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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許生傳) / 본문 일부 및 해설 / 박지원 원작/ 오영진 각색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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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許生傳) / 박지원 원작/ 오영진 각색

 

 본문

 

  제1화(第一話) 다방골. 進仕(진사)

 

  [곳]  서울 다방골 진사 卞承業(변승업) 댁 후원

  [때] 서기 一六五0년대를 바라보는 어느날, 늦은 봄.

  [사람] (등장순)

  억쇠

  상노一

  상인甲(갑)

  상인乙(을)

  卞承業(변승업)

  기생一(일)

  기생二(이)

  삼청동대감

  상노들

 

  許生員(허생원)

  [무대]  막이  오르기  전부터  풍악  소리  유량하게  들린다.  무대  중앙에는  아담한  정자. 左下手(좌하수)에는 사랑으로 통하는  일각문이 있고, 左下手(좌하수)에도 작은 문이 있어  안채로 통한다.  후경은  돌담으로  둘렸고, 담너머로  수목이  우거졌다.  나무사이로  안채  기와지붕이 은현하다. 右下手(우하수)에는 해묵은  은행나무 한 그루. 막이  오르면, 억쇠와 상노1이 은행나무 밑에 멍석을 깔고, 권커니 자커니.

 

  [해설]  때는  바야흐로 십칠세기  중엽.  이  나라가  병자호란으로  만주 오랑케에게  패하여 남한산성  三田渡(삼전도)에서 城下(성하)의  盟(맹)을 맺어  청국에 항복한  이후 어언  십여년이 지났다.  볼모로   만주땅  藩陽(번양)으로  끌려가서  팔년동안이나   고생살이를  하시던  왕자 鳳林大君(봉림대군)도 그립던 한양성으로 무사히 돌아와, 선왕의 뒤를 이어 등극하시니 이분이 곧 孝宗(효종)이시다. 임금께서는  西人(서인)을 중히 등용하여,  그 영수로서 영의정을 삼으니,  이로 인하여  사분오열되었던  서인의  모든  붕당은  일단  함께  뭉쳐서,  잠시나마  정국은  안정된 듯싶었으나 이로 인하여 權座(권좌)에서 물러난 南人(남인)의 형편은 말씀이 아니었고, 그보다도 임진. 병장의 두 큰  난리를 겪고난 훗덧침에, 설상가상으로 몇차례 천재를 겪는데다가  벼슬아치와 양반 토호들의 행패와  착취에 시달린 백성의  살림은 그야말로 도탄에 허덕이고, 따라서  민심조차 흉흉하여 팔도강산 가는 곳마다  조용한 곳이 없었다. 그러나 권력있는 양반들은 물론, 그들과 결탁한 부유한 장사치들만은 金樽美酒 玉盤佳肴(금준미주옥반가효)로 홀로 태평성대의 별유천지를 구가하고 있었으니. 이댁 다방골 갑부 卞承業(변승업)의 집에서도 때아닌 풍악 소리가 유량하구나

 

  풍악 소리 계속된다.  이윽고 상인 甲(갑) 과 乙(을)이 좌하수  일각문으로 등장, 무대 중앙에서 정면을 향하여 서서 수작을 주고 받는다.

 

  [갑]  귀신이 곡헐 노릇이지, 도시 이게 어떻게 돼먹은 심판이어, 응? 동갑, 이집 쥔놈은 지금쯤 포동청에 묶여서 죽지 않을 정도루 늑진 곤장이나 맞구 있어야 얘기의 앞뒤가 맞는 게 아냐?

  [을] 누가 아니래?

  [갑] 아니, 동갑! 일은 누가 저질러놓구설랑 아까부텀 [누가 아니래]만 되풀이험 어떻허지?

  [을] 왜! 나만 잘못이야? 동갑두---

  [갑] 쉬! 저기 상노놈들이 듣구 있네. 우리끼리 왁자지껄 시빌 가릴 때가 아냐.

  [을] 그렇지, 참. 억쇠야, 너 안에 가서 술상이나 좀 정갈히 봐오련?

  [억쇠] 예. (상노1과 함께 좌상수, 안채로 퇴장)

  [갑] 동갑.  자초지종 다시  한번 찬찬히  얘길 좀  해보시지? 그래  무슨 仙官(선관)의  조화가 있어서 이집 변가놈이 백방되어 나왔으며, 더구나 옥에  갇힌 몸이  무슨 재주루  가봇쪽 같은  진사 감툰  떼냈느냐말일세. 이제  변가놈은 양반이야, 엉?  우리완 지체가 다르단말일세.  [저놈들 잡아 대령하라]험, 꼼짝  못허구 당허야 헐 우리 처지란말야, 이 맹추야!

  [을] 누가 아니래. 모든게 뒷줄인걸 뭐.

  [갑] 뒷줄이 있으리란 생각두 않구, 그래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을] 내야 뒷줄이래야 기껏 포도청에 인정이나  써서 곤장 몇대 감헐 정도루 생각했지. 누가 그 뒷줄이 저 은행나무 줄기처럼 우악스러울 줄이야 꿈에나 생각했어?

  [갑]도대체 그 뒷줄이 누군데?

  [을] 놀라지 마. (귓속말)

  [갑] 뭐? 사직골 대감?

  [을] (끄덕)

  [갑] 어이구,  하느님 맙소사! 사직골  대감이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승댁? 이거  달걀루 백운대 치기였네그려?

  [을] 자다가 벼락맞기지.

  [갑] 아뿔사! 요 맹추야, 우리가 꽂아 넣었단 사실이 당장 들창이나겠구먼?

  [을] (대들며) 들창이 나두 뻐젓허다구 배짱을 부린 건 누군데? 증거가 있으니 걱정없다구 누가 말했어?  누가?  변가놈이 은십만냥을  만주루  실어보내구  나라에서  금허는 약재랑  비단일랑 들여왔으니  이제 곧  국법에 어긋나는  밀무역이라 허잖았어?  누가 그랬어,  누가? 응?  자네가 그랬지.

  [갑] 헛! 그러나 바루 그 약재니 비단이 사직골 대감댁 안방으로

깊숙이  들어갈  줄야  꿈에나  생각했나?  일템,  때아닌  세찬이며  상납으루  둔갑을  했으니. 대감댁에선들 입을 씻구 변가놈의 곤경을 보구만 있을리 없지.

  [을] 딴은! 그러구보니 대궐에서 불러들인 것두 대감이 주선이었구먼?

  [갑]  뭐, 대궐에서 불러들여? 그 얘긴 금시초문인데? 그래서, 대궐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을] 그걸 누가 아누?

  [갑] 흠! 이거 큰코다쳤군.

  [을]  내가 저  실학인가  뭔가 헌다는  선비놈들의  글귀를 살짝  따서  들여뜨렸거든. 일테면 투서지. 글귀가 뭐였드라? 옳지! [천년묵어두 변치 않는 은덩어릴 실어다주구 한두 해면 알아보는 비단이나  약재를  사온다니,  이야말루  국법을  범하는  역적이  아니오니까?]이랬것다.  동갑두 변가놈을 운종가 바닥에서 몰아내는 길룬 이 방법밖에 없다잖았어?

  [갑] 옳아요. 잘했어, 썩 잘했어!

  [을] 그래두 아까 사랑에서 우리헌테 술을 권허는 품이 아주 캄캄 무소식이던데?

  [갑]  엉큼허거든---내색을 않는  거야.  그러나저러나 이제부턴  동갑이나  내나  물 밖에  난 고길쎄.

  [을] 물 밖에 난 고기? 왜?

  [갑] 변가놈이 아무리 밉지만 비싼 이문을 주구라두, 그놈의 돈을 돌려쓰기 전에야 꼼짝달싹 헐 수 없잖아?---장삿길이 막혔단말일쎄.

  [을] 참, 그렇군. 장삿길이 막혔구먼.

  [갑] 돈을 돌리기는커녕 당장이라구 꾸어간 돈 물어놓람 어떡하지? 난 일조에 패가망신일쎄.

  [을] 누가 아니래?

  [갑] 그보다두 투서 종이가 나타나는 날엔 우리 어떡허지.

  [을] 이  은행나문 정정두  허다아. 乙(을,)  은행나무 밑으로  가서 밑등을  어루만지고는 다시 우악스러운 가지에 매달려 떼를 쓴다.

  [을] 영감. 내 죌 내가 모르겠소? 영가암, 마지막 가는 길에 이 은행나무 좀 빌립시다.

  [갑] 동갑 생각이 그렇담, 어서 올라가서 시험해보게나. 가지가 부러지는 날엔 목불일견일쎄.

  [을] 암, 동갑 먼저 올라가소.

  [갑] 이사람아, 가두 함게 가구 남아두 함께 남어야지. 어서 오르게 뒤따라 갈테니.

  [을]  내가 먼저  가? 乙(을),  울쌍이  되어 나무에  기어으르려고 할  때,  좌상수 일각문으로 기생에게 주안상을 들려가지고, 변승업 도폿자락을 너풀거리며 등장. 乙(을),  나무에서 떨어진다.

  [변] (정자에  오르며) 아니,  여보게들. 아까부터 보이질  않는다 했더니만, 애들처럼  뒤뜰에서 나무잽인가?

  [갑] 아, 아니올시다. 은행이 하두 먹음직허길래---

  [변] 어느새 은행이 열렸어?

  [을] 아, 아니올시다. 나무가 하두  정정하길래 올라가서 바람이나 좀 쏘인다는 게 헤헤헤. 진사 나으리.

  [변] 헛, 헛, 헛, 진사 나으리? 벼락감투 썼다구 자네들꺼정 이렇게 서먹서먹하게 굴긴가?

  [갑] 서먹서먹?

  [변]  우린  뭐니뭐니해두   장사치야.  대대루  운종가에  나서   여기서  자라구  뼈가  굵은 장사치란말야. 장사친 장사치끼리 어울리는 거야. 어서 이리들 올아로게나.

  [을](갑에게) 올라오란다.?

  [뱐] 바깥  사랑에선 양반  나으리들 대접하노라  어디 술맛이  나야지. (기생에게)  얘야, 어서 손님들 이리 모셔올려라.

  [기생] 예.

  [을] (갑에게) 저 친구 소식불통이지?

  [갑] (작은소리로) 엉큼허거든. 내색을 않는 거야.

  [변]  헛! 운종가에서  날 몰아내서  무슨 덕을  본다구?  철따구니없는 것들이라니---그래  날 집어넣음 모든게 제것이 될 줄 알구?

  [갑.을] (찔린다) 아무렴입쇼.

  [변] 관쓴 불한당에게 좋은 일 해줄 뿐이지.

  [갑.을] (쩔쩔맨다) 하늘보구 침뱉깁죠.

  [변] 어서들 올라와, 내 술 한잔 받게나.

  [갑.을] (캥긴다) 에?---네. (갑.을, 기생의 뒤를 따라 마루로 올라, 저만치 꿇어앉는다)

  [변] 양반이 주는 술이니---헛, 헛.

  [을] (돌아앉아 마신다)

  [변] 몸은 왜 비비꼬나? 바루 앉지 못허구?

  [을] 헤, 헤, 헤. 자넨, 아니 영감은 이젠 양반이라---

  [변] 뭐 말라죽은 게 양반인구? 빛좋은 개살구라네.

  [갑] (도폿자락을 매만지며) 개살구두 이런걸 입나요?

  [뱐] 양반이란  놈은 노상 저보담 한치라도  지체높은 놈의 눈칠 봐야  허는가 험, 때룬 우리네 장사치 앞에서두 아양을 떨어야 허는  따분한 족속인걸. 그뿐인감? 그래두 명색이 양반이니, 사람 앞에선 일거일동을 조심해야거든?

  [갑.을] 그렇겠읍죠.

  [변] 기침의 가래침일랑 지근지근 씹어넘겨야 허구.

  [갑.을] 지근지근?

  [변] 양반님네 의례준칙일쎄. 걸음걸인 느릿느릿, 신축은 딸딸 끌어야 헌다나.

  [갑.을] 따알 딸?

  [변] 손엔 돈을 지니지 말 것이며, 쌀값의 오르내림을 물어두 안되구.

  [갑] 돈이 싫여?

  [을] 쌀값두 몰라?

  [뱐] 날씨가 무더워두  버선을 벗지 말 것이며,  또는 아무리 추워두 화롯전에 손을  쪼이지 말 것이며.

  [갑.을] (끄덕)

  [변] 볼이 오목 파이도록 담밸 빨아들여선 못쓴다네.

  [갑.을] 허, 허, 허?

  [변] 막걸릴 마신 뒤엔 수염을 쭈욱, 빨지 말 것이며.

  [갑] 그 준칙 어지간허군요?

  [변] 그러나 그건 겉치레구, 알맹인 따루 있지. 양반보담 더  큰 이문 나는 장사두 또 없다던데? (紅牌(홍패)를 꺼낸다) 이 홍패라는 게, 길이루 침, 두 자두 못되네만, 이게 바루 돈자루란 말일쎄. 끌어내서 쓰구 쓰구 또 써두 무궁무진헌 돈자루야.

  [을] 흥부네 박타기 조활 부리는군?

  [변] 깊숙한 안방에서 귀개루 기생이나 놀리다가  돈이 소용됨, 동네 부잘 잡아다가 [이놈, 네가 네 죄를!] 으, 흐, 흐, 흐.

  [갑] 그런 신통력 있는 귀물을 어디서 구했수?

  [변] 가던 날이 장날이었지.

  [을] 장터에서두 파나요?

  [뱐] 내가 들었던 감방에 쬐고만 고을 원님 하나가 잡혀 들어왔겠다---

  [갑] 그야말루 관쓴 도둑이었구먼?

  [뱐] 원, 천만에! 옥에 갇힌 벼슬아치야말루 벼슬아치중에선 청렴결백헌 축이지.

  [갑.을] ?---

  [변] 먹지를 못했으니 상납헐 돈이 어디서 나?

  [갑] 하, 하? 그 양반 바보로군.

  [뱐] 잡혀온 이 양반은 백성에게 꿔졌던 양곡조차 거워들이지 못한 무골호인니야.

  [을] 거, 미물이로군.

  [변] 그럭저럭 해를 포개구보니, 나라에 바칠 환자(還子)만두 천 섬이 넘더라, 이말씸이야.

  [갑] 개 팔아 두 냥 반두 못되는군.

  [변] 그러던 어떤 날, 관찰사가  관곡의 출납을 검열허구보니, 천 섬 쌀이 축났더라 이말씸이야.

원님이지만 어쩌노? 밧줄을 칠 수 밖에. 양반놈들의 체모가 상호간에 말씸이 아니지.

  [갑] 공연히 벌집을 건드렸구먼?

  [변] 그래 이 사연을 듣구 운종가의 의협남아 변승업이 손을 꽂구 앉아 있을 수 있겠나?

  [갑.을] 암!

  [변] [이는 원님 한  사람의 불명예가 아니오라 사대부 전체에 관한 건이로소이다. 소인은  비록 운종가  장사치에  불과하오나, 반상의  질서가 문란해짐을 차마  좌시할 수  없사오니, 소인으로하여금 양곡 천 섬을 대신 환납케 하옵시요] 이랬겠다.

  [을] 이문은 얼마루 허구?

  [변] 이문을 따질 경운가? 이 소릴 듣고나서 이 선량허구 착허신 원님이 그냥 있을 수 있겠어?[ 여보슈, 그럼 내 진사 당신이 가지슈. 난 백방되니 좋구, 당신은 양반되어 좋은 일 아뇨?]

  [갑] 헤,헤. 누이 좋구 매부 좋구?

  [변] 그래서---거간이나 구문 한푼 없이 옥중에서 거래가 성립된걸쎄.

  [을] (홍패를  매만지며) 그래두 요까짓것  하나에 천 섬은  좀 비싸다. 어디  좀 싼 걸루  하나 없을까? 쉰 섬이나---기껏놔서 백---섬, 짜리---쯤?

  [변] 여보게, 운종가에 그런 것, 두셋씩 있어 뭣에 쓰려나? 하남 충분허지.

  [을] (갑에게 작은 소리로) 돌려가믄성 세놓아먹을려구? 흥!

  [변]  문제는 홍패로  끝난  게  아닐세. 이  사연이  드디어 (엄숙히)  형조판서  대감으로해서 상감마마에게까지 알리게 되었으니---

  [갑.을] 상감마마까지?

  [변] 전교에 가로되, [군자로다, 부자여.]

  [갑.을] [군자로다, 부자여?]

  [변] [양반답고나, 부자요.]

  [갑.을] [양반답고나, 부자요?]

  [변] [곡식이 많되  아끼지 않음은 정의에 불탐이요,  남의 어려움에 용맹스럽게 돌봐줌은  어진 마음이요, 낮은 것을 미워하고 높은 자리를 그리워함은 슬기있는 일일지니---]

  [을] [슬기있는?]

  [변] [일일지니---이야말로 참된 양반이로다.]

  [갑.을] [일일지니---양반이로다]

  [변] (호령하듯) [빨리 입궐케 해라!]

  [갑.을] 이크!

  [갑] (을에게) 헛소문이 아니었구나?

  [을]  여, 여, 영가암.

  [변] 이런 사연으루해서,  내 앞길이 훤히 틔었단말일쎄.  알겠나? 삼정승 부러워말게. 벌써부터

서슬이 푸른 양반님네들이 우리 상놈을 뵙자구 집문턱이 닳을 지경이 아닌가?

  [을] 우린 사농공상 주에서두 맨꼴진데?

  [변] 꼴지가 꼭질 좀 부려닉음 어때? 헛, 헛. (갑.을, 완전히 안심 사람에서 풍악 소리 높아지며 훤소)

  [변]  저 소릴  좀 들어보게.  한 패가  떠나더니만  또 다른  한 패가  밀려드는가부네. (억쇠, 좌하수에서 황급히 등장, 정자 앞에 와서 아뢴다)

  [억쇠] 마님, 왔어요. 왔---아니 오셨어요.

  [변] 왔어? 헛,  헛, 왔겠지. 그리구 또  오겠지. 내가 온담 오는  거야. 사랑에서 좀 기다기시게 해라.

  [어쇠] 기다리겝쇼?

  [변]  (갑.을에게) 내  말  알겠지?  운종가에선 진사  하남  충분허다는 걸?  자네들이랑  아예 허탕스럽게 돈쓸  생각 말게. 자네  돈이자 내 돈이구, 내  돈이자 운종가 돈  아닌가? 썩어 내다 버릴지언정 북촌에  갔다가 바칠 순  없잖어? 헛헛. 양반놈들이  돈을 쥐물락거리게 됨  이야말루 범에 날갤쎄.

  [을] (갑에게 귀속막) 히, 히, 히. 우리일은 깜쩍같구나.

  [어쇠] 영감마님.

  [변] 오, 오냐. 기다리시게 해라 않더냐.

  [억쇠] 그런게 아니와요. 이번에 오신 분은 양반 중에서 두 꼭지양반, 삼청동 대감이셔요.

  [변] 뭐,삼청동 대감께서? 헛! 서인  남인이 번갈아 들구나는구나. 한땐 나는 새두 떨어뜨린다던 남인출신 원임대신일쎄.

  [갑] 원임대신이  다방골 행찰 하셨어?  甲(갑).乙(을) 요지경  속이다.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허우적 거린다.  변승업, 점잖게 억쇠  뒤를 따라 좌하수로  퇴장. 甲(갑).乙(을), 뜰에서  맴돌다가 풍악 소리 커지니 엎치락뒤치락 은행나무에 올라  새둥지를 틀고  아래를  굽어본다.  변승업, 삼청동  대감을  응원하듯 다시  등장,  정자로

안내한다. 억쇠, 봉물짐을 걸머진 상노들을 인도하여 등장. 풍악 소리 차츰 잦는다.

  [변]  누옥을   찾아  은밀한   말씀이  있으시다   하오니,  어찌된   소관이온지  황미하옵기

그지없사옵니다. 여기 후원이 그래두 좀 조용하옵지요.

  [대감]  내가  어찌 영감이  백방됐단  소식을  듣구  그냥  집에 박혀  있을  수가  있으리요? (상노들에게) 얘들아, 그거  어서 안으루 옮겨다가 실내마님께 보여드려라. 어디  이댁에서야 깊은 바다에서 산호를 따온들 눈에 차리오만, 헛, 헛.

  [변] 이것들이 뭡니까?

  [대감] 뭐, 대수롭지 않은거요. 변진사,  기특허지 않소? 내가 서인에게 몰려 낙척불우의 신세루 두문불출 칩거하는 몸이로되 그래두 옛 은의를 잊지 않음인지,  가끔 고을 토산물이나마 꿰어차구 찾아오는 수령 방백두 없지 않구려. 서인 천하에서 벼슬아치가 남인의 지붕 밑을 드나들다니---

  [변] 대감마님의 은덕이야 어디 가겠읍니까.

  [대감] 암! 다방골 변진사 대감이 그저 요즘에  와서 날 원두쟁이 쓴 오이 보듯 해서 좀 섭섭헐 따름이지, 허, 허, 허. 웃구 받아주시오.

  [변] 원, 별 당찮은 말씀을. (변승업, 지그 눈짓, 억쇠 알아차리구 상노들을 좌상수 일각문으로인도, 안채로 퇴장. 대감, 은행나무의 甲(갑).乙(을)을 본다)

  [대감] 역시 부잣집이라 다르군. 영감댁엔 사람 열리는 나무두 있구려?

  [변] (나무 쪽을 향하여 눈을 흘긴다)

  [을] 저 은행을 따려구--- 아니, 마악 따가지구 물러가려던 참이올시다.

  [대감] 헛! 내가 축객을 헐 수 있겠나? 이리를 올라오우.

  [갑] 아니올시다, 소인네들은 하찮은 장사치올시다.

  [대감] (위선적으로) 장사치가 어쨋단 말씀이오?

  [을] (갑에게) [말씸이오]란다.

  [대감] 오늘 같은  국가 존망지추에 상하귀천이 어딨으며 반상의  구별이 무슨 쓸데가 있소.엉? 다 함께 걱정해두 이 난국을 헤어나기 힘들겠거든.

  [갑] (을과 [마임]으로 한창 의논한 끝에) 그러나 상인은 상인이올시다.

  [을] 맨꼴지올시다.

  [데김] 헛, 모르는 말씀.

  [갑.을] (서로 보며) 또 [말씸]이란다?

  [대감] 왕후장상이 어디 씨가 따루 있으며?

  [갑.을] (울쌍이 되어) 소인넨 맨 밑바단이올시다. 대감마님.

  [대감] 맨 꼭짐 제일인가? 빛좋은 개살구지.

  [갑] (을에게) 변가놈 말과 같다.!

  [을] 초탈했어.

  [갑.을] 그러나 소인넨 쌍놈이올시다.

  [대감] 그럴수록 우린 손을 잡아야지.

  [갑] 손을 잡는다닙쇼?

  [을] 소인네 손인갑쇼?

  [대감] 임진왜란 이후 백성은---

  [갑.을] 예, 그쯤은 알구 있읍죠.

 

 

 <하략>

 

 요점 정리

 

 작자 : 오영진(吳泳鎭 1916-1974)

 형식 : 희곡

 배경 : 조선조 후기(17세기 말)

 연대 : 18세기 말(원작) / 1970년(연극)

 성격 : 비판적. 풍자적

 구성 : 전 3화(話) 5장(章)

 주제 : 양반의 허위 의식을 비판하고 실리의 추구를 주창

 내용 : 주인공 허생의 상행위를 통하여 부국 이민(富國利民)의 경제 사상과 건전한 인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구성 : 허생의 행동을 통해 당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음.

 표현 : 허생이라는 인물의 비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등장 인물들을 의도적으로 비하시키고 있으며, 그 외에도 구어적, 희화적인 표현 효과에 주목할 만하다.

 줄거리

 희곡 '허생전'의 이야기 자체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옥갑야화(玉匣夜話)'에 있는 것이다. 서울 남산골에 사는 가난한 선비 허생은 과거(科擧)에 계속 실패하고 아내의 불평이 커지자 책을 덮고 표연히 집을 나와, 장안 제일의 변 부자를 찾아가 돈 만 냥을 빌린다. 그 길로 안성 시장으로 가서 온갖 과일을 사들여 물건이 귀할 때에 팔아 10만 냥을 번다. 이 돈으로 농기구, 옷감 등을 사서 제주도에 가서 이를 팔아 다시 말총을 사서 다시 열 배의 이익을 남긴다.

 이 때 마침 변산 땅에 도적이 창궐하였는데, 허생은 이들을 달래어 무인도로 데려가 교화시키며 3년을 보낸다. 일본 장기에 흉년이 들자. 허생은 먹고 남은 곡식으로 은 100만 냥을 벌어 가지고 나온다. 그 뒤 허생은 섬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은 50만 냥을 가지고 육지로 돌아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변씨에게도 10만 냥을 되돌려 준다. 그 후로 허생은 변씨와 지기지우가 되어 지낸다.

 

 이후 변씨와 친한 조정의 어영 대장 이완이 허생을 찾아와 국사를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허생은 조정과 양반 계층의 모범과 각성을 요구하는 이른바 '시사 삼난(時事三難)'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나 호응받지 못한다. 다음 날 이완이 변씨와 같이 허생을 다시 찾아갔는데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본문은 전3화(話) 5장(章) 가운데 2화의 하장(下章) 부분)

 내용 연구

 

 밤손님 : '도둑'의 곁말. 밤손, 야객(夜客)이라고도 함.

 안채 : 안팎 각 채로 된 집의 안에 있는 채.  안집. <-> 바깥채.

 아랫도리 : 허리 아래의 부분. 하체.

 꼬락서니 : 꼴이나 모양의 속칭.

 동여서 : 실·끈·새끼·밧줄 따위로 두르거나 감아서.

 관가 : 벼슬아치들이 나라 일을 보던 집.

 노자(路資) : 먼 길을 오가는 데 소요되는 돈.

 하해(河海) : 큰 강과 바다.

 나랏돈 ∼ 말이냐? : 나라의 돈을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통째로 다 착복했단 말이냐? 양반에 대한 비판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사이다.

 허생, 이에 ∼ 껄껄 웃는다. : 허생의 외모와 인품을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체구는 조그마하지만 대담하고 비범한 인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늦게 배운 ∼ 허구 있지! : 궁색하고 보잘 것 없는 도둑의 무리를 보고 두목을 훈계하는 부분이다. 뒤에서도 나오지만,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하게 된 사정을 암시한다.

 딴은! 첨 솜씨라……. : 하기는, 처음 해 보는 도둑질이라. 이 도둑 무리들이 전문적으로 도둑질을 일삼는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농민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허생은 이들에 대해 동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노자뿐 아니라 소용되는 대로 가지구 가게 해라 : 허생이 도둑들에게 간단한 여비뿐 아니라, 필요한 것은 모두 마음껏 가져 갈 수 있도록 하라고 명하는 대목이다. 허생의 백성 사랑과 관용이 드러난다.

 오, 참! ∼ 나눠 줘야겠구먼…….: 자기 집에 든 도적에게 오히려 노자를 주겠다는 말에서 허생의 호탕하고 여유만만한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여유만만함은 이 극의 진행 방향을 암시해 준다.

 누가 좋아서 이런 짓을 하나요?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 먹고 사는 일이 어쩔 수 없어 도둑 노릇을 하는 것이지, 누가 도둑질을 하기 좋아서 하나요.

 명실상부(名實相符) : 실상이 이름과 어긋나지 않음.

 형용상종(形容相從) : 겉모양과 실상이 일치함.

 속량(贖良) : 종을 풀어 주어서 양인이 되게 함.

 상재(商才) : 장사하는 재능.

 말총 : 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

 관 쓴 ∼ 형용상종이구려.: 나라의 벼슬아치가 곧 도둑이라더니 영감이야말로 말 그대로 그러하며, 모습 그대로 그러하구려. 양반 계층에 대한 풍자가 느껴진다.

 그러나 홀몸은 ∼ 와야 하우. : 공동체를 이루어 도둑을 바르게 교화하겠다는 허생의 계획이 드러나 있는 대목으로 온전하게 가정을 가진 때 구제와 교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다방골 변 진사 앞으로 환을 놔 주슈 : (석 달 전에 허생에게 만 냥을 빌려준) 다방골 변 진사에게는 이만 냥을 갚아 주도록 하시오.

 속량(贖良)된 ∼ 누가 뭐랄깝쇼? : 종의 신분에서 풀려나 양민이 된 처지에서 내가 좋아서 (허생을) 주인으로 모신다는데 누가 간섭을 하겠습니까? 신분적 제약에 대한 비판과 자유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해와 감상

 허생전은 오영진 ( 吳泳鎭 )의 후기 장막 희곡으로 18세기에 크게 성행하였던 실학사상의 실사구시 ( 實事求是 )의 바탕 위에서 정치의 고루성과 무기력한 양반사회, 위학(爲學) 등을 비판한 박지원 ( 朴趾源 )의 단편소설 〈허생전〉·〈양반전〉, 그리고 채만식 ( 蔡萬植 )의 소설 〈허생전〉을 골격으로 창작된 이 작품은 〈맹진사댁 경사〉와 함께 대표작에 속한다.

그러나 박지원과 그가 살았던 시대, 오영진과 그가 처하였던 현대가 다른 것처럼 두 사람의 사상적 배경도 크게 차이가 나서 흥미롭다. 즉, 박지원은 그 시대에서는 진보적 생각을 가지고 봉건체제의 모순을 지적한 데 반하여, 오영진은 보수적인 사회관을 지니고 현실정치를 비판하였다.

 

따라서 오영진의 〈허생전〉은 박지원의 〈허생전〉만큼 시대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영진은 허생이라는 인물을 현대화하여 1960년대의 권력구조를 매판(買辦:개인 이익을 위해 외국 자본에 붙어 자기 나라의 이익을 해치는 일)정치로 몰아서 산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는 1960년대의 상황을 18세기와 비교하여 명나라를 오늘의 일본에 비유하고 있다. 이 작품에 나타난 또 하나의 사상은 처녀작 〈배뱅이굿〉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허무주의이며, 다른 많은 작품에서 나타나는 해학성이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으며, 판소리투의 운문성도 돋보인다.

 

전작(前作) 〈모자이크게임〉의 인형극적인 간결함, 함축성 있는 대사와 빠른 속도감에 비하여 〈허생전〉에서 보이는 것은 창으로 부를 수도 있도록 구성한 리드미컬한 대사와 범시대적 원형질이 보인다.

 

즉 전통 예술의 여러 측면을 수용하여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구사해 본 것이라 하겠다. 그것은 소재에서 뿐만 아니라 구성·문체·인물 등에 있어서 다양한 실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참고문헌≫ 한국현대희곡사(柳敏榮, 흥성사, 198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 작품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실려 전하는 한문 소설 "허생전(許生傳)"을 원본으로 하고, 채만식의 소설 "허생전"을 참고로 하여 희곡화한 것이다. 무능력하고 무위도식하는 양반에 대한 비판과, 피폐해진 나라 경제를 일으키려는 실학적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연암의 실학 사상이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에 지어진 것으로, 날카로운 현실 비판과 뚜렷한 유토피아 지향이 엿보인다. 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이 작품을 희곡화한 것으로 허생 이외의 등장 인물들이 희극적으로 그려져 허생의 인품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사회상과 연결하여 이 작품에 반영된 실학 사상을 평가해 본다면 더욱 깊이 있는 작품 감상이 될 것이다.

 

 심화 자료

 이희승의 '딸깍발이'와의 비교

  이화승의 수필 '딸각발이'는 조선 시대의 고루한 선비들의 모습과 더불어 청렴과 결백과 지조를 생활 신조로 삼았던 그들의 정신적 자세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의관을 정제하고 유교 전적만 외우고 있는 이런 선비의 모습은 분명, 허생전에서와 같이 신랄하게 비판받을 만한 것이다. 선비에 대한 예찬적 시각은 '허생전'의 주인공이 양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견해와는 정반대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가치관의 혼돈 상태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딸깍발이'의 남산골 샌님의 삶 속에 내재해있는 전통의 의미는 한 번 되새겨 볼 만 한 가치가 있다.

  조선 시대를 지배한 선비 정신의 이러한 양면성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허생의 이야기의 변모

 교과서에 수록된 부분은 허생이 과일을 매점하여 10만 냥을 번 뒤로 도둑이 허생의 돈을 훔치러 온 장면이다. 내수사의 전수인 박몽인도 돈이 탐나 도둑의 무리에 끼어든다. 그러나 그들은 허생에게 감화되어 이야기가 변모되었다. 이렇게 원래의 허생의 이야기에서 변모된 예는 이 작품의 도처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극의 필연성을 위한 원작의 개작

 운종가의 부자 변씨가 돈으로 양반을 사는 일은 양반전에서 빌려 온 것으로 양반전에 나오는 양반에 대한 풍자가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도둑을 만나는 장면, 백석도에서 그 곳 사또를 내 보내는 일. 돈을 모으는 방식 등은 작가에 의한 창작으로 극의 필연성을 고려한 개작으로 보인다. 극적 사건은 인과적인 질서에 의해 사건이 진행되어야 한다. 허생이 도둑을 만나는 과정이나 백석도에서 새로운 삶을 이루어 가는 과정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이러한 개작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 비판과 풍자로서의 개작

 이러한 개작은 현실에 대한 풍자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공무원의 부정, 매점·매석에 의한 치부, 백성의 가난과 양반들의 사치 등이 대비되어 부패한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원작에서도 충실히 나타나고 있으나, 작가에 의해 현대 사회의 비판으로 변모되어 원작에 없는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과 풍자를 통해 허생과 같은 경륜을 지닌 인물이 강조된다.

 매점(買占)의 의미

 허생은 과일을 매점하여 10만 냥을 모았으나, 강 선달이 쌀을 매점하자고 하자 제재를 가한다. 그것은 백성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부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 경제에 흠을 주지 않고 돈을 모으는 그의 행각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돈을 벌어 행하는 일이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허생의 경제 능력의 실험이라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매점 매석은 단순한 소재일 뿐이지, 박지원이 다루려는 중심 주제는 아니다.

 

  사실 작품 전체의 주제가 매점 매석에 대한 비판에 집중되어 있지는 않다. 매점매석의 이야기를 통해 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두 사람의 재물로 국가의 경제 기반이 흔들릴 정도이니, 조선의 경제가 매우 허약하다는 지적이다. 좀더 나아가면, 이러한 허약한 나라가 어찌 명분만을 내세워 힘이 강한 청나라를 무시하려 하는가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허생전'은 숭명(崇明) 의식에 의한 북벌론의 비판이 중심주제이다.

 박지원의 한문 소설들

 호질(虎叱)

도학자들의 위선을 폭로·풍자

 양반전(兩班傳

양반 생활의 허식과 부패상 폭로

 광문자전(廣文者傳)

양반 사회의 간접적 풍자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직업적 차별 타파 및 천인의 성실성 옹호

 민옹전(閔翁傳)

무위 도식하는 유생 풍자와 미신 타파

 김신선전(金神仙傳)

신선 사상의 허무 맹랑성 비판

 우상전(虞裳傳)

나라의 인재 등용 방법의 맹점 비판

 이희승의 '딸깍발이'와의 비교

 오영진(吳泳鎭 1916-1974)

극작가. 평남 평양 출생. 경성(京城)제국대학 법문학부를 졸업하였다. 도일(渡日)하여 영화를 연구, 8·15광복 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曺晩植), 부친 오윤선(吳胤善) 등과 함께 조선민주당을 창당하였으나 공산당의 박해를 피하여 월남, 6·25전쟁 때는 피난지 부산에서 월남문인들로 북한문총(北韓文總)을 조직하고 '주간문학예술'을 발간, 환도 후에는 잡지 '문학예술'을 발간하는 한편, 출판사 중앙문화사(中央文化社)를 설립하는 등 폭넓은 문화사업을 벌였다. 1942년 '배뱅이굿' '맹진사댁 경사'를 발표하여 향토적인 소재에 한국적인 해학을 담는 데 성공, 오늘날까지도 연극·영화·텔레비전 드라마로 소개되고 있다. 그 밖에 '인생차압' '허생전' 등이 있고, 북한 공산치하의 체험을 쓴 수기 '하나의 증언'이 있다.

 열하일기(熱河日記)

조선 정조 때에 박지원J32097(朴趾源J32097)이 청나라를 다녀온 연행일기(燕行日記). 26권 10책. 필사본.  [간행경위] 간본J54030(刊本J54030)으로는 1901년 김택영J00158(金澤榮J00158)이 ≪연암집 燕巖集≫ 원집에 이어 간행한 동 속집 권1·2(고활자본)에 들어 있고, 1911년 광문회J49745(光文會J49745)에서 A5판 286면의 활판본으로 간행하였다.

 

1932년 박영철(朴榮喆)이 간행한 신활자본 ≪연암집≫ 별집 권11∼15에도 전편이 수록되어 있다. 보유편도 있고 1956년 자유중국의 대만대학(臺灣大學)에서 동 대학 소장본을 영인한 것도 있다.  [내 용] 1780년(정조 4) 저자가 청나라 건륭제(乾隆帝)의 칠순연(七旬宴)을 축하하기 위하여 사행하는 삼종형 박명원(朴明源)을 수행하여 청나라 고종의 피서지인 열하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청조치하의 북중국과 남만주일대를 견문하고 그 곳 문인·명사들과의 교유 및 문물제도를 접한 결과를 소상하게 기록한 연행일기이다.

 

각 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강록〉은 압록강으로부터 랴오양(遼陽)에 이르는 15일간의 기록으로 성제(城制)와 벽돌 사용 등의 이용후생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성경잡지〉는 십리하(十里河)에서 소흑산(小黑山)에 이르는 5일간에 겪은 일을 필담(筆談) 중심으로 엮고 있다. 〈일신수필〉은 신광녕(新廣寧)으로부터 산하이관(山海關)에 이르는 병참지(兵站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관내정사〉는 산하이관에서 연경(燕京)에 이르는 기록이다. 특히 백이(伯夷)·숙제(叔齊)에 대한 이야기와 〈호질 虎叱〉이 실려 있는 것이 특색이다.  〈막북행정록〉은 연경에서 열하에 이르는 5일간의 기록이다. 〈태학유관록〉은 열하의 태학(太學)에서 머무르며 중국학자들과 지전설J31128(地轉說J31128)에 관하여 토론한 내용이 들어 있다. 〈구외이문〉은 고북구(古北口) 밖에서 들은 60여 종의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환연도중록〉은 열하에서 연경으로 다시 돌아오는 6일간의 기록으로 교통제도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금료소초〉는 의술(醫術)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옥갑야화〉는 역관들의 신용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허생(許生)의 행적을 소개하고 있다. 뒷날에 이 이야기를 〈허생전〉이라 하여 독립적인 작품으로 거론하였다. 〈황도기략〉은 황성(皇城)의 문물·제도 약 38종을 기록한 것이다. 〈알성퇴술〉은 순천부학(順天府學)에서 조선관(朝鮮館)에 이르는 동안의 견문을 기록하고 있다. 〈앙엽기〉는 홍인사(弘仁寺)에서 이마두총(利瑪竇塚)에 이르는 주요명소 20군데를 기술한 것이다. 〈경개록〉은 열하의 태학에서 6일간 있으면서 중국학자와 대화한 내용을 기록하였다. 〈황교문답〉은 당시 세계정세를 논하면서 각 종족과 종교에 대하여 소견을 밝혀놓은 기록이다. 〈행재잡록〉은 당시 청나라 고종의 행재소J14962(行在所J14962)에서 견문한 바를 적은 것이다. 그 중 청나라가 조선에 대하여 취한 정책을 부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반선시말〉은 청나라 고종이 반선(班禪)에게 취한 정책을 논한 글이다. 〈희본명목〉은 다른 본에서는 〈산장잡기〉 끝부분에 있는 것으로 청나라 고종의 만수절(萬壽節)에 행하는 연극놀이의 대본과 종류를 기록한 것이다. 〈찰십륜포〉는 열하에서 본 반선에 대한 기록이다. 〈망양록〉과 〈심세편〉은 각각 중국학자와의 음악에 대한 토론내용과 조선의 오망(五妄), 중국의 삼난(三難)에 대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곡정필담〉은 주로 천문에 대한 기록이다. 〈동란섭필〉은 가악(歌樂)에 대한 잡록이며, 〈산장잡기〉는 열하산장에서의 견문을 적은 것이다. 〈환희기〉와 〈피서록〉은 각각 중국 요술과 열하산장에서 주로 시문비평을 가한 것이 주요내용이다. ≪열하일기≫는 박제가J32068(朴齊家J32068)의 ≪북학의 北學議≫와 함께 “한 솜씨에서 나온 것 같다(如出一手).”고 한 평을 들었다.

주로 북학을 주장하는 내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고, 당시에 정조로부터 이 책의 문체가 순정(醇正)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였으나 많은 지식층에게 회자된 듯하다.  [의 의] 종래의 연행록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열하일기≫는 박지원의 기묘한 문장력으로 여러 방면에 걸쳐 당시의 사회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한 조선 후기 문학과 사상을 대표하는 걸작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熱河日記解題(민족문화추진회, 1983), 熱河日記의 敍述原理(李鐘周, 韓國學大學院碩士學位論文, 1982), 熱河日記의 文學的硏究(姜東燁, 建國大學校博士學位論文, 198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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