서 노인이 직면한 암담한 현실의 분위기가 드러난다. 그러나 노인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그가 직면한 상황을 극복해 내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며 힘들여 얻은 고기를 가로채 가려는 상어에 대해 '적의'를 느낀다. 이 부분은 노인의 불요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는 부분이며, 동시에 작품의 주제를 환기시켜 주는 부분에 해당한다. 마지막 문장은 피 냄새를 맡고 상어 떼가 다시 몰려올 것이라는 복선으로, 상어 떼와의 싸움이 얼마 후 계속 되리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노인은 이미 병신이 된 고기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고기가 먹힐 때 그는 자신의 살이 도려내지는 듯이 괴로웠다.(노인이 고기에게 동등자 또는 형제로서의 사랑을 느끼고 있음) 지만 나는 내 귀중한 고기의 보복으로 상어놈을 죽여버렸다고 생각했다[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잡은 고기를 상어에게 뜯기자 노인은 스스로의 의지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망할 것, 이제까지 보지도 못했던 큼직한 덴투소였다. 큰 놈이라면 많이 보아온 것은 사실이다. '좋은 일이란 오래 계속되는 것이 아니야[호사다마(好事多魔)]'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이것이 꿈이라면 좋으련만' 이제 와선 그렇게 생각했다. '고기 같은 건 낚지도 말고, 그리고 혼자 침대에서 신문이나 뒤적이며 뒹굴고 있는 편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 상어에게 뜯긴 자신의 고기를 보고 괴로워하는 노인(바다에 나온 것을 후회함.)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강한 확신의 표현이다.]."하고 그는 소리를 내어 말했다. "그야 인간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지는 않는다.(주제문)" '그렇지만 나도 아까운 내 일을 했어. 나는 물고기를 죽였단 말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그게 문제는 아니다. 넌 궁지에 몰려 있는 거다. 그렇다. 이젠 작살도 없다. 덴투소는 잔인하고 빈틈없는 놈이다. 게다가 힘이 세고 영리한 놈이다. 그러나 그놈보다야 내가 영리했지. 아니야,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야.' 하고 그는 다시 생각했다. '단지 내편이 약간 무기를 갖고 있었다는 것뿐이겠지.' "영감, 이젠 더 생각 말자."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 노인의 강인한 정신력(상어와의 싸움 회상)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나 있음(낙담에서 결의에 찬 의지로 변하여 분위기가 반전됨)
"곧바로 배를 달리기만 하면 돼. 오면 그때 처리할 거구." '그러나 나는 생각지 않고는 배기지 못한다. 아니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그것뿐이다. 그리고 또 야구가 있군. 야구 말이 났으니 말이지, 대디 마지오는 내가 상어 골통을 내려친 그 훌륭한 솜씨를 인정해 줄 건가?[미국의 야구 영웅 조 디마지오와 대비하며 자신의 작살 솜씨를 가늠하는 대목] 물론 자랑할 것은 못 된다. 그런 것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잇다. 하지만 당신은 내 손이 당신의 뒷꿈치의 아픔과 맘먹는 큰 핸디캡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고 있겠지? 그야, 나는 모르지. 내가 발뒤꿈치를 다친 것은 노랑 가오리에게 찔렸을 때뿐이니까. 그 대는 바닷속에서 그놈을 짓밟아 버려서 무릎 밑이 마비되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 - 대 디마지오를 생각하며 현실의 고통을 이겨 냄.
"아니 방법은 있어." 하고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나이프를 노 한쪽 끝에다 매어 두면 돼." 그는 곧 일에 착수했다. 팔로는 키를 끌어안고 발은 돛의 밑구석 줄을 밟아 누르고 있었다. "자." 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전과 같은 늙은이지만 아직 맨손은 아니란 말이야." - 상어와 대적할 준비를 갖춤.
보복 : 앙갚음
잔인 : 인정이 없고 모짊.
디마지오 :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노인에게 힘과 활력의 제공자임.
핸디캡 : 불리한 조건
노랑 가오리 : 색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 길이 1m, 꼬리에 긴 가시가 하나 있는데 이에 찔리면 몹시 아프고 그 국부를 절제해야 하는 수도 있음.
키 : 배의 방향을 조절하는 기구
이 지문은 노인이 앞으로 닥쳐올 상어의 공격을 대비하며 결의를 다지는 부분으로, 노인의 독백과 생각을 통해 작품의 주제가 명확히 드러난다. 노인이 상어에게 뜯긴 고기를 보고 괴로워하는 장면은 이미 노인이 고기에 대해 동등자 또는 형제로서의 사랑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신 앞에서의 모든 피조물이 동등하다.'는 작가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노인의 말은 낙담과 실의에 빠진 분위기를 일소해 주고, 동시에 인간의 강인한 정신력을 믿는 헤밍웨이의 작가 정신을 읽게 한다. 이 지문에서는 헤밍웨이의 초기 작품에서 보이던 고독한 인간 존재,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체념 등의 허무주의적 철학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노인이 위대한 야구 선수 디마지오에게서 긍지와 의지와 인내를 느끼는 것도 디마지오가 나이, 부상 등으로 인해 젊었을 때의 힘을 잃어버렸지만, 노련미와 더불어 야구에 대한 더 더 많은 애정과 부상의 고통을 극복해 내려는 굳은 신념을 갖고 게임을 계속했던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바람은 기분 좋게 불고 있었다. 배는 잘 달렸다. 노인은 고기의 전반신만을 보려고 했다. 희망이 어느 정도 되살아났다.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게 그는 생각했다. '더구나 그것은 확실한 죄란 말이다. 아니 죄 같은 거 생각해서는 안돼. 그 밖에도 문제가 산같이 있어. 게다가 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야.' - 노인의 희망이 되살아남.
'난 잘 몰라. 죄란 걸 믿는지 어떤지도 확실치 않다. 필시 죄일 것이다. 물고기를 죽인다는 것은 설혹 자기가 먹기 위해서이며, 많은 사람을 먹이기 위해서 했다 해도 죄는 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죄가 되느냐 말이야. 죄니 뭐니 하는 것 생각지 않는 게 좋다. 첫째는 이미 지난 일이고, 그런 것을 생각하기 위해서 돈을 받고 있는 인간도 많지 않은가. 죄에 대해서는 그러한 작가들이 생각해 주는 것이 좋겠다. 넌 어부로 태어났어. 물고기가 물고기로 태어나듯 성 베드로도 어부였다. 대 디마지오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 물고기를 죽인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만 자위하는 노인
하지만 노인은 자기가 관계된 일에 대해선 이것 저것 생각을 하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읽을 거리도 없고 라디오도 없었으나 생각하는 것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는 죄에 대해서 아직도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네가 물고기를 죽인 것은 단지 살기 위해서도 아니다. 식량으로 팔기 위해서도 아니다. 너는 긍지를 갖고 물고기를 죽인 것이다. 어부이기 때문에 죽인 것이다. 너는 고기가 살아있을 때, 아니 죽어서까지도 그것을 사랑하고 있다. 만일 네가 사랑하고 있다면 죽었다 해도 죄는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더욱 죄가 무거울까. 그건?'
"좋아, 영감. 자넨 너무 생각을 한단 말이야."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 계속 생각에 몰입하는 노인. 고기를 죽인 것을 정당화함
하지만 너는 텐투소를 죽일 때 아주 좋아 했었지.' 노인은 또 생각을 계속 했다. '그놈은 고기를 뒤져서 먹고 다니는 비렁뱅이가 아니야. 또 어떤 종류의 상어처럼 탐욕스러운 식욕에 환장한 놈도 아니야. 그 놈은 아름답고 당당했으며 무서운 것을 모르는 강자였다.'
"하지만 나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놈을 죽였다."
하고 노인은 큰 소리로 되받아 넘겼다. "잘했어" '게다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세상 만물 모두가 뭔가 다른 것을 죽이며 살고 있지 않은가.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나를 살리는 일이지만, 동시에 나를 죽이기도 한다. 아니다, 그 애가 내 생계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야' 하고 노인은 생각을 고쳐 먹었다. 너무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어부이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텐투스를 죽였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 텐투소를 죽인 것을 정당화함
노인은 뱃전에서 고기 쪽으로 손을 뻗쳐 아까 상어가 물어뜯은 나머지를 잡아뜯었다. 씹어 보고야 비로소 가치를 알았다. 아주 맛이 좋았다. 살이 쫄깃쫄깃하고 게다가 물이 많았다. 쇠고기 맛 같았다. 그러나 벌겋지는 않았다. 심줄이 또한 전혀 없었다. 시장에 내다 팔면 최고 값으로 팔릴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물 속에 번진 냄새를 없애는 방법이 없다. 최악의 사태가 다가오고 있음을 노인(이 작품에서 '노인'을 통해 제시하려고 하는 정신적 가치들은 인내와 용기, 인간의 존엄성, 불요 불굴의 정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애정과 사랑이다.)
바람은 꾸준히 불고 있었다. 조금 북동쪽으로 기울었다. 이대로라면 바람은 멎지 않는다는 것을 노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앞쪽을 바라봤다. 배 모습 하나, 돛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 글은 전반부에는 희망의 기운이 되살아나고 있고, 노인의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닥쳐올 사건에 대한 복선이 깔려있으며, 생명체에 대한 노인의 사랑이 느껴진다.)- 물고기를 먹어 보는 노인. 상어 떼의 공격에 대한 불안감.
필시 : 그리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
비렁뱅이 : 거지
환장 : 마음이 전보다 막되게 아주 달라짐
생계 : 살아 나아갈 방도
뱃전 : 타는 배의 좌우 쪽의 언저리
물 속에 번진 냄새 : 고기의 피 냄새
이 지문은 상어와의 싸움이 끝난 후, 희망이 되살아난 분위기 속에서 물고기와 상어를 죽인 것은 '죄'라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산티아고의 고민이 그의 독백을 통해 표현된 부분이다. 산티아고에 있어서 고기를 죽이는 것은 어부로서의 그의 운명을 수행해 나가는 것을 뜻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것이 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우주의 조화 속에서 행동했고 그러면서 범신론적 사랑으로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 갖는 형제 의식을 보여준다. 노인은 자신이 죽인 고기에 대하여 사랑을 보여 주고, 심지어 그 고기를 빼앗아 가려던 상어에 대해서도 그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한다. 그것들에 대해 사랑과 연민의 정을 느끼는 노인의 모습이 그의 유머러스한 독백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온한 분위기는 곧 '최악의 사태' 즉 상어 떼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깨어질 것이라는 암시가 이 글 후반부에 나타나면서 전반부의 희망의 분위기는 다시 어두운 절망의 분위기로 돌변한다.
부식 지대 : 동식물이 흙 속에서 썩어, 불완전하게 분해된 흑갈색의 물질로 이루어진 지역
덴투소 : 이빨이 고르지 않은 큰 상어의 일종
고물 : 배의 뒤쪽, 선미
작살 : 작대기 끝에 뾰족한 삼지창을 꽂아 물고기를 잡는 도구
단호(斷乎) : 기어코. 굳굳한 모양
들큼한 : 조금 단맛이 나는
좋은 일은 오래 가지 않는 법 : 호사다마(好事多魔)
상어를 잡아야겠다는 의지는 굳었으나 잡은 고기를 지킬 희망은 별로 없었다. :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의 전망을 암시하고 있음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기를 낚는 일도 없고, 침대 위에 신문지를 깔고 홀로 누워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큰 고기를 잡은 일이 현실이 아닌 꿈이었으면 현재의 낭패도 없었을 것이라는 반어적 표현
상어는 - 들지 않았다 : 작살을 맞아 죽음을 목전에 둔 상어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표현한 구절이다.
그는 마치 - 느꼈던 것이다 :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잡은 고기를 상어에게 뜯기자 노인은 스스로의 의지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너무 좋은 - 생각했다 : 상어에게 자신이 잡은 고기를 뜯어 먹히자 스스로를 위로하는 노인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고기가 이미 병신이 된 이상 더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기가 물어 뜯길 때 그는 마치 자기 살이 뜯기는 것처럼 느꼈던 것이다. : 노인은 물고기에게 자기와 동등자 또는 형제로서의 존경과 사랑을 느끼고 있다. 반면에 상어는 '악'의 상징으로 증오의 대상이다. 노인이 상어를 미워하는 것은 물고기와 자신과의 싸움처럼 자연의 섭리를 체득한 싸움이 아니라 그 섭리를 무시하고 남이 애써 얻은 물건을 일순간에 강탈하려는 행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고기를 낚은 - 얼마나 좋을까 : 존재에 대한 자각 없이 지내는 삶이라면 현실의 고통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 인간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강한 확신의 표현이다. 노인이 물고기를 죽이는 것은 다만 생존과 먹을 것을 위한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어부로서의 자존과 그의 직업을 수호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최선을 다한 다음에 적에 쓰러지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다만 파괴될 뿐이다. 이 말은 강인한 인간의 힘을 믿는 헤밍웨이의 작가 정신을 요약한 말이기도 하다.
그 위대한 디마지오가 - 그는 생각했다 : 미국의 야구 영웅 조 디마지오와 대배하며 자신의 작살 솜씨를 가늠하는 대목이다.
지금은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 상어떼라고 하는 현실의 고통을 이겨 낼 방도가 없었다.
"자, 나는 여전히 늙은이지만 무방비 상태는 아니다." : 결국 늙은 어부와 물고기와의 싸움은 승패가 없는 최후의 결전을 하는 자연과 인간을 나타낸다. 그리고 물고기와 노인은 모두가 승리를 거둔다. 그 이유는 노인이 물고기를 소유할 수는 없었으나, 그것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기의 앞쪽만을 - 희망이 다소 되솟아 오는 것 같았다 : 상어에게 뜯기운 뒤쪽이 아닌 고기의 앞쪽에 시선을 주목하는 것은 긍정적인 의식과 희망을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건 죄라고 나는 생각한다 :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에 - 생각하지 말자 : 죄에 대한 인신론적인 해석을 보이는 대목으로 주어진 현실의 삶을 치열하게 받아 들이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고기가 고기로 - 너는 어부가 되려고 태어난 거야 : 상어와 맞서 싸우는 가운데 존재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진 표현이다.
인간은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 최선을 다한 싸움에서 적에게 쓰러지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다만 파괴되는 것일 뿐이라는 인식의 표현인데, 이는 이 소설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출처 : 한샘문학자습서)
작품 개관 : 미국의 작가 헤밍웨이의 인생관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맞서 싸우는 데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생각, 그리고 굽힐 줄 모르는 의지에 대한 예찬이 담겨 있는 내용을 통해 이 작품의 우수성을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하겠다. 또한 이 작품이 어떠한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널리 읽히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
내용연구
작품의 시점 :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을 옮겨가며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불굴의 의지로 거대한 고기와 상어에 맞서 싸우는 노인의 내적 심리가 1인칭 시점을 통해 잘 형상화되고 있으며, 상황의 전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서술되고 있다.
내용상의 상징성 : 노인은 이틀 동안의 사투 끝에 겨우 앙상한 뼈만 남은 고기를 안고 항구로 돌아온다. 보기에 따라서는 허무한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떠하든 운명과 맞서 싸우는 그 과정 자체에 이 작품의 상징성이 있다. 인생은 결과가 어떠하든 과정 그 자체의 충실성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노인의 말 중에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짓이야’ 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말 역시 인생을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러한 부분을 통해서도 이 작품의 상징성은 강하게 나타난다.
지도 방법 : 노인이 고기를 잡는 과정, 그리고 고기를 지키기 위해 상어와 벌이는 싸움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노인은 거대한 고기를 잡는다. 그러나 상어와의 싸움 끝에 고기의 살점은 모두 잃고 만다. 그러나 노인은 당당하게 항구로 돌아온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정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결과 중심적인 사고에 젖어 있는 학생들에게 이 작품은 반성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다.
이 작품이 학생들의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작품 감상을 마친 후에 각자 느낌을 말하게 함으로써 이 작품의 교훈성에 주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작품은 내면화의 과정을 이끌기에 적합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성격과 삶에 주목하여 감상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노인의 삶의 관점, 그리고 태도에 대해 중점적으로 생각하여 감상하는 것이 이 작품을 바르게 감상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는 별 성과가 없었지만, 험난한 세계와 맞서 싸우는 그 과정에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다는 점을 노인의 삶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학습 활동 풀이
1.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바다’ 와 ‘상어’ 의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이끌어주기 : 작품의 배경과 소재의 상징성에 주목할 수 있게 하는 데에 활동에 의의가 있다.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예시답안 : ‘바다’는 삶의 현실을 상징하며, ‘상어’ 는 삶의 현실에서 겪는 시련이나 고통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노인은 어부로서 바다 위에서 고기를 잡는다. 이러한 행위는 노인에게는 인생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 고기는 노인의 것이 되지 못한다. 상어의 공격으로 고기를 거의 대부분 빼앗기고 말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시련이요 고통이다. 그러나 노인은 삶의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시련에 맞서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치열한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2. 노인의 말과 생각을 표현한 부분 중에서, 이 작품의 주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
이끌어주기 : 이 작품의 주제를 작품 내적 요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세부적인 이해를 통해 주제를 파악해 보도록 한다.
예시답안 : 다음과 같은 노인의 말에서 이 작품의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은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짓이야, … 더구나 그건 죄라고 나는 생각한다.’
첫 번째 말은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는 말이며, 두 번째 말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주는 말이다. 이 두 마디의 말은 노인의 바다 위에서 벌인 사투와 그 과정에서 보여 준 노인의 태도를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동시에 독자들의 가슴에 감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3. 이 작품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유에 대해 모둠별로 토의한 후 발표해보자.
이끌어주기 :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작품이 갖는 우수성을 내용적, 구성적, 표현적 측면 등에서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모둠을 가른 후 모둠별로 생각을 정리하고, 그 결과를 모둠별로 발표하게 하는 것이 개별 토의, 토론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모둠별로 생각을 모으는 것이 혼자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의견을 모으기에 적합하고, 또한 난삽한 토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교사는 각 모둠별로 어떤 점에서 집중하여 이 작품의 우수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인지를 제시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한다면 다양한 면에서 학생들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시답안 : 이 작품은 패배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외로운 노인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외로움과 절대 고독에 맞서 싸우는 것을 큰 줄거리로 한다. 역경과 싸우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 절망과 허무를 뛰어넘은 위대한 인간 정신을 보여준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인간이 가져야 할 용기와 믿음, 인내를 훌륭하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많은 감동을 준다.
구성적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통일성을 잃지 않고 있다. 중편 소설의 형태로 한 외로운 노인의 고기잡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가지 일관되게 서술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인물과 사건의 단일성은 인상의 통일을 가능하게 하여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한 늙은 어부의 고기와의 사투를 통해 삶을 향한 불굴의 자세를 박진감 있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이 작품이 노벨상을 수상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해와 감상
1952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헤밍웨이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 주었다. 얼핏보면 아무런 재미도 없는 황량하고 피폐한 한 노년의 세계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상징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흘 간이나 사투를 벌이는 고래와 상어는 인생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으로 볼 수 있다. 또 노인이 싸움을 벌이는 무대인 바다는 삶의 현실을 상징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작품에는 작자의 철학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노인은 상어로 상징되는 현실의 고통과 싸우다가 패배한다. 그러나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돌아와 사자를 좇는 꿈을 꾼다. 결국 헤밍웨이는 노인을 통해 어떠한 일에도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맞서 싸우는 데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헤밍웨이의 이러한 철학은 서구인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게 한다.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노인은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보여 준다. 그가 배 위에서 수없이 혼자말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며, 상어와 끝까지 싸우는 것은 저항의 한 표현이다. 결국 상어에게 고기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와 사자 꿈을 꾸는 노인의 모습에서 종교와 같은 믿음,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 교과서')
이해와 감상2
이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는 이야기는 인생에 대한 헤밍웨이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 삶에 대한 체관(諦觀)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오랫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노인이 먼 바다로 나아가 엄청나게 큰 고리를 잡아올리게 되지만, 그 고기를 매달고 오는 도중에 상어떼를 만나 모두 뜯기고, 결국 고기의 뼈만 달고 오게 된다. 노인의 꿈 속에 등장하는 라이온은 힘을 상징하지만, 생은 덧없고 삶의 고통은 언제나 되풀이될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이 작품에 담겨 있다. (출처 : 권영민 저 지학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3
이 소설은 1952 년에 발표되었으며,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에는 헤밍웨이 나름대로의 실존 철학이 담겨져 있다. 노인은 상어로 상징되는 현실의 고통과 싸우다가 결국 패배한다. 그러나 희망을 끝내 버리지 않고 돌아와서 사자를 쫓는 꿈을 꾼다. 결국 헤밍웨이는 노인을 통해, 어떠한 일에도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고난과 맞서 싸우는 데서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특히 헤밍웨이의 이러한 철학은 서구인의 자연에 대한 태도를 잘 알게 해준다. 이 소설에서 바다는 운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인간의 삶의 터전을 뜻한다. 즉 노인은 이러한 바다에서 굽힐 줄 모르는 인간의 의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배 위에서 수없이 혼자말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며, 상어와 끝까지 싸우는 것은 현실의 고난에 맞서 싸우는 저항의 한 표현이다. 결국 상어에게 고기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와서 사자 꿈을 꾸는 노인의 모습에서 종교와 같은 믿음,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출처 : 김태준 외 3인저 민문고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4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색채감도 없는 황량하고 피로한 노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거대한 물고기의 흰 뼈가 표상하는 생생한 젊음의 아름다움은 노년기의 어두운 그림자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독특한 시선을 인식할 때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이 작품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간이 가져야만 할 불퇴전의 투지와 강인한 의지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주인공 산티에고 노인의 모습을 통해서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황폐하고 불모지적인 상황에서 올바른 삶의 방식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산티에고 노인의 삶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환멸뿐이라 해도 인간은 불패자가 되어야 하며 세상은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임을 바다와의 싸움을 통해서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산티에고 노인이 고독한 투쟁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심리의 변화를 그의 독백을 통해서 서정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출처 : 구인환·김흥규 공저 한샘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5
이 소설은 1952년에 발표된 중편 소설로서 쿠바의 어느 어촌을 배경으로 한 전지적 작가시점의 작품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인간의 위대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분량으로 보아서 중편 소설에 해당하지만, 짧고 경쾌한 문장이 돋보인 작품으로 산문시의 성격을 지녔다. 소년과 노인과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노인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 속에 속해 있는 인간의 위대한 신념과 고독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고기와의 대결 속에서 죽느냐 죽이느냐만 원초적 생존 경쟁과도 같은 이 자세는 인간 의지에 대한 찬사로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노인은 악운을 만나 "인간은 지지 않는다."고 버티지만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나 기뻐하지도 않을 뿐더러 슬퍼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출처 : 윤병로 외 3인저 노벨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6
1952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한 노인이 사투 끝에 대어를 잡았으나, 상어 떼에게 살점은 다 뜯기고 앙상한 뼈만 가지고 돌아온다는 단순한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헤밍웨이의 소설 작법, 인생론, 문학론, 이상 등이 한 곳에 총집합 되어 있다. 이러한 작자의 문학적 저력이 인정되어 1954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인간이 자연에 도전할 수 있는 무한한 힘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애정,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우애 등이 잘 조화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이해와 감상7
1952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얼핏(언뜻) 아무런 재미도 없는 황량하고 피폐한 노년의 세계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상징성을 음미하면서 읽을 경우 많은 각성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우선 사흘 간이나 노인과 사투를 벌이는 상어는 인생에서 부닥치는 여러 일들로 볼 수 있다. 또 노인이 어부 생활을 하는 무대인 바다는 인간의 삶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상징할 수 있다. 그 바다는 노인에게 적대의 대상만은 아니다. 상어까지도 적은 아니다. 바다는 노인이 용기를 가지고 싸울 때 보상을 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며 상어도 어쩔 수 없이 노인과 싸울 뿐 둘 사이에 근본적으로 적대할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 상어는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강탈자의 이미지를 지닌다. 결국 노인은 상어에게 다 뜯기고 앙상한 뼈만 가지고 귀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노인은 어부로서 자기의 최선을 다했고 비록 뼈뿐이지만 거대한 잔해를 가지고 귀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비극적이고 환멸만을 남기는 싸움에서일지라도 불퇴전의 투지와 의지를 가지고 싸운다는 인간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서 바다의 의미는 바로 인간의 삶의 터전이고 인간의 불퇴전의 의지를 보여 주는 자연 바로 그것이다.
심화 자료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 7. 21 미국 일리노이 오크파크~1961. 7. 2 아이다호 케첨.
미국의 작가로 1954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강하고 힘찬 글과 대담하고 널리 공개된 생활로 유명했다. 사냥과 낚시를 좋아한 의사인 클래런스 에드먼즈 헤밍웨이와 미술에 관심 있던 그레이스 홀 헤밍웨이의 맏아들로, 시카고의 교외에서 태어났다. 그의 생애와 활동은 부모의 서로 다른 취미를 결합한 것이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상한 체하는 태도와 인습주의, 그의 출생지에 대한 끊임없는 반발도 많은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공립학교에서 교육받았으며 고등학교 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시절 활발한 활동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오크파크와 그것이 상징하는 것을 작품에서 결코 다루지 않았는데, 뒤에 많은 단편소설이 보여주듯 그의 어린시절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미시간 북부의 왈룬 호수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여름이었다. 191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그다지 안정되지 않은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대학에 가는 대신 캔자스시티로 가서 당시 주요한 신문이었던 〈스타 Star〉지의 기자로 채용되어 귀중한 직업훈련을 받았다. 눈에 결함이 있어 계속 군입대를 거절당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때 가까스로 미국 적십자사의 구급차 운전사로 참전했다. 1918년 7월 8일 19세도 채 안 된 나이에 오스트리아-이탈리아 전선의 포살타디피아브에서 부상을 입었다. 그는 영웅적 행위에 대해 훈장을 받고 밀라노에 입원했는데, 그곳에서 적십자사의 간호사인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를 거절했다. 이 일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고향과 미시간에서 건강을 되찾은 뒤 다시 집필을 시작했는데, 한동안 시카고에서 허드렛 일을 하다가 헤들리 리처드슨과 결혼했으며, 〈토론토 스타 Toronto Star〉지의 해외통신원으로 프랑스로 떠났다. 그는 파리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같은 미국 작가들의 충고와 격려에 힘입어 비저널리즘적인 작품을 출판하기 시작했으며, 1925년 최초의 중요한 책인 단편집 〈우리 시대에 In Our Time〉를 뉴욕에서 출간했다. 이듬해에 장편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를 발표했는데, 이 소설로 처음으로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 비관적이지만 활기 넘치는 이 소설은 프랑스와 스페인에 체류하고 있는 목적 없는 망명자들, 곧 헤밍웨이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그 자신은 경멸했던 표현인 전후의 '잃어 버린 세대'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처음으로 남의 이목을 끌게 되었는데, 그는 여생을 주목의 대상이 되기를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싫어했다.
그는 전후의 몇 해 동안 대부분 집필에 전념했다. 그동안 아들 존을 얻고 첫번째 결혼은 실패했으며, 그뒤 폴린 파이퍼와 결혼하여 패트릭과 그레고리를 낳았다. 그는 파리에 살면서 스키·투우·낚시·사냥을 하며 두루 여행을 다녔는데, 그무렵에는 이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며 많은 글의 배경을 이루었다. 단편소설의 대가로서 그의 지위는 1927년 〈부인 없는 남자들 Men Without Women〉을 발표하면서 나아가기 시작하여 1933년 〈승자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Winner Take Nothing〉로 확고해졌다. 그러나 적어도 공적으로는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 A Farewell to Arms〉(1929)가 이 두 소설보다 높이 평가되었다. 그는 젊은시절 이탈리아에서 군인으로 보낸 경험을 연애이야기와 전쟁이야기를 융합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 섬뜩하면서도 서정적인 소설로 발전시켰다. 많은 비평가들은 헤밍웨이의 훌륭한 소설들이 이 무렵 이미 모두 씌어졌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평가는 너무 가혹하지만, 이 시기부터 그는 익숙하지 않은 실패를 겪었으며 예전보다 펴내는 책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는 사냥이나 낚시에 시간을 덜 소비했다면 더 많은 글을 썼을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러한 취미활동과 함께 전쟁에 관심을 가져 평생 전쟁에 몰두했으며, 개인적으로 커다란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취미활동을 정력적으로 추구했다. 그는 결국 많은 모험을 기초로 책을 썼지만, 문학적으로 또 경험을 위해서도 그러한 모험을 열렬히 추구했다. 스페인에 대한 사랑과 투우에 대한 열정은 〈오후의 죽음 Death in the Afternoon〉(1932)을 낳았는데, 이것은 그가 투우를 스포츠라기보다는 비극적인 의식으로 보고 그 구경거리를 깊이 있게 연구해서 쓴 글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사냥 여행은 〈아프리카의 푸른 산들 Green Hills of Africa〉(1935)을 낳았는데, 이것은 큰 짐승을 잡는 사냥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낚시를 위해 플로리다 주의 키웨스트에 집 한 채를 샀다. 또한 쿠바 만류에서 큰 녹새치를 잡는 것에 이끌려 자기 소유의 낚싯배인 '파일러'도 구입했다. 1937년에 쓴 소설 〈가진 자와 없는 자 To Have and Have Not〉는 경제 불황기의 키웨스트와 그 근처가 배경이다. 헤밍웨이는 이제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무렵 스페인은 내전이 한창이었다. 스페인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던 헤밍웨이는 4차례나 그곳을 여행했으며 한 번은 통신원으로 방문했다. 그는 프랑코 장군의 반란에 맞서 공화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돈을 모았으며, 포위된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한 희곡 〈제5열 The Fifth Column〉(1938)을 썼다. 그의 많은 저작에서처럼 이 희곡의 주인공도 작가 자신을, 그의 애인은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마르타 겔호른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헤밍웨이는 이혼이 확정되자 그녀와 결혼했다. 스페인 내전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뒤 그는 쿠바의 아바나 교외에 그리 넓지 않은 농장 핀카 비지아('전망 좋은 농장')를 구입했으며, 아내와 함께 또다른 전쟁, 곧 일본의 중국 침략을 취재하러 갔다.
전쟁과 평화 기간에 스페인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1940)라는 소설이 나왔는데, 이 소설은 판매부수면에서 가장 성공한 것이었다. 현실적이고 인상적인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여 애초부터 실패하게 되어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자신도 죽게 될 공격에서 세고비아 근처의 전략적인 다리를 폭파하는 것을 지원한 미국인 게릴라를 다루고 있다. 헤밍웨이는 전생애에 걸쳐 전쟁(〈무기여 잘 있거라〉에서는 전쟁의 무의미함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는 전쟁이 만들어내는 동지애에 초점을 맞추었음)에 몰두했는데, 그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에도 관여했다. 그는 오랫동안 스페인 내전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주곡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예견해왔다. 그는 쿠바로 돌아간 뒤 독일 스파이들의 쿠바 유입과 쿠바 해변의 잠수함을 조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비공식 활동을 하면서도 공식 승인된 대적(對敵) 정보활동기구인 '크룩 팩토리'를 설립했다. 그는 또다른 계획을 승인받아 자기 배인 '파일러'에 U보트를 유인하는 장비를 갖추어 여기에 유인된 U보트들을 파괴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 두 사업을 모두 효과적으로 운영했지만, 중요한 승리를 하나도 거두지 못한 것에 실망하여 좀더 실제 전투에 다가가기 위하여 다시 한번 저널리스트로서 런던에 갔다. 그는 영국 공군과 함께 비행 임무를 몇 번 수행했으며 진격 개시일(1944. 6. 6)에는 미국군과 함께 영국 해협을 건넜다. 그는 보병4사단 22연대에 소속되어 노르망디와 벌지 전투에서 상당히 많은 전투를 보았다. 또한 파리 해방에 참가했으며, 비록 겉으로는 기자였지만 전투에서는 용감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군사문제와 게릴라 활동, 특히 정보수집에서는 실질적인 전문가로서 직업군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유럽에서 전쟁이 끝나자 쿠바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으며, 3번째 결혼 역시 파탄에 이르자 4번째로 런던에서 만난 통신원 메리 웰시와 결혼해 여생을 함께 보냈다. 그들은 쿠바의 핑카에 자리를 잡았으며 그곳에서 다시 진지하게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들은 널리 여행을 다녔는데, 아프리카에도 1차례 여행을 갔으며 그곳에서 사냥여행을 하다가 2차례 비행기 추락으로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뒤 곧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1952)라는 장엄한 단편소설(거대한 녹새치를 낚아 운반하다가 결국 상어들에게 빼앗기고 마는 쿠바의 늙은 어부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1953). 1954년 노벨 문학상을 타는 데 이바지한 이 소설은, 베네치아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죽는 직업군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예전의 소설 〈강 건너 숲속으로 Across the River and into the Trees〉(1950)가 혹평을 받은 것만큼이나 열광적인 칭찬을 받았다.
1960년경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이끄는 혁명이 일어나자 헤밍웨이는 핑카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아이다호의 케첨에 집을 구입하여 여생을 보내면서 예전처럼 작품을 쓰려고 했다. 잠깐 성공을 거두었으나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에 2차례나 입원하여 전기쇼크 치료를 받았다. 케첨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 지 2일 뒤 그는 엽총으로 자살했다. 그러나 그는 상당히 많은 원고를 남겼으며, 그중 일부는 뒤에 출간되었다. 파리의 견습 시절에 관한 회고록 〈해마다 날짜가 바뀌는 축제 A Moveable Feast〉는 1964년에 출간되었다. 카리브 해의 비미니 섬과 전시의 아바나, 쿠바 해안에서의 U보트 수색작업에 관한 평화시의 회상들을 직접 다룬, 밀접하게 연관된 중편소설 3편이 실린 〈만류 속의 섬들 Islands in the Stream〉은 1970년 출간되었다.
완전히 상반된 성격을 지닌 헤밍웨이는 재치 있고 쾌활하고 성미가 급한 반면, 호탕하고 이기적이고 개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다. 쾌락적이고 헌신적이었으며, 삶을 사랑하면서도 그 자신이 고백했듯이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고, 타고난 스포츠맨이자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또한 술을 많이 마시고도 아침 일찍 일어났으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복잡한 생활을 했으며, 유능하면서도 늘 손해를 입었는데, 결국 무자비하게 자기 자신을 버린 용기의 화신(한 유명한 구절에서 그는 용기를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품위'라고 정의함) 그 자체였다. 20세기의 미국 작가들 중 헤밍웨이가 얻은 명성을 뛰어넘은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가 큰 짐승의 사냥이나 투우, 전투에서 경험한 육체적 감각을 그대로 재생하려고 한 작품의 힘찬 특성 뒤에는 사실 매우 섬세한 미적 감수성이 깔려 있다. 그는 중년에 이르기 훨씬 전에 이미 상당한 명성을 얻었는데, 진지한 비평들은 그의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P. Young 글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산티아고 인생 철학
노인은 신 앞에서 지상의 모든 피조물들은 동등한 존재라고 여긴다. 따라서, 노인은 사욕을 위해 신의 도움을 빌리려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하는 일의 성공은 단지 자신의 운과 기술에 달려 있을 뿐이다. 노인은 신의 존재를 이런 식으로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신 앞에서 모든 피조물들이 동등하고,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형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노인이 고기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은 고기를 포획한 결과를 두고 말한다기보다는 그가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싸우는 과정 속에서 자기 주위의 자연물에 대해 보다 확실한 깨달음과 이해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두고 말해야 할 것이다. 노인이 고기에게 느끼는 동정은 결국 사랑으로 승화되며, 이것의 바탕에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가 형제이고 신 앞에서는 차별 없는 존대라는 인생 철학이 깔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헤밍웨이 소설의 성격적 특징
헤밍웨이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의 특징은 용기와 미덕의 인간상을 창조했다는 점이다. 전쟁으로 용기와 미덕이 사라져 가는 상실의 시대에 용기와 미덕을 가진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그의 문학적 위대성이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노인과 바다'의 센티아고 노인이다. 늙은 어부 센티아고가 사흘간의 신고 끝에 잡은 고기를 상어에게 물어 뜯어 먹혀 앙상한 뼈만 남자, 집에 돌아와 잠이 들지만, 꿈 속에서 사자꿈을 꾼다는 설정은 실패를 하나 패배를 모르는 불굴의 인물을 그려 인생과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조디마지오 선수
1950년대 미국의 유명한 야구 선수. 이 구절에는 어부 노인이 발목을 다치고도 훌륭한 게임을 하고 있는 조디마지오 선수의 불굴성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하는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조디마지오는 미국의 영웅으로 추양받는 전설적 야구스타 조 디마지오는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합을 한 인물로 당대에는 최고의 스타 중의 스타였지만 먼로의 남성 편력으로 파경을 맞이했다. 그후 먼로의 남성 편력으로 먼로가 불행해지자 다시 먼로를 만나 짧은 재회를 가졌지만 먼로는 자살을 하고 만다. 먼로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자신의 실수로 먼로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죄의식에 괴로워하던 디마지오는 죽을 때까지 먼로의 묘지에 2주일에 한 번씩 싱싱한 장미꽃을 바쳤다고 한다. 폐암으로 사망하기 직전 디마지오는 일생을 바쳐 사랑했던 여배우 마릴린 먼로를 저승에서 재회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임종을 지켰던 변호사 모리스 잉글버그는 디마지오가 숨을 거두기 직전 "먼로를 다시 볼 수 있겠군" 이란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고 한다.
헤밍웨이의 문체
헤밍웨이 소설의 문체는 그가 7개월 간의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것을 바탕으로 한다. 짧은 문장 및 긍정어의 사용, 속어 표현, 형용사 사용의 자제, 특히 '장려한. 화려한, 원대한'과 같은 극단적인 형용사의 사용 금지 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헤밍웨이는 이러한 문체뿐만 아니라 냉정히 객관적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힘도 이 시기에 배웠다. 그리하여 후일에 그의 문학은 소위 하드 보일드 리얼리즘 이라는, 감정을 거부하며 사물을 냉정하게 비정적으로 묘사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문학적 상징주의
문학적 상징주의는 실제 삶과 경험의 '사실들'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 이상을 갖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상징적 의미는 사실들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풍겨져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상징주의는 이야기의 내용이 전적으로 사실적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마음 속에 울려 퍼지도록 만드는 방법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인과 바다'는 문학적 상징주의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산티아고의 이야기에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이 정확한 묘사로 씌어져 있어서 독자가 산티아고를 일차적으로 어부로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곧 독자는 불굴의 의지로 상어와 싸우는 노인을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게 된다. 즉, 노인을 십자가에 고통받는 예수나 혹은 창작의 고독을 경험하는 예술가의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인과 바다'에서의 '바다'의 상징성과 이상주의
'바다'는 이 작품에서 여성으로 되어 있다. 바다는 인간에게 있어 결코 적대자가 아니라 '은혜를 주고, 때로는 가진 것을 베풀어 주는' 어머니인 것이다. 노인에게는 자연을 단순히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근대 과학주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에게 있어 '바다' 는 인간이 싸우고 괴로워하고 죽도록 운명 지워진 무목적적인 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용기를 가지고 싸울 때는 반드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세계이다. 이 작품에는 헤밍웨이의 이러한 이상주의가 분명히 엿보인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서 고독한 늙은 어부의 순수한 행동을 통해, 이른바 문명에 따르는 안이감, 침체감, 정신적 마비에서의 탈출을 높이 외치며, 인내, 용기, 그리고 근본적인 인간 정신의 해방을 지향하고 있다. (출처 : 구인환·김흥규 공저 한샘 문학교과서)
'노인'의 의미
주인공 노인은 계속 불행한 일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그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끝까지 저항한다. "인간은 지지 않는다."고 버티지만 노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노인이 마지막에 대망의 고기를 낚았으나 뼈만 남는다는 것은, 인간의 무상·허무함을 상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체념하고 말 터이지만 노인은 피곤해 지쳐 잠자면서도 사자의 꿈, 곧 힘의 상징을 꿈꾸는 것이다. 온갖 고난과 절망을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티어 나가는 불굴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출처 : 윤병로 외 3인저 노벨문학교과서)
이 작품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유에 대한 토의 예시 답안
이 작품은 패배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외로운 노인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외로움과 절대 고독에 맞서 싸우는 것을 큰 줄거리로 한다. 역경과 싸우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 절망과 허무를 뛰어넘은 위대한 인간 정신을 보여준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인간이 가져야 할 용기와 믿음, 인내를 훌륭하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많은 감동을 준다. 구성적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통일성을 잃지 않고 있다. 중편 소설의 형태로 한 외로운 노인의 고기잡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서술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인물의 사건의 단일성은 인상의 통일을 가능하게 하여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한 늙은 어부의 고기와의 사투를 통해 삶을 향한 불굴의 자세를 박진감 있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이 작품이 노벨상을 수상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노인과 바다'에 나타난 희망 - 희망은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갓 입학한 2002학번 신입생들의 문학수업 첫 시간에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단편을 읽히면서 그 작가의 작품을 말해 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를 제일 처음으로 꼽았다.
195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노인과 바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산티아고 노인은 하바나에서 고기를 낚아 근근히 살아가는 가난한 어부이다. 이제는 노쇠하지만 이웃 소년 마놀린과 함께 배를 타며 어부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84일 동안 계속해서 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소년을 다른 배의 조수로 보낸다. 산티아고 노인은 혼자 먼바다까지 나가고, 그의 낚시에 거대한 돛새치 한 마리가 걸린다.
사흘 간의 사투 끝에 노인은 대어를 죽여 배 뒤에 매달고 귀로에 오른다. 그러나 돛새치가 흘린 피 냄새를 맡고 상어떼가 따라오고, 이를 물리치기 위해 노인은 다시 한 번 목숨을 건 싸움을 한다. 노인이 가까스로 항구에 닿았을 때는 이미 그가 잡은 고기는 상어 떼에 물어 뜯겨 앙상하게 뼈만 남은 후다.
노인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가까스로 언덕 위에 있는 오두막으로 가서 정신 없이 잠든다. 노인이 잠든 사이 소년은 이리저리 상처투성이인 노인의 손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이야기의 귀결만 보면 헤밍웨이의 허무주의 사상과 맥락을 같이 하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이 거대한 물고기와 인간이 맞서는 끈질긴 대결에서 헤밍웨이가 강조하는 것은 승부 그 자체가 아니라 누가 최후까지 위엄 있게 싸우느냐는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인간과 물고기가 벌이는 이 비장한 싸움에서는 승리나 패배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오직 누가 끝까지 비굴하지 않게 숭고한 용기와 인내로 싸우느냐가 중요하다.
노인은 스스로 곤경에 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투쟁하는 적에게 사랑과 동지애까지 느낀다. 결국 물고기는 죽어 물 위로 떠오르지만, 노인은 승리감보다는 죽은 물고기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 그러므로 상어가 돛새치의 몸을 물어뜯을 때마다 마치 자신의 살점이 잘려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물고기와 싸우면서 노인이 되뇌는 말,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말은 노인이 죽은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해 상어와 싸우며 하는 말,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라는 말이다.
삶의 요소 요소마다 위험과 불행이 잠복해 있기 마련인데, 이에 맞서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 불패의 정신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그러나 희망이 없다면 그 싸움은 너무나 비장하고 슬프다. 지금의 고통이 언젠가는 사라지리라는 희망, 누군가 어두움 속에서 내게 손을 뻗어 주리라는 희망, 내일도 내게 빛과 생명이 주어지리라는 희망. 그런 희망이 있어야 우리의 투혼도 빛이 나고, 노인이 물고기에 대해 느끼는 것과 같은 삶에 대한 동지애도 생긴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은 죄이다. 빛을 보고도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은 자신을 어둠의 감옥 속에 가두어 버리는 자살행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고통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조용한 침착성과 불굴의 용기를 가지는 진정한 인간다움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간과하지 않도록 주의시키는 인물이 또 있다.
노인이 잡은 돛새치가 흘리는 피 냄새를 맡고 좇아오는 상어떼이다. 긴박하고 위험한 투쟁을 택하기보다는 남의 전리품을 약탈하기 위해 배를 공격하는 상어떼는 노인과 돛새치와의 정정당당한 싸움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미 죽은 물고기의 살을 뜯어먹기 위해 노인을 좇는 상어떼는 비열하고 천박한 기회주의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학생들이 고통 속에서도 투혼을 가지고 인내하는 용기,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과 재능을 발휘하고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배웠으면 좋겠다. 또, 위험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순수함을 배웠으면 좋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상어떼처럼 살지 않는가’에 관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우리 어른들이 걸핏하면 써먹는 상어 수법. 노력하지 않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다 남의 것을 덥석 새치기하는 야비한 기회주의, 남이야 아파하든 말든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서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비열한 편의주의, 그리고 어차피 세상은 혼자 싸우기에는 너무 무서운 곳이라고 미리 단정짓고 불의인 줄 알면서도 군중에 야합하는 못난 패배주의를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에서 상처투성이인 노인의 손을 잡고 연민의 눈물을 흘리며 계승을 다짐하는 소년의 마음이 앞으로 4년 동안 함께 문학을 공부할 우리 학생들의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장영희, <조선일보> 2002.03.08)
'노인과 바다'에 나타난 헤밍웨이 문학의 특성
첫째, 인생에 대한 작가의 심오한 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인내하는 산티에고 노인으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노인은 대어와 투쟁해서 이기지만 뜻하지 않은 상어 떼의 습격을 받아 잔해만 남기고 다 빼앗긴다. 그러나 노인에게 후회라는 것은 없다. 오직 내일을 위해서 잠을 잘 뿐이다. 노인의 인생은 허무하고 건조한 것이지만 유구한 내일을 위해서 자연의 법칙에 순종하면서 살아간다. 그에게 패배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작가 헤밍웨이의 근본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작품 속에 내재된 풍부한 상징성을 들 수 있다. 노인과 소년을 비롯해서 바다, 구름, 돌고래, 상어, 야구 선수, 사자 그리고 바다의 생물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가지 것들은 상징적 존재들이다. 바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며, 노인은 인간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노인을 보살펴 주는 소년한테서는 우애 정신을 발견하게 되고, 노인이 떠올리는 야구와 야구 선수들에서는 고통을 인내하는 불굴의 정신을 연상할 수 있다. 노을진 바닷가에서 노는 사자들한테서는 힘의 순결과 평화를 연상하게 된다.
헤밍웨이 규약
헤밍웨이의 주요 작품들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공통된 성격을 일컫는 이름이다. 헤밍웨이 규약에 따르면 인간의 가치는 육체적, 성적 능력, 혹은 재산 정도에 의해 판단되지 않고 오히려 고통과 손해를 견딜 수 있는 인내, 스스로가 자기 능력껏 최선을 다했다는 자긍심, 패배했다고 낙심하지 않고 또 승리했다고 자만하지 않겠다는 의지 등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산티아고도 이러한 규약을 따르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그는 늙고 가난하지만 사나이답게 꿋꿋하게 행동한다. 비록 기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그의 인내와 의지는 여전히 남아서 패배에 직면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결을 펼친다.
'노인과 바다' 실제모델 별세
어네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실제 모델로 오랜 낚시친구였던 그레고리오 푸엔테스옹(翁)이 13일 새벽 쿠바의 자택에서 지병인 암으로 사망했다고 가족들이밝혔다. 104세. 푸엔테스는 약 30년간 헤밍웨이를 위해 배를 저어주고 요리를 해주면서 낚시친구가 됐는데 많은 이들이 노벨상 수상작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은 푸엔테스로부터 영감을 얻었던 것으로 평가해 왔다.
손자 라파엘(48)은 “할아버지는 늘 거처하시던 자택에서 타계했으며 당일 오후 장례가 치러져 안장됐다”고 말했다. 푸엔테스는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바닷가 마을 코히마르에서 살아왔다. 1897년 카나리아군도 란사로테에서 출생한 푸엔테스는 선원이었던 부친과 쿠바로 여행하다. 부친이 선상에서 사망, 6살때 고아가 됐으며 카나리아군도 쿠바 이주민들이 장성할 때까지 돌봐줬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푸엔테스를 1928년 처음 만났고 1930년대에 그를 월 250달러에 보트관리인으로 고용했으며 1960년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헤밍웨이는 푸엔테스의 코히마르 집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푸엔테스는 그후 헤밍웨이의 아바나 교외저택 엘 필라를 상속받았으나 그는 이 저택을 쿠바 정부에 헌납하여 헤밍웨이 박물관이 되게 했다. 푸엔테스는 먼 조카뻘되는 돌로레스 페레스(1990년 사망)와 결혼해 70년을 해로했다. 그는 딸 4명중 2명과 여생을 보냈으며 7명의 손자와 8명의 증손을 두었다.(출처 : 아바나AP=연합 2002/01/14 17:39 )
잃어버린 세대(── 世代, Lost Generation)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에 기존의 모든 이상과 가치를 잃어 버렸다는 상실감에 빠져서 주로 국외에서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벌인 일군의 미국 작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신념의 상실과 절망과 환멸 속에서 생활의 방향을 잃은 수많은 전후 청년들의 심리 상태와 현실을 여실히 묘사하였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른 말로는 '길 잃은 세대'라고도 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의하면 보통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대를 의미하지만 특히 전쟁중에 성인이 되어 1920년대에 문학적 명성을 얻은 미국 작가들을 일컫고, 이 용어는 거트루드 스타인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당신들은 모두 길 잃은 세대요"라고 한 말에서 비롯되었다. 헤밍웨이는 이 용어를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1926)의 권두 인용문으로 사용했다. 이 작품에서는 전쟁이 끝난 후 환멸 속에서 술에 의지하며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파리의 젊은 국외이주자들의 면모가 포착된다. 이 세대는 자신들이 물려받은 가치관이 더이상 전후세대와 연결되지 못했고, 하딩 대통령의 '정상 복귀' 정책 아래에서 절망적으로 편협하고, 물질주의에 물들고, 정서적으로 황폐해보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정신적 소외를 느끼기 때문에 '길을 잃은' 것이다. 이 세대에 속하는 작가로는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존 더스 패서스, e.e. 커밍스, 아치볼드 매클리시, 하트 크레인 등과 1920년대에 파리를 문학활동의 중심지로 삼았던 그밖의 많은 작가들이 있다. 그들을 결코 문학의 한 파(派)로 볼 수는 없다. 1930년대에 이들이 다른 쪽으로 전향하자 그들의 작품에서는 더이상 전후 시기의 독특한 특징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 시기의 마지막에 나온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라 Tender Is the Night〉(1934)와 더스 패서스의 〈거금 The Big Money〉(1936)이 있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
미국 문학사상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뒤를 이은 세대를 말한다. ’50년대 모든 기성 세대의 질서와 도덕 및 문학에서 탈피하고, 인간 고유 성격의 밑바탕에서 몸부림치는 것이 특징이다. 메일러ㆍ긴스버그 등이 대표적인 작가이다. 비트 제너레이션은 '패배의 세대'라는 뜻으로 로스트제너레이션의 뒤를 이은 세대를 이르는 말.
제2차 세계대전 후 1950년대 중반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중심으로 대두된 보헤미안적인 문학가·예술가들의 그룹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들은 현대의 산업사회로부터 이탈하여, 원시적인 빈곤을 감수함으로써 개성을 해방하려고 하였다. 사회적으로는 무정부주의적인 개인주의의 색채가 짙으며, 재즈·술·마약·동양적인 선(禪) 등에 의한 도취에 의하여 ‘지복(至福:beatitude)’의 경지에 도달하려고 하였다.
1956년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의 장시 《울부짖음 Howl》, 1957년 잭 케루악(Jack Kerouac) 의 장편소설 《노상(路上)》이 발표되고 나서 이 말이 처음 사용되었다. 이 일파에는 그 밖에 시인 L.펄링게티, 소설가 G.스나이더, M.매클루어, K.렉스로스, W.S.버로스, N.메일러 등 여러 연령층의 작가 ·시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반체제적 태도를 고집하고, 극한적인 부정에 입각하여 새로운 정신적 계시를 체득하려고 하였다. 미국 로맨티시즘의 한 변형으로도 생각된다. 1960년대에 이르러 점차 쇠퇴하였다.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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