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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그림자 / 윤동주 황혼(黃昏)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발자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를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黃昏)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信念)이 깊은 의젓한 양(羊)처럼 하루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오적(五賊) : 김지하 담시(譚詩)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것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기를 하나 쓰것다. 엣날도 먼옛날 상달 초사흘날 백두산 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아흐로 단군이래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
소년(少年)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 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 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 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산협山峽의 오후 / 윤동주 내 노래는 오히려 설ㅎ은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오후의 명상暝想은 아- 졸려.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사랑의 전당(殿堂) / 윤동주 순(順)아 너는 내 전(殿)에 언제 들어갔던 것이냐? 내사 언제 네 전(殿)에 들어갔던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殿堂)은 고풍(古風)한 풍습(風習)이 어린 사랑의 전당(殿堂) 순(順)아 암사슴처럼 수정(水晶)눈을 나려감어라. 난 사자처럼 엉크린 머리를 고루련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성(聖)스런 촛대에 열(熱)한 불이 꺼지기 전(前) 순(順)아 너는 앞문으로 내달려라. 어둠과 바람이 우리창(窓)에 부닥치기 전(前) 나는 영원(永遠)한 사랑을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삼림(森林)속의 아늑한 호수(湖水)가 있고 내게는 험준한 산맥(山脈)이 있다.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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