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 혹은 되새김의 미학
송화은율
느림 혹은 되새김의 미학 / 최문규 연세대 독문학과 교수 전통적인 공간 의식이 시간 의식으로 대체되었던 시기는 서양의 경우 바로 18세 기였으며, 이후 하나의 목적에 빠르게 도달하려는 소위 ‘시간의 가속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 미래의 아름다운 상을 현재로 불러들이는 시간의 가속화와 맞물려 있던 사상은 다름 아닌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낙관적인 진보 이념이었다. 이와 같은 시간의 가속화와 낙관적인 진보 이념의 상호 결합은 보수적인 혹은 진보적인 역사관으로 사회 발전을 모색하였던 모든 사상가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기도 했다. 그 실례로 역사의 발전은 종종 ‘기관차’로 비유되었고, 이러한 은유는 바로 사회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빠르고도 힘차게 달려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