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과 少女 옛 버들의 새 가지에 흔들려 비치는 부서진 빛은 구름 사이의 반달이었다. 뜰에서 놀던 어여쁜 소녀는 「저게 내 빗이여」하고 소리쳤다. 발꿈치를 제껴 디디고 고사리 같은 손을 힘있게 들어 반달을 따려고 강장강장 뛰었다. 따려다 따지 못하고 눈을 할낏 흘기며 손을 들었다. 무릇각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장자장」하더라.
모순(矛盾) 좋은 달은 이울기 쉽고 아름다운 꽃엔 풍우(風雨)가 많다. 그것을 모순이라 하는가. 어진 이는 만월(滿月)을 경계하고 시인은 낙화를 찬미하느니 그것을 모순의 모순이다. 모순의 모순이라면 모순의 모순은 비모순(非矛盾)이다. 모순이냐 비모순이냐 모순은 존재가 아니고 주관적이다. 모순의 속에서 비모순을 쁹는 가련한 인생 모순은 사람을 모순이라 하느니 아는가.
일출 어머님의 품과 같이 대지를 잠재우던 어둠의 장막이 동으로부터 서으로 서으로부터 다시 알지 못하는 곳으로 점점 자취를 감춘다. 하늘에 비낀 연분홍의 구름은 그를 환영하는 선녀의 치마는 아니다. 가늘게 춤추는 바다 물결은 고요한 가운데 음악을 조절하면서 붉은 구름에 반영되었다. 물인지 하늘인지 자연의 예술인지 인생의 꿈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가운데로 솟아오르는 햇님의 얼굴은 거룩도 하고 감사도 하다. 그는 숭엄 신비 자애의 화신(化身)이다.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바라보는 나는 어느 찰나에 햇님의 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데서인지 우는 꾸꾸기 소리가 건너 산에 반향된다.
해촌(海村)의 석양(夕陽) 석양은 갈대지붕을 비쳐서 작은 언덕 잔디밭에 반사되었다. 산기슭으로 길을 물 길로 가는 처녀는 한손으로 부신 눈을 가리고 동동걸음을 친다. 반쯤 찡그러진 그의 이마엔 저녁 늦은 근심이 가늘게 눈썹을 눌렀다. 낚싯대를 메고 돌아오는 어부는 갯가에 선 노파를 만나서 멀리 오는 돛대를 가리키면서 무슨 말인지 끊일 줄을 모른다. 서천에 지는 해는 바다의 고별음악을 들으면서 짐짓 머뭇머뭇한다.
지는 해 지는 해는 성공한 영웅의 말로(末路)같이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창창(蒼蒼)한 남은 빛이 높은 산과 먼 강을 비치어서 현란한 최후를 장식하더니 홀연히 엷은 구름의 붉은 소매로 뚜렷한 얼굴을 슬쩍 가리며 결별의 미소를 띄운다. 큰 강의 급한 물결은 만가(輓歌)를 부르고 뭇산의 비낀 그림자는 임종의 역사를 쓴다.
경초(莖草)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팡이로 한줄기 풀을 무찔렀다. 풀은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다. 나는 무러진 풀을 슬퍼한다 무러진 풀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팡이로 무질지 아니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은(銀) 같은 이슬에 잠자코 키스도 하리라. 나로 말미암아 꺽어진 풀을 슬퍼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인인지사(仁人志士) 영웅호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는 한줄기 풀을 슬퍼한다.
산거(山居) 티끌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깍아 집을 짓고 돌을 뚫어 샘을 팠다. 그름을 손인양하여 스스로 왔다 스스로 가고 달은 파수꾼도 아니언만 밤을 새워 문을 지킨다. 새소리에 노래라 하고 솔바람을 거문고라 하는 것은 옛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고 가지 않는 근심은 오직 작은 베게가 알 뿐이다. 공산(空山)의 적막이여 어데서 한가한 근심을 가져오는가. 차라리 두견성도 없이 고요히 근심을 가져오는 오오 공산의 적막이여.
낙화(落花)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大地)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작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엾은 그림자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가는 악마의 발 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칠석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하늘 직녀성은 되지 않겠어요. 녜녜」 나는 언제인지 님의 눈을 쳐다보 며 조금 아양스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은 견우(牽牛)의 님을 그리는 직녀(織女)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칠석을 어찌 기다리나 하는 동정의 저주였습니다. 이 말에는 나는 모란꽃에 취한 나비처럼 일생을 님의 키스에 바쁘게 지내겠다는 교만한 맹세가 숨어 있습니다. 아아, 알 수 없는 것은 운명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은 맹세입니다. 나의 머리가 당신의 팔 위에 도라질을 한 지가 칠석을 열 번이나 지나고 또 몇 번을 지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용서하고 불쌍히 여길 뿐이요, 무슨 복수적(復讐的) 저주(詛呪)는 아니하였습니다. 그들은 밤마다 밤마다 은하수를 새에두고 마주 ..
산골물 산골 물아 어데서 나서 어데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도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 댕담이 칡덩쿨 속으로 작은 달이 넘어가고 큰 달은 돌아가면서 쫄쫄쫄쫄 쇠소리가 양안 청산(兩眼淸山)에 반향(反響)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로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단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인 나는 이렇게 설법(說法)을 듣노라.
구원(久遠) 3 내가 없으면 다른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것이 없으면 나도 없다. 나와 다른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나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도 없고 다른 것도 없으면 나와 다른 것을 아는 것도 없다. 나는 다른 것의 모음이요, 다른 것은 나의 흩어짐이다. 나와 다른 것을 아는 것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렷다. 갈꽃위의 달빛이요 달 아래의 갈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