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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118 / 금강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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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만 이천 봉! 무양(無恙)하냐 금강산아. 

너는 너의 님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느냐. 

너의 님은 너 때문에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온갖 종교 철학 명예 재산, 그 외에도 있으면 있는 대로 태워버리는 줄을 너는 모르리라. 

너는 꽃이 붉은 것이 너냐 

너는 잎이 푸른 것이 너냐 

너는 단풍에 취한 것이 너냐 

너는 백설(白雪)에 깨인 것이 너냐. 

나는 너의 침묵을 잘 안다. 

너는 철모르는 아이들에게 종작 없는 찬미를 받으면서 시쁜 웃음을 참고 고요히 있는 줄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너는 천당이나 지옥이나 하나만 가지고 있으려무나, 꿈 없는 잠처럼 깨끗하고 단순하란 말이다. 

나도 짧은 갈고리로 강 건너의 꽃을 꺽는다고 큰 말하는 미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침착하고 단순하려고 한다. 

나는 너의 입김에 불려오는 조각 구름에 키스한다. 

만 이천 봉! 무양하냐 금강산아. 

너는 너의 님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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