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 어 / 전문 / 엄흥섭
송화은율
숭 어 / 엄흥섭 1 숭엇마을은 산 가운데 처박힌 조그만 어촌이다. 질솥을 빼어 폭 엎어 놓은 것 같은 북쪽의 높직한 바위산은 이 마을의 뒤를 지키고 황소 등줄기 같은 남쪽의 나지막한 황토산은 이 마을의 앞울타리며 새악시 가리마 같은 동쪽의 잔솔밭 고갯길은 이 마을의 옆을 지키는 샛문이다. 만일 서쪽으로도 산이 둘러쳐 막혔더면 숭엇마을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돈짝만한 하늘 조각밖에 구경 못 하겠지만 자연의 조화는 과연 위대한 것이어서 동쪽에서 굽이쳐 흘러내려온 한 줄기 시냇가닥이 마냥 실오라기처럼 내뻗을 수 있을 만큼 서쪽은 너무도 속시원하게 툭 터져 넓은 들판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이 숭엇마을의 앞을 굽이쳐 흘러내리는 시내는 서쪽 들판을 십 리나 흘러내려 실오라기처럼 아슬아슬 보이지 않는 데서 H강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