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 전문 / 한설야
송화은율
탑 / 한설야 귀 향 그것은 바로 일로전쟁 직후였다. 그때 우길의 나이는 겨우 여섯 살이었다. 우길의 일가가 일년나마 피난해 있던 수상(水上)이라는 곳을 떠나는 날 이 두메산골의 소박한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아끼었다. 그 중에도 용릉(龍陵)이라는 열세 살 된 소년은 마치 친부모나 친동기간을 여의듯이 섭섭해하였다. 이 소년의 성은 민가다. 아버지는 서울 양반이라는데 나라에 무슨 죄를 짓고 피신해 다니다가 이 자식을 주체할 수 없어 이 산골 어느 능에 내버린 것을 이 동리 어떤 집에서 주워다가 길렀다. 그러나 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 사람도 똑똑히 아는 사람이 없고 혹시 이러니저러니 뜬소문이 있기는 하나 말이 원체 사개가 비어서 대중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민가라는 것만은 어김없는 듯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