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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이 제주 대정에서 본가에 보낸 편지 / 김정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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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이 제주 대정에서 본가에 보낸 편 / 김정희

 

지난달 17, 18일 사이에 공마리(貢馬吏) 김종주 편에 편지를 부쳤다. 마편(馬便)은 다른 편과 비교해서 매우 더딘데 어느 때 받아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김기천의 선편(船便)과 정원종 편으로 서울과 시골에서 보낸 편지는 일일이 잘 받았다. 또 이번 달 7일 한동(韓童)이가 돌아왔을 때 둘째 아우와 셋째 아우 편지를 차례로 받아보았다. 보름 남짓, 20일도 되기 전에 여러 통의 편지를 받은 것은 제주도로 들어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간절히 기대하기 때문에 편지 한 통으로 기운이 일어나기도 사그러들기도 하는 듯하다. 온 편지를 통해서 근래 집안이 모두 편안함을 알았다.

 

둘째 아우는 구도(疚悼)하여 바쁜 가운데도 큰 손상은 없다고 하니 또한 마음을 다스려 억지로나마 여유를 가지고 지내려고 한다고 하겠다. 한결같이 근심되는 것은 오직 아우의 근래 형편에 있다.

 

아우의 이런 소식을 들으니 역시 조금은 위로가 된다. 내가 지나친 근심을 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하는데 역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잘못한 것이다. 어찌 지나친 근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나보고 지나치게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는 말로 아우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형편에 따라서 헤아려 충분히 보호하고 무익한 일에 몸이 손상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한 것을 강하게 처리하지 않는 것은 역시 내삭잠소(內鑠潛銷)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달관하였거나 근심을 잊은 사람이 아니면 역시 할 수 없는 것이다. 타고난 본성에 만족하는 자에게는 자연적인 재앙도 끼여들지 못한다. 아우는 남보다 뛰어난 매우 착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믿고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식이 온 후 여러 날이 지나 여름이 깊어간다. 더위가 한창이며 뜨거운 기운도 세찬데 그쪽에는 간간이 비가 왔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그믐 전에 이틀 정도 제법 흡족할 정도로 비가 내렸으니 크게 위로된다. 농부들이 비를 바라는 심정이 과연 어떠하겠는가? 바다와 육지의 구름은 같을 텐데. 여기 온 사람의 말을 들으니 기호(畿湖) 지방에 소요가 있다고 하니 대단히 신경 쓰인다. 근심을 감당할 수 없다. 근래 형편은 편지 보낼 때와 똑같고, 온 집안도 별 탈 없고, 아우의 질병도 추울 때보다는 좋으며, 자주 병치레를 하지 않느냐?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식보(食補)와 약보(藥補)를 병행해서 시행하고 있느냐? 지난번 편지에서도 역시 말했지만 계고(鷄膏)가 아우에게 맞는 약재이다. 비록 더운 날씨이기는 하지만 사용해도 무방할 듯하다.

 

나의 모습은 한결같고 별로 다른 건강 소실은 없다. 보내준 음식으로 먹고 있을 뿐이다. 객지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흔들림이 없다. 다만 병이나 완치되어 일하는 것이 예전처럼 되고자 바랄 뿐이다.

 

한동이가 돌아간 지 하루도 안 되어서, 또 말을 진상하는 편에 상경하려고, 내일 배를 출발하려 한다고 지금 사람을 보내어 편지를 요구하기에, 심부름꾼을 세워두고 바쁘게 쓰므로 다른 글을 쓸 시간이 없다. 김리(金吏)가 떠날 때처럼 일체를 생략하였다.

 

앞으로 다른 편이 있으면 다시 서신을 보낼 계획이다. 그러나 믿을 만한 인편이 매우 어려우니 이 때문에 딱한 일이다. 나머지는 일단 이만 줄인다.

 

<임인(壬寅. 1842) 610일 귀양살이하는 큰형(伯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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