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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 김지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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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 - 김지하


 

< 감상의 길잡이 >

우리 현대사는 민중들의 수난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김지하의 황톳길은 민중의 시각에서 본 왜곡된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과 뼈저린 분노를 담고 있다.

 

붉은 흙의 `황톳길'은 척박한 식민지의 땅과 그 땅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온 참혹한 민중의 삶을 상징한다.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민중의 삶은 모든 면에서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다. 역사의 주체로서 민중은 현실의 모순을 타파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았지만, 이를 원천 봉쇄하려는 권력의 탄압 또한 집요하고도 혹독하게 계속되었다.

 

`황토길에 선연한 핏자욱'은 민중들의 지난한 투쟁의 자취를,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 가마니 속에서' 죽은 애비는 권력의 총칼에 희생된 죄없는 백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투쟁과 희생 속에서도 민중이 처한 현실은 조금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어둠의 시대이며, 아들인 화자 역시 `두 손엔 철삿줄'이 묶인 채 애비가 간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한때는 역사의 강물이 푸르게 흐르던 희망 가득한 시절도 있었다. 2연에서 보듯 `황토에 대낮 빛나던' 혁명이 아래로부터 백성의 손으로 달성되었던 때이다. 그날의 만세와 노래를 다시 부를 날이 언제일 것인가. 잔혹한 폭정에 백성의 원한이 사무쳐 어떤 징후처럼 `우물마다 십년마다 피가 솟아도' 총칼을 앞세운 권력의 폭압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처럼 `작은 꼬막마저 아사하는 길고 잔인한 여름'은 조국의 모든 세월과 우리들의 희망을 무모하게 짓밟고 있다.

 

그러나 `낡은 짝배들 햇볕에 바스라진' 파괴된 생존의 터전을 지나면 `다시 모밀밭'이 있어 삶의 토대는 강인하고도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게 한다. 청천 하늘에 퍼지던 그 날의 만세 소리는 지금 철삿줄 파고드는 화자의 살결과 숨결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남은 일은 끝까지 이 투쟁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죽은 애비가 간 고난의 길을 따라 화자도 `나는 간다 애비야' 흐느끼며 간다. 그 길은 무수한 민중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떠나간 길이지만 현실의 부정성과 질곡을 그대로 드러내어 내일의 광명을 처절하게 꿈꾸는 길이기도 하다. [해설: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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