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칼과 흙(밭시(詩)) 52- 김준태

by 송화은율
반응형

칼과 흙(밭시()) 52 - 김준태


작가 : 김준태(1948- ) 전남 해남 출생. 조선대 사범대 독어과 졸업. 1969시인참깨를 털면서4편이 추천되어 등단. 1969전남일보신춘문예, 1970전남매일신문신춘문예에 당선. 목요시(木曜詩)동인. 1986년 전남문학상, 현산문학상을 수상.

 

작품경향은 산업사회 하에 붕괴되어 가는 고향을 주로 노래하며, 고향정신대지(大地)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 이후부터는 광주사랑, 공동체정신, 생명중시, 인간해방, 식민문화 극복, 민족해방, 참나라참세상 등을 열망하는 시를 쓰고 있다.

 

시집 참깨를 털면서(창작과비평사, 1977), 나는 하나님을 보았다(한마당, 1981), 국밥과 희망(풀빛, 1983), 불이냐 꽃이냐(청사, 1986), 넋통일(전예원, 1986), 칼과 흙(문학과지성사, 1989)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김준태의 밭시연작은 대지의 건강한 생명력과 뜨거운 사랑이 배어있다. 밭이란 생명력의 창조적 기반이며 자연의 섭리를 구현하는 삶의 바탕이다. 밭의 흙은 인간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싱싱한 씨앗을 틔우고 생장케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생명력의 기반인 그 흙은 창조적 힘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수난당하고 있다. 뿌리내리는 것들의 모태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흙에 대한 회귀와 예찬에는 필연적으로 흙과는 대척점에 서는 기계적이고 파괴적인 기술 문명에 대한 비판이 수반된다. 문명 비판이 간접화된 양식으로 드러나는 이 시의 배경에는 흙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농촌의 고단한 삶이 놓여있다. 기술문명의 괴력에 의해 묵살되어버린 흙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훼손당한 창조력과 효용성을 복구하려는 노력은 산업화, 도시화라는 화려한 문명의 외양에 가리워져 소외되고 수난당한 농촌 현실을 일깨우고 극복을 모색하려는 의도와 같은 축에 놓인다.

 

이 시에서 칼은 흙과 대조적인 이미지를 거느리고 있다. 칼은 인간문명의 상징물이다. 그러나 인간문명의 산물은 독을 품고 있다. 편리를 위하여 발명되고 사용되어 왔지만 그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칼은 타인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인간의 이기심과 횡포를 상징하는 문명의 산물이다. 이러한 칼의 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생각해볼 때 1연에서 던진 화자의 질문은 너무도 쉽게 판가름이 날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손을 수십 번 거쳐 날카롭게 다듬어진 칼이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흙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붙들려버린다. 흙에 가해진 칼의 위해(危害)는 인간의 이기적 기술이 생산의 원천인 땅에 기치는 해악이며, 나아가 산업사회의 발달이 땅에 기대어 사는 농촌에 끼친 해악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칼의 날카롭고 위압적인 힘의 우월은 대지에 숨겨진 포용력과 생명 창조력에 비할 때 너무도 하찮은 능력이다.

 

시인은 대지에 대한 사랑과 인간의 이기적인 힘과 산업 기술에 대한 비판적 경고를 칼과 흙이라는 시어를 사용하여 간명하게 표현하였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추어진 뜻을 만만치 않다. 시어가 거느리는 내적 상징공간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흙의 생명력과 산업화 이면에서 소외당하는 농촌에 대한 아픈 사랑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시이다. [해설: 유지현]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