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 / 이병기(李秉岐)
송화은율
풍란 / 이병기(李秉岐) 나는 난을 기른 지 20여 년, 20여 종으로 30분(盆)까지 두었다. 동네 사람들은 나의 집을 화초집이라기도 하고, 난초 병원이라기도 하였다. 화초 가운데에서 난이 가장 기르기 어렵다. 난을 달라는 이는 많으나, 잘 기르는 이는 드물다. 난을 나누어 가면 죽이지 않으면 병을 내는 것이다. 난은 모래와 물로 산다. 거름을 잘못하면 죽든지 병이 나든지 한다. 그리고 볕도 아침 저녁 외에는 아니 쬐어야 한다. 적어도 10년 이상 길러 보고야 그 미립이 난다 하는 건, 첫째, 물 줄 줄 알고, 둘째, 거름 줄 줄 알고, 셋째, 위치를 막아 줄 줄 알아야 한다. 조금만 촉랭(觸冷)해도 감기가 들고 뿌리가 얼면 바로 죽는다. 이전 서울 계동 홍술햇골에서 살 때의 일이었다. 휘문 중학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