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自畵像) / 서정주 / 윤동주 / 노천명
by 송화은율자화상(自畵像) : 서정주 / 윤동주 / 노천명 시
자화상 /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메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숫캐마냥 헐덕거리며 나는 왔다.
* 감상 : 근대 격동기의 역사를 바탕으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노 래한 작품이다. 근원적인 고통과 방랑의 모습, 이로부터 나오는 생명의 결의가 돋보이는 작 품이다.
* 성격 : 낭만적, 상징적, 격정적
* 구성
· 제1연 : 어린 시절의 한 장면 회상
- 종 : 제도적 모순,
- 흙으로 벽한 호롱불 밑, 풋살구 하나 : 가난
-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 : 쓸쓸하고 음울한 분위기. 연약함
· 제2연 : 시상의 전환
- 80%가 바람 : 끊임없는 방랑, 고통과 시달림의 세상. 추위
- 뉘우치지 않으련다 : 삶의 궤적을 있는 후회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임
· 제3연 : 시적 승화
- 아침 이마 위에 얹힌 몇 방울 피섞인 이슬 : 괴로움의 삶 속에서 창조된 열매, 고 뇌의 승화 ( 이슬 ↔ 피 : 대조적 의미, 피 - 괴로움 )
비교 --- 조지훈 시 <승무>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 세사 (승화 ) 별빛
- 병든 수캐마냥 ~ : 쓰디쓴 과거 회고, 강인한 생명적 욕구
* 주제 : 자신의 고통스런 삶에 대한 회고와 생명적 욕구
* 출전 : [시건설] 7호(1939.10)
자화상 / 윤동주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구성
· 제1연 : 자신을 성찰하는 나
(외딴, 홀로 : 자신의 객관적 관찰)
· 제2연 : 우물 속의 아름다운 풍경
(자신의 초라한 모습과 대비시키기 위함)
· 제3연 : 보기 싫은 자아(사나이) - 암담한 시대
· 제4연 : 자기 연민(憐憫)
· 제5연 : 애증(愛憎)의 교차.
· 제6연 : 두 자아의 갈등 극복, 화해(화합)의 장면
(이상적 자아의 모습 동경)
* 시적 의미
· 양분된 자아 : 우물 속의 ‘사나이’ ⇔ 들여다 보는 ‘나’
↘ ↙
화합(합일)
(변증법적 구조)
· 우물 : 다른 시의 ‘거울’, ‘하늘’과 유사 ( 자아성찰의 매체 )
* 주제 : 자아 성찰과 이상적 세계에의 동경
*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현대문학](1967)
자화상 / 노천명
조그마한 거리낌에도
밤잠을 못 자고 괴로워하는 성미(性味)는
살이 머물지 못하게 학대를 했다.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자 삼켜 버리는 서글픈
버릇이 있다. 세 온스의 살만
더 있어도 무척 생객나게 내 얼굴에
쓸 데가 있는 것을 잘 알지만 무디지
못한 성격과는 타협하기가 어렵다.
처신을 하는 데는 산도야지처럼
대답을 못하고 조그만 유언비어에도
비겁하게 삼간다.
대처럼 꺽이는 질망정 구리모양 휘어지기가 어려운 성격은 가끔
자신을 괴롭힌다.
* 감상 : 담담한 어조로 깔끔한 외모와 지나칠 정도로 내성적이고 타협하지 않는 자신의 성격 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고백의 바탕에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숨어 있다.
* 주제 : 내성적이고 곧은 자신의 모습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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