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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風景)- 김종한(金鍾漢)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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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風景) - 김종한(金鍾漢)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 조각이 떨어져 있는 윤사월(閏四月)

 

아주머님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일까요?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두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두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전설만 길어 올리시네

 

언덕을 넘어 황소의 울음 소리도 흘러 오는데

물동이에서도 아주머님 푸른 하늘이 넘쳐 흐르는구려.

 

(조선일보, 1937.1.1)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한 곳에 정착하여 오랜 세월을 두고 살아온 한 집안의 깊은 연륜(年輪)과 그윽한 분위기이다. 이 시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능수버들, 낡은 우물가, 푸른 하늘, 윤사월, 뻐꾸기등이 봄이라기보다 초여름에 가까운 계절적 배경과 어울려 평화로운 감상을 자아낸다.

심상 : 시각적, 청각적, 공감각적 심상

어조 : 전원의 평화롭고 그윽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는 서정적 어조

특징 : 오래된 우물이 있는 고가(古家)의 그윽한 정취와 아늑한 분위기가 우리의 고유한 언어로 묘사되어 있다.

각 연이 2행으로 구성되어 단아하고 절제된 느낌을 자아낸다.

3연의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물긷는 동작이 느릿하면서도 규칙적인 리듬감을 자아낸다.

시상 전개 :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제시된 뒤 푸른 하늘(전설)을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시는 아주머니의 정결한 행동이 묘사된다.

구성 : 윤사월의 낡은 우물가 풍경(1)

박꽃처럼 웃으시는 아주머님(2)

푸른 하늘과 푸른 전설을 두레박이 넘쳐 흐르도록 길어 올리시는 아주머님(3)

물동이에 넘쳐 흐르는 아주머님의 푸른 하늘(4)

제재 : 낡은 우물이 있는 전형적인 시골 풍경

주제 : 평화와 그윽함이 넘치는 시골 고가(古家)의 풍경

 

 

<연구 문제>

1. (1)이 시의 중심 소재를 쓰고, (2)그 소재가 전달하는 분위기를 30-40자 정도로 쓰라.

<모범답> (1) 낡은 우물

(2) 대대로 이어오는 시골 집안의 평화롭고 그윽하며 예스러운 분위기

 

2. 이 시의 청자인 아주머님의 화사하고 원숙한 모습을 상징하는 시어를 찾아 쓰라.

<모범답> 박꽃

 

3. 이 시의 지배적인 두 심상은 어떤 것인가? , 그런 심상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

<모범답> (1) 시각적 심상 : 푸른 하늘, 푸른 전설

청각적 심상 : 뻐꾸기 소리, 황소 울음 소리

(2) 전원의 그윽하고 평화로운 삶.

 

4. 이 시가 쓰여진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푸른 전설이 암시하는 바를 간략히 밝혀라.

<모범답> 조국의 독립과 희망찬 미래에 대한 신념.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김종한의 데뷔작이다. 그는 이념적, 사회적 경향의 시를 배격하면서 섬세한 언어 감각과 지적인 재치가 번득이는 작품을 즐겨 썼다. 이 시에서도 우리 고유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전통적인 전원의 한가한 풍경을 재현시켜 놓았다.

 

능수버들 아래 낡은 우물이 있는 집은 그 내력이 매우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윤사월의 청명한 하늘 조각이 깊은 우물 속에 비치는 가운데 뻐꾸기 소리조차 한가롭게 들리는 전형적인 전원 농가의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려져 있다. 아마도 종가(宗家)의 맏며느리일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님은 호젓한 우물가에 서서 하염없이 물을 길어 올린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화자는 아주머니에게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이 아니겠느냐며 말을 걸어보지만, 아주머니는 박꽃처럼 화사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없이 두레박질만 한다.

 

초여름의 한적한 오후에 들리는 뻐꾸기, 황소 울음 소리는 농촌의 한가함을 한결 돋우어 준다. 삼라 만상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해 버린 듯한 고요화 정적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뻐꾸기와 황소의 울음 소리이다. 나지막하고 게으른 듯한 자연의 소리, 그 속에서 두레박으로 푸른 하늘과 푸른 전설을 넘치도록 길어 올려 물동이에 이고 일어선 아주머니, 충렁이는 물동이에 담긴 윤사월의 시리도록 푸른 하늘, 이러한 소재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전원 풍경을 완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김동환의 󰡔웃은 죄󰡕와 비교해 볼 만한 작품인데, 이 작품은 그보다 한 해 먼저 발표된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윤사월의 어느 날, 낡은 우물가에 비친 모춘(暮春)의 정경과 그 곳에서 시적 자아가 한 아낙에게 물을 얻어 먹으며 느끼는 순수한 인정미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시적 자아는 능수버들에 둘러싸인 낡은 우물가를 지나다 우물 속에 비친 푸른 하늘을 본다. 마침 그 곳에서 물을 긷던 한 아낙에게 물 한 모금을 부탁하자 아낙은 아무 말 없이 두레박을 우물 속으로 드리운다. 그 때 마침 멀리서 뻐꾸기 울음 소리가 한가롭게 들려 온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남녀가 인적 드문 우물가에서 그냥 우두커니 물을 떠 주고, 받아 마시는 행위가 쑥스럽게 느껴지자, 시적 자아는 아낙에게 공연히 뻐꾸기를 화제로 말을 건낸다. 한가롭고 조용한 봄날 오후에 들려 오는 뻐꾸기 울음 소리는 적막한 봄날의 정경을 이끌어 주는 동시에 어색한 두 남녀 사이에 끼어들어 대화를 열어주는 기능을 갖는다.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 놈일까요?’라는 어리석은 질문에 아낙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조용히 웃으며 두레박이 넘치게 시원한 물을 길어 그에게 건낸다. 그녀가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것은 푸른 하늘이 비친 맑은 우물물이자, 푸른 하늘처럼 맑고 깨끗한 그녀의 정성스런 마음이며 푸른 전설이다. 낡은 우물이 있는 그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온 그 아낙이 길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푸른 전설처럼 그윽하고 옛스런 물이요, 그것은 바로 마을의 평화와 안식의 삶을 열어 주던 풍요로운 근원인 셈이다. 이러한 정겨운 분위기에 어울리게 황소의 울음 소리가 멀리서 나직하게 들려 올 때, 아낙이 머리에 이고 가는 물동이의 찰랑이는 물에서도 시적 자아는 푸른 하늘이 비쳐져 있음을 본다.

낡은 우물과 푸른 하늘, 푸른 전설과 황소의 울음 소리로 이어지는 평화로운 어느 농촌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시는 당시 우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시인 특유의 재치와 섬세한 고유어를 적절히 구사하여 잔잔한 감흥을 전해 주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작품에서 시인은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통해 무한한 평화와 그윽한 아름다움을 보고 있다. 그에 알맞게 작품은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능수버들과 낡은 우물이라는 사물들은 매우 온화하고도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때는 봄도 거의 지나가는 윤사월,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이 한 조각 비쳐 있다.

 

여기서 물을 긷는 아주머니에게 작중 화자는 묻는다. 지금 우는 뻐꾸기가 작년에 울던 그 새일까라고. 여기서 뻐꾸기는 작품 세계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떤 상황의 고요함은 아무 소리가 없을 때보다 그 속에 어떤 평화로운 소리가 간간히 끼어들어 올 때 더 잘 나타나는 법이다. 아주머니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박꽃처럼' 웃기만 한다. 그 웃음 속에는 이 한가로운 세계에서 있는 대로의 삶을 누릴 뿐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는 소박하고도 담담한 태도가 스며들어 있다. 그 말없는 웃음이 이 시가 그리는 세계의 평화로움을 더욱 부드러운 것이 되게 한다.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물을 길어 올린다. 이 부분은 문장의 구조가 똑같은데, 그것은 물 긷는 동작의 느릿하고도 규칙적인 움직임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두 행에 같이 들어 있는 `넘쳐 흐르는'이란 구절에서는 어떤 풍성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해서 아주머니가 길어 올리는 물은 그저 물만이 아니라, 푸른 하늘이기도 하고 푸른 전설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상의 흐름에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가 마지막 연에 나오는 `황소의 울음 소리'이다. 나지막하고 게으른 듯한 황소의 울음 소리, 그 속에서 물동이를 이고 일어서는 아주머니, 물동이에 출렁거리는 맑은 물과 거기에 비친 하늘…… 이러한 모습으로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세계의 모습이 완성된다. 다시 한번 천천히 읽으며 상상의 그림을 그려보면 이 점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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