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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축(地軸) / 본문 일부 및 해설 / 유치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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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축(地軸) / 유치진

 

 본문

시간적 배경 - 1945년 8월 15일

공간적 배경 - 서울서 그다지 멀지 않은 농촌

 

 

(전략)

 

순사 등장. 웬일인가 하고, 동리 아이들 몇 따랐다.

순사 : (언덕에 서서 사방으로 한참 살피더니) 이상한걸? 바로 이 우물가에서 내려왔다는데, 어디 숨었을까? (찾다가 없으니까?) 색시!

옥분 :(노래를 멈추며) 예!

순사 : 색시, 여기 있었지?

옥분 : 예.

순사 : 그럼, 알겠군. 산에서 내려온 사내 녀석 봤지?

옥분 : 그 누군데요?

순사 : 다 해진 옷을 입구, 거지꼴을 하구 있는 놈 말야.

옥분 : 몰라요.

순사 : 일루 왔단 말이 거짓말이군.(가려다가 도로 서서)만일 금방 말한 그런 녀석 뵈거던, 곧 주재소로 알려야 해 보구도 모르는 체하면 콩밥야, 당장!

옥분 : 예

순사 : (나가려다가, 을봉이가 짚고 온 지팡이가 한 구석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게 뭐냐?

(맡아 본다.) 생낭구야! 이 근방에 있는 낭구는 아니구, 깊은 산중에서 나온 게 분명해. (옥분에게 추상같이) 바로 대라! 이것 짚고 온 놈, 어디루 갔어?

옥분 : (떨며).......모, 몰라요.

순사 : 안 댈테냐? (때리며)말해!

옥분 : 아야야!

순사 : 안 대도 좋다! 네 년의 입이 벌어질 때까지 유치장에 처넣어 둘 테니까! (옥분을 끌며) 같소! 같소!

옥분 : 아야야!

김, 첨지 동네 아이의 안내로 급히 등장. 동민 몇 사람도 따라온다.

김 첨지 : 이 무슨 짓이오? 공연한 아이를 가지구! 안 돼유! 안 돼! 얜 내 점심 이구 온 애유.

순사 : 이 늙은 건 뭐야?

김 첨지 : 이년아, 을봉이구 갑봉이구 넌 모른다구 그래라.

옥분 : 그래두 막......

김 첨지 : 이 애는 어려서부터 서울에 가서 있었기 때문에, 이 동내 애들은 알지두 못 해유.

동민A : 정말예요. 그 앤, 서울서 배급 쌀 먹기에 배고파 못 견디어, 얼마 전에 예 온 애예유.

일동 : 그래유, 정말예유.

순사 : (지팡이를 보며) 그럼, 이 오봉산 참낭구는 웬거냐 말야?

김 첨지 : 이게 웬 건지 그애가 알게 뭐유?

동민C : 오봉산 참낭구야 예두 있수.

동민D : 예두 있구요. (자기네들의 지게 막대기를 내 뵌다.)

순사 : 저리 비켜! 저리! (김 첨지 등을 밀어 제치고)가자! (하며 옥분을 낚아 낸다.)

일동 : 나아리, 살려 주슈! 이거 애매해유! 살려 주슈!

순사 : 에이, 귀찮다! (앞을 막는 김첨지 등을 밀어 내고는 돼지 몰 듯, 기를 쓰는 옥분을 그예 끌고 간다.)

김 첨지 : (일어서서 분노를 참지 못하여 동민을 보고) 에이, 쓸게 빠진 것들! 여기, 그래 몇 놈이 있으면서, 저놈한테 동네 계집아이 끌려가는 걸 그냥 둬 둔담! (발을 구른다. 그러나, 동민들 분해서 씨근거리기만 했지, 동하지 못하고 있다.) 에이 망할! (하며 딸의 뒤를 따라 나간다. 바로 이때다, 비행기의 프로펠러의 폭음! 이번에는 귀를 찢을 듯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 간다. 모두 고개를 번쩍 든다. 머리 위에 삐라 날린다.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것이다. 동민들 한 장씩 주워 본다.)

동민A : (삐라를 빡빡 찢으며) 에이 육실할! 뭣하러 이런 햇광고지만 자꾸 뿌리는 거야? 폭탄이나 산더미로 쏟아서, 이놈의 땅덩어리를 불바다로 만들어 주진 안구!

이 때, 자전거를 타고 강돌이 다급히 나타난다.

 

(하략)

 

 요점 정리

 

 작자 : 유치진(柳致眞 : 1905∼1974)

 형식 : ① 성격상 - 희극, ② 경향상 - 사실극, 계몽극 ③ 분량상 - 단막극

 배경 :

① 시간적 배경 - 1945년 8월 15일

② 공간적 배경 - 서울서 그다지 멀지 않은 농촌

 등장인물 :

① 강을봉 - 징병을 피해 다니는 청년으로 옥분이가 숨겨 주어 무사히 광복을 맞이한 인물. 조국 광복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지님.

② 옥분 - 김첨지의 딸. 강 을봉을 숨겨 준 혐의로 고문을 당함.

③ 태복 - 옥분을 좋아하는 못난이로 반동 인물임.

④ 순사 - 일본 군국주의를 대표하는 일본인으로 반동 인물임.

 표현 :

① 식민지 말기의 역사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② 광복을 열망하는 민족 의지와, 광복의 기쁨을 실감있게 나타냈다.

 주제  : 일제 말기의 탄압상과 조국 광복의 환희(歡喜)

 

 내용 연구

 이해와 감상

 1971년에 간행된 <유치진의 희곡 전집>에 실린 창작 희곡으로서 일제의 조선인 탄압과 조국 광복의 환희를 주제로 한 사실주의적 사회의 상황극이다. 광복 전후, 서울에서 가까운 어느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감동적인 실제감을 전해 주는 계몽적 단막극이라고 할 수 있다.

 

 심화 자료

 단막극<one act play>(單幕劇)

 1막으로 구성된 희곡. 막이란 막(커튼)의 개폐에 의하여 표시되는, 희곡의 중요한 단락을 말하며, 그것은 다시 많은 장(場)으로 성립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뜻에서의 막의 관념이 고대 그리스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고대 로마에서 비로소 출현하게 되었는데, 중세에는 희곡을 막에 분할하거나 막을 단위로 하여 희곡을 구성하는 일은 행하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것이 행하여지게 된 것은 르네상스 이후이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1527년에 씌어진 발디스의 《행방불명된 아들:Der verlorene Sohn》이 최초이다. 고전주의자는 특히 5막극을 즐겼는데, 이 외에 4막극·3막극·2막극 등도 썼다.

 19세기에는 특히 3막극이 많았다. 독일의 예를 들면, 1759년에 씌어진 레싱의 《필로타스:Philotas》 등은 가장 빠른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단막극이 빈번히 씌어지게 된 것은 19세기 말엽인데, 그것은 이른바 ‘인생의 한 단면’을 사실감 있게 묘사하려던 자연주의적 요구에 근거된 바가 크다. 스트린베리의 단막극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주더만·슈니츨러처럼 근대 극작가가 단막극을 애호하고 그것을 창조하였는데, 이것은 독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각국의 작가가 여러 가지 의도하에 창조하기 시작하였으므로, 단막극은 근대극에서 유력한 형식의 하나가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의 단막극은 아직도 여러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상황<situation>(狀況)

 개인이 각기 이해관계를 가지고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현실. 그것은 단순히 자연법칙적인 세계가 아니라 의미를 가지며, 물리적임과 동시에 심리적이기도 한 구체적·역사적인 현실이다. 상황은 한편으로 개인의 존재를 제한함과 아울러, 한편으로는 그 활동공간을 이루고, 한편으로 우연적인 소여(所與)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행위에 따라 바꿀 수 있는 면도 가진다. 실존철학(實存哲學)에서 중시되며, K.야스퍼스나 J.P.사르트르는 인간을 상황내존재(狀況內存在)로 파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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