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북치는 소년- 김종삼

by 송화은율
반응형

북치소년- 김종삼


<감상의 길잡이>

 

김종삼은 고도의 비약에 의한 어구의 연결과 시어가 울리는 음향의 효과를 살린 초현실주의 기법을 원용하여 동안(童眼)에 비친 이미지로써 순수 지향의 의식을 펼쳐 보인 시인이다. 초기에는 시행의 단절, 난삽한 한자어의 배치, 의미의 비약 등을 활용하여 기법의 실험성을 드러내다가, 후기에는 점차 평이한 진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체험을 드러내고 행간의 여운을 통하여 감추어진 의미를 암시하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이 시는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 그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 처럼으로 묶인 세 개의 연에서 그 비교 대상이 생략됨으로써 완전한 문장을 갖추지 못한, 그야말로 쓰다가 그만 둔 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단편적으로 끊어진 그 시상들을 북치는 소년이라는 제목을 중심으로 엮어 보면, 시인이 의도하고 있는 통일된 시상을 찾아낼 수 있다. 다시 말해, 각 연의 처럼뒤에 북치는 소년을 덧붙이면, 전체의 맥락이 완전하게 살아나 독자의 가슴 속에서 여운으로 완결됨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서양에서 우리 나라의 어느 가난한 아이에게 아름다운 카드가 온다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김종삼 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혼자이고 가난하며 비극적 존재로 나타난다. 이 시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2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가난한 아이로 비애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므로 625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전쟁 고아로도 볼 수 있겠다. 성탄절이 가까운 어느 날, 그 아이는 서양 소년이 북을 치고 있는 그림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는다. 그러나 카드 속에 담겨 있는 북치는 소년양떼진눈깨비등의 이국적 풍광(風光)들은 그에게 막연한 아름다움의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다. 아이는 그 환상적인 풍경에 도취되기도 하지만, 그는 곧 그것이 다만 화려한 장식에 불과한, ‘내용 없는 아름다움임을 깨닫는다.

 

이렇듯 이 시는 눈에 비친 사상(事象)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시가 아니라, 그 사상 뒤에 배음(背音)으로 깔려 있는 이미지에 의해서 조형된 시이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는 어떤 사상이나 의미 내용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각 시어들이 구축해 놓은 아름다움 그 자체만을 느낄 수 있으면 충분할 것이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