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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선택한 시인의 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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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선택한 시인의 길 / 유안진(서울대 교수)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대항하셨던 서산대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에게 사명당이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하루는 서산대사와 사명당이 길을 가다 내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누렁소와 검정소 두 마리가 풀밭에 누워 있었는데 두 소 중 어느 소가 먼저 일어설까 하는 내기였습니다. 사명당은 주역의 효(爻)를 꺼내본 후 ‘火’ 자가 나오자 자신있게 누렁소가 먼저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을 했습니다. 그러나 서산대사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조금 후 검정소가 먼저 일어나고 뒤이어 누렁소가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사명당이 서산대사에게 이유를 묻자 서산대사는 “여보게¸ 자네는 불도 안 피워 봤는가. 불을 피우면 검정 연기가 먼저 나고 그 다음에 누런 불이 일어나지 않는가.”라고 대답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경험이 천재보다 낫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경험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경험이 중요하다 해도 우리가 살면서 할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여러분은 나이도 어리고 활동범위도 제한돼 있습니다. 더군다나 책은 상상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독서가 중요한 것입니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이 여러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합니다. 제가 시인의 길을 걷게된 데에는 「소월시초」라는 소월의 시집이 큰 영향을 미쳤고¸ 제가 평생을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로 퀴리 부인의 위인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인생을 위해 좋은 책을 많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외국의 청소년들에 비해 너무나 책을 안 읽는다고 합니다. 유태인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어릴 때부터 성서를 외우게 합니다. 그것은 세월이 지나면서 재해석돼 어려운 일을 만나면 그 일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고 합니다.


책을 떠나 위인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혹자는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와 관련된 책만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령 문학을 하는 사람이 역사나 예술을 모른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편식을 하면 안 되듯이 독서에 있어서도 관련 분야의 책만 읽는 것은 올바른 인격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격의 형성기에 있으며 특히 논술시험 등으로 인해 많은 독서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에게 고전이나 시 등을 많이 읽을 것을 다시 한 번 권합니다. 고등학교 때 책 100권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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