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마지막 우상 / 요점정리 - 홍성원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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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홍성원(洪盛原: 1937- )

경남 합천 출생. 고려대 영문과 중퇴. 1964년 <빙점 지대>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기관차와 송아지>가 <세대> 창간 1주년 기념 문예 현상 공모에, <디데이의 병촌>이 <동아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등단함. 그는 전쟁 소설을 다루고 있으며 휴머니즘에 입각한 저항 의식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 <마지막 우상>,<남과 북> <역조>와 <빗돌 고개>, 중편 <무사와 악사> ,<폭군>, <종합 병원>, <프로방스의 이발사>, <늪>, <주말여행>, <폭군>, <즐거운 지옥> 등의 단편과 <고독에의 초대>, <호두껍질 속의 외출>, <막차로 온 손님들>, <곡예사의 혁명>, <사랑 강조 기간> 등의 신문 연재 소설이 있다.

 

요점정리

  시점 : 3인칭 전지적 시점.
   배경 : 폐쇄적 민족사의 현장인 가막도 섬.
   주제 : 닫힌 현실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보편적 진실 구현.
   인물 : 김인규 - 잡지사 편집장. 휴가를 얻어 가막도로 바다 여행을 가서 그
                        곳의 폐쇄적 삶의 상황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다.

 

이해와 감상

 1983년 <현대문학>에 연재된 <마지막 우상>은 주인공 김인규가 낚시 여행 때문에 찾아간 가막도라는 섬에서 발이 묶여 겪게 되는 갇힌 상황과 일련의 사건을 그린 장편소설로, 홍성원의 대표작 중의 하나다. 1985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진실을 가로막는 허위에서 폭력이 빚어지고 여기서 이 세계의 비극이 야기된다고 보고서, 지식인의 역할은 이 진실을 밝혀내는 데 있는데도 그들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데에 지식인들의 절망이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마지막 우상>은 A.카뮈의 <페스트>와 매우 흡사한 매우 흡사한 상황을 보여 준다. 이 소설에서의 김인규의 위치는 <페스트>의 신문기자 랑베르와 비슷하다.

<페스트>에서, 취재 차 오랑을 방문했던 그는 페스트 때문에 봉쇄된 이 도시를 빠져나가 약혼녀에게 돌아가려 시도하다가 전염병과 외로이 투쟁하는 의사 리외의 철학과 실천에 감동을 받아 도시 탈출을 포기하고 방역 팀에 자원 봉사한다. 리외와 랑베르가 연대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은 페스트로 상징된 세계의 부조리한 상황과 그로 인한 인간 고통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우상>에서, 김인규가 부닥치고 있는 상황은 관습과 제도, 혹은 인간의 역사와 거기서 얻어진 허위의 내리 누름이었다. 그래서 김인규가 싸워야 했던 것은 재난 자체가 아니라, 재난이 빚어내는 상황과 태도에 대한 진상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페스트>와 다르다.



줄거리

 K항(港)에서 여러 시간 걸리는, 면적도 좁고 인구도 적으며, 정기 운항선도 없어 한 달에 한 번 운행되는 동력선이 외부 세계와 이어줄 뿐 육지와는 거의 절연되다시피 한 낙도 가막도는 '전설과 실제가 뒤범벅이 된' 기이한 역사로 축적된 독특한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자급 자족적 취락 구조를 이루면서, 문명의 혜택과 중앙의 행정력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소외되고 폐쇄적인 지역이면 대체로 그러하듯이 이 섬 역시 전통적인 관습법과 동네 노인들의 의견이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여 생활 관행에서부터 범법자의 처벌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가치 체계와 운영의 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섬의 주민들은 그 체계와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섬이라고 하는 특수한 환경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감'의 장치로서가 아니라, '밖으로부터 들어옴'을 방비하는 튼튼한 성채로 이용했다. 섬과 섬의 주민들 스스로가 폐쇄적 태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태성과 폐쇄성을 공동체 유지의 현명한 방책으로 여기고 외부로부터의 충격과 틈입자의 동요를 가능한 한 예방하기 위해 그 나름의 독특한 삶의 질서 체계를 수립하여 동태적이고 다양한 중심 문화권과의 단절을 강요하고 있었다.

폭풍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섬에 발이 묶이게 되면서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며칠을 보낸 김인규가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이 '다른 방식의 삶'의 질서와 그 속에 '틈입자'로 끼어든 자신의 입장이었다.

의사가 없는 가막도 주민들은 응급 환자의 치료를 위해 양귀비를 재배하여 아편을 만들었는 데, 그 아편을 사들이기 위해 육지에서 들어온 권기탁이란 자가 섬 처녀를 강간하려다가 붙잡혔다. 섬 주민들은 그 자를 헛간에 가두어 유폐시켰다. 탈주를 꾀한 권기탁은 피살되었는데 섬 주민들은 그 사실을 알고도 범인을 색출하지 않고 은폐했다. 김인규가 그 사실을 정탐했다는 것을 빌미로 그를 육지로 돌아가지 못하게 발을 묶어 놓는다. 이러한 주민들의 집단적 태도는 이 곳이 육지와 절연된 섬이라는 상황으로도 설명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섬에는 보다 복잡하고 한스러운 '역사적 사정'이 누적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한말(韓末)에 일군의 동학 교도가 이 섬에 이주했는데, 그들이 바로 현재 섬 주민들의 선조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섬에 전염병이 돌았을 때 육지 의사의 턱없이 비싼 치료비를 현금으로 요구하자 섬의 전주민들이 집단적 행동으로 보복한 적이 있었다. 그 집단적 보복이란, 섬 주민 역시 그 의사에게 턱없이 비싼 식대를 현금으로 요구했고, 그 의사가 귀가할 배편을 마련해 주지 않음으로써 그를 굶어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거 선조들의 이 경험은 육지 사람들에 대한 보복을 합리화시키는 논리가 되었고 또 육지 사람들의 무자비한 탐욕을 징치할 수 있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쓰이게 되었다.

육지와 사뭇 다른 질서 체계를 가진 이 가막도만의 방법과 논리는 6 25의 가혹한 역사 속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다. 그것은 국군의 반격을 피하기 위해 이 섬으로 들어온 인민군과 그들을 추격하는 국군의 공방전 사이에서 무고한 섬 주민들만 대량으로 희생되었다. 그래서 섬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부역한 주민들을 서로 숨겨 주었던 것이다.

또, 이 섬의 역사 초기에 표류해 온 외국인을 구조해 주었으나 구원받은 외국인들이 주민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이같은 몇 차례의 피해를 통해 섬 주민들은 그들 나름의 자기 보호 방법을 자신들의 운명적인 선택으로 확고하게 굳어져 왔다. 즉, 육지에서 들어온 틈입자는 적으로 간주하여 자기 방비적 차원에서 어쩌다 들어온 틈입자는 나가지 못 하도록 붙들어 매어 두었다. 그것만이 자신의 섬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요, 그것만이 살 길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김인규가 이 섬에 들어와서 무고한 이유로 생명의 위협올 당하면서, 섬의 폐쇄성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범법 위에 새로운 범법을 저지르고 허위 위에 새로운 허위를 덧입히는 잘못된 체계를 고발하기 위해 섬에 정착할 것을 선언했을 때, 이 섬은 더 이상 육지와의 절연을 강요하며, 섬을 지키기 위한 전래의 방법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가 닥쳐왔다. 그것은 먼저 아편을 사기 위해 들어온 권기탁이란 자의 동료들이 진상 규명을 위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지켜온 그들의 질서에 대한 섬 주민 사이의 반항도 강하게 일고 있었던 탓이었다. 일부 섬 주민의 체제에 대한 반항이란, 인민군의 잔류자로서 이 섬에서 귀화하여 30년 동안 살아온 안종선이 뭍으로 옮겨 가겠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춘 것, 그리고 섬을 떠났던 서문호가 자기를 받아 주려 하지 않는 섬에 육지의 배가 닿을 수 있는 제방을 축조할 비용을 내놓겠다는 것, 그리고 2년 전 외가를 찾아 국민학교 교사로 부임한 오정은이 섬 아이를 모아 육지의 도시로 수학여행을 데리고 가려는 것이 그것이었다.

드디어 이 섬은 한말(韓末)의 우리 나라처럼 완강한 수성의 세력과 개방의 의지 사이의 갈 등을 보이기 시작했다. 권기탁의 피살 사건을 계기로 이 가막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일사 불란하던 주민들의 일체감이 지금은 균열에 의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으며, 더 큰 문제는 '그 균열이 밖으로부터의 충격이 아니라 내부의 반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막도를 육지 사람들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늙은 세대의 강요와 섬을 열어야 한다는 젊은 세대의 은근한 주장이 충돌하게 된 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섬에 콜레라가 발병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 당국은 섬 사람들의 치료보다도 우선 K항의 환자들을 이 외딴 섬으로 격리 수용하여 전염병 발생을 숨김으로써 민심의 동요 혼란과 국가적 손실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것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이 가막도가 전염병의 발병지라는 허위 보도를 하게 했다.

이 사건 때문에 섬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오욕의 누명과 배신을 경험하게 된다. 더군다나 전염의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의료진이 섬에 들어와 우물에 소독약을 뿌리고 생활 필수품의 공급을 막아 버렸다. 이 때문에 더해진 섬 사람들의 적개심은 육지 사람들에게 아편의 밀경(密耕)·밀조(密造)가 발각되리라는 두려움과 겹쳐진다. 그러나 섬 사람들은 콜레라 환자를 치료하지 않을 수 없었고, 방역 시책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었을뿐더러 당국도 섬의 개방을 힘으로 강요하고 있었다.

배반과 고집, 강요와 방어가 육지의 '국가적 이익'과 섬의 '신성 불가침한 아편'과의 이해 관계 때문에 강경하게 맞서게 되고 그것은 주민들의 단식 투쟁으로 절정에 이른다. 여기서 드디어 양쪽은 김인규의 중재로 화해를 구하게 되지만 실패를 겪고, 대신 김인규가 육지로 내보낸, 방역 당국과 섬사람들의 허위를 함께 고발하는 상세한 폭로가 신문에 보도됨으로써 비로소 화해가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바다를 허물어야 해요. 바다 탓으로 돌리지 말고 바다를 허물어 버린 후 가막도를 뭍 쪽으로 좀더 가까이 옮겨 가야 해요."라고 오정은이 주장한 것처럼 섬의 개방을 위한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 화해 때문에 섬을 떠나려던 서문호는 다시 섬으로 돌아와 정착할 결심을 하게 되고, 섬에 억류되었다가 아주 거기서 묻힐 결심을 했던 김인규는 육지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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