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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 줄거리 및 해설 / 이동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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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 이동하


요점 정리

 

지은이 : 이동하

갈래 : 단편 소설, 사실주의 소설, 분단 소설, 전후 소설

성격 : 사실적, 회고적

배경 : ① 시간적 : 현대의 어느 날 ②공간적 : 서울과 K시(서울→경상도의 어느 지방)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구성 :

발단 : ‘나’는 어느 겨울 저녁에 사촌 종수로부터 ‘삼촌’의 부고를 전보로 전해 받고 숙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같이 동행하겠다는 아내를 떼어놓고 눈이 날리는 거리를 지나 밤차로 K시로 향한다. 차 안에서 양주를 마시며 나는 회상에 잠긴다. - 숙부의 부음을 들음

전개 : 해방이 되자, 친일파였던 할아버지 덕분에 위세를 떨치던 집안이 몰락한다. 아버지는 공비가 되거 좌익 계열에 가담했고, 숙부는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공비들이 마을을 습격한 일을 아버지가 한 일로 믿는 마음 사람들이 어머니를 폭행을 했고, 이런 위기에서 어머니를 구해 준 것은 휴가를 나온 숙부였다. ‘나’는 이런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매우 싫다. - 숙부와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기억

위기 : 가슴에 파편이 박혀 상이 용사가 된 상태에서 숙부가 제대를 했다. 미처 꺼내지 못한 가슴 속의 파편을 꺼내기 위해 수술을 하지만 실패하고, 숙부는 점차 우울한 성격으로 변해 간다. - 숙부의 제대 후 망가진 삶과 가슴 속에 지니고 사는 파편 조각

절정 : 형무소에서 출소한 숙부와 돌아가신 어머니 성묘를 다녀오면서 숙부는 ‘나’에게 생사를 몰라 지내지 않았던 아버지의 제사를 오월에 모시라고 한다. 숙부의 말에서 ‘나’는 숙부가 어버지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음을 추측하고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른 숙부의 기이한 행적을 떠올린다. - 아버지의 제사 기일을 말하는 숙부의 행동

결말 :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하고, 화장이 끝난 후 발견된 숙부의 가슴에 깊이 박혀 있던 파편 조각을 손에 쥔 채 나는 심한 자괴(自愧)에 빠진다.

 

주제 :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황폐화 현상과 여전히 남아 있는 분단의 비극과 그 상처 / 6․25 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상처와 그 휴유증 - 갑작스런 숙부의 죽음과 파편 조각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

 

서술상의 특징 : '나' 와 숙부의 삶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그로 인한 분단의 상처를 드러내고 있으며, 간간이 회상 부분이 삽입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야기의 전모를 알 수 있고, 임시적 진술을 통해 인물 간의 관계를 나타내며, 역설적 상황이 주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독자의 상상과 추리를 유도할 수 있는 암시가 짙으며, 상황적 반어의 기법으로 극적 성격을 더하고 있다.

 

줄거리 : ‘나’는 어느 날 숙부의 부음을 전해 듣고 '나'는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밤차로 고향 K 시로 귀향한다. 버스 안에서 '나'는 양주를 마시며 숙부에 얽힌 기억을 애써 잊으려도 한다. 아내에게도 밝히기를 꺼려하는 가족사의 내력(친일파였던 할아버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였던 아버지, 서자이기 때문에 갖은 수모를 당하던 숙부)을 떠올리고 숙부의 삶의 편력에 대해 회상한다.

 

 해방이 되자 아버지는 공비가 되어 좌익 계열에 가담했고, 숙부는 군대에 자원 입대한다.

어느 날 공비가 출현하여 마을들이 피해를 입고 면 주재소가 불탔는데, 이것이 아버지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흥분한 주민들이 어머니를 학대했다. 마침 휴가를 받고 나온 숙부가 어머니를 구해 주었다. 그러나 그후에 숙부는 상이 용사가 되어 제대한다. 그리고 생전에 숙부는 가슴 속이 아파서 재검진을 받고 가슴을 파편을 꺼내려 하지만 실패하자, 밝고 낙천적인 숙부의 얼굴은 어두운 그늘로 가득 차기 시작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버스 안에서 회상이 깨어나 고향에 도착한 나는 상가에 도착해서 숙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숙모로부터 전해 듣는다. 경찰이 와 사체를 검시하고 염하는 과정에서 숙부의 가슴에 난 흉터를 보고 나는 악몽 같은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해 지난 후 불쑥 찾아온 숙부는 어머니의 묘소에 가길 원했고, 거기서 오열하면서 아버지의 기일을 가르쳐 주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었고 또 그것이 숙부의 가슴에 남은 상처와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 그 후 숙부는 강도 상해, 살인 미수 등의 범행을 저지른 전과 3범이 되었지만 새 삶을 살려고 노력해 왔었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한 후 ‘나’는 숙부의 가슴에 깊숙이 박혀 있던 파편 조각을 손에 쥔 채 심한 자괴(自愧)감에 빠진다.

 

인물 :

나 : 작품의 서술자로 전쟁 속에서 비극적인 유년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로 친일파인 조부와 해방 이후 좌익 운동을 하던 부친을 두었으며, 6.25 전쟁 중에 어머니가 받은 무자비한 폭행을 목격한 후 이런 기억을 뿌리째 뽑아 버리기를 원하지만, 숙부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과거를 회상하면서 과거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자괴감을 느낀다.

숙부 : 서자로 태어나 사회적 편견 속에서 살지만 낙천적이고, 인정이 많은 인물로. 전쟁 참가 후, 상이군인이 되었지만, 가슴 속에 ‘파편’과도 같은 한(恨)을 가지고 산 인물로 전쟁 이후에는 침울한 성격으로 변한다. 전쟁 중 가슴에 파편이(자신의 형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전쟁이 남긴 지울 수 없는 상처) 박힌 뒤 기이한 범법 행위를 저지르며 평생을 살아가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내 : 월남한 인물로 ‘나’와는 달리 가족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물.

어머니 : 남편의 좌익 활동으로 모진 세파를 겪는 비극적인 인물

 

 

내용 연구

 

파편 : 전쟁과 분단이 남겨 놓은 물질적, 정신적 상처이자 나에게는 숙부의 정신적 아픔을 이해하고 과거를 잊으려고만 했던 태도를 반성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숙부는 과거의 기억에 묶여 황폐한 일생을 살게 함

 

[앞부분의 줄거리] 󰡐나󰡑는 어느 날 숙부의 부음[사람이 죽었다는 기별. 부고(訃告)]을 전해 듣는다. 󰡐나󰡑는 귀향하면서 숙부에 얽힌 기억을 애써 잊으려 한다. 숙부는 한국 전쟁 이후 상이군인이 되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는 사상적 전향을 거친 끝에 공산 정부의 앞잡이가 되었는데, 전쟁 와중에 행방이 묘연해졌다.

 

 N읍의 선각자이던 내 아버지의 경우에도 해방이 불행한 사건이었던 점은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신은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음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점만 달랐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는 선대의 뒤를 이어 그와는 다른 또 한 시대를 연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해방과 더불어 소위 사상 운동을 시작했던 그는 정부 수립을 전후하여 지하로 잠적했다가 6·25 발발 한 해 전서부터는 영영 종적을 감추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은 당사자인 아버지에게보다도 뒤에 남은 우리 가족에게 더 큰 불행이 되었다. 그 무렵부터 부쩍 심해진 공비들의 준동으로 면주재소가 불타고 인근 마을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그것이 모두 종적을 감춘 내 아버지의 소행이란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들은 또 한 차례의 시련을 모면할 길이 없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수모를 당한 것은 내 어머니였다.

 

죽음보다 더한 치욕으로부터 내 어머니를 구한 사람은 삼촌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몰락해 가는 집안에서 머슴방이나마 설 자리를 잃어버렸던 그는 진작 국방군에 자원 입대를 했었다. 때마침 휴가를 나왔던 그는 자기 키보다 그닥 짧을 것이 없는 엠원 소총을 휘두르며 난폭한 무리들로부터 내 어머니를 구해 냈던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그때의 일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마을의 여러 가닥 고샅길을 질질 끌려다닌 끝에 동구의 두엄자리에다 내팽개쳐진 어머니의 모습은 빈사의 광견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넝마처럼 해지고 찢긴 옷은 여인의 가장 수치스러운 곳마저도 가려 주지를 못했다. 두엄자리마다 새까맣게 진을 치고 있던 여름 쇠파리떼들이 수치스러운 곳의 언저리로 끈질기게 달라붙던 광경을 한사코 울음을 삼키며 바라보아야만 했던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나는 저주한다. 담을 쌓고 은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능만 하다면 내 뇌수의 일부를 들어내면서라도 그 기억의 뿌리를 뽑아 버리고 싶은 것이다.

 

삼촌이 제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은 전쟁 막바지 때였다. 여름 장마의 한 끝을 밟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그는 돌아왔는데, 사지는 멀쩡했지만 상이 제대였다. 오른쪽 가슴에 부상을 입었다고 그는 말했다. 내 어머니 앞에서 그가 광목천으로 만들어진 군용 내의를 훌렁 벗어 보였을 때 나는 흡사 군화발에 내질린 깡통처럼 흉칙하게 자부라져 있는 상흔을 정말 볼 수가 있었다. 나는 질겁을 하리만큼 몹시 충격을 받았지만 어머니는 그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사지 중의 하나를 전쟁터에다 내버리고 온 것에 비하면 천만 번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말해던 것이다.

 

하지만 삼촌은 그날로 곧장 골방에 드러누운 채 긴 장마가 걷힐 때까지 거의 한 번도 사립문 밖 출입을 하지 않았다. 마을 청년들이 찾아와도 그는 도무지 어울리려 하지 않았고, 때로는 얼굴마저도 내밀지 않았던 것이다. 흡사 중환자 같은 안색이며 눈빛이었다. 그 얼굴에서 나는 언뜻언뜻 어디론가로 종적을 감추어 버린 내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내게 남아 있던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 대체로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나는 으레껏 삼촌방으로 달려가곤 했다. 눅눅한 이부자리 위에 길게 드러누운 채 그는 많은 전쟁 이야기를 내게 들려 주었다. 최초의 지리산 공비 토벌에서부터 전쟁의 막바지 격전에 이르기까지 그의 무용담은 계속되었다. 그는 이따금씩 가슴의 상처 자리를 손으로 누르며 한참씩 기침을 토하곤 했는데, 어린 나에게도 그 기침의 뿌리가 몹시 깊은 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안에 무언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기침 끝에 그는 헐떡이면서 투덜대곤 했다. <중략>

 

  󰡒자네 아버님 제살랑 5월 중 적당한 날을 택해 모시도록 하소[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암시]. 가급적이면 중순 이전이 좋겠네.󰡓

 

  돌아오는 차 중에서 그는 불쑥 말했다. 나는 멍하니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버지의 제사를 모시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어머니의 줄기찬 희망 때문이었다. 6․25 한 해 전에 영영 행방을 감추어 버린 아버지가 세상 어딘가에 아직도 살아 계시리란 희망[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을 내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죽음의 순간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음을 알게 해 줌]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해마다 주인 없는 생일상만을 차려 왔던 일을 생각하고 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어둠이 엷게 깔리기 시작한 창 밖 거리만을 내다볼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길로 그는 곧장 서울역으로 가 버렸다. 내 집으로 모시마고 나는 물론 말했지만 그는 단지 이렇게 대꾸했을 따름이었다.

 

  󰡒도리가 아닌 줄은 알지마는 어쩌겠노. 나야 워낙 그런 사람 아닝가? 빈 껍데기만 남아서 넝마매[낡고 해어져서 입지 못하게 된 옷가지나 이불 따위]로 굴러댕긴다뿐이지, 진짜 모습은 진작에 끝난 거네. 인제사 생각하마, 기왕 한 구덩이 묻히지 못한 것만 원통할 따름이재[삼촌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돼 있음을 알게 해 줌]……, 자네 집사람한테는 날 만났단 얘기도 하지 마소.󰡓

 

  나는 더 이상 그를 잡지 않았고, 그런다고 돌아설 사람도 아니었다. 그날 밤 내내 잠을 설치면서 나는 그가 남긴 말을 곰곰 되씹었었다. 적어도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는, 삼촌은 내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던 것이다. …… 어쩌면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상흔[상처의 흔적]과도 관계가 있는 건지 모른다고까지 나는 생각했다. 비로소 나는 그를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대를 하고 돌아온 삼촌의 모습, 눅눅한 골방에 드러누워 누에처럼 보내던 생활, 재수술을 거부하며 그가 내뱉었던 말들, 궂은 날이면 육신의 어딘가가 아프다면서 오밤중에도 곧잘 끙끙 앓던 일, 그리고 또 갈수록 말수가 줄어든 대신 뿌리가 점점 더 깊이 느껴지던 기침 소리 등등 …… 그랬다. 옛날과는 생판 모습이 달라져 버린 그 삼촌에게서 나는 문득문득 어딘가로 종적을 감추어 버린 내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던 것이다. (중략)

 

  일테면 그것이 삼촌의 기이한 생애의 시작이었던 셈인데, 그 이후의 거듭된 행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나로선 이해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불법 무기 소지와 살인미수로 6년형을 살았었다. 출감 후 내 어머니는 서둘러 그를 장가들였지만 결혼 두 해 뒤에 그는 다시 재범을 했고, 재출감 1년도 못 되어 삼범을 기록했다. 두 번째는 강도 미수, 세 번째는 강도 상해였다. 전과가 거듭될수록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동기가 단순해져 갔고 그에 비례하여 죄질도 저열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의 기이한 행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까닭은 그가 결코 경제적인 동기에서 범법을 거듭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몰락한 가계라고는 해도 그에게는 상속받은 유산이 있었을 뿐더러 그나마 경영하는 일에도 그는 도무지 뜻이 없어 했던 것이다.

 

  사자(死者)[삼촌]는 이제 말이 없다. 아무도 예기치 않았던 순간에 그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생애를 마감해 버린 것이다. 생애의 태반이 그러하듯 그 죽음까지도 우리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것으로 남겨 둔 채 그는 영영 함구해 버린 것이다. 또 한 번 관 뚜껑을 열어젖힌다고 한들 우리가 어떻게 그의 생애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의 침묵을 보다 영원한 것으로 만들어 놓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나는 생각했고, 따라서 이 지긋지긋한 장례가 빨리 끝나 주기만을 열렬히 소망했다.

 

  고인을 다시 대한 것은 일몰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유해를 받아 안았을 때 상주인 종수가 보인 반응은 무슨 말로도 표현할 재간이 없다. 그의 표정은 차라리 백치의 그것에 가까웠다고나 해야 할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보다 더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한지에 쌓인 한 줌의 재도, 그것을 받아든 종수의 표정도 아니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아주 작고 단단한 파편[전쟁과 분단이 남겨 놓은 물질적, 정신적 상처, 전쟁으로 인해 겪은 일에 대한 상처, 고통을 의미함] 한 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쇄골(碎骨)[뼈를 부숨] 과정에서 발견했다면서 작업장 인부가 그것을 내 손바닥 위에다 장난스럽게 올려 놓았을 때 나는 흡사 쇠공이 같은 것으로 정문(頂門)[정수리]을 강타당한 듯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것은 의심할 나위 없이 고인의 오른쪽 가슴 어딘가에 깊숙이 박혀 있던 바로 그 파편 조각이었다. 외과 수술로도 적출해 낼 수 없었던 그 작고 단단한 쇳조각은 암처럼 체내에 뿌리를 내린 채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인의 생명을 지배해 왔음이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둠이 서서히 묻어 오는 하늘에 눈발은 여전히 엷게 날리고 있었다. 매운 바람 속을 묵묵히 걸어 내려오면서 나는 문득 심한 자괴(自愧)를 의식했다.[자신의 삶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과거의 기억인 역사적 상처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려고만 애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나’와 숙부의 삶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그로 인한 분단의 상처를 드러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숙부가 ‘나’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은 직접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숙부의 행동과 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숙부는 6․25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에 비해 ‘나’는 이러한 역사적 상처의 기억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한다. 숙부는 가슴에 상처를 입고 제대한 후 골방에 누워 사립문 밖 출입을 하지 않는다. 이런 숙부의 자폐적 증상은 그가 전쟁 중에 몸에 상처를 입은 것과 더불어 정신적 상처를 입었음을 짐작케 한다. 숙부는 기이한 범죄를 저지르며 자학하는 태도에서 아버지를 죽인 자신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의 근원인 죄의식의 상징적 표현으로 수술로도 찾지 못한 파편의 의미가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과거의 참담한 가족사를 잊으려고 한다.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나’의 의지는 완강하다. 하지만, 숙부는 전쟁에서 ‘나’의 아버지를 죽인 죄책감으로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평생을 자학하며 암울하게 살아간다. 이는 ‘나’와는 달리 과거를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의 죄를 감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나’는 화장한 숙부의 시신에서 나온 한 조각의 파편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부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만 애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문득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나’의 이러한 자괴감을 갖게 된 것은 이 글을 쓴 작가가 과거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진정한 역사의 극복 방법이라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의 결말은 과거의 역사가 현재 우리 삶의 기반을 이루는 바탕일 수밖에 없으며, 과거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그것이 남긴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현재의 역사는 새롭게 출발할 수 없다는, 현재의 삶과 역사가 맺는 필연적인 관련을 말해 주고 있다.

 

 

 

심화 자료

 

이동하 소설의 특징

 

  이동하의 소설들은 소외된 자들의 고달픈 삶을 형상화한다든가, 실향과 도시화에 따른 변질과 타락, 또는 직장 생활에서의 애환이나 그 반대의 기이한 에피소드를 담은 것 등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밖에도 그의 소설들의 주제 의식은 더 넓게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표면적으로 다양한 양태들을 망라해서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양태들을 포괄하고 있는 삶의 본질적인 구도를 그려 보여 주는 데에 쏠려 있다. 작가의 이같은 관심은 그의 소설들이 어떤 사회적인 문제 의식 따위를 전면에 내세워 일차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본래적인 순수한 삶의 빛을 이 어두운 일상에 비춰주는데 문학의 소임이 있다고 볼 때, 이동하의 작품 세계는 순수 문학의 소임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작품 속 주요 구절들의 의미

 

마지막 부분에서 숙부의 몸에서 나온 파편을 보며 자괴감을 느끼는 '나'의 모습 : 숙부와 달리 '나'는 자신의 삶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부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만 해왔기 때문에. / 과거의 역사가 현재 우리의 삶의 기반을 이루는 바탕일 수밖에 없으며, 과거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그것이 남긴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현재의 역사는 새롭게 출발할 수 없다. / 현재의 삶과 역사가 맺는 필연적인 관련성.

 


 

종합문제 

 

 

1. 다음 <보기>에서 밑줄 친 󰡐철사줄󰡑과 이 작품의 󰡐파편󰡑에 관해 토의하고자 할 때, 작품의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적절한 논의를 보여주고 있는 사람은?

 

<보기>

 

 노인은 어느 틈에 꾸짖는 듯한 말투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두개골과 다리뼈를 꼼꼼히 문질러 닦은 뒤, 노인은 몸통뼈에 묶인 줄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완강하게 묶인 매듭은 마침내 노인의 손끝에서 풀리어졌다. 금방이라도 쩔걱쩔걱 쇳소리를 낼 듯한 철사줄은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살을 녹이고 뼈까지도 녹슬게 만든 그 오랜 시간과 땅 밑의 어둠을 끝끝내 견뎌 내고 그렇게 시퍼렇게 되살아나오는 그것의 놀라운 끈질김과 냉혹성이 언뜻 소름끼치도록 무서움증을 느끼게 했다. - 임철우, 󰡐아버지의 땅󰡑

 

 

① 승환 : 나는 󰡐철사줄󰡑과 󰡐파편󰡑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로 이해했어.

② 승범 : 나는 󰡐철사줄󰡑과 󰡐파편󰡑이 가지고 있는 금속성에 주목했어. 그것은 자연적인 것과 대비되는 인위적인 것들을 상징한다고 생각해.

③ 종현 : 나는 󰡐철사줄󰡑과 󰡐파편󰡑을 오랜 세월 속에도 지위지지 않는 분단의 상처로 이해했어.

④ 은엽 : 나는 󰡐철사줄󰡑과 󰡐파편󰡑을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허위 의식으로 이해했어.

⑤ 철민 : 나는 󰡐철사줄󰡑과 󰡐파편󰡑을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 가는 암적인 존재로 이해했어.

 

2. 유년기 전쟁 체험을 다룬 작품들과 이 작품을 비교해 감상해 보자.

 

3. 마지막 장면에서 ‘나’가 심한 자괴감을 느끼는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숙부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에

② 숙부의 삶을 증오만 한 자신의 삶이 부끄러워서

③ 종손임에도 불구하고 장례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의 감정

④ 숙부를 화장하는 것을 말리지 못한 종손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⑤ 숙부가 간직한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으로부터 회피만 하려던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 때문에

 

4. 작품 속에 나타나는 ‘나’와 󰡐아내󰡑의 상반된 성격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정답 및 해설>

 

1. ③ 이 작품과 <보기>의 작품은 분단의 성처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분단의 상처와 관련하여 위의 소재들을 생각한다면, 답은 ③번이 된다.

 

2. 6.25라는 민족의 가장 커다란 비극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흔히 󰡐분단문학󰡑이라고 한다. 하지만 󰡐분단 문학󰡑은 단순히 󰡐전쟁󰡑이라는 소재적 차원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분단 문학󰡑은 분단이 야기한 민족의 비극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그러한 분단의 상황의 극복을 지향하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문학󰡑과는 일정한 변별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년기의 전쟁 체험을 다룬 󰡐분단 문학󰡑은, 유년기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어린이󰡑들이 그 아픔의 과정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때, 서술자는 어린이로 묘사될 수도 있고, 유년기의 상처를 경험한 어른으로 묘사될 때도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윤흥길의 <장마>, 김원일의 <어둠이 혼> 등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어린 아이󰡑가 󰡐전쟁󰡑으로 상징되는 커다란 󰡐폭력󰡑에 직면하여 겪게 되는 비극적 상처를 담고 있다.

 

3. ⑤ 마지막 장면에서 ‘나’가 심한 자괴의 감정을 가지는 것은, 󰡐파편󰡑으로 상징되는 분단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부터 도피만 한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4. ‘나’와 󰡐아내󰡑는 전혀 상반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점은 특히 󰡐가족󰡑과 관련된 태도에서 두드러진다. 월남한 가족인 󰡐아내󰡑는 자신들의 혈육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 곳도 의지할 곳이 없는 그녀로서는 자신의 혈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와 반대로 ‘나’는 가족과 관련된 비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이다. 따라서 가족과의 관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나’가 숙부의 죽음에 슬픔보다는 안도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자신의 과거를 은폐하고자 하는 이러한 욕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 확인 및 추리 문제

 

1. ‘나’와 대비되는 아내의 성격에 대해 알아보기.

 

2. 한사코 아내의 동행을 거부하는 ‘나’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

 

3. 아내가 ‘나’를 남처럼 느끼는 이유는?

 

4. 임종시 조부가 동네 사람들이 상여 매는 것을 거부한 이유는?

 

5. 아버지로 인한 가족의 불행을 시대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보기

 

6. 삼촌이 재수술을 거부하는 이유

 

7. 경찰관이 검시를 하려는 이유는?

 

8. ‘나’가 삼촌의 시신에서 충격을 받은 이유는?

 

9. ‘나’가 화장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10. 삼촌이 ‘나’의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아버지의 제사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이 암시하는 것은?

 

11. 화장(火葬) 후 나온 파편을 보고 ‘나’가 자괴감을 가진 이유는?

 

 

<정답 확인>

 

1. 나는 모든 일에 소극적인 반면, 아내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달려드는 성격이다. 이러한 그녀의 성격은 월남한 가족이라는 시대적 아픔과 연결되어 있다.

 

2. ‘나’는 과거, 특히 해방과 6.25와 관련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러한 아픈 기억이 아내와의 동행을 통해 탄로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내와의 동행을 거부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 아내는 주인공인 ‘나’와의 관계가 투명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특히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나’의 성격을 아내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4. 한때는 자신의 앞에서 굽신거렸던 마을 사람들이, 시대가 바뀌자 누구보다 먼저 자신을 배신한 사실을 죽으면서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 죄익의 가족이라는 굴레는 그들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그들은 빨치산의 출현 때마다 고통을 당해야 했을 것이며, 모든 우익의 가족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6. 가장 큰 이유는 수술 중에 느꼈던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문맥으로 볼 때, 인위적으로 제거할 수 없는 상처라는 사실을 삼촌이 알고 있었기에 수술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

 

7. 숙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가져다 준 의심의 눈초리 때문에 검시를 하려고 한다.

 

8. 30년의 세월에도 아물지 않는 삼촌의 상처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그 지속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9.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장 아픈 기억을 간직한 삼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이 화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 삼촌이 직간접적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관계되어 있음을 암시하기 위해서이다.

 

11. ‘나’는 과거의 기억을 잊으려고만 했지만, 삼촌은 그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살았다는 것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그 상처를 외면만 하려고 했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의 심정 때문이다.


 

심화 자료

 

이동하(李東河, 1942.12.1 ~ )

 

 본명은 이용(李勇)이다. 1942년 12월 1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나 8.15 광복과 함께 귀국하였다. 이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야간부 고등학교 과정에 등록해 일반 학생들보다 몇 년 늦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66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였다. 같은 해 이동하라는 필명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전쟁과 다람쥐>가 당선되어 등단한 뒤, 이듬해 <겨울 비둘기>로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을 받았다. 1969년 대학교를 마치고 <월간문학> 편집 기자를 거쳐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건국대학교 신문사에 몸담으면서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어려서 겪은 개인적인 고난사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들을 내세워 일상성 속에 함몰된 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자의식을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경향은 전쟁 난민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연작 중편집 <장난감 도시>(1982)와 세상의 온갖 폭력에 대해 탐구한 창작집 <폭력 연구>(1987), 1980년대의 정치적 폭력과 공권력의 기만성을 폭로한 장편소설 <냉혹한 혀>(1995) 등에 잘 나타나 있다.

 

  그 밖의 주요 작품에 <우울한 귀향>(1978), <도시의 늪>(1979), <숲에는 새가 없다>(1988) 등의 장편소설과 창작집 <모래>(1978), <바람의 집>(1979), <저문 골짜기>(1986), <삼학도>(1989) 등이 있다. 한국소설문학상(1977), 한국창작문학상(1981),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1982), 한국문학작가상(1982), 현대문학상(1986), 오영수문학상(1993) 등을 받았다. 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거쳐 1991년부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작품세계 : 그의 소설은 대부분 어려서 겪은 개인적인 고난사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들을 내세워 일상성 속에 함몰된 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자의식을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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