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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 참이냐 엷은 사(紗)의 장막(帳幕)이 작은 바람에 휘돌려서 처녀의 꿈을 휩싸듯이 자취도 없는 당신의 사랑은 나의 청춘을 휘감습니다. 발딱거리는 어린 피는 고요하고 맑은 천국(天國)의 음악에 춤을 추고 헐떡이는 작은 영(靈)은 소리없이 떨어지는 천화(千花)의 그늘에 잠이 듭니다. 가는 봄비가 드리운 버들에 둘러서 푸른 연기가 되듯이, 끝도 없는 당신의 정(情)실이 나의 잠을 얽습니다. 바람을 따라가려는 짧은 꿈은 이불 안에서 몸부림치고, 강 건너 사람을 부르는 바쁜 잠꼬대는 목 안에서 그네를 뜁니다. 비낀 달빛이 이슬에 젖은 꽃수풀을 싸라기처럼 부시듯이 당신의 떠난 한은 드는 칼이 되어서 나의 애를 도막도막 끊어 놓았습니다. 문 밖의 시냇물은 물결을 보내려고 나의 눈물을 받으면서 흐르지 않습니다..
? 희미한 졸음이 활발한 님의 발자취 소리에 놀라 깨어 무거운 눈썹을 이기지 못하면서 창을 열고 내다 보았습니다. 동풍에 몰리는 소낙비는 산모롱이를 지나가고, 뜰 앞의 파초잎 위에 빗소리의 남은 음파(音波)가 그네를 뜁니다. 감정과 이지(理智)가 마주치는 찰나에 인면(人面)의 악마와 수심(獸心)한 천사가 보이려다 사라집니다. 흔들어 빼는 님의 노래가락에, 첫잠 든 어린 잔나비의 애처로운 꿈이, 꽃 떨어지는 소리에 깨었습니다. 죽은 밤을 지키는 외로운 등잔불의 구슬꽃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고요히 떨어집니다. 미친 불에 타오르는 불쌍한 영(靈)은 절망의 북극(北極)에서 신세계(新世界)를 탐험합니다. 사막의 꽃이여, 그믐밤의 만월이여, 님의 얼굴이여. 피려는 장미화는 아니라도 같지 않은 백옥인 순결한 나..
첫키스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마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러워 마셔요.
의심하지 마셔요 의심하지 마셔요. 당신과 떨어져 있는 나에게 조금도 의심을 두지 마셔요. 의심을 둔대야 나에게는 별로 관계가 없으나 부질없이 당신에게 고통의 숫자만 더할 뿐입니다. 나는 당신의 첫사랑의 팔에 안길 때에 온갖 거짓의 옷을 다 벗고 세상에 나온 그대로의 발가벗은 몸을 당신앞에 놓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당신의 앞에는 그 대에 놓아 둔 몸을 그대로 받들고 있습니다. 만일 인위(人爲)가 있다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당신의 명령이라면 생명의 옷까지도 벗겠습니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당신을 그리워하는 나의 입니다. 당신이 가실 때에 나의 입술에 수없이 입맞추고「부디 나에게 대하여 슬퍼하지 말고 잘 있으라」고 한 당신의 간절한 부탁에 위반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은 용서하여 주셔요. 당신을 그리워하..
차라리 님이여, 오셔요. 오시지 아니하려면 차라리 가셔요. 가려다 오고 오려다 가는 것은 나에게 목숨을 빼앗고 죽음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책망하려거든 차라리 큰 소리로 말씀하여 주셔요, 침묵으로 책망하지 말고, 침묵으로 책망하는 것은 아픈 마음을 얼음 바늘로 찌르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아니 보려거든 차라리 눈을 돌려서 감으셔요. 흐르는 곁눈으로 흘겨보지 마셔요. 곁눈으로 흘겨보는 것은 사랑의 보(褓)에 가시의 선물을 싸서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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