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 전문 / 이광수
송화은율
백로 / 이광수 바로 내 집 문전이 해오리가 다니는 길인가보다. 문재산의 푸른 병풍을 배 경으로 해오리가 흰 줄을 그어서 날아가는 것을 한 시간에도 여러 번 볼 수 가 있다. 느릿느릿 여러 가지 곡선을 그리고 날아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한 가해진다. 나는 가끔 내 서창 앞 방죽 위에, 흔히 식전에 허연 것이 웅숭그리고 앉았 는 것을 보고 사람인가고 놀라는 일이 있다. 그것은 해오리다. 봇돌에 아침 먹이를 엿보는 것이겠지마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꼼짝도 아니하고 앉았 는 것을 보면 옛 사람들이 망기(忘機)라고 비기는 것도 그럴 듯한 일이다. 더구나 참새가 깝죽대고, 제비가 팔랑거리고 나비들이 나불대는 것을 전경 으로 하고 볼 때에 해오리는 세상을 잊은 사람에 비길 수 밖에 없다. 여기도 해오리가 많지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