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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초(莖草)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팡이로 한줄기 풀을 무찔렀다. 풀은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다. 나는 무러진 풀을 슬퍼한다 무러진 풀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팡이로 무질지 아니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은(銀) 같은 이슬에 잠자코 키스도 하리라. 나로 말미암아 꺽어진 풀을 슬퍼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인인지사(仁人志士) 영웅호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는 한줄기 풀을 슬퍼한다.
산거(山居) 티끌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깍아 집을 짓고 돌을 뚫어 샘을 팠다. 그름을 손인양하여 스스로 왔다 스스로 가고 달은 파수꾼도 아니언만 밤을 새워 문을 지킨다. 새소리에 노래라 하고 솔바람을 거문고라 하는 것은 옛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고 가지 않는 근심은 오직 작은 베게가 알 뿐이다. 공산(空山)의 적막이여 어데서 한가한 근심을 가져오는가. 차라리 두견성도 없이 고요히 근심을 가져오는 오오 공산의 적막이여.
낙화(落花)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大地)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작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엾은 그림자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가는 악마의 발 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칠석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하늘 직녀성은 되지 않겠어요. 녜녜」 나는 언제인지 님의 눈을 쳐다보 며 조금 아양스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은 견우(牽牛)의 님을 그리는 직녀(織女)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칠석을 어찌 기다리나 하는 동정의 저주였습니다. 이 말에는 나는 모란꽃에 취한 나비처럼 일생을 님의 키스에 바쁘게 지내겠다는 교만한 맹세가 숨어 있습니다. 아아, 알 수 없는 것은 운명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은 맹세입니다. 나의 머리가 당신의 팔 위에 도라질을 한 지가 칠석을 열 번이나 지나고 또 몇 번을 지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용서하고 불쌍히 여길 뿐이요, 무슨 복수적(復讐的) 저주(詛呪)는 아니하였습니다. 그들은 밤마다 밤마다 은하수를 새에두고 마주 ..
산골물 산골 물아 어데서 나서 어데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도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 댕담이 칡덩쿨 속으로 작은 달이 넘어가고 큰 달은 돌아가면서 쫄쫄쫄쫄 쇠소리가 양안 청산(兩眼淸山)에 반향(反響)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로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단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인 나는 이렇게 설법(說法)을 듣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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