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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109 / 꽃싸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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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을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하자'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는 흰 꽃수염을 가지고, 

꽃 싸움을 하여서 이기는 것을 당신이라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 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이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이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도 조르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맞추겠습니다. 

꽃은 치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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