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본문 일부 및 해설 / 김승옥
by 송화은율안개 / 김승옥
요점 정리
주제 : 진정한 자아의 욕망에 충실하지 못하고 현실의 욕망과 타협하는 현대인의 자기반성
줄거리 : 무진 출신으로 부잣집 데릴사위가 되어 출세한 ‘윤’은 승진을 앞두고 아내의 권유로 휴식 차 귀향한다. ‘윤’은 과거에도 도피나 충전을 위해 무진을 찾곤 했다. 무진에 온 밤 무진 중학 교사로 있는 고향 후배 ‘박’을 만난다. ‘박’에게 중학교 동창인 ‘조한수’가 고향의 세무서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조한수’의 집으로 찾아간 ‘윤’은 그곳에서 ‘하인숙’이라는 음악 선생을 알게 된다. ‘하인숙’은 ‘윤’에게 자신을 무진에서 구원해서 서울로 데려가 줄 것을 간청한다. ‘윤’은 ‘하인숙’에게서 젊은 날 자신의 고뇌를 발견하며 잠시 연정을 품지만, 상경하라는 아내의 급한 전보 앞에 무진에서의 기억을 모두 부정한 채 무진을 떠난다.
참고 자료 :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oseol/18-mun-hak-text/mu-jin-ki-haeng.htm
내용 연구
[앞부분의 줄거리] 서울에 있는 굴지의 제약 회사 회장의 딸과 결혼한 덕분에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윤’은 전무 승진을 앞두고 아내의 권유로 고향인 무진(霧津)으로 떠난다. 무진에 당도한 ‘윤’은 부끄럽고 우울했던 자신의 젊은 날을 반추한다.
S# 17. 이모집 건넌방(낮)
낮잠에서 깨어나는 윤. 허망한 표정.
S# 18. 같은 집 마당(낮)
텅 빈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윤.
(과거)
마당의 풍로에 약탕관이 김을 내고 있다. 어머니가 풍로 옆에 앉아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윤이 마루에서 고물 같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E.• 6·25 전황 뉴스 소리.
E. 행진가(무명지 깨물어서……).
가까워 오고 힘찬 학도 지원병이 지나가는 소리.
배달부가 영장을 가지고 대문을 들어선다.
배달부 인제 차례가 온 것 같습니다.
(현재)
텅 빈 집안을 돌아보는 윤. / 안방으로 들어간다.
S# 19. 같은 집 건넌방(낮)(건넌방 뒷방)
골방문을 열려는 윤.
(과거)
과거의 윤이 숨어 있다가 골방에서 건넌방을 내다본다. / 내다보는 윤을 보며,
어머니 이에 수만이가 죽었다는 통지가 왔단다. 너도 갔더라믄 큰일 날 뻔했지야.
허겁지겁 달려와서
이모 성님 빨갱이들이 들어왔어요. (윤에게) 기준아, 이번엔 정말 꼭꼭 숨어 있어야 한다.
(현재)
윤, 마루로 나간다.
S# 20. 같은 집 마당(낮)
시장바구니를 들고 대문을 들어서며,
이모 푹잤니? / 윤 신문 같은 거 없어요? 이모.
이모 늙어 혼자 사는데 신문은 뭐하러 보겄니?
(중략)
S# 24. 이모집 건넌방(저녁)
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반기는 박과 윤.
박 신문 지국에 있는 친구한테서 내려오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웬일이십니까?
윤 왜? 내가 못 올 델 왔나?
박 너무 오랫동안 오시지 않았으니까 그러는 거죠. 제가 군대에서 제대할 무렵에 오시고 이번이 처음이시죠?
윤 벌써 한 4년되는군! / 박 결혼하셨다더군요.
윤 응! 자넨! / 박 전 아직……. 참 좋은 데로 장가드셨다고들 하더군요.
윤 그래? 자넨 왜 여태 결혼하지 않고 있나? 올해 나이가?
박 (어색히 웃으며) 스물아홉입니다.
윤 금년엔 어떻게 해야겠군! 스물아홉이라…….
(과거)
중학생인 윤과 박,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
윤의 곁에 어떤 사람 형체가 나타나고 점점 뚜렷해진다.
점점 형체를 갖추어 가는 그 사람은 팔에 문신을 넣고 있다.
( )이라는 문신이 뚜렷해지고 그 다음 얼굴이 뚜렷해진다.
조한수다.
박E. 이번엔 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가요. 이처럼 급작히 내려오시게…….
윤E. 아니! 아마 승진이 될 모양인데 며칠 쉬려구…….
박E. 잘 되셨군요. 해방 후 무진 중학 출신 중에선 형님이 제일 출세하셨다고들 하고 있어요.
윤E. (빈정대듯) 내가? 출세라……?
박E. 예. 형님하고 형님 동기 중에서 조 형하고요.
(현재)
윤 참 조한수는 아직도 여기 세무서에 있나?
박 지금은 세무서장님이라니까요.
윤 그래? / 박 모르셨어요? 재작년에 고등 고시에 패스했죠.
윤 그거 잘됐군! 그 친구한테나 가 볼까?
S# 25. 다리 위(밤)
(현재)
윤과 박, 걷고 있다.
냇물에 비친 나무 그림자 곱다.
(과거)
윤이 걷고 있다.
냇물에 비친 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하다.
(현재)
윤과 박 걷고 있다.
냇물에 비친 나무 그림자 곱다.
S# 26. 조의 방(밤)
모시 저고리 왼쪽 소매 활딱 걷치면 팔뚝에 문신.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 조이다.
손가락으로 “문신”옆 자리를 꾹꾹 누르며,
윤 여기다 하나 더 새겨 넣지.“ 고진감래”라고 말이야.
조 (쑥스러운 빛 없이 천연스레) 잊어버리지도 않고 들춰내는군. 어서 앉아라. 이거 원 누추해서……. 빨
리 마누라를 얻어야겠는데…….
방을 둘러보는 윤 /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방에 인숙이 남자들과 화투판을 둘러싸고 앉아 있다.
윤 (고개를 돌려 조를 보며) 아직 결혼 안 했나?
조 법률책 좀 붙들고 있었더니 그렇게 됐어. 자 어서 앉아!
남자들을 한꺼번에 가리키며,
조 (윤에게) 우리 직원들이야.
윤을 가리키며
조 (남자들에게) 아마 얘기 들었을 거야. 내 중학 동창인데 지금 서울의 대제약 회사 중역이시지.
직원들 모두 앉은 채 고개 숙여 절한다.
세무서원(가) 아, 윤……. / 윤 네, 윤기준입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소설 ‘무진기행’을 김승옥이 직접 시나리오로 각색한 것이다. 김수용 감독의 연출로 영화로 제작되었다. 기본적인 구조나 주제 의식은 소설과 동일하다. 주인공 ‘윤’이 서울에서 ‘무진’으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여로(旅路) 구조를 통해 현대인의 내적 갈등을 보여 주고 있다. 즉 ‘서울’에서의 삶으로 상징되는 현실적 가치와 ‘무진’에서의 기억과 모습으로 상징되는 이상에 대한 동경,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윤’을 통해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세속적인 삶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내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심화 자료
필름용어 설명
ON : 오리지널 네거티브(Original Negative). 최초로 카메라에서 노출된 네가티브 필름.
MP : 마스터 포지티브(Master Positive). ON에서 만들어진 고화질 포지티브 필름.
DN : 듀프 네거티브(Dupe Negative). MP에서 현상, 인화된 필름으로 오리지널 네거티브의 보존을 위해 제작됨.
RP : 릴리스 프린트(Release Print). 영사를 위해 포지티브 이미지와 사운드트랙을 합한 필름.
안개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이상하다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못하니 모두 다 홀로이다! 내 삶의 밝을 적에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 자욱한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 이상 보이지 않누나 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는 모든 것에서 그를 떼어놓는 이 어두움을 모른다면 정녕 현명한 이라고는 할 수 없으리.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며 모두는 저마다 혼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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