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반응형
미리내 / 서정범 내가 자란 시골에서는 보통 학교 아이들이 기차를 본 횟수를 늘리기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나 달려가기도 하고, 기차를 보려고 밤늦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그리고 기차에서 얼마큼 가까운 거리에 서 있었느냐가 큰 자랑거리였다. 하루는 셋이서 새로운 기록을 내려고 기차 오기를 기다렸다. 선로 가에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기적을 울리기 때문에 숨어 있다가 지날 때 바싹 다가서야 된다. 기차가 굽이를 돌아 나타났다. 뛰어나왔다. 뒤늦게 우리를 본 기관사는 고막을 찢을 듯한 기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가슴이 막 흔들린다. 순간, 기차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현기증이 난다. 겁이 나서 물러선다는 게 뒤로 자빠져 머리를 찧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함께 있던 사내애들은 온데간데없고 언제 왔는지 은하..
우리 꽃 산책 / 이유미(李惟美) 예부터 우리 나라는 금수강산이라 불려 왔다. 금수강산은 비단에 수를 놓은 것과 같이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뜻이니, 이보다 더한 찬사는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사계절 수놓는 것이 바로 우리 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꽃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기 예사이고, 도대체 저 꽃이 우리 꽃인지 아닌지조차도 모른다. 그만큼 무관심하다는 말이다. 우리 꽃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 강산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까지 우리 꽃 이름도 모르고 우리 꽃인지조차 몰랐지만, 이제부터 우리 꽃에 관심을 기울이고 가꾼다면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봄날의 앵초 봄에는 봄나들이 떠나는 병아리 떼처럼 앙증맞은 노란 꽃이 유난스럽게..
통신 언어, 어떻게 쓸 것인가 / 왕문용(王汶鎔) 오늘날은 컴퓨터가 일상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고,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하여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전자(電子) 우편을 보내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대화방에 들어가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가 통신 언어이다. 그런데 통신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방의 무례한 언행에 불쾌해지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여 원만하게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통신 언어의 본질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인제 통신 언어의 특징과 실상, 그리고 통신 언어를 사용하는 올바른 자세와 태도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통신 언어는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게 된다. 우선..
민들레의 연가(戀歌) / 이해인(李海仁) 은밀히 감겨 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 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다 봄 하늘에 시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이는 나 혼자 만들어 불러 보는 노래이다. 전설에 따르면, 어느 왕에게 몹시 미움을 받은 운명의 별이 땅에 떨어져 민들레가 되었다고 한다. 민들레의 하얀 씨가 날개를 쳐 하늘로 나는 것은 민들레가 별의 혼을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옛날, 이 땅에 큰 홍수가 났을 때 다른 것들은 다 피신하였는데, 뿌리가 깊은 민들레만 피신을 하지 못해..
나의 슬픈 반생기 / 한하운(韓河雲) 태평양 전쟁의 전세는 일본 본토에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내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을 느꼈다. 결절이 콩알같이 스물스물 몸의 이곳저곳에 울뚝울뚝 나타나는 것이었다. 검은 눈썹은 자고 나면 자꾸만 없어진다. 코가 막혀서 숨을 제대로 쉬비 못하고, 말은 코먹은 소리다. 거울을 보니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바로 문둥이 그 화상이다. 기절할 노릇이다. 결절은 팔, 다리, 얼굴 할 것 없이 나날이 기하급수로 단말마의 발악처럼 퍼지는 것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쑥덕쑥덕한다. 하루는 상사가 부른다. “문둥병이 아닌가?”라고 묻는다. 빨리 치료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제는 그만이다. ‘세상아, 잘 있거라!’ 하면서 나는 창황히 집으로 돌아왔다. 고향 땅 함흥에 돌아왔으나 이 꼴로 집에 ..
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 / 김용택(金龍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파란 날, 그 티없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작고 동그란 운동장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 대고 앉아 놀고 있다. 운동장 가에 있는 벚나무에 단풍이 곱게 물들고, 바람은 산들거린다. 벚나무 사이에 있는 키가 큰 미루나무 잎이 다 져서 까치집이 덩그렇게 높이 드러났다. 까치가 창우와 다희 가까이서 통통 뛰어놀더니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고, 다람쥐들이 재빠르게 아이들 옆을 지나간다. 창우와 다희는 다람쥐를 못 본 모양이다. 운동장이 끝나는 곳에 펼쳐진 강물의 색깔은 볼 때마다 다르다. 지금은 녹색 비단을 잘 다려 펼쳐 놓은 것 같다. 바람이 이는지 물빛이 찬란하게 반짝인다. 저렇게 작은 물빛들이 모여서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내 블로그 - 관리자 홈 전환 |
Q
Q
|
---|---|
새 글 쓰기 |
W
W
|
글 수정 (권한 있는 경우) |
E
E
|
---|---|
댓글 영역으로 이동 |
C
C
|
이 페이지의 URL 복사 |
S
S
|
---|---|
맨 위로 이동 |
T
T
|
티스토리 홈 이동 |
H
H
|
단축키 안내 |
Shift + /
⇧ + /
|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