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언어, 어떻게 쓸 것인가 / 왕문용(王汶鎔)
by 송화은율통신 언어, 어떻게 쓸 것인가 / 왕문용(王汶鎔)
오늘날은 컴퓨터가 일상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고,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하여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전자(電子) 우편을 보내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대화방에 들어가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가 통신 언어이다. 그런데 통신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방의 무례한 언행에 불쾌해지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여 원만하게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통신 언어의 본질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인제 통신 언어의 특징과 실상, 그리고 통신 언어를 사용하는 올바른 자세와 태도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통신 언어는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게 된다. 우선, 통신 언어에는 상대의 표정과 동작이 담기지 않는다. 통신을 할 때에는 일상적인 대화와 달리 송신자와 수신자가 서로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 소통을 하게 된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말과 함께 전달되는 화자의 표정이나 동작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말로는 “그래그래, 네 말이 옳아.”라고 하면서도 표정이나 동작으로 부정의 뜻을 나타낼 수도 있다.
둘째로, 통신 언어는 시각적인 매체에 의해 전달되는 언어이므로 음성이 담기지 않는다. 우리가 말을 할 때에는 말의 높낮이, 빠르기, 성량, 음색 등도 표현된 말만큼이나 중요한데, 통신언어에는 이러한 음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셋째로, 통신 언어는 시각적인 매체만으로 전달해야 하므로 신속성이 필요하다. 여럿이 대화를 주고받을 경우,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신체 언어에 의해 ‘내가 먼저 말하겠다.’는 의사나 ‘너는 좀 가만히 있으라.’는 의사 전달이 가능하지만, 통신을 할 때에는 많은 정보를 재빨리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통신 언어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먼저, 컴퓨터 통신을 할 때에는 표정이나 동작을 전달할 수 없으므로, 통신 언어는 시각적인 표현으로 이러한 점을 보충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는 익명성 때문에 무책임하게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 TT(눈물 흘리는 모습), ^o^(웃는 표정), 0.0(놀라는 표정), ^^;;(당황해 하는 표정), +_+(할 말이 없는 표정), *^_^*(부끄러워하는 표정)
(나) 요즘 애들이 좀 싸가지가 없죠? 말하면 죽이뿐다.
(가)와 같이 여러 가지 기호로 표정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문자 언어의 결점을 보충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또, 기호 이외에 ‘벌벌, 비실비실’ 등의 의태어를 사용하여 의사를 전달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표정과 동작을 담으려는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나)와 같이 무책임한 비속어의 남용은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다음으로, 통신 언어에는 음성이 담기지 않으므로 이것을 대신하기 위해 개인적인 발음 습관이나 음운의 변동 현상, 또는 정서나 마음 상태를 그대로 표현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 제발 가지마로(가지 말어), 화안내면 가쥐(가지), 언능(얼른), 방가워(반가워), 시로(싫어)
(라) 진짜 조아(좋아), 추카추카(축하 축하)
(마) 넘행(너무해), 고파서링(고파서)
(다)는 자신의 발음을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표현이므로 맞춤법에 어긋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라)는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이다. 음운 탈락이나 축약이 일어난 말을 ‘조아, 추카’처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고 있다. (마)는 애교스러운 음성을 담은 것으로 정서 상태를 표기에 반영한 예이다. 일상 생활의 대화에서는 음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뜻을 전달할 수 있지만, 통신 언어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므로 이런 노력을 보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통신상에서 요구되는 신속성 때문에 준말과 띄어쓰기를 무시한 표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통신 공간에서 사용되는 은어도 그 수가 늘고 있다.
(바) 겜방(게임방), 일욜에 만나(일요일에), 잼 있져?(재미), 컴(컴퓨터), 글쿤요(그렇군요), 강퇴(강제 퇴장), 남친(남자 친구)
(사) 낼만나서얘기하는게어때?(내일 만나서 얘기하는 게 어때?), 할말두없어.(할 말도 없어.)
(아) 잠수(대화방에서 접속한 상태에서 다른 일을 하는 것), 중딩(중학생), 고딩(고등 학생)
(바)는 말을 간략히 줄여서 사용하는 예이며, (사)는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표기한 예이다. (아)는 통신 공간에서 사용되는 은어의 예이다.
이러한 통신 언어는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실제로 게시판에 올라 있는 학생의 글을 살펴 보자.
통신 용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별 문제 없다구 봅니닷!~!! 아무리 통신에서 할룽~~~하이루~~~한다지만 일반적인 생활에서 어디 헬룽 할루~~하나요?>! 어른들의 지나친 걱정..쿠쿠.. 그럼 여태까지 오랜 시간동안 쓰여온 지방 방언이나 사투리는 문법이 바뀔 정도로 큰일이었나요?
이 글에서 “문법이 바뀔 정도로 큰일이었나요?”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통신 언어는 마음대로 만들고 변형(變形)해도 괜찮은 것인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통신 언어는 컴튜터 통신이라는 특수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방언(方言)이다. 사회적 방언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방언은 그 사회의 구성원을 결속시키고 그 사회 안에서 원만한 의사 소통을 이루게 하지만, 그 사회를 떠나면 오히려 의사 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표준어를 배우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데, 통신 언어를 사용할 때에도 의사 소통의 문제를 생각하여야 한다. 지나친 방언의 사용이 의사 소통에 장애가 되듯이 마음대로 만들어 바꾸어 쓰는 통신 언어는 의사 전달에 장애가 된다. 앞의 글에 사용된 ‘ ?>! ’ 같은 부호는 무엇을 나타내는지 그 의미가 모호한 것도 그 예이다.
다음은 통신 예절을 생각해 보자. 말에 의해 오해가 풀리고 친밀감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말에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마마 보이’라는 단순한 놀림이 주먹싸움으로 커질 수도 있다. 통신 상황에서는 자신과 상대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바림직하지 못한 언어가 마구 사용되기도 한다. 노골적으로 상대를 조롱하는 말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욕설을 퍼붓기도 하며,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언어 사용은 그 사회를 깨뜨리게 된다. 교통의 흐름을 원활히 유지하기 위해 교통 규칙이 있듯, 원만한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통신 예절이 필요하다. 통신을 할 때에는 반드시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서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예절이다.
지나치게 문법을 파괴하는 행위도 반성해야 한다. ‘너 말 잘하시네여.’와 같이 모순 된 높임 표현은 상대를 조롱하는 행위이다. 대기가 오염되면 시야가 흐려지듯 언어가 혼탁해지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도 혼탁해진다.
끝으로, 언어가 언어의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송신자와 수신자 간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책임감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지나치게 과장하여 말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믿음을 잃게 되고, 결국은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상으로 우리는 통신 언어의 특징과 그 모습, 그리고 통신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를 통하여 통신 언어는 통신 공간에서 사용되는 특이한 방언이라는 것을 알았다. 방언도 가치가 있듯 통신 언어도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지만, 일상 언어 생활과 통신 언어 생활을 명확히 구분하여 언어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통신 언어에 나타나는 여러 현상은 통신 언어 사용에 국한시켜, 일상 언어의 규범을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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