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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배와 행인 / 작품해설 / 한용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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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시

 

나는 나루ㅅ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음니다.

나는 당신을 안ㅅ고 물을 건너감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깁흐나 엿흐나 급한 여을이나 건너감니다. //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마지며 밤에서 낫가지 당신을 기다리고 잇슴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도러 보지도 안코 가심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아러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 감니다. //

 

나는 나루ㅅ배

당신은 행인 //


* 감상 : 사랑의 본질을 자비(慈悲)와 인(忍)에 두고, 그 정감의 깊이를 노래한 이 시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당신과 나의 관계를 행인과 나룻배에 비유했 다.

* 구성 : 수미상관

· 제 1연 : 나와 당신의 관계

· 제 2연 : 나의 희생

· 제 3연 :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나의 믿음을 형상화

  형태상으로 3연으로 되어 있으나 시상의 전개에 따라 1연의 1, 2행을 각각 하나의 연으로 독립시키면, 기·승·전·결 4개의 연으로 나눌 수 있다.

* 주제 : 희생과 믿음(불교적 자비)

* 출전 : [님의 침묵]

작품 해설

1. ‘나’는 만해 자신도 되고 불도(佛道)도 된다.

2. ‘당신’은 중생 혹은 한국 사람 전체를 말한다.

3. 중생은 ‘흙발’ 즉 번뇌 때문에 불도의 귀중함을 깨닫지 못한다. 혹은 우리의 참된 지도자를 알아차리지 못하기가 일쑤다.

4.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는 제도(濟度)를 말한다. 제(濟)는 구제한다는 뜻, 도(度)는 건넨다는 뜻. 즉 생사(生死)라는 고해(苦海)를 건너가게 한다는 뜻이다.

5. 나, 즉 불도는 생사를 초월한 진리일 뿐만 아니라 중생을 항시 살피고 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안으면’ 이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자비(慈悲)를 느낄 수 있다.

6. 불도는 수없이 많은 중생들이 ‘모두’ 구제되기를 ‘기다리고’(바라고) 있다.

7. 중생은 흔히 불도의 은혜를 잊어버리기 쉽다.

8. 불도는 중생과 더불어 하나이기에 중생을 떠나지 못한다.

9. ‘날마다 날마다 낡어갑니다’는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라는 구절과 함께 불교에서 강조하는 인(忍)의 경지를 말한다. 인(忍)은 남에게 모욕과 박해를 받아도 화내지 않음이며, 또한 모든 것이 공(空)임을 깨닫는 경지를 법인(法忍)이라 한다.

 

이 작품은 참된 사랑의 본질인 희생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상 그 근원은 불교에서 강조하는 자비(慈悲), 그리고 인(忍)에 두고 있어 절실한 깊이를 지닌다. 그리고 시로서의 짜임새도 훌륭하기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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