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에 서서 - 신석정
by 송화은율들길에 서서 - 신석정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지구를 밟았거니······. //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
<후략>
신석정(辛夕汀) : 본명 : 신석정(辛錫正), 호 : 석정(石汀, 釋靜), 석지영(石志永), 사라(砂羅), 호성(胡星), 소적(蘇笛), 서촌(曙村)
1907년 전라북도 부안 출생, 보통학교 졸업 후 향리에서 한문 수학
1924년 조선일보에 시 <기우는 해> 발표
1931년 시문학 3호에 시 <선물>을 발표한 이후 시문학 동인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 시작
1972년 문화포장(文化褒章) 수상, 1974년 사망
시집 : 촛불(1939), 슬픈 목가(1947), 빙하(1956), 산의 서곡(1967), 대바람 소리(1970), 난초잎에 어둠이 내리면(1974) 외
작가 : 신석정(1907-1974) 본명 석정(錫正). 전북 부안 출생. 보통학교 졸업 후 향리에서 한문을 수학. 중앙불교전문 졸업. 1924년 『조선일보』에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하면서 등단. 『시문학』 동인.
동양적인 의미에서 전원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주로 농촌에 살면서 자연에 귀의하는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의 시에는 신비하고 그윽한 흥취가 있다. 자연에 귀의하려는 시상을 계속 추구했다는 점에서 목가적인 시인으로도 불린다.
시집으로 『촛불』(인문사, 1939), 『슬픈 목가(牧歌)』(양주문화사, 1947), 『빙하(氷河)』(정음사, 1956), 『산(山)의 서곡(序曲)』(가림출판사, 1967), 『대바람 소리』(가림출판사, 1970), 『난초(蘭草)잎에 어둠이 내리면』(지식산업사, 1974) 등이 있다.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밤」이 극복해야 할 현실의 암담함을 상징한다면, 「별」은 그것을 넘어선 초월에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별이나 푸른 하늘이 일제 치하의 암담한 식민지 현실에서 뼈저린 삶의 중압감을 이겨내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시는 시인의 내면 세계가 대상을 통해 외부로 확산된 작품이다.
신석정의 초기시는 현실에 대한 관심이 녹아 있기는 하지만, 거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 시는 그의 초기시이면서도 현실에 대한 관심이 직접적으로 표출된 작품이다.
▶성격 : 서술적, 비유적
▶심상 : 비유적, 시각적 심상
▶어조 : 대체로 직설적 어조
▶구성 : ① 1-2연 : 푸른 하늘을 우러르며 사는 숭고한 삶
② 3-4연 : 지구를 디디고 사는 기쁜 삶
③ 5-6연 : 푸른 별을 바라보며 사는 거룩한 삶
▶제재 : 저물녘의 들길
▶주제 :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 추구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중심 시어는 무엇인가.
☞ 별
2. 이 시의 소재들 중에서 ‘산’은 ‘하늘’, ‘별’과 그 함축적 의미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서술하라.
☞ ‘산’은 현실의 세계, ‘하늘’과 ‘별’은 이상의 세계 혹은 초월의 세계를 표상한다.
3. 이 시에서 화자의 삶의 자세가 직설적으로 표출된 시구 둘을 찾아 쓰라.
☞ 숭고한 일, 기쁜 일
4. 이 시의 이미지가 지닌 구조적인 대응 관계를 찾아 35자 정도로 설명하라.
☞ 이 시에서 산과 구름으로 대비되는 이미지는 수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수직 구조는, 인간이 직립하여 설 수 있는 것을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지니고 사는 것으로 보는 것과 대응된다.
5. 이 시의 화자가 지향하는 삶은 어떠한 것인지 20자 내외로 쓰라.
☞ 굳건한 삶의 의지로 이상을 추구하는 삶.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현실 생활이 어려워도 그에 굴하지 않고, 이상을 지니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노래한 시이다. 이런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시인은 두 세계를 대립시켜 설정해 놓았다.
첫 번째 세계는 「화자가 존재하는 현실의 세계」이다. 이곳은 이미 어두워져 버린 공간과 시간으로 설정되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의 삶은 뼈에 저리도록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가는 ‘나’이지만 결코 연약하지만은 않아서 푸른 산과 같이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산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두 번째 세계인 「푸른 별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별’의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된다. 하늘의 별을 바라다보는 것은 이상과 꿈을 향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을 바라다보는 일은 절실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이상과 꿈)을 바라보는 것을 ‘거룩한 나의 일과’라 하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2 >
해 저문 들길에 선 시적 자아가 자신의 지난 생활을 돌아다 보며 새롭게 삶의 의지를 가슴에 심고, 높은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시적 자아가 존재해 있는 현실과, 그가 지향하는 ‘푸른 하늘’과 ‘푸른 별’의 세계를 대립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뼈에 저리도록’ 현실 세계는 괴롭지만, 시적 자아는 조금도 절망하지 않는 낙천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고, 두 다리는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고 있다는 삶의 숭고함을 자각하면서 굳센 삶의 의지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생활이 아무리 슬플지라도 ‘푸른 별’을 바라보는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인 삶의 목표를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한 그의 건강한 삶은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있는 것이기에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하고 소리 높여 외치거나, ‘생활은 슬퍼도 좋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저문 들길’로 상징된 일제 말기의 어두운 시대적 분위기에서 씌어진 이 작품은 비록 현실이 괴롭고 모질더라도, 그럴수록 높은 이상과 뜨거운 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미래에 다가올 희망찬 새 시대를 갈망하던 시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 감상의 길잡이 3 >
시인은 미래 지향적 민족주의 사상을 지니고 있다. ‘뼈에 저리도록 슬픈’ 민족적 현실 속에서도 ‘푸른 산’처럼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숭고하고 거룩한 일과’로 삼고 있는 데서도 알 수가 있다.
특히 “숭고한 일이냐”와 “기쁜 일이냐”는 슬픈 생활 속에서 다짐하는 삶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제시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망국민의 치욕적인 생활을 ‘좋다’라고 표현한 것은 반어적 표현이다. “푸른 산‘은 시적 자아를 비유한 것이고, ’별을 바라보는 것‘은 극복 의지와 삶의 긍정이라 하겠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저문 들길에 서서 시적 자아는 자신의 삶을 돌아다 보고 밝고 건강한 삶의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살아가리라고 다짐하는 시다.
화자가 처한 현실은 고단하다. 그것은 어두워진 공간과 시간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그것은 일제 치하라는 암담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슬픈 현실이지만 나는 결코 연약하지는 않아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살겠다고 함으로써 푸른 별을 바라보며 밝고 희망찬 세계를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신석정은 초기에는 목가적 성향이 강했으나, 1930년대 후반에 들어 시집『슬픈 목가』부터는 강한 현실 인식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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