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
송화은율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 만산낙엽을 쓸쓸한 가을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흩어지고 공산명월은 적막한데 서릿바람에 놀란 기러기는 공중에 높이 떠 구슬피 울며 긴소리로 짝을 부르며 평양 을밀대 앞 이감사 집 후원 별당 위로 남쪽을 향해 날아가더라. 별당 건너방에 팔짱을 끼고 책상 머리에 앉아 있던 열여덟가량 되는 아름다운 처녀가 지붕 위로 날아가며 우는 기러기를 소리를 듣고 고개 들어 남창을 바라보니 쓸쓸한 가을 바람과 함께 두둥실 높이 떠 있는 달님과도 같이 어떤 애수에 서린 양, 소저(小姐)는 몸을 일으켜 안방에서 들리지 않도록 소리 안나게 미닫이 문을 열더라. 그와 함께 창틈으로 스며들기만 하던 달빛이 서늘한 가을 바람과 함께 고운 소저의 얼굴을 뚜렷이 비춰주니 열여덟의 고운 아가씨는 두둥실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