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녀 / 희곡 / 전문 / 김우진
by 송화은율李永女[이영녀]
登場人物[등장인물]
李永女[이영녀](二八[이팔])
明 順[명순](一三[일삼])
官 九[관구](一○[일공])
淑 照[숙희](五[오]) (登場[등장]치 안함)
안숙이네(四五[사오])
仁範[인범]이네(三○[삼공])
점돌이할멈(五九[오구])
車琪一[차기일](三八[삼팔])
林道允[임도윤](四○[사공])
柳書房[유서방](三○[삼공])
第一幕[제일막](一九二四年[일구이사년] 夏[하]) 夜[야]
第二幕[제이막](一九二五年[일구이오년] 初春[초춘]) 午後[오후]
第三幕[제삼막](一九二五年[일구이오년] 冬[동]) 早朝[조조]
第一幕[제일막]
陽洞[양동], 원숙이네 집 마당. 丘陵[구릉] 우에 잇는 이 마당 울타
리를 隔[격]하야 길이 잇고 그 우로 儒達山[유달산]의 螓蛾[진아]한
바우돌峰[봉]이 하눌을 밧치고 서 잇다. 여름 밤 열한 時[시]쯤. 詩
人[시인]의 마음을 끄을만한 곱고 높고 깁은 蒼天[창천]에 별의 무
리가 빤쟈거리고 잇다. 이런 詩的[시적] 遠景[원경]을 등지고 이 집
의 頹廢[퇴폐]한 쳐마 끗, 마루, 호박 올닌 울타리, 희미하게 뵈이
는 장독대가 서늘한 밤 空氣[공기] 안에 누어 잇다. 右便[우편]으로
마루 끗. 그 안으로 房[방](그 안은 뵈이지 안코). 그 마루 우로 空
樓[공루](부억마루). 그 안으로 또 房[방] 하나(亦是[역시] 안은 안
뵈이고.) 이 房[방] 압 마루 우에 요강, 다두미돌, 사기그릇 몃 개
가 컴컴한 밤 속에 허여스름하게 뵈이고, 우 房[방]마루에는 구석으
로 날근 농 몃 개, 그 우에 훌훌 뭉친 루더기 갓흔 衣服[의복]이 怪
物[괴물]갓히 올너 안졋다. 한 번만 보아 우아레 房[방]의 主人[주
인]이 졔각기 다른 살님사리하는 이인 쥴을 알 만한 裝置[장치]. 아
래房[방]의 今時[금시]에 내려안즐 듯한 쳐마 끗헤 불 안 켠 洋燈
[양등] 한 개가 달녀 잇다. 幕[막]이 열니면 數秒間[수초간] 闇黑
[암흑]과 빤쟈거리는 별 하눌과 沈默[침묵]만 잇다가 열 한 시 終列
車[종열차] 드러오는 汽笛[기적]소리와 車輛[차량]소리가 들닌다.
원숙이네가 明順[명순]이와 官九[관구]를 데리고 들어 온다.
원숙이네는 光州[광주]서 낫코 자라고 性[성]에 눈 뜨기 前[전]붓허
父母[부모]의 强制[강제]로 어두운 商業[상업]을 數十年間[수십년
간] 如一[여일]히 繼續[계속]하여 왓다. 어지간히 黃金[황금]배가
불은 끗헤 畢竟[필경]은 어늬 釜山[부산] 놈의게 창쟈를 다 갈거멕
힌 뒤로는 다시 幸運[행운]이 도라오지 못하고 苦生[고생]과 耽樂
[탐락]과 頹廢[퇴폐]와 黃金[황금]과 또 외입쟁이들과 뻐틈질을 하
다가 엇지 엇지하야 木浦[목포]로 흘녀드러왓다. 그 때가 벌서 설흔
살 넘어 사십이 갓가왓슬 때이엿다. 사람 생각이 變換[변환]하기 쉬
운 나가 닥쳐왓던지 木浦[목포] 드러와서 一時[일시]는 純直[순직]
한 生活[생활]을 붓드러 남 모양으로 사러갈냐는 生覺[생각]도 잇섯
지만 元來[원래] 운 바탕이 잇는지라, 如前[여전]한 길을 밥게 되
엿다. 그러나 二十前[이십전]붓허 數十年間[수십년간] 지내온 生活
[생활]은 例常[예상]으로 알고 다시 새로운 決心[결심]과 覺悟[각
오]로 새로운 職業[직업]을 엇게 되엿다. 사람이 이 世上[세상]에
사러가는 以上[이상], 理想[이상]이니 善良[선량]이니 하는 것은 全
[전]혀 所用[소용]이 업다는 理致[이치]를 徹底[철저]히 깨닫고 世
上[세상]이 白[백]이면 나도 白[백], 世上[세상]이 黑[흑]이면 나도
黑[흑]이 아니면 이 世上[세상]에셔 사러갈 길이 업다는 것을 밋게
되엿다. 이 外[외]에 다른 人生觀[인생관]이란 그이의게 업다. 그리
해서 所爲[소위] 뛰쟝이 노릇을 始作[시작]하엿다. 그리하야 그이의
첫 犧牲[희생]은 官九[관구]네이엿다. 官九[관구]네도 그이의 人生
觀[인생관]과 大差[대차]는 업스나 官九[관구]네는 엇더한 方便[방
편]으로 生覺[생각]하엿고 원숙이네는 唯一無二[유일무이]한 倫理的
[윤리적] 主張[주장]으로 生覺[생각]하엿다.
원숙이네는 마루 우에 올나서서 洋燈[양등]에 불을 켜고 나서 옷을
가라 입으려고 아래房[방]으로 드러간다. 흰 官紗[관사] 져고리에
모시치마. 明順[명순]이는 뜰에, 官九[관구]는 마루 끗에. 終列車
[종열차] 들어오는 汽笛[기적] 소리.
안숙이네 (늑수구레하지만 힘과 魅力[매력] 잇는 소리로) 아이고 그
새 막車[차]가 드러오능구나.
官九[관구] (죡긔 쥬머니 속에서 게이도로 만든 돈지갑을 내여서 악가
운 듯이 돈을 짜랑그리며) 악까 그 사람하고 엄마 어대 갓
대여?
안 왜, 어대 갓능가 갈쳐쥬면 나 떡 사쥴내?
官[관] 글새 어대 갓대여. 또 늣게 나 쟘 쟌 뒤에 드러 온대여?
안 걱졍마라. 입뿐 너 어머니를 호랭이가 물어 갈 것이냐? 엇
졀 것이냐.
明[명] (돈을 慾心[욕심]난 듯이 보고 잇다가) 겐마이 빵 하나만
사 쥬면 내가 갈쳐 쥬지.
안 (소리를 질너) 너는 죰 가만이 잇거라! 그져 너 안나닷는
대는 업드라. 망할 가시내!
官[관] (누이를 흘겨보며) 고만 둬야! 또 알과 먹을나고. 누가 져
보고 무럿능개배.
안 그 돈은 꼭 다머 두엇다가 活動寫眞[활동사진] 구경 가쟈,
응. 군것 사머그면 어늬 손님이든지 다시는 안 쥰단다. 그
러고 군것질 하는 쥴 알면 엄마가 또 야단치지 안냐.
明[명] 엇다, 活動寫眞[활동사진]은 三十分式[삼십분식]이나 하는
대. 모지래는 돈도 안 쥴 나면서도.
안 官九[관구] 너만 가것다고 하면 엄마가 왜 안 쥰다냐.
明[명] 고만둬. 생젼 구경식혀쥴 쥴 아능구만.
官[관] (샘난 노여움으로 누이의게) 엇재 안 식혀 , 너는 안 식
혀 도 나는 아쥬머니하고 구경간단다, 죰. (안숙이네의
게) 그래 나 안 사머극깨 꼭 나하고 구경 가, 응. (돈지갑
을 重[중]하게 담아 넛는다) 왜 악가 그 사람하고 엄마 나
갓대여. (어린냥 피듯이) 아이, 언졔 와야. 꼭 혼쟈만 나가
고. 내일 活動寫眞[활동사진] 구경가쟈고 할랑깨.
明[명] (소리를 내려) 나 겐마이빵 하나만 사 쥬면 갈쳐 쥬지.
官[관] (소리를 버럭 질너) 고만뒤야! 비러먹을 것! (누이를 달내
드러 회비려고 한다)
明[명] (바당으로 避[피]해 나오며) 지랄하지! 또 남 회빌나고!
안 (우통을 벗고 져고리를 든 대로 한 손에는 붓채를 들고 나
온다) 글새 요년아, 너 왜 그리 동생만 가쥬고 그러냐. 그
러다가는 네 에미한테 쬭겨난다. (官九[관구]의게) 참 우리
官九[관구]가 입부지. 어룬 식히는 대로 말도 쟐 듯고.
明[명] (비틀고 서서) 돈이나 만이 즁깨 말 쟐 듯지. 이놈 져놈한
태서 어더서.
안 (휙 도라다보고 한번 흘겨쥬면서) 져까짓 누이 소리는 다시
듯지 마라. 에잇 고약한 년. (官九[관구]를 씨다드머 쥬며)
너 어머니는 大成宅[대성댁] 바누질해 쥴 것이 잇서서 갓단
다. 에 입뿐 것, 엄마가 그리도 보고 십냐. (부채질을 해
쥰다)
明[명] 아쥬아쥬 거짓말만. 나도 다 알어. 압바 오거든 나도 다 일
을낭깨. 또 언제맹이로 어더맛기나 하게.
안 (소리를 질너) 고만 안 들어가 쟐내! 엇지 고 따우로 생겨
먹엇냐.
官[관] 망할 년! (안숙이네의게 매여달리며) 오늘 밤에 죳챠 내지.
나 져느무것하고 갓히 알 쟐 테야!
안 썩 房[방]에 드러가 쳐쟛바져 쟈그라. 가시내도 엇더케 생
겨 먹엇깐대 어룬 말이라고는 질색이야.
官[관] (안숙이네 역성에 氣[기]가 나서) 아쥬머니 말 안 든는다고
나도 엄마보고 일너.
明[명] (지지 안으려고) 체 ― 일너라, 네까진 것이 일너도 안 무
섭단다. 압바가 더 무섭지 엄마가 더 무섭다냐.
안 아이고, 식거러와! 요 방졍마진 년아. 어린 것이 왜 것떡하
면 일으니 찔으니 야단이여.
明[명] 그러면 맨맛한 것이 나간대 왜 것덕하면 이년 져년 해! 져
런 멍텅구리 역성만 드러쥬고. (氣[기]가 올나와서) 됩대
어리다고 官九[관구] 속혀 먹기만 하고. 새달 초생에 압바
집에 오면 나도 안 일느능가 바! 누가 모르눈 쥴 아는구만.
官[관] 내가 왜 멍텅구리여! 이 망할 년! (뛰여 내려오려고 한다.)
안 (官九[관구]를 쟈부며) 아서라. 져까짓 년은 산관을 마러
라. 누이가 누이 노릇을 해야지, 누이지.
明[명] 그럼 왜 나 보고만 요년 져년 해. 내가 졔 죵년이나 되는
듯이. 압바 오거든 나도 다 일을 것잉깨. 흥 그래 바! 져까
짓 송사리 색기 갓흔 놈만 입버하고. 나도 다 안담네.
官[관] (소리를 질너) 멋이 엇재야. 호랭이 깨물어 갈 년! (달녀와
누이를 쟈바뜨드며) 내가 엇재 송사리 생기여. 괜시리 남
욕만 하고. 예기 비러먹을 것. 쟈 또 욕해 바라. 욕해야!
明順[명순] (쳐음에는 對抗[대항]할려다가 내죵에는 쬭겨가며) 나는 왜
호랭이 깨무러 갈 년이냐. 아이고 맨맛한가배. 아야! 아야!
(다시 휙 도라서서) 예긔 아나, 또 회벼바라! 쟈, 쟈, 쟈,
아나 해 바라. (官九[관구]의 얼굴을 자버 뜻고 주먹으로
때린다.)
원숙 (뛰여 내려가 두 아희를 자바 나노며 소리를 질너) 아서라,
아서. 왜 또 쌈들은 하냐. 官九[관구]야, 아서, 너는 이리
올너 오너라. (아래 마루 우에 올너 안치고) 너 어린 동생
을 회비는 대가 어대 잇다냐. 다시는 그러지 마러라 응. 엄
마한테 혼난다. 너도 누님하고 그것이 무슨 버릇 업는 짓이
냐. 누님도 어룬인대 어룬한테는 공순히 하고 말 쟐 드르라
고 그러지 안트냐. 엄마가. 그래야 챡한 사람이 되지 다시
는 그러지 마러라.
明順[명순] (실쥭실쥭 울면서 쟝독대 밋헤 쬬구리고 안즈면서) 맨맛한
것이 나지. 가시내라고. 모도들 그래 바라. (소리를 내여
울면서) 나 하나 못 자바머거서 곳 쥭겟는 것이다. 요년 져
년 하면서. 官九[관구] 이놈우 子息[자식]! 내일 나한테 견
대 바라. 아가리를 쮹쮹 쟈바뜨더 버리지 안는가. 왜 나만
나 혼쟈만 못나니 노릇하고 잇슬 쥴 아냐.
官九[관구] (마루 우에서 뛰여내릴 듯이) 그래 너까짓 가시내가 못나니
지 멋이여. 가시내는 모도 사내들 죵년이란다. 엄마한테 무
러 바라, 안 그러능가.
明順[명순] (다시 확 이러서서 달녀드러 얼굴을 여박으며) 이눔우 색
기 너하고 나하고 오늘 쥬거보쟈. 쟈 죵년이다. 엇졀내. 아
나. (官九[관구] 가마니 안져서 當[당]하드니 忽地[홀지]에
엽헤 잇는 돍덩이를 드러내 때릴녀고 한다. 안숙이네는 말
길려고도 안는 드시 하나 危險一髮[위험일발]에 明順[명순]
이가 휘쟈버서 돌덩이를 官九[관구]의게 내붓친다. 官九[관
구], 억개를 맛고 엎디려진다. 明順[명순]이는 한다름에 사
립 밧갓흐로 다라나 뻐린다. 官九[관구] 우룸이 터진다. 우
房[방] 안에서 쟘들엇든 어린아의 우름이 또 터진다.)
원 아이고 가엽서라! (官九[관구]를 아너 살피며) 우지 마라.
어대 요게를 어더 마졋구나, 져런 큰 그릇으로. 不常[불상]
해! 우지 마라, 관챤다, 피 안난다. (만져 쥬며) 來日[내
일] 明順[명순]이란 년 너 엄마한테 일너서 어더 맛게 해야
지. (운 房[방] 안 어린애 우름 소리를 듯고) 淑熙[숙희]가
또 깨엿네. 에 그년! 엇잿다고 어린 동생들 쟘도 못쟈게 헌
다냐! 나 갓흐면 져런 년 남우 집에다가 냇버리지. 일이나
하라고. (어린애 우름 소리 漸漸[점점] 커진다. 官九[관구]
를 클안고 우 房[방]으로 드러간다.) 너 어머니는 잇다가
너 쟘 쟌 뒤에 드러온단다. 來日[내일] 活動寫眞[활동사진]
구경식혀 달라고 학깨. 드러가 쟈쟈. 에이 챡한 것. 내 이
약이 해쥬마. 악까 禮拜堂[예배당] 갓슬 때 牧師[목사]님이
이약이 한 것 안 이졋지. 올치. 우리 官九[관구]가 이즐 니
가 잇나. 牧師[목사] 先生[선생]님이 天使[천사] 이약이하
지. 천사라고 하눌 天堂[천당]에 가면 하누님 엽헤서 입뿐
이들이 날개 달니고 고운 옷 입고 츔츄는 이들이 말이란다.
그런 天使[천사]가 너 것흔 챡한 아희들을 아쥬 입뻐한다
다. 그러고 엄마 말이나 어룬 말 쟐 드르면 天堂[천당]으로
대리고 가서 고운 꼿밧에, 고운 새, 고운 집, 고운 방 잇는
대서 맛잇는 것 먹게 하고 쟐 놀게 한단다.
官[관] 엄마는 天使[천사] 업다고 그러대. 하누님도 업고, 납뿐 일
하면 巡査[순사]가 쟈버가고 엄마가 때린다고만. 禮拜堂
[예배당]에서 牧師[목사]님이 하는 소리는 모도 거짓말이라
고.
원 엄마가 모루고 하는 소리란다. 거짓말이 멋이여. 너 禮拜堂
[예배당]에 안 가 밧냐. 牧師[목사]님이 안 그러드냐, 성경
에 써 잇는 것은 모도 참말이라고.
官[관] 그래, 나도 꿈에 밧서. 졍말이여, 언졘가 엄마가 압빠한테
막 뚜디려마고 울고 잇슬 젹에 그래 밤에 말이여. 나도 쟘
쟈면서 쟉고 울엇드니 天使[천사]하고 하누님하고 와서 입
분 애기라고 하고 가둥만.
원 그래 챡한 아이는 그런단다. (붓채질 소리)
官[관] 그러고 엄마도 울고 잇는 것을 와서 달내는 것도 밧서.
원 그랫니? 에 챰 챡한 우리 官九[관구]. 그렁캐 너 엄마 말
쟐 드러야 한다 응. 챡하고 어룬 말 쟐 드르면 天使[천사]
도 오고 하누님도 와서 입버하고 멋도 쥬고 간단다. 그래,
그런깨, 내가 天使[천사] 노래할깨 드러 바라, 응.
나 어졔 밤 쟐 때 한 꿈을 뀌니
하늘 문이 열니며 흰 옷을 입은
仙女[선녀]들이 노래하며 나려오누나
仙女[선녀]들이 노래하며 나려오누나
그의 姿態[자태]와 容貌[용모] 아름답도다
너의들은 챰말로 어엽뿌구나
너와 갓히 함끠 가기 願[원]하노라
너와 갓히 함끠 가기 願[원]하노라
꿈을 깨니 仙女[선녀]들 간 곳 업네
꿈에 다시 또 한번 맛나구십다
너의들의 노래 소리 듯기 願[원]하네
너의들의 노래 소리 듯기 願[원]하네
官[관] (죠을니는 소리로) 엄마 안 왓서. 나 쟘들면 와?
원 오냐. 쟘 쟐 자거라, 天使[천사] 오거든 너도 졀해라, 응.
우리 챡한 것! (靜謐[정밀]) (삽쟉 박게서 「왜 여긔 섯늬,
글새 官九[관구]는 쟌다냐」 하는 소리 나며, 永女[영녀]가
明順[명순]이를 압세우고 드러온다. 二十八歲[이십팔세]지
만 三十[삼십]을 넘어 뵈일 만콤 얼굴이 憔悴[초췌]하다.
多産[다산]과 生活難[생활난]으로, 살은 여위고 얼굴에는
勞働階級[노동계급]에 항상 잇는 검푸릇한 血色[혈색]업는
빗을 가졋다. 그러나 커다란 두 눈에 잠긴 貞淑[정숙]시러
운 光彩[광채]와 全體[전체]에 調和[조화] 잡힌 體格[체격]
과, 왼 얼굴을 덥허 누를 만콤 숫 만흔 머리털애는, 異性
[이성]을 는 靑春[청춘]의 힘이 흘너 넘친다. 머리에는
지르하개 기름을 바르고, 여러 날 입은 주림 잡힌 검은
모시치마와 흰 적삼. 맨발에 고무신을 신엇다. 굿세면서도
남을 한품에 안어서 어루만저 慰安[위안]을 줄 듯한 엇던
女性[여성]의 獨特[독특]한 사랑이 넘친다. 그 動作[동작],
言語[언어]에 느지막하고 힘센 一種[일종]의 旋律[선율]이
잇다. 이것은 生活上[생활상], 經濟上[경제상], 賣買上[매
매상], 勞役上[노역상]으로 밧은 苦難[고난]과, 는 多數
[다수]한 男子[남자]와 交際[교제]한 에 自然[자연]이 나
온 自己防衛[자기방위]의 熟練[숙련]으로 因[인]해서 어든
個性[개성]의 힘이다.)
永女[영녀] (明順[명순]의게 하는 말로) 원숙이 아지매는 어디 잇다냐?
(방안을 듸려다 보며) 거긔 게시요? 애기들 쟈요?
안 (나와 房[방] 안을 가르치며) 方今[방금] 쟘 들엇네. 그새
오능가? (明順[명순]이를 보면서) 또 싸웟다네. 어듸 말을
드러야지. 어린 것은 어리다고 하지만 큰 것이 더 한당깨.
인졔 너 어머니한테 영금 죰 바라. 내 속상해! 당초에 너와
나는 인졔붓터는 상관 안 할난다.
永[영] 어린 동생을 왜 그러냐. 네가 누의가 아니냐. 다시는 (多情
[다정]시럽게) 그러지 마라, 응. 얼능 드러가 쟈그라. (明
順[명순] 우 房[방]으로 드러간다.)
안 죰 나무러지 안코 둥깨 버럿은 쟐 드린다. 나 것흐면……
永[영] (한숨을 쉬이며) 억지로 나무랜다고 어데 듯는다요? 그져
돈 업는 놈은 子息[자식]도 낫치 마러야 올치.
안 (비웃는 드시) 돈 벌 生覺[생각]은 안 하면서도 幼稚園[유
치원]인가 깨묵덩이에는 보내구 숩단 말이지. 우리 處地[처
지]에 그것이 다 무슨 욕심인고.
永[영] 사람이 그런 욕심도 업스면 멋 헌다요. 엽헤서 가르치니 업
시 아희를 엇더케 키우요.
안 그렁깨 누가 가르치지 말나능가. 쟈네 말대로 돈을 버러야
지, 갈치기도 하고 무엇도 햐지.
永[영] (對答[대답] 업시 우 房[방] 안으로 드러간다. 안숙이네는
뒤를 아니꼽게 보아 쥬다가 이러나서 뜰로 내려와서 호박
울타리에 걸닌 빤내를 거더 드린다. 永女[영녀] 房[방] 안
에서) 判實[판실]이 집에셔 갓다 맥긴 치마하고 두루매기는
챠저 갓소?
안 (빨내를 져버서 마루 엽헤 노으며) 챠자 간 지가 언졔라고.
싹은 글페 쥬마고 하길네 그냥 내네. (數分間[수분간] 沈
默[침묵]) 엇재 이럿케 일즉 왓는가? 사람은 맛나 밧능가.
나는 쟈고 올 쥴 아럿지. (對答[대답]이 업다. 房[방] 안을
向[향]하야) 애긔들 다 쟘들엇는가. (마리에 올너 안져서
빨내를 졉기 始作[시작]한다.) 어린 애긔들 쟘 드릴냐면 그
져 이얘긔나 소리가 第一[제일]이여. 官九[관구]란 놈 고
것. 천사 이얘기는 엇지 그리 죠와하는지. 악가도 쟈네가
어더 맛고 울고 잇는 것을 보고 天使[천사]가 와서 달내 쥬
드라고, 꿈 이얙이를 허든대. (한챰 잇다가) 챰 악까 判實
[판실]이네한테 들엇네마는 요새 尹主事[윤주사]가 서울 가
잇다데. 米穀[미곡]에 업샌 돈이 萬兩[만냥]이 넘는다고 하
데. 엇지면 그런 쟝사를 하능고. 사내도 보쟝이 너무 크면
그러는 거시여. 화김에 서울 出入[출입]하면서 외입에 歲月
[세월]이 업게 지낸다고 判實[판실]이네도 엇지 애석히 녁
이는지. 내 요새 쟝사하는 것들 보면 엇지 그리 욕심만 크
고 손은 젹은지! 욕심 업스면 이것도 져것도 아니지만 그래
도 分數[분수]엣 욕심을 내야지. 尹主事[윤주사]가 왜 亡
[망]한 쥴 아능가? 酒色[주색]에 업샌 것도 아니고 去年[거
년] 겨을게 木花[목화] 갑 올을 판에 여긔 찝젹 저긔 찝젹
하다가 損害[손해]보는 쥴 모르게 탈탈 씨러냇지.
永[영] (나오며) 그래 只今[지금]도 서울 가 잇다요. 언졔부터 가
잇다요.
안 서울 가 잇기는 두 달챼란대 잇는 곳도 모른다네. 姜參事
[강참사]도 바들 것이 솔챤헌 모양인대. 四方[사방]으로 探
知[탐지]해도 몰은다데. 그 姜[강]가 뚱뚱이가 甚至於[심지
어] 警察署長[경찰서장]한테 가서 돈을 내노코 그놈 잇는
곳을 챠져 달나고까지 햇다는 소문이 잇지만 서울 잇는 것
은 確實[확실]한대 어늬 년 속곳 밋헤 들어 누엇는지 아쥬
캄캄부지라데.
永[영] 그까지 子息[자식]이 그밧게 더 될나고요. 내죵에 가서는
침구녕이나 맛다가 급살 當[당]하면 죠은 팔자지.
안 그건 고만 두고 店房[점방] 물건이나 土地[토지] 마지기나
고사하고 모도 벌서 執行[집행] 當[당]햇다데. 判實[판실]
이네가 어졋게 그 집 압을 지내다가 妻子[처자]들 눈물 뚝
뚝 떽기는 것을 보고는 엇지 불상햇는지 몰낫다고 그러데
만. 이런 이약이는 자네한테 안하는 것이 죳켓지만 至今[지
금] 港口[항구] 사람이 다 알고 잇는 걸 그럴 것이 잇능가.
다 사람 運數[운수]란 것도 잇는 것이야. 자네한테 한 맘씨
로 하면 그까짓 것이라도 싸지.
永[영] 나도 至今[지금]은 아쥬 이져버리고 잇소. 나도 情[정]든
이라고난 後之以後[후지이후] 그 사람이 쳐음이지마는 졔각
긔 八字[팔자] 소관이지. 그이가 그러케 되는 것도 그이 八
字[팔자], 내가 이 모양으로 苦生[고생] 밧는 것도 내 八字
[팔자].
永[영] 그져 사람이란 것은 四柱八字[사주팔자]가 꼭 잇는 것이야.
그래도 뉘 쟈식놈이 四柱八字[사주팔자]를 아러야지. 졔 힘
대로 이 窮理[궁리] 져 窮理[궁리]해서 돈 벌고 자식 낫코
살고 먹고 해서 世上[세상] 滋味[자미]보다 쥬그면 고만이
지.
永[영] (길게 한숨 쉬고) 아이고 이놈의 八字[팔자]! 이것이 먼 짓
이리란 말이요.
안 八字[팔자] 한탄만 하고 안져도 무슨 수 잇당가. 이 世上
[세상]에서는 돈 벌어야지. 돈 잇는 놈도 八字[팔자] 사나
운 놈이 업는 것은 아니여. 그래도 우리 處地[처지]엣 사람
들이야 돈만 잇스면 八字[팔자]가 곳쳐지네.
永[영] (한챰 잇다가 악챡시럽게) 악가 그 鄭[정]가 놈한테 許諾
[허락]한 지가 언졔요.
안 (의심시럽게) 언졔라니?
永[영] 오늘 밧소? 어젹게 밧소.
안 바로 오늘 夕陽[석양]판에 밧는대. 왜 뭇는가.
永[영] 그 뒤에 다른 놈이 멧이나 왓다 갓소.
안 오기는 누가 온단 말잉가. 쟈네하고 갓치 나간 뒤에 나 혼
쟈 잇섯는대.
永[영] 鄭[정]가 놈 手段[수단]이요, 그렁깨. (몸서리를 치며) 에
이 더러운 쟈식들!
안 왜 엇잿능가? 그런대 나는 자네가 쟈고 올 쥴 알엇지. 싸웟
든가? (대답이 업다) 한 번 말이 끗나면 눈을 찔근 감고 지
내야지 하지. 자네맹이로 그럿케 참을性[성]이 업서서 엇쟌
단가.
永[영] 암만 이런 짓을 하고 지낸다 해도 오늘 저녁 갓튼 짓은 쥬
그면 쥬것지! 다시 안 當[당]할나우. (더러워 못 견듸는 듯
이 츔을 택 밧는다)
안 (눈치를 채이련 듯이) 돈을 도로 달나고 하등가. 싸우기는
왜 싸워, 싸워서 죠을 것이 잇당가, 어대.
永[영] (憤[분]해 못 견대는 듯이) 싸우기는 누가 싸웟다고 그러시
요. 싸우기나 햇스면 누가 憤[분]하다고 하겟소.
안 그러면 엇잿다고 이 야단인가.
永[영] 인재 당쵸에 그런 자식들하고는 이얘기도 내놋치 마시요.
(한참 잇다가) 아 그놈우 쟈식 져는 거는房[방]에 안져서
뭇놈들을 番[번]을 세가면서 디려보내니 당쵸에 사람이 當
[당]할 짓이요? 이것이.
안 (놀낸 소리로) 그럴 쥴이야. 내가 엇더케 안당가. 그것은
내 쟐못이 아닐세. 내 원망은 말게.
永[영] (한참 잇다가) 잇다가라도 쬿쳐 올지도 몰응깨 오거든 그
돈 날 쥬시요. 내 그놈의 낫바닥에다가 츔 밧고 한 밧탕 해
쥬고 나서 쥴나우.
안 (慰勞[위로]하듯이) 그럿치만 이것 보소. 사람이란 것은 참
을性[성]이 잇서야 한다네. 나 졀물 때 이얙이 안 들엇능
가. 이왕 當[당]하는 것 아닝가. 눈 한 번만 찔건 ──
永[영] (至今[지금]까지 능쳥그리는 버들과 갓든 그이는 突然[돌
연]히 무슨 神[신]이 붓흔듯이 火[화]를 벌덕 내며) 그놈하
고 단짝이 돼 가쥬고 나 못할 짓만 식키면 멋이 죳켓소. 이
짓도 이 짓인대, 에이 챰.
안 (如前[여전]히) 내 이약이 안 드럿는가? 光州[광주]서 ──
永[영] (얼골에 치마끈을 대이고 운다) 고만 두시요, 고만 둬라우.
다 듯기 실소. 원수의 돈! 원수읫 돈! (고개를 들어) 내가
그래 개만도 못하요. 나 실타는데 왜, 왜. (턱을 떨면서 소
리 질는다.)
안 (風雨前[풍우전]과 갓히 고요히 잇다가 고만 벌덕 이러나)
에잇 망할 년! 나가그라. 나가! 내일이라도 房[방] 내놋코
빗 내놋코 나가면 고만 아니냐. 널더러 누가 빗지라고 하드
냐. (뜰로 내려오며) 쥬져너분 년이 쥬져넙다 쥬져넙다 항
깨 인졔 별짓을 다 할라고 드눈구나. 아니꼬운 년! (사립문
밧게서 캡 쓰고 흰 모시 두루마기 입은 男子[남자]가 드러
온다)
그 男子[남자] (안숙이네의게) 져 사람이 李永女[이영녀]요? 당신은 이집
主人[주인]이 아니요?
안 (눈치를 벌서 채리고 간이 덜컥 나려안는 소리로) 녜, 엇재
그러시요. 이리로 올너 안즈시요.
男[남] (마리 우로 勸[권]하는 안숙이네를 사양하고) 아니요. 나는
警察署[경찰서]서 왓소. (永女[영녀] 압흐로 가서) 只今[지
금] 곳 署[서]로 갑시다.
永[영] (火[화]난 急[급]한 소리로) 왜 할 말슴이 잇스면 여긔서
하시요. 어린 애기 졋도 야 할 것인대, 나 못 나것소.
男[남] (소리를 죰 놉혀서) 쟌소리가 무슨 쟌소리요. 말 안 듯다가
는 끌고 갈 것이니 어서 내려오오.
안 (哀願[애원]하듯이) 내일 내가 데리고 가리다. 여보세요,
어린 졋메기 잇는 이가 어데 그럿케 됨닛가. 녜, 나리, 事
情[사정] 죰 봐쥬서요. 내일 꼭 보내듸릴깨요.
永[영] (男子[남자]의 反對[반대]하려는 말을 마거서 소리를 질너
서) 갑시다, 가. 가지만 이년도 갓치 글고 가야 하지, 그럿
챠느면 난 쥭어도 안 가겟소.
男[남] (안숙이네의게) 當身[당신]도 잠간만 다녀 가시요. 取調[취
조]만 곳 끗나면 (永女[영녀]의게) 當身[당신]도 곳 오게
될 게닛가 걱졍 말고 두리 다 갑시다. (안숙이네는 옷 가러
입으려고, 永女[영녀]는 아이 쟈는 것을 보고 가려고 우 아
래 房[방]으로 各各[각각] 드러 간다.)
男[남] (마루 끗헤 걸터안지며) 速[속]히 하시요, 速[속]히!
― 幕[막] ―
第二幕[제이막]
관에 갓가운 姜永元[강영원]의 집, 行廊[행랑]방. 主人[주인]은 府
協議員[부협의원]이고, 木花時節[목화시절]이 되면 뒤심잇는 資本
[자본], 運動力[운동력]잇는 手段[수단]으로 數三年間[수삼년간] 엄
쳥나게 버러오다가 至今[지금]은 滿足[만족]과 飽滿[포만]의 絶頂
[절정]에 잇는 中[중]이다. (木花[목화] 販賣[판매]에도 內容[내용]
아는 이는 密字[밀자] 빼고 그이의 成功[성공]을 생각 안느니가 업
다) 돈 쟐 벌고, 따라서 府協議員[부협의원]이 되고, 道評議員[도평
의원] 運動[운동]까지 하엿스나 去年[거년]에 落選[낙선]된 뒤로붓
허는 府內[부내] 엇던 種類[종류]의 사람들이 次時[차시]에는 當選
[당선]될 터닛가 미리 參事[참사]라고 하쟈고 姜參事[강참사] 姜參
事[강참사]로 通用[통용]되는 中[중]이다. 道評議員[도평의원]에 落
選[낙선]된 原因[원인]은 品行[품행]이 滿點[만점]이 못된 結果[결
과]로 當局[당국]에서 튼 모양이엿다. 그래서 期於[기어]히 道[도]
를 爲[위]해서 힘 쓸테닛가, 힘 쓸 義務[의무]가 잇스닛가, 不可不
[불가불] 道評議員[도평의원]을 하여야 하겟고, 그러쟈면 品行[품
행]을 곳쳐야 하겟다고 當局[당국]에 非公式[비공식]으로 斷言[단
언]까지 하엿다고 한다. 그 뒤붓허는 과연 品行[품행]이 곳쳐졋다.
(져거도 社會上[사회상]으로) 그래서 미리 參事號[참사호]를 올닌
이들은 次期當選[차기당선]은 疑心[의심]업다고 安心[안심]하고 滿
足[만족]하고 喜悅[희열]하고 그 끗헤 그네들 品行[품행]까지 곳쳐
지는 것 갓헛다. 그러나 그 曲節[곡절]을 알니는 萬無[만무]하다.
姜參事[강참사]의 집 압헤 行廊[행랑]이 길게 잇다. 네 식구가 살님
하게 되엿다. 맨 쳣집은 近村[근촌]에서 온 三十內外[삼십내외]의
夫妻[부처]. 문간지기 노릇하기에 適當[적당]할 만콤 날삽고, 약고,
눈빠르다(鄭仁範[정인범]과 仁範[인범]이네). 主人[주인] 밋해셔 벌
서 十餘年[십여년] 사러 왓다.
두재 집은 靈岩[영암]서 온 한갑이 다 지낸 老婆[노파]. 식구가 하
나만 되는데다가 졂어셔 全州[전주] 料理[요리]집으로 도러다니든
德[덕]으로 飮食[음식] 맨드는 솜씨가 끔즉하여서 이 行廊[행랑]에
들 資格[자격]을 어덧다 (졈돌이 할멈).
그 다음에는 三十五歲[삼십오세] 되는 人力車[인력거]꾼이다. 主人
[주인]의 出入[출입]이 잇스면 드러가서 無料[무료]로 끌어쥬고, 그
틈틈으로는 거리로 나가셔 港內[항내] 所聞[소문]이란 所聞[소문]은
모도 蒐集[수집]해 놋는 要物[요물]. 길거리에서, 船艙[선창]가에
셔, 남의 店房[점방]에셔, 또는 熱心[열심]으로 靑年會[청년회] 演
說[연설] 마당에셔 귀동냥으로 모아둔 知識[지식]과 判斷[판단]으로
졔법 自己[자기]만의 意見[의견]과 主張[주장]을 가지게 되엿다. 갓
흔 말이라도 用語[용어]가 新聞[신문] 一面[일면]에 나는 新語[신
어]일 것 갓흐면 危險思想[위험사상]으로 치는 이들이 만타. 그이도
姜參事[강참사]의 눈 박게 나기 始作[시작]하여 무슨 탈만 잇스면
곳 쬭겨 나갈 모양이다. 키가 짤막하고, 마듸가 굴고, 널음 펀펀한
얼굴에는 쥭은깨가 갓득하다. 三十歲[삼십세] 넘은 그 妻[처]도 얼
굴에 쥭은깨가 自己[자기] 남便[편]의게 지지 안을 만콤 갓득하다.
두리 사이에 잇다금 쌈이 이러나지만, 남들은 「쥭은깨 싸움」이라
고 하지만 實狀[실상]인즉 性格[성격]의 差異[차이]에서 이러나는
것에 不過[불과]하다. (車琪一[차기일]과 기일네).
맨 끗헤 房[방]은 이 行廊[행랑] 中[중]에셔 第一[제일] 크고 넓고
집다웁게 된 곳이다. 右便[우편]으로 안房[방]. 그 엽헤 퇴마루. 그
左便[좌편]으로 大廳[대청] 한 間[간]. 그 안은 거는房[방]. 이곳
져곳, 구석에 날근 농.
뜰에는 名色[명색]만의 菜田[채전]이 잇다. 去年[거년] 가을에 警察
署長[경찰서장]의 紹介[소개]로 李永女[이영녀]가 드러와 잇다. 密
賣淫[밀매음]으로 三十日[삼십일]동안 拘留[구류] 當[당]햇다가 意
外[의외]에 警察署長[경찰서장]이 職業紹介[직업소개]해쥰다고 하고
付託[부탁]바드니가 이 집 主人[주인] 姜參事[강참사]이엿다. 姜參
事[강참사]는 깃겁게 慈善心[자선심]을 發揮[발휘]해서 불너 듸려서
自己[자기]가 經營[경영]하는 棉花工場[면화공장] 工女[공녀]로 周
旋[주선]해 쥬엇다.
쵸봄. 따뜻한 날 夕陽[석양]. 오른便[편] 陽地[양지]쬭에는 졈돌이
할멈, 琪一[기일]네, 仁範[인범]이네, 琪一[기일]이가 졔각기 포˙ ―˙
스˙ 를 가지고 모여 안졋다. 明順[명순]이가 안房[방]에 드러 안져서
바누질 흉내 내고 잇다가 나와서 거는房[방]으로 드러가셔 物品[물
품]을 챠져 가지고 간다. 잇다금 박게서 이약이하는 것을 귀 기울녀
듯기도 하다가 或[혹]은 갓치 웃기도 한다.
기일네 네기듯 왜 내는당가. 친한 체 하고 불너드릴 는 엇전
맘이고 내칠나고 할 난 엇전 맘이랑가.
인범이네 앗다 내 집 두고 내 맘대로 허는 데 엇전 상관이여. 已往
[이왕] 功勞[공로]나 잇지 마러야 사람 道理[도리]지.
점돌이할멈 앗다, 인범이네 말이 올치 안타난 거시 아니라도 사람 心
[심]보가 그래서 쓴당가. 암만 돈 잇고 富貴[부귀]랄 누린
다기로 제 욕心[심]대로만 하는 데가 어대 잇당가.
인 할멈은 그런 소리만 하시요. 官九[관구] 어매가 틀닌 일
이지, 그 괴로운 工場[공장] 일을 고만 두게 하고 댁에 드
러가서 잇스라는데 안 그럴 거시 며시랑가. 되려 고마운 일
이지. 나 것트면 情[정]이든 書房[서방]이라도 내뻐리고 當
場[당장]에 드러가겟네.
琪一[기일] (소리랄 버럭 지르며) 이거시 다 무슨 멍텅구리 소리여. 돈
잇는 놈은 머 하눌서 러젓당가. 엉터리 업는 도적년을 맨
들어서 監獄[감옥] 속으로 내는 거시 도로 낫지.
점 자네는 그거시 무슨 소링가. 내 것 주고 맞는 셈이
지. 돈 모는 것도 제 이고, 못 모는 것도 제 못난 타시
지. 고년시리 요새 人心[인심]은 툭하면 돈 잇는 이 욕들이
데.
琪[기] (주먹을 내밀며) 흥 이 막사리! 이 世上[세상]이 엇던 世上
[세상]인지 알기나 알고? 돈 벌나면 다 남 못할 지슬 허고
나서 되는 法[법]이라네.
기 (仲裁[중재]하듯이) 괜시리, 쥬근깨 사움이나 내놀나고.
(모도 우는다)
琪[기] (自己[자기] 妻[처]는 못 본 체하고) 그만헌 눈치야 官九
[관구] 어매는 고만두고 官九[관구]라도 알 거시지. 요새
참사 이 눈치를 보소들. 허다 허다 헐 수 업서서 한번
얼너 보는 수작이지. 아무리 無[무]식 허고 돈 업고 힘업는
人生[인생]이라고 그런 辱[욕]을 當[당]한단 말이구만? (쌍
을 흐리며) 그 헌 배창자 속에도 황金[금] 갓튼 덩
어리가 하나 잡북 등 거시지! 에 더러워!(자慢[만]심이 잇
드시) 그러다가는 道參事[도참사]ㄴ지 묵덩인지 내좃도
못할 거시다. 新聞[신문]에 또 한 番[번]만 내바!
점 空[공]집에다가 空[공]밥 먹고 잇스면서 恩惠[은혜]푸리로
라도 식키는 데로 할 일이지, 그거시 무슨 다구업는 맘씨
랑가. (外面[외면]을 한다.)
인 오라, 할멈이 오라! 그 前[전]에 해 오든 生覺[생각]을 해
보면 굿테여 고집 씰 거시 업서라우. 男便[남편]은 그 前
[전]에 업든 잭기질지 느러가지고 량식을 파라 오기는커
녕 쌀독가지 내다 파라 먹지 안소. 그래노니 색기 工夫[공
부]는커녕 개도 못 시길 일이지. 씨기는 대로 말을 잘 듯
거나 그러챤으면 색기 學敎[학교]를 안 다니게 해야 오를
일이지 그게 무슨 고집이랑가.
기 그도 그럿치, 三十年[삼십년] 사라도 고만 五十年[오십년]
사라도 고만, 다 形便[형편]에 라서 사러가야지.
점 정말이여 나 것트면 조컷다고 씨기는 대로 하지.
琪[기] 흥, 할멈 것트니는 百名[백명]이 잇서도 도라볼 놈은 天下
[천하]에 업슬테니 더 늘거 지지나 마시요. 속 업는 늑으
니!
기 (실적 男便[남편]을 처다보고 웃는다) 씨잘 대 업는 소리
한다!
琪[기] 외야 너도 늘것다고 학가배 겁나서 그러냐.
기 고만둬 나 갓튼 醜物[추물]이야, 늙든 마든 무슨 걱정이여.
안 그럿소, 할멈? 할매만콤 나도 늙것승께.
琪[기] 올치, 비트러 는 소리만 해라. 망할 둑거비. 혼 나갈
것이니!
기 지랄하지. 그랑 官九[관구] 어메보고만 착하다고 하능만?
갈보년 보고.
(永女[영녀], 머리에 식커먹케 된 털수건을 쓰고, 손에는
手巾[수건]에 싼 변도를 들고 들어온다. 衣服[의복]은 오래
안 라 때에 저럿다. 手巾[수건]을 벗는다. 그 젼보다 더
수척하엿다. 그러나 勞動[노동]을 하여서 그런지 얼굴에 潤
采[윤채]가 나고 커 ― 다란 두 눈은 더 어엽부게 사람의
눈을 는다. 마로에 걸타 안는다.)
점 오늘 퍽 일직이도 오네.
인 (明順[명순]이가 일어나 그 어머니가 주는 手巾[수건]과 변
도보를 가지고 안방으로 드러간다) 그래 자 너도 參事丈[참
사장]이 악가 부른다고 왓데.
永[영] 왜? 오늘은 空日[공일]도 안인대?
琪[기] (빗는 말로) 왜는 왜. 다 속이 잇서서 그러치. (永女[영
녀], 그이를 흘겨보고 外面[외면]한다.) 참 일이 쟐 될냐면
그러는 것이여. 오늘 일즉이 올 쥴도 똑 알고 잇섯든 것이
지.
永[영] (琪一[기일]이는 못 본 쳬하고) 오늘 工場監督[공장감
독]하고 싸우고 왓소. 엇지 사람을 개 돼지 모양으로 부리
는지 몃몃시 공론을 하고 對句[대구]를 해줫다우. 사람이
참을 수가 잇서야지. 괜시리 남을 이리 오라 저리 오라 해
놋코는 족곰만 허는 말을 안 드러도 당장에 벼락이 나오 그
려. 竹橋里[죽교리]에 잇는 이는 고운 그 볼통이를 갓케
더 맛고 겨낫다우.
琪[기] 다 다 다 그런 속이 잇단 法[법]이야. (몸짓을 하면서) 다
그러코 그러코, 아는가 자네. (仁[인]범이내 등을 툭 한 번
치고 나 간다.)
인 아야 망할 子息[자식]! 엇더케 렷당가! (등을 만지며) 제
게집이나 때릴나면 때리지 왜 남을 려! (永女[영녀]의게)
그래 자네도 겨 나왓는가.
점 아 그런 놈을 그저 두고.
永[영] 그대로 두기는커녕 來日[내일]부터는 일도 못하게 됫소, 鑑
佩[감패]지 빼서갓는대.
점 저거슬 그러면 엇전단 말인가.
기 그저 사내놈들은 모도 올챙이섹기 모양으로 발노 발버 죽여
야 싸지.
永[영] (방에서 나오는 明順[명순]이 보고) 나 물 한 그릇 다고.
기 그렁 내가 장하든 말이지. 그저 사내놈이랏 거슨 갓가히
하지를 마러. 한번 그 놈들 눈에 띠이면 진날 개 사괴 논
셈이야. 나종에는 주먹으로 어더 맛지나 안하면 다행이지.
永[영] (힘잇게) 주먹이 무서울 거시 머시잇다요. 올코 그른 거슬
몰나주는 하누님이 야속하지.
점 젠장 그렁깨 世上[세상] 사러가자면 서로 맘씨를 알고 지내
야지. 업는 것도 주고 잘못한 것도 눈 감어 주고 서로 서로
의지해야 산단 말이여.
明[명] (물을 다 주면서) 엄마 악가 왼 사람이 엄마 볼나고 왓다
갓는데, 오늘 저녁 車[차] 나기 前[전]에 올 거시라고
허고 갓서.
점 인제 어머니라고 해라 어린 애기 모양으로 밤낫 엄마가 머
시냐.
永[영] 이름도 안 무러 두엇냐. 열네 살이나 먹은 거시!
明[명] 안 갈처 줘요, 저녁에 올 나가지 말고 잇스라고만
하등만. 내 얼굴만 챤챤히 보고 잇길내 무서워서 고만 방으
로 쬿차 드러왓서.
永[영] (한참 잇다가 인범이내를 도라보고) 參事丈[참사장]이 왜
불넛다요.
인 내가 어더케 안당가. 시방이라도 곳 가보소. 오거든 곳 드
려 보내라고 두 번이나 왓다 갓다네.
琪[기] (빙긋빙긋하고 드러온다) 그놈의 監督[감독]한테 겨나기
는 낫지마는, 官九[관구] 어메, 인제 존 수 生[생]겻소. 참
福[복] 잇는 이는 다른 거시여.
인 엇다 남 리는 수나 생겻는 거시지 무슨 수여, 수는.
기 나가 골패라도 하고 잡바젓지, 왜 드러오는고.
琪[기] 내가 당신들 무서워서 냅밴 줄노 아능만. (걸터안즈며) 오
줌 눌나고 나가는 길에 會社[회사] 支配人[지배인]이 털네
털네 드러가대, 參事丈[참사장] 잇느냐고 뭇길내 잇다고 햇
드니 담박질하고 드러가니, 이거시 官九[관구]어메한테 도
러오는 수가 아니고 무슨 수랑가.
기 그런데 그거시 무슨 수여 수는. 에이 허겁도 떤다.
琪[기] 왜 이 모양이여, 너는 가만히 한 에 끼여 안젓서. 괜시리
납띠다가는 뚝거비가 납잡이가 되도록 눌너 놀 것잉깨. (여
러 사람이 웃는다. 琪一[기일]이느 작 말 실수를 아라차
리고) 발로 눌너준단 말이여, 이 발로 ! (永女[영녀]의
게) 그런 거시 아니라. 내가 먼저 무럿지. 그랫드니 對答
[대답]이 오늘 解雇[해고]시킨 工女[공녀]냇담시로 報告[보
고]할 일이 잇다고 드러간다는데, 엇더케 될 거시냐고 무럿
더니 그 對答[대답]은 업시 쥴다름질해 드러가데.
점 내처? 될 말인가. 別[별]로 죄도 업시 監督[감독] 말 좀
안 드럿다고 사람 밥줄을 졸지에 어 버리는 그러 몹슬 子
息[자식]이 어대 잇서.
琪[기] (이러서서 나가려고 하는 永女[영녀]를 억지로 붓잡어 안치
면서) 자 내 말이나 듯고 가소. 이한테 갈나고 그러지?
내가 미리 다 이약이 헤죽께. 내 말에는 거진말이란 거진말
은 한 푼어치도 업승깨.
점 支配人[지배인]은 불넛당가, 自己[자기]가 왓당가.
琪[기] 불넛는지 안 불넛는지 내가 엇더케 안다요. (永女[영녀]랄
向[향]하야 親切[친절]한 드시) 인제 前後[전후] 事情[사
정] 이약이를 다 허고 나면 우리 參事[참사]서는 勿
論[물론] 그럴 수가 잇느냐고 다시 불너서 일 식이라고 분
부 내릴 거시 환하지 안는가. 이거시 수가 아니고 무어시
여. 다 우리 뒤에 社長[사장]나리가 꼭 고 안젓스니 벼락
이 내려도 아모 걱정 업서. 이놈 너는 支配人[지배인] 놈,
나는 社長[사장] 나리! 내 말 안 드럿다간는 네 놈이 겨
난다 허면 當場[당장]에 예 예 예 至當[지당]합지요. (흉내
이며) ─ 하는 수 박게 더 잇당가.
점 아이고 우수와.
琪[기] (永女[영녀]가 이약이가 다 낫다는 드시 이러나가랴난 것
을 치마자락을 잡아 안치며) 자 그러니 내 말이 거짓말
이 아니지라우. 그러치만 참말 속에 거짓말이 잇는 수가 잇
소. 멀 내가 支配人[지배인]이 안 온 거슬 왓다고 헌 거시
아니라, 支配人[지배인] 놈하고 主人[주인] 이하고 대
가리를 맛대고 안저서 나오는 이약이가 그런다는 말이지.
점 그럿케만 되면 좀 조켓는가. 그렁 수는 수가 분명하세
참. (웃는다)
琪[기] 그런데 수가 수라도 수가 아니란 말이야, 이 할멈아. (점돌
할멈이 할야는 말을 막으며) 엇제 그러냐 허면 기즁 헤
가서 경치는 이가 하나 생기게 된단 말이여. 꼭 이러지도
못허고 저러지도 못허고 무어시라고 하든가 ― 진퇴우곡이
라든가 난처한 事情[사정]에 지게 되는 이가 잇단 말이
요. (永女[영녀]의게) 그렁 官九[관구] 어매 아라서 하
소. 사람이 재길 아모리 힘업는 女便[여편]내라고 돈 가진
놈 에 너머가서 둘니다니. 차라리 몸을 파라서 개 되지한
테 주지. 아라서 하소 官九[관구]어매. 자 인재 나 할 소리
는 다 햇스니 맘대로 가소. (永女[영녀]를 미다십히 밀어
나가개 한다)
인 (이러나서면) 앳다 차서방은 쓰잘 업는 소리도 다 하요.
남 생각해주는 거시 아니라 남 못할 거슬 갈처 주는 샘이
지. 제 맘에만 잇스면 개도 다우.
琪[기] 걱정 마소. 仁範[인범]이내는 이 집에서 안 겨 날 거시
니. 인재 두고 보라고. (우스며) 그레도 나도 쓰잘 업는
헛소리햇지. 보난보나 놋코 얼골 갑을 할 거시내.
인 우리하고 내기 학가?
琪[기] 내기? 고년시리 뎀비지 마라고.
기 (男便[남편]을 비우스며) 그래도 곳장 내기에 젓스면 조켓
지. 응큼헌 마음을 가주고.
琪[기] (주먹을 들고 흘적 도라본다. 그 벌서 기일내는 다름질해
나가 버렷다) 이 저 죽일!
(날이 점점 어두어 오는 同時[동시]에 달빗이 점점 밝어 온
다. 아히 우름 소리가 들니다가 官九[관구]가 드러 온다)
인 싸웟구나. 망할 子息[자식]. (官九[관구]를 펄적 드러서
마루 우로 올녀 안친다) 너 어머니 功[공] 갚허라, 여긔 안
저서 실컨 울고. (나간다. 官九[관구]는 실적 흘켜보고 중
얼대며 실죽실죽 울기 시작한다. 벌서 오레동안 울든 우름
소리다)
琪[기] 올치 잘 운다. 베랑백이 자식! 너 어머니 일을가배 벌서 우
냐?
점 춥다. 방 안으로 드러가 우러라. 불상한 것!
官[관] (힐겨보고) 고만 둬야. 너보고 누가 참견하라고 하냐. 호랭
이 무러갈 년! (말하고는 琪一[기일]이의 무서운 얼골을
힐적 도라다보고 고만 둔다. 琪一[기일]이는 官九[관구]랄
번적 드러다가 안방으로 집어넛코 나서) 실컨 우러라! 울고
십거든! (官九[관구] 우름이 확 터진다. 달빗이 점점 밝어
올수록 이 幕[막]이 날 지 우름 소리난 놉헛다 나젓
다 소리내 울다가 흙흙 늑기다가 間斷[간단]업시 연속된다.
林道允[임도윤]이가 인범이내랄 압새우고 드러온다)
인 車[차] 書房[서방] 이 양반이 官九[관구]어매 차저 왓다요.
琪[기] 누구시요 쉰 ― 사합시다. 나는 車琪一[차기일]이라고 하는
녀석이요. 官九[관구] 어매는 이웃세 잇소.
林道允[임도윤] 나는 林道允[임도윤]이요. 光州[광주] 잇소. 靑雲[청운]이
가 莞島[완도]서 警察署[경찰서]에 갓첫는데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부탁 밧고 맛날라고 온 길이요. 靑雲[청운]이네
어데 갓소.
琪[기] 곳 올 거시요. 흥 잡기하다가 홀킨 거시구나.
林[임] 싸웟대요. 잡기하다가.
琪[기] 주저넙게 쌈은 무슨 쌈이여. 섬놈들하고.
林[임] 저편 놈은 石手[석수]ㄴ데 독 는 맛치로 내렷스니 견댈
거시요. 저놈은 장겡이가 부러지고 靑雲[청운]이는 가심을
마저서 갈비때를 傷[상]햇는 갑듸다. (점돌할멈이 저런 하
고 놀낸다.) 멀 ― 죽지는 안햇서도 시들시들헤진 채로 拘
留場[구류장]에 드러 누엇답듸다.
琪[기] (벌덕 이러서며) 갈비 부러진 사람을 怐留場[구류장]이
멋시여! 石手[석수] 놈은 엇젯다우.
林[임] 石手[석수]도 드러갓다요. 나는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인대
악가 나제 왓다가 못 보고 저녁 여섯 시 車[차]애 나기
前[전]에 만날라고 온 길이요.
琪[기] 아마 車[차]가 곳 날 거신대. (잠간 잇다가) 부탁은 무슨
부탁이요.
林[임] (그 말은 대답지도 안코) 靑雲[청운]내 먼 데 나갓소?
琪[기] 아니 곳 올 거시요. 안즈시요. (두 사람이 마루 헤 컬터
안는다) 官九[관구]내를 그 前[전]부터 아시요.
林[임] 아 ― 니요. (다시 肯定[긍정]하며) 잠간 맛날 일만 잇소.
琪[기] 참 不常[불상]헌 食口[식구]다!
점 (방 안에서 아희 우름 소리가 터진다) 에이 그놈의 색기 몸
서리나게 퍽도 울기도 헌다.
林[임] 글새 靑雲[청운]이가 좀 부지런만 햇드면.
琪[기] 재 ― 기. 게우르다고 어데 못 사는 世上[세상]이간대? 비
짓을 졸졸 흘녀도 못 사는 이 世上[세상]에, 그럭케 가
업고 어리석어서 엇저잔 말이요.
林[임] 정말인즉 靑雲[청운]이가 木浦[목포] 바닥에 近十年[근십
년]을 잇섯다면서도 村[촌]사람 어수룩하는 이보다 더 합듸
다. 當初[당초]에 눈치라고는 한 점도 업서라우.
琪[기] 우리거튼 막버리는 그저 심사 구덩이가 잇거나 가 잇거나
하면 몰나도 그 外[외]에는 수가 업슴니다.
林[임] (한참 잇다가) 靑雲[청운]이가 너모도 妻子[처자]를 안 도
라다 보는 갑듸다. 사람이란 父母[부모] 다음에는 妻子[처
자]가 아니요.
琪[기] 妻子[처자]가 엇째라우.
林[임] 나도 只今[지금]은 막버리로 이리저리 도라다니지만 以前
[이전]에는 妻子[처자]도 다 ― 잇섯다요.
琪[기] 좀 좃소.
林[임] 엇전 말슴이요.
琪[기] 妻子[처자] 업시 제멋대로 사는 거시 편허지 안소. 그래 老
兄[노형]은 妻子[처자]를 엇쟷단 말이요.
林[임] 子息[자식]놈 둘이나 甲子年[갑자년] 凶年[흉년]에 굴머 죽
이다십히 날녀 버리고 내 내쟈란 거슨 淸人[청인]놈 손에
팔녀서 淸國[청국]으로 다라나고. 그 當時[당시]에는 이 고
생 저 고생에다가 禍[화]김에 술만 날마둥 먹고 지내서 그
런지 그리 妻子[처자] 생각이 업드니 只今[지금] 와서는 다
만 願[원]하는 거시 그것이요.
琪[기] (비우스며) 다시 ㅅ빙이라도 어더서 玉童子[옥동자]를
퍽퍽 나으면 그만 아니요.
林[임] 허허 말이야 쉽소.
琪[기] (琪一[기일]이네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닌다.
林道允[임도윤]이가 이러선다. 여섯시 車[차] 나는 소리
가 들닌다.) 오늘 나기는 벌서 틀엿소.
점 (이러나며) 내가 가서 官九[관구] 어매 보낼 좀 기다리시
요. (나간다)
林[임] 미안함니다. 저 아이가 靑雲[청운]이 아들이오.
琪[기] 그럿타요. 열두 살이나 처먹은 거시 밤나스로 말성을 피우
거나 싸우거나 하고 도라다니니 어느 道令任[도령임]이 조
와할 거시요. 只今[지금]도 저의 동무한테 어더 맛고 저 모
양이요.
林[임] 靑雲[청운]내가 아들은 퍽 貴[귀]해 하는갑듸다.
琪[기] 貴[귀]해만해서 멋한다요. 갈처야지. 저그 어머니도 갈칠
욕심으로 별별 고생을 다 격는 모양인데 원악 에미가 에미
라 놔서 어대 맘되로 되야지.
林[임] 왜라우?
琪[기] 왜가 다 무엇시요. 갈보것틍 거시 가르치기난 머슬 가르친
다우.
林[임] 갈보? 靑雲[청운]내가 그럴가요.
琪[기] 제 ― 기 요새 개집들이 갈보 안인 거시 어대 잇다요. 눈으
로 갈보, 돈으로 갈보, 恩惠[은혜]로 갈보, 人情[인정]으로
갈보, 그것보다도 第一[제일] 이놈의 世上[세상] 문애 갈
보! 世上[세상] 女便[여편]내랑 거슨 말케 갈봄니다.
林[임] 靑雲[청운]내 갓튼 이가 설마 그럴 이가 잇갯소.
琪[기] 書房[서방]놈이 그런 바보고 子女[자녀]는 잇고 해노니 普
通[보통] 女便[여편]내 갓트면 비러먹어가면서도 굼지만 안
허면 고만이갯는대, 제 주변에 어린것들 갈친다고 그 모양
이 되지요.
林[임] (모도 알어채린 듯이) 그러면 그러치. 只今[지금] 子女[자
녀]가 모도 몟시라요.
琪[기] 열네 살 먹은 가시내하고, 열두 살 먹은 머시매하고 이라
요.
林[임] 어린 가시내 한아가 잇지 안소. 七八年[칠팔년] 前[전]
에 막 나서 죽어버린 가시내 말고 한아가 잇단 말을 드
럿는대.
琪[기] (놀내이며) 저 年[년] 겨울에 病[병]들어 죽은 것 말고 淑
熙[숙희]라고 하든가?
林[임] (역시 놀나며) 올소 淑熙[숙희]랍듸다. 그렁 그것도 昨年
[작년] 겨을에 죽엇구만. 모도 넷이 잇다가 둘은 죽고 男妹
[남매]만 남은 셈이구만.
琪[기] 인제 食口[식구]도 쥴고 自己[자기] 男便[남편]은 저대로
나가 살고 저는 工場[공장]에서 날품으로 벌고 잇고 하니
맘만 좀 단단이 먹으면 먹고 쓰기난 고사하고 子息[자식]
하나 넉넉이 갈치지 안켓소.
林[임] 只今[지금]도 그 前[전] 버르시 그대로 남엇소, 그러면.
琪[기] 버릇이 다 멋이요. 우리 것흔 거슨 눈가스로도 안 본다요.
(실적 치어다본다)
林[임] 無識[무식]하면 그러케지 되는가.
琪[기] (소리를 벌넉 지르며) 無識[무식]? 여보 말 마오. 모도 요
놈우 世上[세상]이 시키는 쥴을 모르시요. 우선 나부터라도
젯 흘녀가면서 제 밥구녕 제가 는 것보다도 돈 잇는
놈의게 알장거려서 空[공]것 먹으면 고만 아니요. 空[공]것
― 분수업난 空[공]것 아니면 못 사는 世上[세상]이니 누가
안 바랜다우.
林[임] 그래 요새는 엇더케 지낸다요.
琪[기] 내가 아요. 그러치마는 이 집 主人[주인]은 하기 이
업슬 만콤이나 돈도 잇고 府協議員[부협의원]에다가 來日
[내일] 모래면 道評議員[도평의원]이 될 거시고 고무 會社
[회사] 社長[사장]에다가 그럿타요. 아시겟소.
林[임] (徐徐[서서]히 이러나며) 나는 갈나우. 靑雲[청운]내 못 보
고 간다고 하시요.
琪[기] 어차피 來日[내일] 가게 되엿승 맛나보고 가시지 그러시
요. 그런대 부탁 바덧다더니 부탁이 머시요.
林[임] 다른 거시 아니라 靑雲[청운]이는 벌서 져승으로 들여갓다
우. 나는 참아 面對[면대]해서 말 못하갯소.
琪[기] (늣기며) 아 ― 하. (소리를 놉히여) 잘 되엿소. 그짓 男
便[남편]이 百[백]이 잇스면 무슨 所用[소용]이 잇소. 불상
은 해도 일즉 죽어서 남 身勢[신세] 積善[적선]해 준 셈이
지.
林[임] 허기는 그 말심도 올소.
琪[기] 악가 헌 말도 잇스니 老兄[노형]이 과부 한아 건저 보시요.
林[임] (恨[한]에 채인 목소리로) 고맙소 그런대 靑雲[청운]이 臨
終[임종]이 나자마자 이러케 급히 온 것도 정말인즉 마누
라 될 사람 求[구]할나고 羅州[나주] 가는 길이요.
琪[기] 羅州[나주]지 갈 거시 멋 잇소. 갓가운 대서 먼져 쥿지.
林[임] (고개를 흔들며) 아니요. (人事[인사]하며) 나 간 뒤에 靑
雲[청운]네한테 老兄[노형]이 말이나 해주시요. (나간다.
琪一[기일]이도 나간다. 「조흔 마느래 어더서 잘 사시
오.」 「고마운 말슴이요.」 「木浦[목포] 지내거던 또 맛
납시다.」 하는 소리가 들인다. 永女[영녀]와 明順[명순]이
가 드러온다.)
永[영] (걸터 안즈며 한숨 쉰다) 아이고. (시장해 못견대는드시 몸
에 풀이 탁 죽는다)
明[명] (거는방으로 드러가서 커 ― 다란 툭백이 한 , 적은 것
한 를 가지고 나온다) 내가 안宅[댁]에 드러 가서 밥 어
더 옥개요. (永女[영녀]를 불상한드시 바라보다가 뒤로 나
간다)
琪[기] (드러온다) 엇더케 됏소?
永[영] (官九[관구] 우름 소리를 듯고 힘업시 이러서서 방으로 드
러가랴고 한다) 되기는 머시 엇더케 돼라우. 애매한 사람이
죄를 입을랍듸가.
琪[기] (火[화]를 벌덕 내이며) 기어코! (번게갓치 뒤로 처가서
주먹을 놉히 들다가 다시 내려트리고 엽구리를 미러 내부친
다) 에 ― 그! 못난 김!
永[영] (겨우 소리를 내며) 아이고머니! (기운업시 너머진다. 아랫
방에서 官九[관구] 우름 소리가 놉허지며)
第三幕[제삼막]
木浦[목포]를 지낸 이들은, 儒達山[유달산]을 한 名山奇峰[명산기
봉]으로 生覺[생각]한다. 名山奇峰[명산기봉]인지 안인지난 姑捨[고
사]하자. 그러나 生活[생활]이라는 것에 體驗[체험]이 잇고, 비록
二萬[이만]에 不過[불과]한 山都市[산도시]라도 木浦[목포]라는 港
口[항구]의 發展[발전]해 가는 經路[경로]를 볼 , 疑心[의심] 업
시 儒達山[유달산]은 近代生活[근대생활]의 特徵[특징]을 만히 질머
지고 잇난 쥴을 알 것이다. 元來[원래] 海邊[해변]을 埋立[매립]하
야 된 市街地[시가지]에난 만흔 地主[지주], 家主[가주]가 生[생]겻
다. 집이 드러서고 工場[공장] 煙突[연돌]이 생기고 道路[도로]가
널버질수록 住宅難[주택난]과 生活難[생활난]은 커즌다. 그래서 이
兩難[양난]에 긴 勞働者[노동자]들은 市街地[시가지]에셔 흘닌 피
을 儒達山[유달산] 바우 밋 오막사리 안에셔 씻는다. 바우 러낸
밋 傾斜[경사] 심한 크막 우, 손닥 만한 片地[편지]에 바락크보
다도 不便[불편]고 非衛生的[비위생적]이고 도야지 울만한 草家
[초가]집이 날로 달로 부러간다. 이리야 儒達山[유달산] 東便[동
편] 발 밋흐로부터, 오곰쟁이 밋흐로부터, 배 밋흐로부터 가심
우지 (몃 해 안 가서 턱 밋지 머리 우지라도) 點綴[점철]한
도야지 울이 疑心[의심]업시 儒達山[유달산]을 近代式[근대식]으로
名勝地[명승지]로 맨드러 노웟다.
가장 우 큰 바우돌 밋헤 선 草家[초가]집이 舞臺[무대]. 右便[우편]
은 十年[십년]이나 날거보이난 草席[초석]을 라 노은 空間[공간]
이 大廳[대청] 代身[대신]이 돼여 잇다. 中間[중간]은 한 間[간] 房
[방]. 그 左便[좌편]은 竹席[죽석]으로 出入門[출입문] 해 단 부억
이 半[반] 보인다. 마당 [프로씨 ― 니암]은 山石[산석]으로 不
規則[불규칙]하게 싸아 노앗다.
第二幕[제이막]의 翌年初[익년초]. 눈 온 새벽.
막이 열니는 房[방] 안에셔 밥 먹난 그릇 소리가 나고 잇다가, 門
[문]이 열니면서 柳書房[유서방]이 나온다. 튼튼하고 힘세고 原始的
[원시적] 自然[자연] 속에서 큰 힘으로 펄 여 나온 듯한 三十三
歲[삼십삼세]의 勞働者[노동자]. 실눅실눅한 입솔, 부릅 두 눈에
난 肉慾[육욕]에 는 힘이 넘친다. 머리는 것다. 灰色[회색]빗
날근 목두리, 게 ― 돌, 고무바닥 대인 다비랄 가지고 나온다.
柳書房[유서방] (눈을 보고) 간밤에 제법 왓구나. (房門[방문]을 열고 걸터
안저서 게 ― 돌을 친다. 안에는 밥상과, 입울을 드르고 누
운 永女[영녀]와, 아직 자고 잇난 官九[관구]가 柳書房[유
서방] 엽흐로 드래다봬인다. 다음 對話[대화] 동안에 게 ―
돌 치고, 人夫[인부] 버선을 신고, 목두리를 두르고 帽子
[모자]를 쓴다.) 제 ― 길, 오눌 눈이 쌔여서 엇져쟌 말
이여. 하지만 일긔는 아쥬 버졋하것는대. (뒤도 안 도라다
보고) 오늘은 날도 개이고 햇스니 박갓헤 나오게. (爽快[상
쾌]한 드시) 날도 푸러지고 듯겟는 걸. (對答[대답]이
업다) 明順[명순]아. 너는 官九[관구] 學校[학교] 갓다가
오거든
(원고지 두 줄 반 공백)
(明順[명순]이가 對答[대답]고 이러서서, 그릇을 치운다)
□□□은 잇다가 사올 시니 잇는 것 가주고나 다 매 두
소. (對答[대답]이 업다. 눈을 흘겨 도라다보며) 드러누어
잡바젓스면 대답조차 못하능가. 제 ― 길. (벌덕 이러나 房
[방] 안을 向[향]하야) 오눌도 드러누엇슬 것인가. 좀
生覺[생각]을 해 바. 나 혼자만 막 부려먹을 수작이여. 어
저자고 드러누엇기로만 주장을 삼어!
明[명] (床[상]을 들고 나오랴다가 義父[의부] 애비 말소리에 겁이
나서 주져하면서) 얼는 가시요, 時間[시간] 느져즈는구만.
柳[유] (실적 明順[명순]이랄 처다보다가 卒地[졸지]에 말소리가
누구러지며) 관찬해. 인재 날이 漸漸[점점] 긔러 가는대.
(길을 빗겨 쥰다. 明順[명순]이난 床[상]을 들고 나와서 부
억으로 드러간다.) 글세 죰 염치랄 채려. 나 혼자만 밤낫스
로 일을 하란 말인가. 져는 요 핑게 져 핑게 드러눗기로만
作定[작정]이고. 먹고 살 일만 作定[작정]해! 고년시리 쓸
대 업난 헛 궁리만 말고. 우선 눈 압흘 채려야지, 눈 압흘!
(한번 게 흘겨 쥬고 도라서셔 나오라닛가 車琪一[차기일]
이가 드러온다. 마 ― 코랄 피우면서 일 나가랴고 몸을 채
렷다.)
琪[기] (생긋 우스며) 쌈인가, 에이 이 사람. 內外[내외] 새이
가 너무 죠으면 그럿타데만은 쌈만 하고 잇서도 生[생]
이 됀단 말이여. 쟈 나가세, 허 허 이 사람아 時間[시간]
느져즈네, 얼는 나가.
柳[유] 아 ― 닐세. 아 ― 니여. 內外[내외] 재미난 고사고 밤낫
져 모양이니 나 혼자 견대낼 수가 잇서야지. 요새는 제멋대
로 술도 먹을 수 업고.
琪[기] (房[방] 안을 드려다보고) 오늘도 못 이러나시요. 엇져 여
러 날을 그러신단 말이요.
柳[유] 못 이러나는 것이 다 무엇시여, 쥭은 송장이나 한가지지.
(막코에 불을 붓처서 피운다.)
琪[기] 앗다 이 사람아 남 事情[사정]도 生覺[생각]해 쥬소. 여편
네도 사내 模樣[모양]으로 술은 먹을 權利[권리]는 업서도,
몸 쉬일 새이나 죰 잇서야지.
柳[유] 에 자네 소리도 듯기 실네! 에 ― 키! 나가세. 어서 나가!
나 혼자 벌어서 먹고 술이나 마시고 사구라마 나가면 고
만이지. (나간다.)
琪[기] 調攝[조섭] 쟐 하시요. 그져 內外[내외]란 거슨 몸에 病
[병]이 업서야지 琴瑟[금슬]이 죳타요. (房門[방문]을 닷고
라 나간다)
明[명] (부억에셔 나와서 두 손을 불며 두 사람이 나간 뒤를 한참
바라보고 잇다가) 비러먹을 쟈식들! (房門[방문]을 열고 門
[문] 밧게서) 어머니 참말로 쥭 쑬가요. 쥭보다도, 국밥이
죳찬어?
永[영] (이불 속에서 이러나며) 쥭 먹을난다. 국거리가 어디 잇서
야지.
明[명] 琪一[기일]이 어매한테 가서 어 옥개. 날마독 쥭 가쥬고
만 될 수가 잇서야지요.
永[영] 고만둬! 身勢[신세]만 작고 져서 엇전다냐. 저녁에나 려
라. 나 쥭 갓다 쥬고나서.
明[명] 져녁에 괴긔 한 點[점]이나 사 올 것 갓흔 개배. 드러와서
욕이나 하지.
永[영] (明順[명순]이가 문을 다드려고 한다) 그대로 여러 둬라.
明[명] 해나 거든 여러 놀나요. (다드라난 말이 나오기랄 기다리
는 드시 가만이 서 잇다. 그러나 아모 對答[대답]이 업다.
明順[명순]이가 그대로 여러 놋코 부억으로 들어 갈
지, 永女[영녀]난 明順[명순]의 얼굴을 힘잇게 어머니의 사
랑보다도 千古[천고]의 秘密[비밀]을 凝視[응시]한 듯이 바
라보고 잇다.)
永[영] (힘업시 눈동자랄 옴겨 한참 동안 東[동]트는 便[편]을
바라보고 안졋다. 얼굴에, 두 눈에, 졈졈 生氣[생기]가 도
라온다. 이불을 허처 거더 놋코 문턱 압지 와서 안는다.
極[극]히 느린 그 動作[동작]에난 形便[형편] 업난 精靈[정
령]의 存在[존재]만이 보이는 것 갓다. 밋이 업시 고, 無
限[무한]히 가늘게 形體[형체]가 업고 다만 面[면]만, 어렴
풋이 밝어 오는 薄暗中[박암중]에 하얏케 뵈인다. 漸漸[점
점] 舞臺[무대]가 밝어 온다. 힌 얼굴빗 우에는 死面[사면]
갓흐나 生[생]의 리듬이 돈다. 忽地[홀지]에 먼 나라의 꿈
안 動作[동작] 모양으로 힘업시, 소리업시, 極[극]히 自然
[자연]스럽게 왼便[편]으로 너머진다. 아주 靜謐[정밀]한
數分間[수분간].)
기일네 (드러오며) 허겁을 못 떨면 곳 뒤지겟는 거시여. 내려가다
가 밋그러져서 바우돌 우에 치어나 쥬그면 옹굴찌겄다. (아
모 對答[대답]이 업스닛가 房[방] 안으로 갓가히 와서) 오
늘은 죰 엇던가. 아이고 왜 이러고 누엇당가. (對答[대답]
이 역시 업스닛가 人[인]졍氣[기] 나는 부억들 듸려다보며)
네가 큰 고생이다. 어머니가 져럿케 알코 누엇스니 모도 네
수고 아니것냐.
明[명] (부억 안에셔 말소리만) 그새 오시요. 아침 쟙섯소.
기 어머님 머 죰 머것다냐?
明[명] 먹기는 머설 머거요. 쥭하고 밥 숭늉이지, 朝夕[조석]으
로.
기 그래서 쓴다냐. 그래도 肉氣[육기]가 드러가야지 기운이 붓
지. 기운만 붓치면 곳 날 것인대. (房[방] 압흐로 나와) 왜
門[문]은 열어 놧다냐. (門[문]을 다더쥰다.)
明[명] 드러가시요. 추운대.
기 (부억 안으로 드러가며) 잠드럿는데 가만 두어라. (以下[이
하] 두 사람의 말 소리만 듯기는 새이 새이로, 소두방 소
리, 그릇 소리, 불 때는 소리, 왓다갓다하는 발자최 소리가
난다.) 고기졈이라도 멋을 집어 너면 쬭깨 낫지. 아이고 사
람도, 국거리나 좀 사다 주지. 너 어버지는 왜 그런다냐.
明[명] 이리 와서 불 시요. 그런 줄은 아러도 머 ― 슬 널 거시
잇서야지요. (同情[동정]을 求[구]하드시) 오늘도 今方[금
방] 나가기 前[전]에 벼락이 날 번 헷다요.
기 알코 드러눈 것도 큰 苦生[고생]인데 무슨 罪[죄] 지엿다고
지실만 작고 준다냐. 참 불상하니라 너 어머니가.
明[명] 기일이 아제가 맛침 안 왓드면 기필코 주먹질 한번이라도
하고 나갓슬 거시요. 기일이 아재가 업고 아버지만 잇슬 적
에는 나는 곳장 겁이 나서 죽겟서요.
기 너는 只今[지금] 모를 거시다마는 네 어머니 病[병]들게 해
논 것도 너 아버지가 헌 거시란다. 그 놋코 지실은 왜
줘! 맨맛한 거시 女便[여편]네지. 한 자식덜.
明[명] (잠간 잇다가) 나는 정말노 아버지 무서워 못살겟서요.
기 너사 무서울 거시 머시 잇다냐. 입뻐하는데.
明[명] 은젠가 官九[관구]도 學校[학교] 가고 나 혼자 집에 잇슬
적에…… 눈이 퍽퍽 오든 날 나는 웃묵에 안저 바느질 할
적에…… 나 혼낫소. (말이 어진다)
기 왜. 너 아버지도 잇섯드냐?
明[명] 앗침부터 술 취가주고 드러누엇드라우. 어머니는 工場[공
장]에 나가고. (沈默[침묵]) 그 나 혼낫서요. 소리만
안 질넛스면 나 쥭을 햇서라우.
기 너 어머니 病[병]들기 젼이냐.
明[명] 얘. 그레도 工場[공장]에 일하로는 못 나갓슬 젹이요. 그러
고 나서는 나 혼자 아버지 잇는 대는 죽어도 못 가요. 밤에
도 어머니가 아를 마당 달녀드러서 그놈의 자식을
너 죽이고 십허요. 엇잿다고 사내들은 女便[여편]내만 보
면 그리 못살게 한다요.
기 그렁 사내 놈들은 閻羅國[염라국]에 드러가면 죄업는 놈
이 업단다. 그저, 사내란 사내는 말케 잡어다가 東海[동해]
바다 물 속에 집어너도 이가 닥닥 갈리지.
明[명] 밉기도 하지마는 나는 곳 무서워 죽겟서.
기 아이고 肝[간]을 내여 깨무러도 이가 딱딱 갈일 놈들! 너는
부듸 시집가지 마라. 村[촌] 가트면 몰나도 木浦[목포]서야
누가 辱[욕]을 할 거시냐. 미워를 할 거시냐. 女便[여편]네
라도 제가 버러서 제가 먹으면 그만이지. 머슬 어더 먹것다
고 왜 딴 사내 놈한태 여 지낸다냐. 고무 工場[공장]에는
三年[삼년]만 지내면 七十錢式[칠십전식] 준단다.
明[명] 아짐은 엇재서 안 가시요.
기 나도 그런 맘이야 잇지만, 한사코 저 子息[자식]이 붓터서
가게 해야지. 똥도 맘대로 못 누게 하는대.
明[명] 좀 죠와요. 우리 어머니는 하로만 노라도 져 야단인데.
기 너도 모른 소리다. 너그 어매는 돈 버러 오라고 工場[공장]
에 보내고, 나는 행여나 도망질핫가배 못 나가게 한단다.
明[명] 아이고 참. (웃는다) 우리 어머니하고 박구시요.
기 별소리 다 한다. (웃는다) 제멋대로 서방을 밧굴 수만 잇스
면 좀 좃켄냐. 그렁 너는 시집가지 말난 말이다. 한 번
가기만 가면 永永[영영] 장 밋해 드러갈 지 붓잡힌
셈이 된단다.
明[명] 앗다 離婚[이혼]햇 버리면 고만이지.
기 離婚[이혼]을 엇더케 해야, 너도 참. 할 맘은 잇서도 엇더
케 할 줄을 알어야지. 朝鮮[조선] 女便[여편]네는 그렁 것
도 맘데로 못 한단다. 그져 내 말만 밋고 當初[당초]에 너
는 시집가지 마라.
明[명] 다른 이한테 무러서도 못 한대요?
기 글새 離婚[이혼]하는 節次[절차]야 알 거시지만 그도 世
上[세상] 일이란 거시 맘대로 안 된단다. 한 번 져지러 노
면 큰 罪[죄]를 바들 수 밧게 업단다. 그러고 男便[남편]을
한 번 어더노니 굿든 죳튼 情[정]이란 것시 들지 안는다냐.
女便[여편]네도 참 妖物[요물]이지. 얼골이나 유달리 입뻐
서 새이 서방을 어드면 고만이라도, 그러찬으면 그 男便[남
편]이 맘에 맛지 안어도 內終[내종]지 한 살님사리로 늘
거 죽게 된단다.
明[명] (한참 잇다가) 어머니는 외 저런 놈하고 갓치 산대요.
기 얼굴이 입버서 홀닌 것이지. (무겁게 웃는 소리) 아이고.
女便[여편]네 얼굴 입븐 거시 큰 禍[화]지. 입부면 보기는
죠와도 보기만 조타고 어대 제 말 다 들어 준단냐. 너 어머
니만쿰 입뻐도 져 身勢[신세]ㄴ대. 입뿔수록 시집 안가야
지. 너 어머니는 他關[타관]에셔 져럿케 橫死[횡사]를 當
[당]하고 나니 혼쟈 엇졀 수가 잇다냐. 더구나 아들 學校
[학교] 보낼 慾心[욕심]까지 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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