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본문 일부 및 해설 / 조환유 외
by 송화은율편지 / 조환유 외
$# 93. 관사 거실
여왕의자에 앉은 환유
환유:정인아
공부하고 있던 정인, 고개 들며
정인:응?
의자에 앉아 있는 환유 너머로 정인이 보인다.
환유:그 편지 좀 읽어 줄래?
정인:무슨 편지?
환유:즐거운 편지…….
정인이 환유 곁에 앉아 시를 읽는다.
정인: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는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정인의 손을 꼭 잡는 환유
정인, 환유를 한 번 바라본다.
정인 계속 시를 읽는다.
정인: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눈 감은 환유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른다.
정인(E):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환유를 보는 정인의 표정
정인 너머 환유
정인(E):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눈물 흘리는 정인
정인의 손을 잡고 있던 환유의 손이 힘없이 풀려 떨어진다.
눈물 흘리며 시를 읽는 정인
정인: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94. Insert
텅빈 물가
정인(E) : …… 뿐이다.
물가에 서 있는 두 사람
정인(E)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텅 빈 수목원 숲길
정인(E) 또 눈이 그치고 할 것을 믿는다.
수목원 숲길에 있는 두 사람
어둠이 내린 기차역
기차역에서 서로 부딪치는 두 사람
텅 빈 가로수
자전거를 올라탄 정인의 즐거운 표정
자전거를 타는 환유의 즐거운 표정
$#95. 수목원 초원
환유의 장례식. 정인의 허망한 표정, 유골을 초원 위에 뿌린다.
F·O
<후략>
갈래 : 시나리오
각본 : 조환유, 이정국(각색), 김무령(각색), 신철(각색), 최수영(각색), 한진(각색)
감독 : 이정국
성격 : 서정적, 애상적인 멜로 드라마
배경 : 1990년대, 서울 근교 수목원
주제 : 생사를 뛰어 넘는 만남과 사랑의 각별함
작품 개관 : 이 작품은 행복하게 사랑을 나누던 연인이, 한 사람에게 찾아온 불치병으로 인해 비극적으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린, 전통적인 멜로 드라마의 구조를 따르는 영화 '편지'의 시나리오 중 한 부분이다. 제시된 지문은, 이별을 앞둔 연인의 가슴아픈 심정을, 잘 알려진 황동규의 시를 삽입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부분이다. 영화의 인물들 간에 마음의 율동을 서정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서정시가 얼마나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보여 줄 수 있는 제재이다.
줄거리 : 국문과 대학원생 정인은 기차 시간에 서두르다 그만 지갑을 떨어뜨린다. 환유는 택시를 타고 기차를 쫓는 추격전 끝에 지갑의 주인을 만나게되고 이들은 이렇게 첫인사를 한다. 무엇인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때면 늘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환유는 정인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동전이 앞면이 나오면 정인과 결혼하는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예정대로 유학을 떠나겠다고 정인이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던져지는 동전. 펼쳐보인 동전은 앞면이고 그들은 결혼을 하게 된다. 자신의 사랑을 최고의 걸작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환유와 그 사랑을 잘 받아 안을 줄 알았던 정인은 사막을 건너는 낙타와 상인처럼 언제나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그런 행복이 환유에게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그 남자의 사랑이 너무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데서 불행이 시작된걸까? 환유는 떠나가고 정인은 혼자 남겨진다. 사랑하는 환유를 잃어 버린 정인은 더 이상 살아갈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하고 떠나버린 그 사람처럼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 앞에 뜻밖의 편지 한 통이 날아 든다. 그러면서 그가 한 여자를 아끼는 마음으로 해 온 일의 자취들이 홀로 남은 정인 앞에 하나씩 하나씩 나타난다. 생사를 뛰어넘은 만남의 각별함이 편지라는 양식에 따뜻하게 담겨 있다. 죽음도 둘의 사랑을 갈라 놓지 못한 사랑 앞에 정인은 새 삶의 희망을 얻는다. 환유가 세상을 떠난 몇 년 뒤 벌판 전나무 앞으로 정인과 아들이 다가온다. 영화는 환유의 화장한 재를 뿌렸던 나무로 남자의 화신과 같은 전나무 가지에 정인이 어린 아들을 조용히 악수시키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위에 제시한 부분은 잘 알려진 황동규의 시를 삽입하여 이별을 앞둔 연인의 가슴 아픈 심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부분이다.
멜로 드라마
멜로드라마라는 영화 장르는 가장 많이 쓰이는 장르이면서 그 정의를 분명히 하기가 곤란한 용어이기도 하다. 삶의 가장 진솔한 부분을 담아 웃고, 부딪히고, 엉켜 사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있는 멜로 드라마는 일상의 리얼리티와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얘기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이 용어의 정확한 해석은 희랍어인 melos와 drama의 합성어로 음악(melos)과 극(drama)의 결합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연극의 한 장으로 분류되었다. 본래 '음악이 있는 연극' 이라는 뜻으로, 형식상의 발전에 따라 일차원적인 극적 형식과 권선 징악의 결말이 부가된다. 즉 삶을 토대로, 삶의 감동을 표현하고자 하는 장르인 것이다.
'즐거운 편지'의 역할
이 시나리오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에 나오는 구절들을 읽어 나가는 정인의 대사로 이루어진 부분이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인생을 적절하게 담아내고, 그것을 시적인 분위기 속에서 승화시키는 이 대목은 과거의 즐거웠던 사랑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시구는 환유가 죽은 이후 날아오는 애정의 편지들을 암시하기도 한다. 환유의 사랑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이 '즐거운 편지' 라는 시는 잘 보여 주고 있다.
영화 대사에 시를 삽입함으로써 얻는 효과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다.
시는 감정을 고도로 응축하여 표현하는 장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활용하여 주인공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기보다는, 유사한 감정을 응축하여 표현하고 있는 시를 삽입함으로써 감정 표현이 간접화되어 예술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널리 알려져 있는 시를 삽입할 경우, 그 시에 대한 관객의 감상과 그에 얽힌 추억 등이 영화와 융합되어 어우러짐으로써 정서적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황동규의 시를 읽고 '편지'를 보도록 하여,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봤을 때와 다른 느낌이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영화와 문학, 대중문화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하며 읽는다.
소설과 시는 대중문화에서 새로운 상상력의 단서를 가져오기도 하며, 영화는 희곡 시 만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화면 구성이나 대사 전달의 기법을 도입해 오기도 한다. 연극 연출가 출신 감독 장진의 영화인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등에서 우리는 연극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으며, 영화 화산고 에서는 만화적 발상을 엿볼 수 있다. 유하나 장정일 등의 시에서는 무협지나 영화 광고 등에 대한 감상 체험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기도 하다. 지금 언급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감상하게 하여, 영화 문학 대중 문화의 관계를 직접 느껴 보도록 유도한다.
1. 이 글에서 환유가 죽기 전에 정인에게 편지를 남긴다고 가정하고, 환유의 심정에서 정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보자.
이끌어 주기 :
영화 편지의 내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겠지만, 상투적인 멜로 드라마의 표현들을 습관적으로 쓰지 않도록 유도한다.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의 내용을 나름대로 이해 감상하여 그 시가 주는 느낌을 편지에 반영해 보도록 한다. 자기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생각하면서 환유의 심정에 몰입해 들어가 솔직하게 쓸 수 있게 한다.
예시답안 :
정인아, 나야.
수없이 불러왔던 이름이지만 새삼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예사롭게 부를 수가 없어. 당신한테 처음 쓰는 편지가, 이런 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 당신이 이 편지를 받아 보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지금 당신한테 하려는 말들을 당신 옆에서 얘기할 수만 있다면 지금 내 심정은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당신을 내던지고 떠나온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어.
변명 같지만,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건너야 할 자신만의 사막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닐까? 난 당신이 당신 자신의 사막을 사랑하길 바래. 어쩌면 당신은 그 사막을 건너는 법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럼 안녕. 사랑하는 이여.
2. 정인이 읽고 있는 글은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영화 속에 시를 삽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시는 감정을 고도로 응축하여 표현하는 장르이므로, 영화 속에 유사한 감정을 응축하여 표현하고 있는 시를 삽입함으로써, 감정 표현이 간접화되어 예술성을 높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널리 알려져 있는 시를 삽입할 경우, 그 시에 대한 관객의 감상과 그에 얽힌 추억 등이 영화와 융합되어 어우러짐으로써 정서적 효과를 증폭시킬 수도 있음을 제시된 주문을 통해 확인하게 한다.
예시답안 :
영화는 마치 현실처럼 어떤 인물들의 생활을 그려 낸다. 그러한 생활 가운데서 고조된 감정의 사랑에 얽힌 대화와 행동들은 때로는 색다른 장식과 연출을 원한다. 문학이란 바로 그러한 장식과 연출이 된다. 그 중에서도 시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깊이 건드리는 매체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에 얽혀드는 두 주인공에게 편지라는 서정시는 이미 서로 얽혀들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서정시의 미묘한 파문으로 뒤흔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영화 작품에서 문학 작품이 활용된 경우가 있는지 찾아 정리해 보자.
이끌어주기 :
영화에 문학 작품이 활용되는 경우, 그 작품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동안 본 영화를 떠올려 보고 그러한 예들을 찾아서, 그 작품을 영화와 함께 다시 음미해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아울러 문학은 영화의 소재로도 다루어지지만 영화의 원작을 이루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화 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를 많이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예시답안 :
다음은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현진건 소설 '무영탑' - 신상옥 감독 '무영탑'
이광수 소설 '꿈' - 신상옥 감독 '꿈', 배창호 감독 '꿈'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 - 임권택 감독 '태백산맥'
임철우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 - 박광수 감독 '그 섬에 가고 싶다'
최윤 소설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 - 장선우 감독 '꽃잎'
고전 소설 '춘향전' - 임권택 감독 '춘향전'
구효서 소설 '낯선 여름' - 홍상수 감독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J.R.R. 톨킨 소설 '반지 전쟁' - 피터 잭슨 감독 '반지의 제왕'
장정일 시 301·302 - 박철수 감독 301·302
박상연 소설 'DMZ' - 박찬욱 감독 '공동 경비 구역 JSA'
이 작품은 전통적인 멜로 드라마의 틀을 가진 영화로 광릉수목원을 배경으로 펼쳐진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이다. 인연은 아름답게 맺어졌지만 그 사랑은 한 사람의 불치병으로 인한 죽음으로 지키지 못하지만 남편이 생전에 부치고 간 사랑의 편지로 자살을 꿈꾸었던 여주인공은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그 남편의 분신인 자식을 키우는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로 단순한 눈물샘을 자극시키는 영화로 끝날 수 있는 러브스토리 계열의 영화임에도 사랑의 깊이가 사랑의 끝에서 드러나 영원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영화 속에 유사한 감정을 응축하여 표현하고 있는 시를 삽입함으로써, 감정 표현이 간접화되어 예술성을 높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널리 알려져 있는 시를 삽입할 경우, 그 시에 대한 관객의 감상과 그에 얽힌 추억 등이 영화와 융합되어 어우러짐으로써 정서적 효과를 증폭시킬 수도 있음을 제시된 지문을 통해 확인하게 한다.
소설의 영화화 - 태백산맥
역사 앞에 선 우리는 아무도 면죄부를 받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조국이 둘로 나뉘어 두 개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것을 하나로 읽기 위하여 해방 공간의 시간으로 이끄는 조정래 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영화로 옮겨 그것을 하나로 보려는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은 통일에 대한 성찰이며 근심이다
영화 태백산맥은 소설과는 달리 1948년 10월 20일 여순사건으로 벌교가 보성군 군당에 접수되었다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과 함께 산으로 다시 쫓겨 올라가는 것으로 끝난다. 벌교의 낮은 우익들의 빨갱이 사냥으로 비명으로 가득 차고, 벌교의 밤은 좌익들의 반동 색출로 피로 물든다. 증오와 구호와 약탈과 살인이 무시무시하리만큼 일상생활이 되어버렸던 시대가 2시간 50분 내내 화면을 메운다 그것은 우리들의 부모의 영혼과 만나는 목이 메이는 시간이며 피와 살이 되어버린 우리 근대사의 첫 장을 여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세 명의 주인공은 다른 입장으로 갈등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원작 소설과 영화의 차이이며, 임건택이 자신의 시선으로 역사에 개입하는 방법이다. 민족주의자 김범우 (안성기)는 회색빛 지식인으로 자기의 역사가 지닌 모순을 알면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여전히 망설인다. 좌익 염상진(김명곤)은 신념에 따라 산에 들어가 투쟁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벌교에 인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망연자실해진다. 우익 염상구(김갑수)는 형에 대한 미움으로 그저 맹목적으로 빨갱이 사냥에 나선다.
임권택은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에게는 좌익도 우익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그가 묻는 것은 언제나 한 가지다.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던 시절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제사상 앞에서 살아남은 우리에게 그렇게 펄럭였던 구호와 굳은 약속은 도대체 무엇이었냐고 그리고 그 자신이 개벽 이후 꾸준히 추구해 온 인본주의의 목소리로 낮고 침울하지만 단호하게 다시 묻는다. 왜 서로 용서(!)할 수 없었냐고
그러나 그 자신도 결코 화해할 수 없음을 안다. 김범우가 벌교의 근본 모순은 땅이며 그것이 풀리지 않는 한 싸움은 계속될 것 이라고 말하는 순간, 자막으로 숨가쁘게 친일 지주들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해방정부가 패배했는지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역사는 더럽혀졌고, 인본주의자는 고통스러운 시간의 영겁회귀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그저 첫 번째 발걸음이 옮겨진 것뿐이다. 아버지 세대로서의 태백산맥에 이어 그 자식들은 하나의 역사가 될 때까지 그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것이 예술의 역사이며, 또한 역사 속의 예술의 몫이기 때문이다.[출처 : 정성일, <한겨레신문>1994. 09. 16.]
시나리오(scenario) 개념
영화제작을 전제로 쓰여진 대본(각본)으로, 글자에 의하여 영화의 시청각적인 묘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영화의 각 장면(scene)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등장인물과 대사·동작·배경·음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기본적인 기능으로 한다.
시나리오 기원
시나리오라는 말은 영어의 scene이나 이탈리아어의 scena에서 유래한 것으로, 16세기 이탈리아의 즉흥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서 주연자가 극의 줄거리와 배우의 소임, 각 장면의 기본적인 진행 등을 메모하여 공연 참고자료로 쓰게 되면서부터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시나리오라는 용어보다는 스크린플레이(screenplay) 또는 스크립트(script)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시나리오의 특성
(1) 화면에 의하여 표현되므로 촬영을 고려해야 하고, 특수한 시나리오 용어가 사용된다.
(2) 주로 대사로 표현된다.
(3) 시간적, 공간적 배경의 제한을 거의 받지 않는다.(포토샵 등과 같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도구 소프트웨어 출현)
(4) 등장 인물의 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5) 시퀸스(sequence)나 화면(cut)과 장면(scene)을 단위로 한다.
(6) 직접적인 심리 묘사가 불가능하고, 장면과 대상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좋은 시나리오 평가 기준
문학적 표현의 여부보다는 시각적 묘사가 얼마만큼 잘 되어 있으며 영화제작에 얼마나 적합한가에 따라 가늠된다고 본다.
미국 UCLA대학교의 영화과 교수였던 베런저(Beranger,C.)는 시나리오의 가치평가기준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스토리가 인생을 올바르고 진실하게 묘사하고 있는가,
그것은 관객의 반응을 얻을 수 있는가,
등장인물은 진실하게 묘사되었는가,
오락용으로 쓰인 것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지향하고 있는가,
대사나 액션이 자연스러운가.
시나리오의 표현
(1) 표현요소
① 장면 지정 : 신(scene) 번호가 붙는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장면이 설정된다.
② 대사 : 등장 인물간의 대화를 말한다.
③ 지문 : 여러 가지 촬영 방법과 영화의 상황을 지시하는 것으로 약정된 부호를 사용해야 한다.
시나리오의 구성
(1) 구성단계 : 발단, 상승, 절정, 하강, 결말의 5단계로 되어 있고, 각각의 단계들이 영화 특유의 기술적 문제의 반영으로 전체적 통일성에 기여하게 된다.
(2) 구성 방법
① 하나의 줄기로 된 단순구성과 다른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서로 조종하면서 하나의 주제로 이끌어 가는 복합구성이 있다.
② 시나리오의 성패는 구성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구성이 줄거리, 또는 사건 이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③ 처음 계획한 대로 세부적 측면까지 통일된 결과에 이바지하도록 전개되어야만 한다.
④ 시나리오는 보통 100∼150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시나리오의 갈래
(1) 창작 과정상 분류
① 창작 시나리오(original scenario) :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위해 창작한 시나리오
② 각색 시나리오 : 소설이나 희곡 등을 기초로 영화 촬영이 가능하게 고친 것
③ 레제 시나리오(Lese scenario) : 독자에게 읽히기를 목적으로 한 시나리오
(2) 내용상 분류
① 극영화 : 일정한 줄거리를 가진 영화이다. 기록 영화, 문화 영화 등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② 기록영화 : 예를 들면, 3·1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실 등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을 촬영해 둔 영화이다.
시, 소설, 희곡, 수필의 공통점과 차이점 비교
시 |
① 작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양식. ② 작품 속의 자아와 작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③ 세계가 자아화하여 표현된다. ④ 정서 표출을 위주로 한 언어를 구사한다. |
수필 |
① 작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양식. ② 작품 속의 자아와 작자가 일치한다. ③ 자아가 세계화하여 표현된다. ④ 실용적이고 공리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
소설 |
① 작자와 독자가 간접적으로 만나는 양식. ② 서술자가 설정되어 사건을 전개시킨다. ③ 자아와 세계가 대결한다.(갈등이 있다.) ④ 사건의 묘사와 서술을 위해 언어를 구사한다. |
극 |
① 작자와 독자가 간접적으로 만나는 양식. ② 서술자가 설정되어 있지 않고 직접적으로 사건을 보여준다. ③ 자아와 세계가 대결한다.(갈등이 있다.) ④ 대화와 행동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
희곡(연극)과 시나리오(영화)의 비교
구분 |
희 곡 |
시 나 리 오 |
공통점 |
① 문학 작품이다. ② 작품의 길이에 제한을 받는다 - 적당한 길이 ③ 음성 언어에 의한 예술이다 - 세련된 대사 ④ 직접적인 심리 묘사가 불가능하다 - 간접적 묘사 ⑤ 종합예술이다. ⑥ 드라마의 대본이다. ⑦ 흥행성을 가진다. ⑧ 행동과 대사가 중시된다. |
|
차이점 |
연극의 대본(연극 공연) |
영화의 대본(영화 상영) |
시간·공간의 제한을 받음 |
시간·공간의 제한을 덜 받음 |
|
등장 인물의 수에 제한 |
등장 인물의 수에 제한 없음 |
|
막과 장이 단위 |
시퀀스(sequence)와 신(scene)이 단위 |
|
집약미(集約美)를 추구 |
유동미(流動美)를 추구 |
|
무대를 통해서 상연 |
스크린을 통해서 상연 |
|
상연으로 소멸-순간예술 |
필름으로 보존-영구예술 |
|
무대적 효과 |
기계 조작적 효과 |
|
행동의 예술-연극 |
영상(이미지)의 예술-영화 |
|
입체적 |
평면적 |
|
희곡 자체가 독자적 문학임 |
문학적 독자성이 희박함 |
시나리오 주요 용어
C. I(cut in) : 한 화면에 다른 화면을 삽입하는 것. INS(insert)
C. U(close-up) : 어떤 한 부분을 특별히 크게 확대하여 찍는 것. 대사
D. E(double-exposure) : 한 화면 위에 다른 화면이 겹쳐져서 이루어진 합성화면. 이중노출.
DIS(Dissolve) : 디졸브, 더블 익스포져(이중 노출)와 같은 것으로, 디졸브, 오버랩(overlap : 한 화면 위에 다른 화면이 겹치면서 먼저 화면이 차차 사라지게 하는 장면 전환 기법)
E(effect) : 효과음. 주로 화면 밖에서의 음향이나 대사에 의한 것
F. I(fade in) : 화면이 차츰 밝아지는 것. 용명
F. O(fade-out) : 화면이 차츰 어두워지는 것. 용암.
I. I(Ins in) : 화면 가운데 일점을 중심으로 둥글게 확대하여 영사하는 기법.
I. O(Ins out) : 화면을 점점 작게 줄여 가는 기법.
INS(insert) : 화면과 화면 사이에 끼워 넣는 삽입 화면, 일련의 화면에 신문이나 편지 따위의 화면이 끼이는 것
Mob Scene : 몹신, 많은 군중이 나오는 장면.
Montage : 몽타주. 여러 장면을 하나로 배합하여 일시적으로 보여 주는 필름 편집 기술
N. G (NO Good) : 잘못 촬영된 필름.
NAR(narration) : 내레이션. 등장 인물이 아닌 사람에게서 들려 오는 설명체의 대사. 해설. 설명 형식의 대사
Naratage : 내레이션과 몽타주의 합성어.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화면을 구성하는 기법.
O. L(over-lap) : 화면이 겹쳐지며 장면이 바뀌는 수법. 한 화면의 끝과 다음 화면의 처음을 부드럽게 포개는 기법.(시간의 경과를 나타내기도 함.)
PAN : 카메라는 고정시킨 채, 상하 좌우로 회전시키며 촬영하는 것. 파노라마 쇼트(Panorama Shot)의 준말
Pan(panning) : 카메라를 상하 좌우로 이동하는 것.
S#(scene number) : 장면 표시 번호
Scene : 신. 영화의 장면 단위.
Sequence : 시퀀스. 몇 개의 신으로 이루어지는 사건 진행의 한 단락(묶음)
T. B(Track Back) : 피사체를 향해 반대로 후퇴하며 촬영하는 것
T. U(Track Up) : 피사체를 향해 전진하며 촬영하는 기법.
Title Back : 자막의 배경이 되는 그림이나 장면
W. O(wipe out) : 화면을 닦아 지우듯이 지우면서 다음 화면을 가져오는 기법. 또는 바뀌는 것.
연극과 영화
미술과 건축은 공간 예술이며, 문학과 음악은 시간 예술이다. 이에 비하여, 영화는 스크린이라는 일정한 공간 위에 시간적으로 흐르는 예술이며, 연극 또한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 위에서 시간적으로 형상화되는 예술이다. 이 두 예술이 다 함께 시간과 공간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다른 부문의 예술에 비하여 보다 가까운 위치에 놓여 있음을 알겠다. 이 두 예술이 문학이나 미술처럼 한 사람의 창조적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개인 예술이 아니고, 여러 부문의 예술이 종합되어 비로소 완성되는 종합 예술이라는 점에서도 서로 공통된다.
그러나, 연극은 영화가 아니고, 영화 역시 연극이 아니다. 한때, 키노 드라마라고 하여 대담하게 연극과 영화의 두 형식을 접목하려는 노력이 보였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연극을 주로 하고, 거기에 부분적으로 영화를 도입함으로써, 연극에서 새로운 표현 기교를 개척해 보려는 실험적인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면, 연극과 영화를 구별하는 본질적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미학적인 면에서 논하기 보다는 그 발생과 창작 과정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 이 두 예술 형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 하면, 양자의 발생과 창작 과정은 그대로 연극과 영화의 독자성을 규정하여 주기 때문이다.
연극은 그 기원을 더듬어 올라가 보면, 어떤 나라의 연극이든지, 정확하게 그 시초를 밝힐 수 없을 만큼 먼 옛날부터 존재해 왔다. 사람이 집단 생활을 하기 시작한 원시 사회에도 연극적 형태는 존재 했었다. 마을이 형성되면서부터 사람들은 그들의 마을을 보호하고 마을 사람의 행복과 번영을 보살펴 주는 여러 신을 모셨다.
이 땅에서도 이미 상고 시대부터 사람들이 날을 정하여, 한자리에 모여서 춤을 추고 노래하며 하늘에 제사했다는 기록이 엣 문헌에 실려 있다. 처음에는 노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종교 의식이 차차 발전하게 되자, 여기에 신을 모방하는 동작과, 신과 주고받는 대화가 따르게 되었다. 두말 할것 없이, 동작과 대화는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늘의 연극은 곧 동작과 대화를 예술적으로 완성한 '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처럼, 연극은 그 기원이 아득하고, 그 발생이 종교 의식과 관련되었으나, 영화는 이와 달리, 19세기 말에 과학의 힘으로 나타났다. 즉, 1889년에는 미국 사람 에디슨이, 1895년에는 프랑스 사람 뤼미에르 형제가, 움직이는 물상을 촬영하여, 그 움직임을 재생시킬 수 있는 과학 기계를 발명함으로써 영화의 탄생을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밖에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연극과 영화의, 발생과 기원에 있어서의 이러한 차이로 말미암아, 애당초부터 두 예술의 창작 과정은 매우 달랐고, 나아가서는 표현 형식과 기교에 있어서도 제각기 다른 미학이 발전했다.
연극을 창작하고 이것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희곡이 있고, 이것을 형상화하기 위한 연출가와 배우와 무대가 있으면, 창작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조건은 충족된다. 극작가가 쓴 희곡에 따라 연출가는 계획을 짜고 배우들이 분연할 배역을 결정한 뒤, 배우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배우들은 이에 의하여 자기가 맡은 인물을 창조한다. 한편, 무대 장치가는 극의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무대 장치와 조명을 준비한다. 이렇게 여러 부문에 걸친 종합적인 노력이 합쳐져 희곡이 무대 위에 형상화됨으로써, 연극 예술은 완성된 작품으로 창조된다.
영화의 경우는, 영화 감독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하여, 촬영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콘티를 작성하고, 배역을 결정하여, 시나리오가 지정한 장소를 찾아 그 곳에서 배우의 연기와 그 밖의 필요한 물상을 촬영한다.
여기까지는 촬영이라는 카메라의 조작이 하나 더 첨가되었을 뿐, 창작 과정에 이어서 연극과의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영화는 특히 1927년에 이르러 토오키가 발명되어, 연극과 마찬가지로 대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이후로는, 연극적 요소가 더욱 필요하게 되었고, 현대 연극에 있어서도 영화적인 기교를 도입하여 표현 형식의 새로운 방향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호 관계는 연축가와 배우들의 인적 교류에만 그치지 않았다. 작가들 중에는, 시나리오를 쓴 작가도 있다. 또, 시나리오 형식이 오늘처럼 보편화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시나리오 형식의 구성과 비슷한 희곡 작품을 발표한 선구적인 극작가도 있었다.
이 두 예술 형식이 이처럼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예술로서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에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반되는 과학적인 조작과 공정에 기인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영화의 창작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영화를 20세기에 탄생한, 예술과 과학의 트기라고까지 일컫는다.
카메라는 어떤 곳에서나, 배우의 연기와 필요한 모든 물상을 촬영한다. 정교한 성능을 가진 카메라는 모든 피사체를 여러 조각으로 분석하여 보여 주기도 하고, 육안으로는 붙들 수 없는 움직임까지도 확대하여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영화는 무대로서의 공간과 소재로서의 물상에 대하여 거의 제한이 없는,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영화의 창작 과정에 있어서의 과학적인 조작은 촬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와 병행하여 배우의 대사를 비롯한 필요한 모든 음향이 사운드 필름에 녹음되고, 그 뒤에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여, 다시 이것을 합쳐서 편집하는 물리적, 화학적 공정이 남아있다. 특히 편집은 창작 과정의 최종 단계로서, 작품의 예술적 가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영화가 그 창작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이러한 공정은 그표현 형식과 기교에서 연극과 다른 국면을 발전시켰을 뿐아니라, 창작된 작품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하였다. 영화는 거의 무제한으로 복사되는 릴리이스 프린트를 만들 수 있고, 세계 여러 지역의 영화관에서 동시에 상영되므로, 연극으로서는 도저히 다를 수 없는 막대한 수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
영화가 지닌 이러한 동시성과 반복성의 성능은, 단시일 안에 영화를 대중 예술로서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영화로 하여금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매스 커뮤우니케이션의 매개체로서, 우리 사회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대한 구실을 담당하게 하였다. 이와 비교하면, 연국 예술은 너무도 순간적임을 면하지 못한다. 마치 밤하늘의 불꽃눌이처럼 아름답게 피었다가 스러지는 허무감조차 느낀다. 무대에서 막이 내리는 순간에 연극은 끝나며, 다시 보고자 하되 볼 수 없고, 오직 뒤에 남은 것은 희곡과, 그것을 형상화한 연출과 연기와 무대 장치에 관한 예술적 감명뿐이다. 이러한 감동조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미해진다. 그렇다고, 같은 연극을 여러 번 재연한다고해도, 기기에서 받는 감명이나 인상이 항상 동일할 리 없다. 그러므로, 연극 공연은 순간적인 동시에 일시적이다.
그러면, 오늘에 와서 연극은 영영 대중과는 떨어진 고답적인 예술 형식으로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할 운명을 지녔는가 하는 의문이 남지만, 연극의 전도는 그리 암담한 것은 아니다.
연극은 그 대중화의 길을, 영화와는 다른 방향에서 모색하며 발전하고 있기 대문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수천 년 동안, 연극은 오늘의 영화가 담당하고 있는 대중 예술로서의 구실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하겠다. 고대 그리이스의 도시 국가인 아테네에는 1만 7천명을 수용하는 큰 야외 극장이 있었다. 여기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디오니소스 신을 제사하는 종교의식의 일부로서 연극이 상연되었지만, 당시의 연극 공연은 정부가 직접 이를 주관하였고, 이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도 국고에서 지출하였다. 그리고, 국민 전체가 그 관객이었으니, 연극 공연은 곧 국가적이고 국민적인 연례 행사였다고 하겠다.
중세에 있어서도, 연극은 유럽 여러 나라에 있어서 교회의 주관으로 온 국민을 위한 행사로서 공연되었고, 연극이 교회에서 이탈하여 상인 단체의 주관 및에 들어간 뒤에도, 여전히 도시의 시민과 마을 사람들을 위한 예술 또는 오락으로 성장, 발전하여 근대에 이르렀다.
연극의 이러한 대중성을 영화가 물려받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연극과 대중의 관계가 멀어진 것은 아니다. 연극은 대기업화나 대극장 진출을 단념한 대신에, 보다 깊이 시민들의 일상 생활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오늘의 연극은, 우리가 하고자만 하면, 언제든지 어디서나,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창작 과정에 참여 할 수 있는 하나의 생활 예술로 발전하고 있다. 대중은 관객의 자리를 떠나서, 클럽이나 직장 또는 동네에서, 그들 자신이 직접 연극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늘어 가고 있다.
이처럼, 생활화한 소극장 운동은 사회 생활의 각 방면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교회에서는 전도 사업의 하나로서 종교극의 예술적 향상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각급 학교에서도 '연극을 통한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교과 시간에, 또는 과외 활동의 하나로서 연극 활동을 활발히 실천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예술적인 서어클 활동의 하나로서, 연극 애호가들이 능력과 취미에 맞는 연극을 상연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금세기 초엽부처 이미 '동네 연극'이라는 것으로써 지역 사회 생활의 색다르고 흐뭇한 풍경을 보여 주고 있다. '동네 연극' 역시 교회, 학교, 또는 직장의 연극 서어클과 마찬가지로 비직업적이며 비전문적인 연극인의 모임이므로, 그 예술적인 가치나 기교면에서 보아 전문적인 연극 단체에 비교할 바가 못 될 만큼 수준이 낮고 소박한 연극활동에 지나지 않지만, 동네 사람 자신의 연극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게 하고,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한다.
영화에 대한 대중의 자세는 연극과는 다르다. 관객은 영화에 대하여 여전히 수동적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 연극을 대할 때와 같은 적극적인 참여 의식을 ?지 못한다. 왜냐 하면, 특수한 기록 영화라든지, 소형 카메라로 취미?삼아 제작하는 작품을 제외한 모든 극장용 영화는, 그 복잡한 제작 공정은 그만두고라도, 엄청나게 많은 액수의 제작비가 들어서, 기업적인 뒷받침 없이는 어떤 개인이나 클럽도 좀처럼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대중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품, 또는 오락적인 상품이며, 보도와 교육적인 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연극과 영화는 앞으로는 서로 대립, 상극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협조하면서 각자의 영역을 더욱 넓혀야 하며, 따라서 영화는 대중에게 불가결한 생활 필수품으로서, 그리고 연극은 정서적인 생활 수단의 하나로서,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해 나아갈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 오영진 '연극과 영화' )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