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파만파 / 김광협
송화은율
천파만파 / 김광협 남정네들이 낫을 간다. 낫이 무디어졌다고 슥삭슥삭 낫의 날을 세운다. 보리 한 단을 베어 넘기기 위해서 숫돌의 몇분지몇푼을 축낸다. 뻐꾸기 소리와 꿩꿩 장 서방 소리가 와 낫의 날과 숫돌 사이에 파도 소리가 와서 먹는다. 파도가 넘실넘실 넘실거린다. 낫의 날과 숫돌 사이에 파도가 일어난다. 보리밭에 파도는 천파만파(千波萬波)로 들락퀸다. 에익 파도를 넘자. 넘어서 가자. 남정네 한평생 까짓. 파도쯤이야. · 꿩꿩 장서방 : [제주방언] 장끼가 내는 울음소리를 우습게 표현하는 말 · 들락퀸다 : [제주방언] ‘날뛴다’의 뜻보다 더 강한 의미 * 감상 : 낫을 가는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보리를 베기 위해서지만, 이면적 주제는 삶의 파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방언에 의한 표현은 토속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