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 김재홍
송화은율
만해 한용운 / 김재홍(金載弘) 깊은 밤, 내설악(內雪嶽) 깊은 산 속의 적막을 깨고 범종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진다. 백담사(百潭寺)의 한 구석, 고즈넉한 승방(僧房)에는 조용히 흔들리는 호롱불 아래에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중년의 승려 한 사람이 꼿꼿이 정좌해 있다. 오 척 단구에 파르라니 깎은 머리, 예리한 안광(眼光)이 빛나며 새벽을 꿰뚫는다. 무언가 설레는 침묵이 주위를 휩싸고 돈다. 임이시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 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1925년 8월 29일 새벽, 바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3․1 운동을 이끈 독립 운동가이며, 이 땅의 불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