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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집91 - 낙화(落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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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大地)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작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엾은 그림자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가는 악마의 발 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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