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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妻)를 때리고(요점정리) - 김남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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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김남천 (金南天 1911 ~1953)

본명 효식(孝植). 평남 성천 출생. 평양고보를 졸업하고 도쿄[東京] 호세이[法政]대학 재학 중이던 1929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KAPF)에 가입하였고, 안막(安漠) ·임화(林和) 등과 함께 1930년 카프 동경지부에서 발행한 《무산자(無産者)》에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1931년 귀국하여 카프의 제2차 방향전환을 주도하였으며, 여기서 김기진(金基鎭)의 문학 대중화론을 비판, 볼셰비키적 대중화를 주장한 바 있다. 그 후, 1931년과 1934년 카프 제 1 ·2차 검거사건 때 체포되어 복역하였으며, 1935년에는 임화 ·김기진 등과 함께 카프 해소파(解消派)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카프 해산기를 전후하여 제기된 사회주의 리얼리즘 논쟁에서는 이 창작방법이 러시아 현실과는 다른, 조선적 특수상황에는 부적당하다고 주장하여 박승극(朴勝極) ·한효(韓曉)와 대립하였으며,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 이론과 실제를 한국적 상황에서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모색하면서, 모랄론 ·고발문학론 ·관찰문학론 및 발자크 문학연구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리얼리즘론’을 전개하였다. 8 ·15광복 직후에는 임화 ·이원조(李源朝) 등과 조선문학 건설본부를 조직하였고, 1946년에는 조선문학가동맹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이후 같은 단체의 서기장을 맡아 기관지 《문학》을 발행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였다. 1947년 말 월북하여 해주 제일인쇄소의 편집국장으로서 남로당의 대남 공작활동을 주도하였으나, 1953년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작으로 장편 《대하(大河)》(1939), 중편 《맥(麥)》(1941) 《경영(經營)》(1940) <처를 때리고> 등이 있다.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이해와 감상

   '처를 때리고'는 1937년 <조선문학> 6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춤추는 남편'(1937년 <여성>10월호), '제퇴선(祭退膳)'(1937년 <조광>10월호), '속요(俗謠)'(1940년 <광업조선>) 등과 함께 자기 고발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다.

주인공 차남수는 왕년의 사회주의자로서 ○○계의 거두였다. 6년간의 감옥살이 끝에 출감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직장을 얻지 못해 변호사 허창훈에게 빌붙어 사는 신세다. 허창훈이 그를 돌보는 것은 그가 [옛날에 ○○계의 거두니까 용돈이나 주어 병정으로 쓰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고] 하는 목적에서다. 이 같은 인물 설정은 식민지하 사상운동과 기생충 같은 삶의 기묘한 위상을 보여 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차남수는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그것을 역이용하여 생활비를 짜낸다.

허창훈의 후원으로 신문 기자 김준호와 어울려 출판사 설립을 추진하던 어느 날, 부부간에 대판 싸움이 벌어지고 아내의 악다구니를 통해서 차남수의 치부(恥部)가 여지없이 폭로된다.

"너두 양심이 있는 놈이면 잡지책이나 내고 신문 소설이나 시 나부랭이를 출판하면서 그것이 다른 장사보다 양심적이라는 말은 안 나올 게다. 새로 난 법률이 무섭지. 직업이 필요했지.…… 야, 사회주의 참 훌륭하구나. 이십 년간 사회주의자나 했기에 그 모양인 줄 안다. 질투심·시기심·파벌 심리·허영·굴욕·허세·비겁·인치키·부로커…. 네 몸을 흐르는 혈관 속에 민중을 위하여 피가 한 방울이래도 남아서 흘러 있다면 내 목을 바치리라."

부부 싸움은 김준호와 아내 사이를 의심한 차남수의 의처증으로 인한 것인데, 김준호를 지목하여 의심하게 된 것은 영악한 속물 김준호에 의해 왕년의 사회주의자로서의 완강한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었다. 그 상처 입음은 지금의 그가 사실은 김준호 못지 않은 속물로 전락하고 말았기 때문에 더욱 큰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견딜 수 없는 모욕감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창훈아, 준호야, 아니 누구보다도 정숙아, 나는 너희들과 출판사를 하련다. 아니 장사를 하련다."라고 스스로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차남수의 이같은 심리는 전향 소설의 깊이 있는 독특한 주제인 자기 굴욕감(자굴감)에 해당되는 것인데, 그가 생활고에 시달려 옛날의 신념을 잃어버리고 속물화된 아내와 비열한 김준호에 대한 경멸과 증오를 오히려 생활과 타협한 자신에게로 돌리는 데서 자기 고발적 문학의 완성을 이루게 한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문단을 질타하고 사상을 독려하던 문예 사상가였지만 [논평할 시대가 아니라 관망하고 준비할 시대]라는 이유로 붓을 꺾고 유행가조(調)의 속물적 생활에 젖어 들고 만 김경덕의 부끄러움과 삶을 합리화하려는 홍순일과 그것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남성과의 대비를 부각시킨 그의 중편소설 '속요' 또한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자기 고발 정신이 엄격하게 유지된 작품이다. 그러므로 출감한 사상가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생활과 심리·의식의 변화 양상을 취급한 이들 작품은 일종의 전향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일제 파시즘 치하, 작가 정신의 집단적인 와해가 이루어지고 있던 전향의 시대에 직면하여 분열된 주체의 재건을 위한 준엄한 자기 고발 정신을 견지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자기 고발의 정신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작가적 태도를 향해 있으면서도 사실에 있어서는 시대 중심의 문제, 그리고 동시대 문학인들의 작가적 태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소설(私小說)과 구별되며 문학사적 의의를 확보하는 것이다.<정호웅, 작품 해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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