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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 관한 속담 / 이규태 좋은 사위감이거나 머슴감을 고를 때 그 인성 - 곧 사람 됨됨이를 은밀히 살피는 전통 관습이 여러모로 발달돼 있었다. 여름날 보슬비 내리면 물괭이 들고 논물을 보는 체하고 들판에 나아가 빗속에 일하는 장정을 보면 이를 마음 속에 찍어둔다. 보슬비 내리면 옷은 좀 젖지만 덥지 않아 볕이 쨍쨍한 날보다 몇곱절 일하기에 좋고 능률도 오른다. 하지만 게으르고자 하는 본성이 비 내린다는 구실을 빌미삼아 들판에 나오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슬비 속에 나와 일하는 장정이 좋은 사위 좋은 머슴감으로 찍히게 마련인 것이다. 이렇게 찍히면 그 후보자와 도시락을 더불어 먹을 기회를 만든다. 도시락이란 담긴 밥 분량에 비해 간장종지에 담긴 반찬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잘 가늠해서 먹지 않으면 맨..
흙 / 한흑구 흙은 지구의 겉껍데기다.흙은 지구의 피부요. 또한 살덩어리다.흙은 지구의 피부와 살덩어리가 되기에는 몇 억년의 많은 세월이 흘러갔을 것이다. 지심(地心)의 불덩이 속으로부터 튀어나어는 용암(熔岩)들이 식어서 바위가 되고, 돌조각들이 되고, 모래가 되고 또한 보드라운 흙이 되기까지에는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풍화 작용이 있었을 것이다.흙은 또한 모든 생물의 바탕이기도 하다. 모든 생물은 흙에서 나오고, 흙에서 살고, 흙에서 나오는 것으로써 생존하고 있다. 성서(聖書)에서 보면, 하느님은 사람을 흙으로 빚어서 콧구멍속으로 생명을 불어넣어 창조하였다면, 그 중에서 사람은 가장 으뜸가는 흙의 창조물인 것이다. 사람은 토굴(土窟) 속에서 살다가, 또한 흙으로 벽을 쌓고 흙으로 만든 집 속에서 살기도..
어린 시절 / 박완서 누군가가 뒷간에 가자 하면 똥이 안 마려워도 다들 따라가서 일제히 동그란 엉덩이를 까고 앉아 힘을 주곤 했다. 계집애들도 치마 밑에 엉덩이를 까고 앉아 힘을 주곤 했다. 대낮에도 뒷간 속은 어둑시근해서 계집애들의 흰 궁둥이가 뒷간 지붕의 덜 여문 박을 으스름 달밤에 보는 것처럼 보얗고도 몽롱했다. 엉덩이는 깠지만 똥이 안 마려워도 손해날 것은 없었다. 줄느런히 앉아서 똥을 누면서 하는 얘기는 왜 그렇게 재미가 있었는지, 가히 환상적이었다. 옥수수 먹고 옥수수같이 생긴 똥을 누면서 갑순네 누렁이가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았는데 누렁이는 한 마리도 없고 검둥이하고 흰 바탕에 검정 점이 박인 것밖에 없으니 참 이상하다는 따위 하찮은 얘기가 그 어둑시근하고 격리된 고장에선 호들갑스러운 ..
부석사 앞 사과나무밭 / 유 홍 준 부석사 진입로의 이 비탈길은 사철 중 늦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가로수 은행나무 잎이 떨어져 샛노란 낙엽이 일주문 너머 저쪽까지 펼쳐질 때 그 길은 순례자를 맞이하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배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늦가을 부석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은행잎 카펫길보다도 사과나무밭 때문이었다. 나는 언제나 내 인생을 사과나무처럼 가꾸고 싶어한다. 어차피 나눈 세한삼우(歲寒三友)의 송죽매(松竹梅)는 될 수가 없다. 그런 고고함, 그런 기품, 그런 청순함이 타고나면서부터 없었고 살아가면서 더 잃어버렸다. 그러나 사과나무는 될 수가 있을 것도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사과나무를 사오월 꽃이 필 때가 좋다고 하고, 시월에 과실이 주렁주렁 열릴 때가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
은행 / 김동리 노란 은행잎이, 뜰에 하나 수북이 깔렸다. 여기저기 한두 잎씩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뜰에 하나 가득, 그것도 발이 푹푹 묻히도록 쌓여져 있는 것이다. 이 집에는 은행나무가 여섯 그루나 둘려 서 있다. 아름드리는 못되지만 3,40년씩 된 꽤 큰 나무들이다. 우리가 이사를 오기 전부터 본디 네 나무나 있는 것을, 게다가 다시 두 나무를 더 들였던 것이다. 이만하면 내가 얼마나 은행나무를 좋아하는지 짐작될까. 은행나무의 특징은 잎새다. 그 숱 많고 두껍고 짙푸른 잎새는 여름내 우리의 마음에 샘물을 퍼부어줄 뿐 아니라 불나방 따위 지저분한 벌레가 덤비지 못하므로 그 드리워진 그들도 언제나 깨끗하다. 특히 가을의 그 샛노랗게 물든 맑고 깨끗한 빛깔이란, 대체로 구질구질한 편인 우리 인간에..
은행나무 이야기정 창 희(서울대 지질학과) 은행나무는 자랑스러운 것들을 많이 가졌다. 곧고 튼튼하고 깨끗한 줄기, 굵고 싱싱한 가지들, 부드럽게 살랑이는 부채꼴의 잎들, 그리고 은빛의 은행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열매인 은행이다. 그 속씨가 포도알처럼 둥글게 생겼다면, 그것에 매력을 느낄 이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둥글납작하면서도 예리한 칼날이 한 바퀴 휘이 둘러져 있는 그 꼴은 깜찍해 보이기까지 한다. 곧, 입술을 나불거리면서 무엇인가 지저귈 것만 같다. 사람들은 은행을 본떠서 마고자 단추를 만든다. 은행이 영글어갈 무렵에는 사람들이 그의 나래 밑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숫제 아주 멀찍이 떨어져서 활모양을 그리며 숨가쁘게 달리기도 한다. 은행나무가 은행들에 최후의 정열을 부어넣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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